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린스키와 황주석
그리고 최근 풀뿌리운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주민조직화에 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알린스키의 조직론에 대해 이해하는 것도 의미는 있는 것같습니다. 특히, 알린스키 사후에 미국에서 어떻게 평가가 되고 있고, 현재 미국의 주민조직화(Community Organizing)가 어떻게 이루어지는 지를 이해하는 것도 필요한 것같습니다.
지난 겨울에 관련된 자료들을 읽었습니다만, 짧은 영어실력의 한계로 명쾌하게 정리되지는 않더군요. 다만 고 황주석 선생이 알린스키의 조직론에 대해 평가한 글을 최근에 읽었습니다. 알린스키의 조직론과 그에 대한 황주석 선생의 평가를 간단하게 소개합니다. 알린스키에 관한 내용은 중앙일보 시민사회연구소에서 발행하는 '시민사회'에 제가 정리해서 기고한 내용중 일부를 발췌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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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린스키와 IAF
미국의 사회운동, 특히 지역사회조직화에서 솔 알린스키(Saul David Alinsky)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는 없다. 1909년 시카고의 빈민가에서 태어나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낸 알린스키는 시카고 대학을 졸업하고 범죄학 관련 연구ㆍ상담 등의 일을 한다. 그리고 30대부터 시카고 빈민가에서 본격적인 지역조직가로 활약하면서 전설적인 조직가(Organizer)가 된다.
알린스키는 주민들이 스스로의 힘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강조한다. 즉 그는 가난한 사람들이 스스로의 권리를 위해 싸우도록 조직했다. 또한 그는 자신과 같은 직업적인 지역조직가(Community Organizer)를 훈련해 내는 일도 시작한다. 그가 길러낸 조직가들은 미국 전역의 흑인, 멕시칸 빈민가에서 조직활동을 한다. 알린스키는 말년에 중산층 조직화의 필요성을 역설하기도 한다.1)
지금도 그가 1940년에 설립한 Industrial Areas Foundation(http://www.industrialareasfoundation.org/)를 통해 미국의 21개주와 캐나다, 독일, 영국에서 56개의 지역조직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알린스키의 조직론은 1970년대 한국의 도시빈민운동 등의 사회운동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 학생운동, 노동운동을 거쳐 YMCA에서 풀뿌리지역운동에 헌신했던 고(故) 황주석 선생은 “1970년대 초에 선배들로부터 배웠던 조직이론은 알린스키라는 미국 지역조직운동가의 이론”이었다고 회상한다. 그에 따르면 알린스키가 1970년대 초에 한국에 와서 몰래 기독학생회 간부들과 만난 적도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자신의 세대는 알린스키의 조직방식을 열심히 배우고 실천했던 세대임을 인정한다. 알린스키의 조직이론에서 나온 몇가지 원칙, 즉 “모든 힘은 주민으로부터 나온다. 그리고 리더도 주민 안에서 나온다. 조직의 기초는 주민의 이해관계”라는 원칙을 받아들이고 실천했다는 것이다2).
그러나 황주석 선생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아래와 같이 알린스키의 조직론에 대해 비판적인 평가도 내리고 있다.
"1980년대에도 알린스키 식의 조직운동 원칙은 아무런 문제의식없이 받아들여졌습니다. 그러나 그 후 1980년대 중후반을 거쳐 삶의 질이 문제가 되는 생활시대로 넘어오면서 주민의 이해관계만으로 조직을 움직이는 운동에 한계를 느끼게 되었습니다. 조직의 목표를 이해관계 뿐만 아니라 주민의 희망과 꿈을 실현하는 운동으로 확대함으로써 YMCA는 진일보할 수 있었습니다. 더 나아가 공공선을 지향하는 운동은 이해관계를 축으로 일어나기 보다는 꿈과 희망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는 새로운 시각이 형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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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알린스키의 조직론에 대해 여러가지 평가들이 있겠지만, 하늘아래 새로운 운동론은 없다고 하는 식의 평가도 있는 것같습니다. 즉 알린스키가 정식화한 조직이론도 그 이전에 미국사회에서 전개되었던 사회운동의 경험들을 정리한 것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조직론은 끊임없이 새로운 경험들과 사회의 변화들을 수용하면서 발전해야 할 것같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이론이 오히려 현실과 사람들의 의식을 따라가지 못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는 것같습니다. 그래서 최근의 풀뿌리 운동의 경험들을 모으고 그것을 정리해서 많은 사람들이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한 것같습니다.
1) 안재웅, “조직의 사도 알린스키 -그의 생애를 중심으로”, 기독교사상, 1973년 6월호, 대한기독교서회, pp. 70-78 참조
2) 황주석, 『마을이 보인다 세계가 보인다』, 그물코, 2007, pp. 71-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