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소개] '인문학 강좌'를 준비하는 철암어린이도서관 김동찬 샘이 보낸 메일입니다.
최근에 대전 짜장도서관, 도봉 초록나라도서관, 인천 푸른샘도서관, 철암 어린이도서관, 관악 난곡도서관 등의 실무자들과 [도서관 모임]을 하나 갖고 있습니다. 현재는 조금씩 공부를 하고 있는데요, 조만간 공부한 내용을 전문적이진 않지만, 작은 자료 하나를 내기로 했습니다.
간간히 이 분들과 메일을 주고 받고 있는데, 철암어린이도서관의 김동찬 샘이 메일을 하나 보내주셨습니다.
철암어린이도서관에서 '인문학 강좌'를 준비하고 있는데, 그 과정이 무척 재미 있네요.
아래 내용입니다. 함 읽어보세요. 동네 도서관이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고, 또 그 아이들은 동네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감동을 받을 수 있는 글입니다.^^
============================================
지난 주 부터
'인문학 강좌'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인문학 강좌'를 고민하게 된 계기와 준비 과정은 이러합니다.
5월 23일 금요일 낮에
6학년 성일이와 이야기를 했습니다.
성일이는 초등학교 저학년 때 도서관에 부지런히 다녔는데, 작년부터 잘 안 옵니다.
아이들이 열심히 뛰어노니 책읽기 방해되고
예전에 했던 활동이 유치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도서관 안 오니?"
"제가 하고 싶은게 있어야지요"
"어떤 거니?"
"저는 음악가가 되고 싶어요."
"악기를 배우고 싶니?"
"예, 부모님께서 알아보고 계세요"
"부모님과 잘 의논하는게 좋겠다. 성일이가 어떻게 준비하는지 듣고 싶다"
40분 간 성일이 말에 깊이 빠져들었습니다.
성일이는 음악가가 꿈입니다.
꿈을 이루기 위해 아주 구체적으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음악가가 되려면 원하는 대학에 진학해야 하는데,
황지고 음악선생님께서 학생들을 잘 지도하고 음대에 많이 보내셨다는 정보를 듣고,
4년 뒤에 황지고에 가기로 마음먹었습니다.
황지고 관악반에 들어가려면,
악기를 한가지 이상 다뤄야 합니다.
성일이는 트럼펫을 배우겠다 마음먹고,
부모님께 트럼펫 학원이나 지도해 주실 분을 소개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노래 연습도 해야 하는데 스스로 생각하기에 변성기가 오는 것 같아서
지금 소리를 지르면 연습이 물거품이 되니,
변성기가 지나고 노래 연습을 한다고 합니다.
아주 구체적으로 삶과 진로를 그리고, 준비하는 모습이 대견해서
"어떻게 그렇게 구체적으로 꿈꾸고 준비하니? 다른 아이들도 그렇게 할 수 있게 돕고 싶다"
했습니다.
성일이 말이,
"학원이나 도서관 안가고 집에 있으니까 심심해서 그래요" 합니다.
요즘 도서관 안오는게 도리어 꿈꾸는데 도움이 되었다는 말인가?
마음에 파문을 일으켰습니다.
"집에서 놀다가 방에 앉아 있으면 책을 보게 되고, 책 보다가 누워 있으면 생각할 시간이 많아요. 그러면 어떤 사람이 될지, 무슨 일을 할지 그려보고 구체적이 되요. 아이들은요, 학교, 학원, 학습지 하느라 바빠요. '땡땡이 치고 싶다', '쉬고 싶다' 그러면서 엄마가 시키니까 해요. 저도 전에 학원다닐 때 정말 가기 싫어서 말씀드리고 안가겠다고 했어요. 진지하게 말씀드리면 될텐데, 몇 번 땡땡이 치고 야단 맞고, 부모님은 '얘가 공부를 안하는가 보다' 싶어서 더 많이 보내려고 해요. 아이들도 쉬고 싶을 때가 있는건데, 어른들은 아이들을 공부하는 기계로 생각하나봐요.
아이들이 바쁘고 쉬고 싶으니까, 자기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 생각할 시간이 없어요.
그리고 도서관에 가면요. 요즘에 아이들이랑 올챙이 잡으러 가잖아요.
아이들은 재미있는 것만 따라다니다가 진지한 생각을 할 시간이 없어요.
지난 번에 보니까 선생님이 개울에 놀러가자 하니까 책보던 아이들까지 다 나가더라고요.
어른들은요, 아이한테 어떤 사람이 되면 좋겠다, '좋겠다'고 하지 않고요.
