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내음 팀블로그/김현의 "잡동사니"

[가족일기] 나이가 들면서.......

'녹색당' 2007. 9. 9. 02:24
 

나이가 들면서.........


요 며칠 무리해서인지 입안이 심하게 헐었다. 음식 씹기가 꽤 성가시다. 언제부터인지 입안 염증이 쉽사리 가라앉지 않기 시작했다. 2-3일이면 족했던 것이 일주일 이상을 버텨야 한다. 때마침 목감기가 왔고, 그래서 병원에 들렀다. 진찰을 받고 의사선생께 넌지시 물었다. “구강염증 처방도 해주세요.” 했더니, “비타민 B가 부족합니다. 삐콤 사드세요” 하더라. 그래서 머리털 나고 처음으로 영양제라는 걸 샀다.


예전 같았으면 영양제가 코앞에 있어도 거들떠보지 않았을 텐데, 요 며칠 아침저녁으로 꼬박 영양제를 잘 삼켜 먹고 있다. 어르신들이 종종 온갖 약을 복용해 드시는 걸 보면서, 저렇게 한다고 좋아질까? 싶기도 했는데, 막상 내가 영양제에 의지하는 꼴이 되고 보니, 묘하게도 영양제를 먹으면 좀 나아지겠지........하는 믿음이 마음 한 구석에 분명이 존재한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이건 분명 나에겐 엄청난 의식의 변화이다. 영양제를 포함한 온갖 약에 내 건강을 의지해도 무방하다는 믿음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청량사에서 한 컷. 뒷모습 누군지 아시겠죠? 건강을 생각할 나이의 우리 소장님...

생각해보면, 목감기로 병원을 찾은 이유도 미리 예방차원에서였다. 보통은 온몸으로 감기와 맞서 싸우다 지쳐 나가떨어지기 전까지 병원에 발을 들이지 않는다는 것이 내 상식이었는데, 이번엔 감기가 오기도 전에 병원에 찾아가 알아서 자수한 꼴이 돼버렸다. 이것은 감기에 대한 학습효과 때문이다. 언제부턴가 한 번 감기에 걸리면 아주 오래 가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것이 나이가 들어서일까?


계단을 오를 때 무릎이 시큼하기 시작한 것도 얼마 전의 일이다. 벌써 관절염이? 설마........하면서 넘기곤 했지만, 요즘엔 너무 자주 그런 현상을 겪게 된다. 계단뿐만이 아니다. 장시간 앉아 있다가 일어날라치면 무릎이 시큼하다. 몸이 조금씩 망가지는 걸까? 예전에 다친 오른쪽 새끼손가락이 시큼하면 비가 온다는 것을 뜻한다. 다쳤던 뼈마디가 기압에 예민하게 된 나이라는 것을 암시한다.


   머리를 쓰다듬는 지현스님, 그 뒤의 소장님, 그 모습을 뷰파인더로 관찰하는 서의원..

나이가 들면서 신체에 이상 징후들이 감지되기 시작했다. 어디가 아프면 뭐든지 오래간다. 그만큼 면역력이 떨어졌다는 것을 의미하리라. 몇 개월 전에 딸아이와 인라인을 타다 넘어져 다친 왼쪽 팔꿈치는 여전히 쑤시고 아프다. 의사선생의 진단은 ‘테니스 엘보우’가 틀림없다고 한다. 엉거주춤 타는 실력 밖에 안 되는 인라인을 나이 들어 탔으니 인과응보일지 모른다. 운동을 하더라도 자신의 격에 맞는 운동을 하라는 암시이다. 아무튼 요즘은 부쩍 몸 상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여차하면 평생 고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내는 술 담배를 줄이는 것부터 시작하라고 한다. 아내의 직감을 수용하더라도 그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지 않는가. 그래서 내 몸에 맞는 적당한 운동이 무엇일까 요즘 부쩍 곱씹고 있다. 한 달에 한 번씩 찾아오는 ‘4호선리그’가 그리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나이가 들면 누구나 나와 같은 근심이 생기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