풀내음 팀블로그/김희정의 "아.쉽.다"

남편이랑 동네에서 살기

'녹색당' 2007. 6. 20. 13:49

어제 <내 남자의 여자>가 끝났다.
뭐 드라마가 원...이건 불법도 아니고 (화끈한) 불륜도 아니고~~밋밋하고 빈곤하고...원..
이렇게 궁시렁대면서 마지막회까지 함께 하셨다.
 
마지막회는 주요 야마는, 화영이도 떠나갔으니,
이제 배종옥이랑 그 교수남편이 스리슬쩍 합쳐주기를 바라는 분위기다.

그때 배종옥이 조용한 카리스마로 일갈하시니
- 그 남자...나 한테는 스무번쯤 읽은 책 같아.

"남편 = 스무번쯤 읽은 책" (이렇게 폼나는 대사는 외워서 한번 멋있게 써먹어 봐야지 싶다.)

암튼지, 남편이 여자는 나하나밖에 모르고,
아내라는 책을 이천번쯤 읽어도 새롭게 느낀다면 모르겠지만
당근 빠다 그렇지 않쟎아.

우리 남편.
술 약속 좀 줄이라고 하면, 그런 말은 자기를 두번 죽이는 말이라며
술자리 = 의미있는 인맥만들기의 첫걸음에 발목아지를 비트는 일이라며
두 주먹 불끈 쥐는데 정말 어이가 없었다.

남편에게 술자리를 줄이고 집에 일찍 와야 하는 이유를
가족간의 화합으로만 한정해서는 명분은 되지만 매력은 없었다.

그래서 동네에 친구를 만들어 주기로 했다.
그 대단한 사회적 인맥! 동네에서 내가 만들어 주겠다...그런거다.

일단 민우회 언니들과의 술자리에서, 데뷔무대가 있었다.
오랫만에 만나는 뉴페이스에 언니들은 열광 * 열광!
완소남, 훈남, 꽃미남, 도봉구의 임호... 등등 그 찬사가 1년은 족히 간듯하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언니들의 남편. 형부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형님형님 하면서 술도 마시고, 등산도 가고, 밥도 먹고,
오고가며 차도 마시러 가고, 주말농장도 같이 하고, 직장근처에서 점심도 먹고....
업무적으로 도울 일 있으면 돕기도 하고...

그렇게 한 5년 살다보니,
이제 누구네집 이사가는 날짜를 챙기기도 하고,
그 집 이사가면 그 집 형님 못박을 줄 모르는데 하며 연장을 챙기기도 하고,
이번주엔 누구네 집에 가서 수박이라도 같이 먹을까...하며
동네 사람 만나는 일에 재미를 느끼는 것 같다.
민우회 자전거 도로만들기 행사에도 시간되면 꼬박꼬박 참여하려고 하고 말이다.

이젠 민우회에서 나보다 남편이 참석 할 것인지를 더 챙긴다.
(나보다 더 쓰임새가 많은건 사실이지만, 너무 역전된 상황이 참...받아들이기가 참...)

아무튼...
남자도 동네에서 더 재밌게 살려면, 이웃이 친구가 꼭 필요하다.
행복한 가정생활은 자기들끼리 똘똘 뭉쳐져서는
금방 스무번, 이백번 읽어버리기때문에 유통기한이 겁나 짧아져 버린다.
현관문을 열고 이웃과 만나는 집이 면역력도 좋아진다.

남편에게 동네친구를 만들어주자.
여자들이 거실바닥에 엉덩이를 붙이기도 전에 자기 얘기를 마구 쏟아내는 그 깨소금맛을
남편에게도 알려주자! 아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