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공개,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먼 것같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정보공개청구를 해 보면, 여전히 일단 비공개하고 보자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가 작년까지 살던 과천시의 경우에도 시장 업무추진비 관련 정보를 비공개해서 소송을 하고 있지요. 이미 몇년전에 대법원 판례에서 공개.비공개의 기준을 상세하게 제시했는데도, 아직도 비공개하고 보자는 식입니다. 더 웃기는 건 정보공개청구를 하신 분이 경기도에 행정심판청구를 했었는데, 경기도 행정심판위원회에서도 비공개결정을 내렸습니다. 행정심판위원회 스스로가 행정심판의 의미를 부정한 것이지요. 그래서 결국 행정소송까지 갔고, 지지난달엔가 1심 판결이 나왔습니다. 판결내용이야 뻔하지요. 이미 대법원 판례에서 제시한 기준 대로 공개하라는 것이지요. 그 외에도 이런 경우들이야 무수히 많습니다. 사실 시민이 어떤 정책을 제안하려고 해도 정보가 있어야 제안할 수 있습니다. 정보만 있으면 건강한 상식으로 판단할 수 있는 문제들이 무수히 많지요. 그런데 정보가 없으니, 말을 하기가 어렵습니다. 어떻게 보면 시민들이 참여를 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이 정보인 것같습니다. 몇년전에 경기도에 결식아동 현황을 정보공개청구를 했었는데요. 과연 지방자치단체들이 결식아동을 얼마나 파악하고 있는지를 볼려고 했었는데, 청구서를 접수한 다음날 아침인가 경기도에서 전화가 걸려오더니 뭐 때문에 그 정보가 필요하냐고 물어보더라구요. 그래서 도민인데 평소에 관심이 있어서 그런다고 그랬더니, 자료를 받긴 받았습니다. 자료를 보니 결식아동이 0명으로 표시된 시,군이 꽤 있더라구요. 당시에 과천시의 경우에도 0명으로 표시되어 있었는데(과천은 중산층 지역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반지하에 사는 가구비율은 전국적으로 제일 높은 편입니다), 시청에 그 자료를 보여주며 문제가 아니냐고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후에 결식아동 문제가 전국적인 이슈가 되면서 지방자치단체들이 현황파악을 제대로 하기 시작했었지요. 요즘 언론이 정보공개에 대한 관심이 많습니다. 언론사들도 정보를 얻기가 어려워지다보니, 요즘엔 정보공개청구를 많이 합니다. 그런데 비공개되는 경우가 많다보니 젊은 기자들은 정보공개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요구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세계일보에서 요청을 해서 어제 쓴 칼럼입니다. 관심있으신 분은 참고로 보시면 좋을 것같습니다. -------------------------------------------------- [시론]정보공개는 장식물이 아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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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어느 기관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봐도 정보공개 측면에서 이렇게 감동을 받은 적은 없는 것 같다. 어느 기관이든 홈페이지에 그런 정보가 없는 것은 물론이고 정보공개를 청구해도 공개되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게 현실이다. 각 부처 인터넷 홈페이지?들어가 보면 우리나라 관료들은 정보공개제도를 하찮은 ‘장식물’로 생각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생겨날 정도다.
그럼에도 우리가 정보공개를 발전시켜 나가야 함은 절박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정부의 비밀주의와 관료주의는 민주주의를 크게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 눈과 귀를 막는 것은 물론 정부의 부패와 무능을 은폐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정보공개의 발전 없이는 민주주의의 발전도, 효율적이고 투명한 정부도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지금 당장 우리나라 정보공개제도를 개선하면서 관료주의 장벽을 실제로 허물어 나가야 한다.
그러면 우리나라 정보공개 관련 제도를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 우선적으로 정보 비공개 결정에 대해 신속한 구제절차를 진행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갖추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보 비공개 결정을 구제해 줄 전문적이고 독립적인 기관을 만들어야 한다. 정보는 제때에 신속하게 공개되어야 가치가 있음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특히 신속성을 생명으로 하는 언론 입장에서 본다면 정보공개의 신속성은 무엇보다 필요하다.
정부가 정보 비공개 결정을 통보하고 정보를 공개하라는 요청자에게 몇 년씩 걸리는 행정소송을 통해 받으라고 하는 것은 사실상 정보공개를 포기하라는 얘기와 같다. 이는 정부가 국민의 알권리를 제한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위법·부당한 정보 비공개에 대해 신속하게 판단, 정보가 신속하게 공개되도록 전문적이고 독립적인 기구를 설치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제3자적 전문기관인 정보공개심사회가 그런 기능을 하고 있다.
둘째, 정보공개법을 위반한 기관과 공무원에 적절한 불이익을 줘야 한다. 불이익은 고의성이나 위법성의 경중을 가려서 형사적 책임을 묻거나 징계를 하는 것에서부터 인사상 불이익, 명단공개 등 다양한 방식을 취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에 정보공개를 잘하는 기관과 공무원에겐 인센티브를 줄 필요도 있다. 이를 통해 관료들이 정보공개가 중요하고 신속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인식을 갖도록 해야 한다.
셋째, 최근 정보공개를 청구하면 ‘정보가 없다’고 대답하는 경우가 급증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 원인은 정부 내에서 정보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현재는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고 있지만, 여전히 공공기관은 정책과정에서 생산·접수한 자료들 중 상당수를 정식 기록물로 관리하지 않고 있다.
정부 내에서 정보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남아 있지 않으면 절대 공개될 수 없음은 명약관화한 일이 아닌가. 이런 점에서 ‘정보부존재’ 문제는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따라서 정책과정에서 생산·접수한 모든 자료는 성격을 가리지 말고 모두 기록물로 관리하도록 법령을 명확하게 해야 한다. 그리고 그 법령의 시행을 엄격하게 할 필요가 있다.
하승수 제주대 법학부 교수·변호사
2007.09.16 (일) 19:5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