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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복지시민연합> 평화와 인권이 실현되는 사회, 지역과 ‘청소년 인권보장’에서부터 출발하자

'녹색당' 2007. 7. 5. 08:38
 작년 가을부터 대구의 우리복지시민연합에 몇번 칼럼을 써서 보내고 있습니다. 아마 회원들께 이멜로 보내는 소식지와 홈페이지에 올려놓으시는 것같습니다. 사실 글을 쓸만큼 내공이 깊지 않아서, 평소에 관심있는 주제로 글을 쓰고 있는데, 지난 5월달에는 청소년인권에 대해 글을 써 보았습니다. 작년까지 제가 살던 경기도 과천에서는 '학교평화만들기'에서 올해부터 청소년인권조례 제정운동을 할 것같기도 한데, 잘 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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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와 인권이 실현되는 사회, 지역과 ‘청소년 인권보장’에서부터 출발하자!


하승수


미국의 버지니아텍이라는 대학에서 발생한 총기난사 사고가 충격을 주고 있다. 그러나 이런 생각을 해 보았다. 만약 한국도 미국처럼 총기에 대한 규제가 약하다면, 버지니아텍과 같은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는가? 이런 우울한 생각을 뒷받침이라도 하듯 얼마전 한국에서도 공기총, 엽총으로 다른 사람을 죽이는 사건들이 발생했다. 반면 총기를 집집마다 보관하고 있지만, 그런 사건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스위스같은 국가이야기를 듣다 보면, 결국 총기규제의 정도보다는 사람들의 의식과 감성이 어떤지가 더 중요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우리 사회에서도 폭력의 문제는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아동학대, 아동에 대한 범죄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자라나는 청소년들조차도 폭력에 둔감해지고 있고, 스스로 폭력을 행사하는 주체가 되기도 한다. 청소년들간의 성폭력, 언어폭력, 사이버폭력, 잔혹한 학교폭력 이야기는 시시때때로 인터넷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이처럼 우리 사회는 폭력에 대해 둔감하고, 문제에 대해 폭력적으로 반응하고, 폭력을 자기보다 약한 존재에 대해 행사하는 사람들이 넘쳐나는 사회가 되고 있다.

이런 사회는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사회도 아니고 살맛나는 사회도 아니다. 어린이에게 ‘누가 도와달라고 해도 절대로 따라가지 마라’고 가르쳐야 하는 사회, 내 아이가 다른 아이에게 폭력이나 왕따를 당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해야 하는 사회, 좀 여유있는 부모들은 태권도과외를 시켜서라도 다른 아이에게 맞지 않게 하겠다는 사회가 어떻게 살맛나는 사회라고 할 수 있겠는가?

이런 사회가 아니라 사람들이 평화롭게 서로 어울려서 사는 사회란 불가능한 것일까? 그것은 너무나 거창한 꿈이어서 도저히 실현하지 못할 꿈인가? 이런 생각들을 해 본다.

지금 존재하는 폭력의 문제를 개인의 윤리성이나 도덕성의 문제로만 돌릴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폭력의 문제를 개인의 윤리성, 도덕성 탓으로 돌리는 대표적 사회인 미국에서 점점 더 폭력의 문제가 심각해지는 것을 보면 더욱 그렇다. 경제적ㆍ사회적인 양극화, 사회적인 소외와 배제와 같은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 어릴 때부터 가정, 학교, 군대, 사회에서 무감각해질만큼 겪는 각종 폭력적 경험들(언어적, 정신적, 육체적으로 겪는 폭력의 경험들)이 사람들의 몸과 머릿속에 스며들어 있다.

그래서 인권이 실현되고 평화가 실현되는 사회를 만든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몇가지 제도를 고치는 것만으로는 턱없는 일이다. 그렇지만 너무 거창하게 생각하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경제와 사회 전반이 바뀌기를 기다리자고 하는 것은 아무것도 하지 말자는 이야기와 같다. 사회구조적인 문제가 있지만, 그 문제가 변화하기를 기다리는 동안 수많은 사람들은 폭력의 가해자와 피해자가 될 것이다.

그래서 주위에서부터, 동네에서부터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을 바꾸어나가려는 노력이 소중하다고 본다. 특히 자라나는 청소년들부터 인권과 평화에 대한 감수성과 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청소년들에게 스스로의 인권에 대해 가르쳐주고, 스스로를 소중하게 여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스스로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스스로의 인권에 대해 아는 사람이 다른 사람의 인권도 소중하게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지금 우리사회에서 하는 각종 폭력에 대한 교육은 출발이 잘못되었다. 학교폭력문제가 일어나면 청소년들을 탓하고, 청소년들에게 “다른 사람의 인권을 존중하라”고만 가르친다. 정작 자신이 가진 인권이 무엇인지는 모르는 청소년들에게 이런 강요가 교육적 효과를 얻을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래서 청소년들에게 스스로의 인권에 대해 가르쳐야 한다. 어른들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인권을 자각하지 못한 청소년들을 다루는 것이 쉽겠지만, 그래도 청소년들에게 인권을 가르쳐야 한다. 그래야만 스스로의 소중함도 알고 스스로의 인권을 지킬 능력도 가질 수 있고, 다른 사람들의 인권을 존중하는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청소년들이 우리 사회의 폭력성을 치유하는 씨앗들이 될 것이다.

이런 노력들은 국가기관이 주도해서 될 일도 아니고, 결국 지역사회에서 뜻있는 사람들부터 시작해야 하는 노력이다. 동네에서, 학교에서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에게 인권교육, 평화교육을 확산시켜 나가고, 지역차원에서부터 부모들과 교사들이 인권에 대해 고민하고, 그런 움직임을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를 통해 제도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지만, 지금 몇몇 지역에서는 지역에서부터 인권교육, 평화교육을 시도하고 확산시키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제도적인 뒷받침이 없지만, 시민단체차원에서 그리고 인권운동, 평화운동 차원에서 노력들을 하고 있다. 몇 년전에는 경기도 군포시, 부천시 등지에서 아동인권조례를 제정하려는 움직임이 있다가 조례제정에는 이르지 못한 경험도 있다. 2006년에는 광주광역시에서 학생권리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려는 시도를 하다가, 멈춘 상태이기도 하다. 아직도 권위주의와 가부장주의의 뿌리가 깊은 우리사회에서 지역과 학교에서 인권과 평화에 대해 공개적으로 이야기하고 교육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비록 쉽지 않은 일이지만, 이런 시도가 계속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런 시도들이 지역에서부터 작은 결실들을 맺어 나갈 때에 우리 사회의 인권수준이 실질적으로 올라가고, 평화와 인권이 우리의 일상에서부터 꽃피는 사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