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잔 밑 여성리더십을 만나다
할아버지 삼우제를 지내고 왔다.
아흔이 훌쩍 넘으셨으니 다들 호상이라고 한다.
호상이란 웃어도 아무도 뭐라 안하고
5분이상 우는게 이상스러운 초상집을 말하는거 같다.
물론 결산도 착해야 내실있는 호상이라는... - - ;;
이번 호상에 크게 기여한 인물이 있었으니 바로바로 우리 막내고모다.
떡 벌어진 어깨에 어디하나 나약한 구석이 없는 팔다리
태릉선수촌 복장에 더벅버리 (머리카락은 뻣뻣)니 멀리서 보면 딱 삼촌이였고.
개고기를 입에 달고사는 입맛하며
처녀적부터 남자직원들과 지나치게 격의없이 지냈던 라이프스따일은
어린 내 눈에 '여자가 저렇게 살 수도 있구나.' 싶었다.
고모는 어디서나 티가 나는 사람이다.
이번 장례식장에서도 지나치게 큰 웃음이 들린다...싶은 곳은 백발백중 고모가 앉은 자리다.
고모손님은 기본이 단체이시고
우리집 인맥으로는 딱히 계산이 안나오는 지역구 국회의원, 보좌관들이
막 인사를 하러 오고 뭘 보내고 그런다.
- 와! 고모~~ 동네에서 부녀회장 한다더니 대단하네~~
- 이년이~~~!! 동대표라니까!
(우리고모는 한 문장에 욕 한구절 꼭 써주시는 육두문자 몰입대화의 달인이기도 하다.
참고로, 나는 고모의 욕이 참 좋다. 고모가 나한테 욕을 많이 섞어 줄 수록
아....나는 사랑받고 있구나...라는 생각마져 든다. 하하하 =3=3 삐질... 하하=3=3)
부녀회 따위 작은 물에서 놀지 않는다는
동대표의 자부심과 포~~쓰가 느껴지는 대목이랄 수 있겠다.
5년간 장기집권하고 있다는데 그 비결인즉
나 아니면 누가 이렇게까지 할 수 있겠냐는 업무완성도와 커미션을 받지 않는 청렴함
그리고 지난 해 구청으로부터 16억 예산을 받아내는 1등 공신이였기때문이라는
얘기가 착착 나온다.
(그리고 수 많은 지역활동 무용담을 들어야 했다. - - ;;)
근데 그 16억을 따내기 까지 고모가 한 일이 이렇다.
일단 동네사람들(특히 주부들)을 모조리 모아가지구 의회방청을 간다.
고모표현으로는 야조리 뒷좌석에 좌라락 앉혀놓고 눈을 이리 딱! 부리고 있으면
그것 만으로도 압력이라나?
담당 정해놓고 구의원들한테 전화돌리고, 발언체크하고,
지구당 돌면서 단도리하고
일이 어째 껄쩍지근하게 돌아간다 싶으면 구청 앞에서 마이크 한번 잡아주었단다.
(이거 이거 나도 한때 많이 한...어디서 많이 본 래파토같은데?)
그리고 그 다음 말.
근데 처음엔 공무원만 갖구 메달렸는데
방청해보니까 구의원 앞에서 완전 고양이 앞에 쥐였다나?
그래서 구의원이 뭐하는 무리들인지 궁금해졌단다.
그것도 한 놈한테만 말해서는 말발이 안 먹힌다며
발언을 하고 투표를 하고 절차가 아주 까다롭더란다.
근데 지난 번 일하면서 이 판이 어찌 돌아가는지 확실히 익혔단다.
(와우~~~ 고모! 지역정치를 알았네 그려.)
다음 말은 더 입벌어진다.
근데 그 구의원이 연봉이 5,700이라는 말에 더 놀랐단다.
자기도 이번엔 구의원이나 나가볼까~~~ 한다는 말에
- 우와~~~ 고모! 고모 선거 나가면 말해. 내가 주소 옳겨서 찍어줄꼐!
난 고모에게 한껏 사랑받고 싶은 마음에 진심으로 오바를 했는데
고모왈
- 이년아~~ 니가 안 와도 난 뽑혀~~
우리 아파트 사람이 몇명인데!
꽈당! 아이쿠 사부님!
벌써 표계산까지 끝난 고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