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협동조합

사회적 권력=문제를 정리해서 과제를 설정하고 정책을 제시해서 해결하는 힘

'녹색당' 2007. 9. 28. 16:05
* 이 글은 2004년 12월13일 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에 게재된 나일경 박사의 연재 글 중 7회째 글을 옮긴 것입니다.



사회적 권력=문제를 정리해서 과제를 설정하고 정책을 제시해서 해결하는 힘


나일경

“생활클럽 운동그룹은 사회적 권력의 구현체이다”라는 말은 기이하게 들릴 수도 있다. 그 까닭은 권력이라고 하는 것이 오직 ‘공권력’ 혹은 ‘정치적 권력'이라는 의미로 한정돼서 협소하게 생각되어 왔기 때문일 것이다. 생활클럽 운동 그룹은 사회시스템과 그 운동역학을 명백히 하기 위해서는 권력이라고 하는 것을 더욱 더 넓은 의미에서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넓은 의미에서의 권력이란 공통의 과제나 공적인 과제의 해결방식을 결정하는 힘을 말한다. 즉 각 개인들의 결정을 기반으로 한 합의에 자기 자신은 물론 다른 개인 혹은 조직에게 따르도록 만들며 공동으로 결정한 것을 집행하는 힘이 권력인 것이다.   
 생활클럽 운동 그룹이 사용하는 사회적 권력이란 개념은 넓은 의미에서의 정치권력을 가리키는 개념이다. 즉, 사람들이 조직을 만들어 문제해결을 목표로 행동한다고 하는 것은 ‘사회적 권력’을 만들어 내는 행위와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따라서 생활클럽 운동 그룹에서는 사회적 권력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1) 조직의 의사에 개개인의 멤버의 의사를 복종시키는 강제력임과 동시에,
 2) 공통의 합의를 기초로 멤버의 힘을 하나로 결집하는 것을 통해 다른 조직이나 조직 바깥의 개인들에게 자신들의 의사를 강요하는 강제력을 뜻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자면 생활클럽 운동 그룹에서는 생활클럽 생협이 실천하고 있는 반별예약공동구입을 사회적 권력을 형성하는 운동의 전형으로서 위치 짓고 있다. 모래알처럼 흩어진 개인들로서는 조금도 사회적인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구매력이지만, 반별예약공동구입을 통하여 단품마다 각 개인들의 주문에 대한 요구사항과 의견을 정리하는 결정을 행하고 그 결정에 각 개인이 따르는 것을 통해 커다란 구매력을 형성함으로써 생산자가 무시할 수 없는 사회적인 강제력(문제해결능력=사회적 권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힘이 생산자들로부터 안전한 소비재를 제공받고 싶다는 조합원들의 의지를 생산자들에게 강제함으로써 조합원들의 공통의지를 실현하게 된다는 점에서, 반별예약공동구입은 사회적 권력 만들기 활동이라는 것이다.(요코다 카쓰미(橫田克巳)『市民資本섹터를 만들기 Ⅲ―포스트 자본주의 사회시스템의 섹터 밸런스―』가나가와 네트워크 운동, 2001년, 18-19쪽을 참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