여기 저기서 소문을 듣고, 가장 빨리 취업해서 돈 많이 벌 수 있는 직업을 정해놓고 그대로 공부시켜요. 스스로 생각해서 선택할 시간이 없어요. 노는 것도 마찬가지에요. 선생님이 하자는대로 따라가면 스스로 생각할 시간이 없어요. 놀면서 스트레스 푸는 것도 있지만, 생각을 안하는게 문제에요. 부모님 일이주에 한 번 진지하게 이야기 나누는게 큰 도움이 되요. 부모님들은 일하고, 빨래하고, 밥하고, 돈벌어야 하니까 집에 오면 아이들과 이야기 하고 귀찮겠지만, 열심히 돈벌어서 학원보내거나 상담가 한테 맡기는 것 보다, 부모님이 직접 아주 가끔 진지하게 이야기 나누는 게 큰 힘이 되요.
부모님이 있어도 잘 안들어주시거나, 할머니가 야단만 치는 애들은 선생님이 말씀하시면 도움이 될거에요. 방학 때 광활 선생님 오시면 활동하기 전에 잠깐씩 아이들과 진지하게 꿈을 적어보거나 그려보면 좋겠어요. 적은 걸 나중에 다시 읽어보고, 고쳐보고 다듬다 보면 꿈이 구체적이 돼요."
성일이가 꿈을 구체화하고 준비하는 과정에 큰 도전을 받았습니다.
어떻게 살지, 어떤 일을 할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아주 구체적으로 준비하는 모습에 깊이 감동했습니다.
책, '자발적 가난'에 가난하게 사는 것이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스스로 택한 가난, 검소한 생활은 기쁨이지만, 타의로 억지로 겪어야 하는 가난은 지옥과 같다고 합니다.
좋은 것이라도 '선택의 여지'가 없이 정해진대로 따라야 한다면 교조주의에 빠지는 것이겠습니다.
공부건 놀이건, 창의학습이건, 영재교육이건, 심지어 자기주도적 학습일지라도. 부모님이나 선생님이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방식, 아이들에게 '선택의 여지'가 없는 방식은 반복하는 기계 동작이나 생각과 행동이 묶인 수용소 삶과 같습니다.
성일이에게 성일이가 꿈을 정하고 구체적으로 준비하는 과정을 동생들이나 친구한테 말해줄 수 있는지 물었습니다.
좋다고 합니다.
부모님들께도 말씀드리고 싶다고 하니,
"직접 말씀드리기는 조금 그렇고요. 제 이야기를 부모님들한테 해주시면 좋겠어요" 합니다.
성일이 이야기 중에 다른 아이들이나 부모님들과 나누고 싶은 내용을 '우리 마을 아이들을 잘 돕고 싶습니다'는 글로 정리했습니다.
1. 나는 어떻게 살고 싶은가? - 철학, 신앙
2. 나는 어떤 일을 하고 싶은가? - 진로, 직업
3. 공부를 잘 하고 싶다. - 좋은 문화, 실력 기르기, 인생지도 그리기
23일 저녁 7시
마을 의원 원장님께서 도서관에 찾아오셨습니다.
22일 오후에 마을 아이들 공부나 무엇 도울 것이 있을지 의논하고 싶어
찾아오시겠다고 전화를 주셨습니다.
몇 주전 고등학생 주희와 나눈 대화, 성일이와 나눈 이야기 중에 중요하다고 여기는 바를
글로 정리해서 보여드렸습니다.
마을 아이들을 잘 돕고 싶다 말씀드렸습니다. 원장님께서 하실 수 있는 것을 여쭈었습니다.
삶과 진로에 대한 고민은, 스님, 목사님, 신부님이나 좋은 강사분을 모시고 강연회를 해보자 하십니다. 강사 섭외 비용은 내시겠다고 합니다. 공개 강연회를 몇 차례 하면 자기 삶을 깊이 생각하고 공부하려는 아이들이 있을테고, 그룹이 생기면 저녁이나 방학 때 아이들 공부를 가르쳐 주실 수 있다고 합니다.
원장님은 의사가 되려고 20년 동안 시험을 쳤습니다. 고등학생 조카를 가르쳤고, 영문법 강좌나 전과목 지도를 하실 수 있습니다. 인생이나 건강강좌 등도 파워포인트를 준비하실 수 있다고 합니다.
5월 23일 금요일 저녁
사회복지정보원 한덕연 선생님과 통화. 인문학강좌로 구체화. 돌아가신 YMCA황주석 선생님 책과 활동 소개해주심.
마을이 보인다 사람이 보인다
5월 24일 토요일
가족나들이 때 마을 어머니 여섯 분과 의논. 긍정적인 의견.
5월 26일 월요일
- 봉화군 소천중고등학교 방문. 교무부장 선생님과 국어선생님께 자기주도적 학습, 도서관 수업 사례 듣다.
- 6학년 원성일과 진행 과정 나눔. 인문학강좌를 한다면 예비모임부터 역할을 맡아 참여하고 싶음. 자기 삶을 진지하게 준비하는 같은 반 친구 4명 소개. 학교 선생님께도 말씀해 줄 것 부탁하며 반 비상연락망 복사해서 줌.
- 6학년 기남이와 의논. 좀 더 생각해보고 친구들 중에도 찾아보겠다고 함.
- 예원이네 엄마. 어머니 자신과 아이를 위해서 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