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세한다는 것이다. 이들이 해야 하는 일은 오로지 스스로의 파워를 유지·강화하는
일 뿐이다.
때로는 조직원 중에 나쁜 일을 하다가 적발되는 자가 있어도, 시간이 좀 지나면
해결해 준다. 조직의 파워가 강할 때에는 조직원들에게 ‘낙하산’으로 돈 많이 받는
자리도 마련해 준다.
경쟁하는 조직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도 이 조직의 중요 과제이다. 그래서
비슷한 조직이 함부로 만들어지지 않도록 진입장벽을 튼튼하게 쳐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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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많은 국민의 세금을 받고 있는 정당들이 정치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에 대한 국민들의 심판은 이미 내려졌다.50%를 밑도는 총선 투표율은 정당들이 주인공이 되어서 벌여온 정당민주주의에 대한 불신임을 의미한다. 사실 정당은 자발적인 정치결사체에 불과하다. 이들에게 국민의 세금으로 보조금을 줄 명분은 희박하다. 미국, 영국은 정당운영비를 보조해 주지 않는다. 독일처럼 정당에 대한 국고보조금을 인정하는 나라도 절대적·상대적 상한제를 두고 있다. 우리처럼 국고보조금을 마구 퍼주지는 않는다. 음성적인 정치자금을 근절하기 위해 국고보조금을 준다지만, 음성적인 정치자금이 국고보조금을 준다고 해서 근절되는 것은 아니다. 한편으로 국고보조금을 받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음성적인 정치자금을 받아 문제된 경우가 한두 번인가.
게다가 우리나라의 정당들은 온갖 종류의 혜택을 받고 있다. 정당에 내는 소액의
당비와 후원금은 10만원까지 전액 세액공제가 된다. 세액공제가 된다는 것은 낸
돈만큼 세금이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내는 사람 입장에서는 부담이 없는
셈이다. 이것은 다른 공익단체나 재단에 기부를 하면 기부한 액수의 8.8∼38.5%
정도만 세금이 줄어드는 것에 비하면, 파격적인 혜택이다.
이처럼 우리나라 정당들은 누릴 수 있는 특권은 모두 누리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특권을 지키기 위해 기성정당들은 정당제도나 선거제도를 자기들에게 유리하게
만들어 놓고 정치를 독점하고 있다. 경쟁자들이 나타나지 못하게 한 것이다.
정당 설립요건을 까다롭게 하고, 정당이 아닌 정치단체는 존재 자체를 부정한다.
여러 선진국들의 경우에는 정당의 설립도 비교적 자유롭고 정당이 아닌 정치단체의
존재도 인정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철저하게 기성정당들에 유리한
제도를 만들어 놓은 것이다. 또한 선거운동에 대해서도 매우 까다로운 규제 장치를
두고 있다. 이것도 새로운 정치세력이 기성정당의 기득권에 도전하는 것을 막는
효과를 가져 온다.
정당들은 국민의 세금으로 직·간접적인 혜택을 누리면서 선거 때에만 국민들에게
고개를 숙이고 선거가 끝나면 국민들 위에 군림하는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
국민들에게는 ‘경쟁’을 강조하면서, 정작 자신들의 영역인 정치는 비경쟁적인 독점
구조로 만들어 놓았다. 그런 기성정당들이 ‘경쟁’을 이야기하면서 공공부문 개혁을
이야기하고, 일부 시민단체들이 국가로부터 일부 사업비를 지원받는 것을 가지고
비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런 이야기를 하기 전에 정당에 대한 국고보조금부터
대폭 줄이고 스스로 누리는 각종 특권부터 해체하는 것이 우선이다.
기성정당들이 스스로 행하지 않으면, 국민들이 나서서 그들의 특권을 해체해야 할 것이다.
그것만이 ‘기성정당들이 만든 대의민주주의의 위기’를 극복하는 길이다.
하승수 제주대 법학부 교수·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