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내음 팀블로그/하승수의 "두서없는삶과자치이야기"

<진보정치 칼럼> 민주노동당의 뿌리는 튼튼합니까?

'녹색당' 2007. 7. 5. 08:45
 얼마전 민주노동당 기관지인 <진보정치>에서 글을 써 달라고 해서 쓴 글입니다. 쓴소리도 마음대로 해도 좋다고 해서, 별로 쓰지는 않겠지만 그냥 평소에 느낀 것을 써 보았습니다. 이 글을 썼더니 녹색평론의 변홍철 편집장께서 다른 일로 전화했다가 '당원이냐'고 물어보시더군요.^^  저는 당원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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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의 뿌리는 튼튼합니까?

하승수(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 운영위원, 제주대 법학부 교수)

당원도 아닌 사람에게 귀중한 지면을 내주셨으니, 솔직한 이야기들을 풀어 놓는 것이 도움이 될 것 같다. 어차피 사람의 경험은 제한되어 있고 이런 성격의 글에서 주관성을 피할 길은 없어 보인다. 그래도 그냥 민주노동당을 애정있게 바라보는 한 사람의 글로 생각하고 읽어봐 주면 좋을 것 같다.

민주노동당의 당원이 10만명에 달한다고 들었다. 10만명이란 사실 엄청난 숫자이다. 10만명의 당원이 ‘지역에서 어떻게 살고 활동하고 있는가’에 따라서 민주노동당은 엄청난 영향력을 가질 수도 있고, 반대로 매우 제한된 기반을 가진 정당으로 남을 수도 있다. 여기에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민주노동당이라는 조직의 이름으로 지역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가 아니라 ‘당원들이 자기가 사는 지역에서 어떻게 살고 활동하고 있는가’이다.

왜 지역이냐고 반문한다면, 선거는 어디에서 하는지?라고 반문하고 싶다. 그리고 지역외에 현실에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정치적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어디 있는지?라고 묻고 싶다. 그래서 지역이 중요하다.

만약 민주노동당의 당원들이 자기가 사는 지역에서 작은 운동에라도 참여하면서 지역사회를 바꾸려는 활동을 하고 있다면, 그리고 그 당원들이 자기 이웃으로부터 그리고 지역사회에서 운동을 하고 있는 사람들로부터 신뢰를 받고 있다면, 민주노동당의 기반은 자연스레 넓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10만명의 당원이 아니라 몇백만의 자발적인 지지층이 형성될 것이다. 민주노동당의 정책은 다른 정당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생생하고 구체적인 정책이 될 것이다. 지역에서 뿌리박고 활동하는 당원들이 제안하는 각종 제안들을 취합하고 그것들을 정리하느라 당의 정책담당부서들은 정신이 없을 것이다. 지방선거때에 억지로 정책을 짜내느라 고생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반대로 당원들 대부분이 당비만 내는 당원들이라면, 또는 당원들이 민주노동당의 활동에만 참여하고 있다면, 그래서 지역에서의 풀뿌리 시민사회운동이나 건강한 자원봉사활동 등에 참여하는 당원들이 매우 소수라면, 민주노동당은 10만명의 당원수 만큼의 지지층만 갖는 정당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는 정책도 선언적 수준을 벗어나기 어렵다. 정책과 관련된 활동도 몇몇 활동가들 중심의 이슈파이팅 수준을 벗어나기 어렵다. 또한 민주노동당 당원들이 지역에서부터 신뢰의 기반을 쌓아 나가지 못한다면, 지역의 주민조직이나 지역시민사회운동과의 소통과 연대도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래서 민주노동당이 뿌리가 튼튼한 정당이 되기 위해서는 당원들이 지역에서 제대로 살고 제대로 활동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정당조직의 뿌리는 사무국이나 활동가중심의 체계가 아니라, 살아 움직이는 한사람 한사람의 당원이 아닐까 라고 생각한다. 그것이 힘이고, 조직을 살아 움직이게 만드는 원동력이다.

그래서 중앙권력을 중심으로, 선거를 중심으로, 당조직을 중심으로만 생각해서는 미래가 어두울 것이라고 본다. 당원들이 자기 지역의 활동에 참여하기보다는 대통령선거에만 관심을 가지고 당원들끼리 모여서 정치토론을 즐겨 하는 정당에는 미래가 없을 것이다.

솔직히 주민들은 현명하다. 선언하듯 말하는 추상적인 단어들만 듣고서는 지지하지 않는다. 그 정당에는 어떤 사람들이 속해 있는가, 그 사람들은 평소에 어떻게 살고 어떻게 활동하는가?를 본다. 그래서 TV에 나오는 몇 명의 스타정치인보다도 살아 움직이는 풀뿌리 당원들의 힘이 근본적인 힘이다. 거창한 공약보다는 소박하고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공약이 더 힘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