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북구 풀뿌리 지도자 간담회
아직, 이 네트워크가 무엇을 할 지 정하지는 않았지만, 일단은 이렇게 만나 정보도 공유하고 자신들이 처한 어려움과 고민들을 나누고 공동으로 모색하는 활동을 하고자 계획하고 있습니다.
아래의 글은 이 모임에서 컨설팅(?)이랍시고 간단하게 발표한 글입니다.
----------------------------------------
<풀뿌리지도자 간담회>
이 호(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 소장)
○ 우리가 지역사회에서 주민들과 함께 모임을 진행하고 이를 발전시켜 나간다고 할 때 크게 두 가지 관점이 상호 충돌하기도 함. 그 두 가지 관점이란 모임에 참여하는 구성원들이 자기 만족과 자기 성장에 집중하고자 하는 것과 해당 모임이 지역사회에서 어떠한 역할을 할 것인가에 집중하는 것
○ 황주석 선생은 이를 두고, 전자를 목적으로서의 조직 또는 모임, 후자를 수단으로서의 조직 또는 모임이라 설명하고 있음
○ 목적으로서의 조직은 구성원들의 자기 욕구를 실현하고 상호 이러한 욕구를 나눔으로써그 자체로서 대안적인 사회의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바람직함. 그러나 이는 일반 계모임이나 동호회 등의 폐쇄적인 모임과 아무런 차별성이 없음. 실상, 집단이기주의적 성향을 나타내는 모임, 예를 들면 조폭들도 이러한 목적으로서의 조직을 운영하고 발전시키는 데에 많은 관심이 있음
- 모임 참여자 스스로와 그 자녀 등의 일차적 가족관계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것도 개별적인 욕구의 실현만으로는 이루어지지 않고,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지역)사회의 변화를 통할 때 보다 근본적인 문제해결이 가능할 수 있음
- 또한 모임 그 자체의 활동에 머무르지 않고, 보다 넓은 (지역)사회로 활동 영역이 확장될 때 내부의 지도력이 지속적인 발전을 할 수 있는 여지가 많기도 함
○ 수단으로서의 조직은 외적인 환경에 조응하는 활동을 주로 한다는 차원에서, 우리에게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환경을 변화시키려는 경향을 갖는다는 점에서 바람직함. 그러나 내적으로 참여자들의 성장과 발전이 없는 (지역)사회의 변화가 가능한가 라는 의문에 대하여서는 답을 제공해 주지 못함. 오늘날 시민운동이 위기를 맞고 있다는 평가가 많은데, 이는 주로 지나치게 수단으로서의 조직을 강조하였기 때문이라 볼 수 있음
○ 문제는 이 둘을 어떻게 통합할 것인가에 달려 있음. 내적인 구성원들의 성장과 발전을 이루어내고 이를 통해 지역사회의 변화에 기여할 수 있는 길을 찾아내야 함. 이는 당위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각 관점의 성과가 잘 나타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임
○ 풀뿌리운동은 시민들의 참여를 조직하고, 참여자들의 지도력을 강화시키는 과정을 통해 지역사회를 변화시키는 과정과 방식을 의미하는 것. 따라서 현재 간담회에 참여하는 이들이 고민하는 내용은 바로 풀뿌리운동이 항시 고민하는 내용과 별로 다르지 않음
○ 현재의 이러한 고민은 풀뿌리운동의 기반이 일정 정도 형성되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므로, 지금까지 지역사회에서 일정한 성과와 발전을 이루어왔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음. 즉, 성장통을 겪고 있는 중이라 하겠음
○ 그러나 이 간담회에 참여한 이들의 고민을 통해서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이 둘을 조화시킨다고 하는 것이 그리 쉬운 문제가 아님. 애초 참여자들은 자기 욕구를 바탕으로 모임에 참여하게 되고, 섣부른 활동 영역의 확장은 오히려 참여자들의 동력을 급격히 떨어뜨릴 수도 있음
○ 고민에 대한 답을 지속적인 만남을 통해 스스로 찾아보아야 하는 것이지만, 지역사회에서 특정한 모임이 내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성장・발전하는 과정에서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것은 내적 역량에 걸맞지 않는 외적 활동들은 자칫 내적인 발전이나 외적인 역할 증대 모두에 있어서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임
○ 또한 개인적 욕구로 모임에 참여한 사람이 옆 사람의 논리적 설득으로 자신의 욕구를 사회적인 것으로 변화시키는 사례는 매우 드뭄. 스스로 그 욕구를 사회적인 것으로 수렴 또는 통합시키는 과정을 거치도록 할 필요가 있는데, 그것은 사람마다 다양한 성품과 특성이 있기에 일률적인 것으로 접근할 수 없음.
○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러한 활동 내용의 확장이 참여자들에게 기쁨과 보람을 줄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고, 또한 그러한 보람과 기쁨을 맛볼 수 있도록 도와주려는 주위의 노력이 필요함. 그러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자극적인 것보다는 참여자들이 손쉽게 참여할 수 있는 조그마한 일들로부터 외부사업에 참여하고자 하는 세심한 노력이 필요
- 즉, 사업 그 자체의 필요성에 의해 사업을 진행시키기보다는 참여자들이 관심있어 하고 재미있어 하는 할 수 있는 일들로부터 외부사업을 시작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됨
○ 결국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지역)사회를 보다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과정은 함께 하는 사람들의 변화가 일어나고 그러한 변화가 보다 많이, 즉 집단적으로 일어날 때 변화의 큰 힘으로 작용할 수 있는 것임.
○ 그런데, 이러한 변화에는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당장의 어려움은 성장과 발전의 진통기에서 나타나는 것이라 볼 수 있으며, 이는 각 모임들이 처해있는 기회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봄
○ 마지막으로 이러한 간담회가 일정한 네트워크를 형성하게 될 때에 대하여 한 가지 의견을 제시하고자 하는데, 당위적으로 서로 만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만으로 네트워크를 유지하고자 하는 시도는 항상 실패로 끝나고 만다는 것임. 각자가 이 네트워크를 통해 무엇을 얻을 수 있을지, 그것을 얻기 위해서는 네트워크에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보다 명확히 설정하는 것이 성공의 기본적 요건이라 볼 수 있음
○ 이를 위해 향후 이 네트워크를 단체 대표 간 또는 대표자 간 네트워크로 설정하기보다는 지역사회 활동을 주로 하는 개인 참여 네트워크로 설정할 수도 있다고 봄. 즉, 각 단체는 자신의 일상활동에 집중하고, 지역사회에 직접적으로 관계를 맺고 지역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한 다양한 외부 활동을 추진하는 주체로 설정할 수 있다고 봄.
- 이는 각 단체와 네트워크의 역할분담인데, 각 단체는 참여자들의 욕구에 충실한 활동을 통해 지속적으로 참여자의 지도력을 강화시키려는 노력을 하고, 이들이 일정 정도의 지도력을 갖추었다고 판단되면(서서히 지역사회 활동에도 관심을 갖게되면), 이 네트워크를 통해 새로운 활동과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체계를 의미함
- 물론, 이러한 네트워크를 각 단체와 별도로 구성하는 것은 앞서와 같은 장점과 있지만, 그 과정에서 예기되는 문제점도 많을 수 있으므로, 많은 고려와 고민이 필요할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