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당' 2008. 1. 24. 21:41
요즘 신문이나 인터넷을 보면, 깜짝깜짝 놀라게 됩니다. 매일 놀라운 소식들이 올라오거든요. 오늘 발표된 영어로 중.고등학교에서 수업을 하게 한다는 것도 참 놀랍지만, 며칠전에 새만금에 세계최대의 골프장을 건설하겠다는 소식도 놀라웠습니다. 게다가 새만금에는 큰 항구도 만든다네요. 경-부축이 물류의 핵심라인이므로 물류를 위해 경부운하를 만든다면서, 한참 떨어져 있는 새만금에는 30만톤 배가 들어올 수 있는 새만금 신항을 만든다네요. 경부운하를 파고 그 운하를 통해 곧바로 중국,일본에 갈 것이라고 운하추진 측 교수가 티브이 토론에서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는데, 왜 새만금 신항은 또 만들려고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경-부운하를 나온 배가 새만금 신항을 들렀다가 중국-일본으로 가려는 것인지? 참 모를 일입니다. 
얼치기 개발주의를 두고 볼 수는 없을 것같네요. 경향신문에 쓴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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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경제·환경 망치는 ‘정치성 개발’
입력: 2008년 01월 23일 18:30:57
 
과거의 경험으로부터 배우지 못하는 자는 어리석은 사람이다. 그러나 지금 새롭게 출발할 정부의 핵심인사들은 과거의 경험으로부터 배울 생각이 별로 없는 것 같다. 지난 시절 섣부른 개발정책들이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고 지역의 환경을 파괴하고, 부동산투기를 낳았던 뼈아픈 경험들이 있다. 가까운 예로 막대한 예산을 들이고도 무용지물이 된 시화호 사업을 들 수 있다. 그런데 차기 정부는 충분한 타당성 검증도 없이 한반도 대운하 사업을 비롯한 여러 개발사업들을 추진하려 하고 있다. 벌써 인근 지역의 땅값이 들썩인다는 소식이 들린다.

-시화호·새만금의 실패 교훈-

새만금 간척사업도 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당초에 3조3000억원을 예상하고 시작한 새만금 사업이지만, 앞으로 그보다 몇 배가 넘는 돈이 들어갈지 모르는 상황이다. 새만금 사업은 1998년 감사원에서도 경제적 타당성이 없다고 밝힌 사업이지만, 정치논리에 의해 추진이 되었다. 환경단체에서 소송을 제기하자 정부는 끝까지 농지로 사용한다고 우겨서 법원에서 승소판결을 받았다. 그런데 이제는 새만금 간척지의 70%를 산업·관광용지로 개발한다는 이야기가 인수위 관계자의 입에서 나오고 있다.

차기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다른 개발정책들도 그렇다. 지금까지 경험을 보면, ‘민자사업’이나 공공사업들이 국민의 ‘혈세를 먹는 하마’로 전락하는 공식이 있다. 일단 경제성 평가를 할 때에 수요예측을 부풀리고, 들어가는 비용은 줄여서 계산한다. 그렇게 해서 경제성이 없는 사업을 경제성이 있는 것으로 둔갑시킨다. ‘민자사업’도 말이 민자사업이지 민간사업자들은 손해를 볼 생각이 없다. 그래서 민간사업자들은 여러 안전장치를 정부에 요구하고, 정부는 그것을 보장한다. 그러나 막상 공사가 완료되면 경제성 평가는 엉터리였던 것으로 드러나고, 결국 사업실패로 인한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이런 공식대로 이루어져서 국민의 세금을 낭비한 사례들은 많다. 그런데 차기 정부는 한반도 대운하처럼 경제적 타당성도 검증되지 않았고 국토와 환경에 큰 악영향을 끼칠 염려가 있는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하려 한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이런 개발정책에 지방자치단체들이 호응하는 것이다. 외부의존적인 개발에만 목을 매고 있는 지방자치단체들이 지역주민들에게 개발에 대한 환상을 심어주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합리적인 토론은 사라지고, ‘정치적인 게임’으로 변질되게 된다. 이미 새만금이나 방폐장에서 그런 문제들이 나타난 적이 있다. 한반도 대운하와 관련해서도,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들이 지역주민들을 동원해서 힘으로 사업을 밀어붙이게 되면, 합리적인 검증이나 토론은 불가능해질 가능성이 높다.

-‘대운하’ 지역경제 도움안돼-

그러나 그런 식의 개발정책은 국가경제에도 지역경제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일시적으로 경기를 부양하는 효과는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건설이 끝나는 순간 그 효과는 사라진다. 물론 건설업체들은 이익을 볼 것이다. 그리고 정치인들은 단기적인 치적으로 내세울 것이다. 그러나 국민들에게 남는 것은 낭비되는 세금과 파괴된 환경뿐이다. 나아가 토목건설 중심의 경기부양은 국가경제의 체질에도, 지역경제의 활성화에도 장기적으로는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울 것이다.

그래서 지금이라도 차기 정부는 과거의 실패한 경험들에서 겸허하게 배울 필요가 있다. ‘남이 하면 안 되고, 내가 하면 된다’는 생각은 오만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사업의 경제적 타당성, 환경적 영향을 여과없이 투명하게 검증받고, 그 과정에서 문제가 있는 사업은 포기하는 것이다. 그것이 진정한 용기일 것이다.

〈하승수 / 제주대 법학부 교수·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