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내음 팀블로그/하승수의 "두서없는삶과자치이야기"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가 창립합니다.

'녹색당' 2008. 10. 1. 14:22
지난 여름부터 참여연대에서 일하던 전진한 님 등 정보공개와 '알 권리'에 관심있는 분들이 모여서 새로운 단체 창립을 준비해 왔습니다. 저도 미약하나마 참여해 왔습니다.

저도 풀내음에 정보공개와 관련된 글도 올리고 했었지만, 저 개인적으로 정보공개제도야말로 시민주권이 실현되기 위한 핵심제도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2000년쯤에 일본 시민운동을 탐방할 기회가 있었는데, 오사카에서 정보공개와 관련된 분들이 모인 모임에 참관한 적이 있습니다. 70넘은 할머니, 할아버지와 기자, 주부 등이 참여하는 작은 모임인데, 모두들 저마다 정부나 지자체를 상대로 정보공개청구를 하고 소송까지 하고 계시더군요. 그 분들께 왜 이런 활동을 하느냐고 물었더니, 일단 재미있고 이런 활동을 하면 정부가 아니라 시민이 주인인 것을 느끼게 된다고 하시더군요. 일본도 관이 우위에 있던 사회인데, 정보공개같은 것을 통해서 시민이 관보다 우위에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고 하셨습니다. 어떤 할머니는 자기가 변호사보다도 정보공개법에 대해 더 잘 안다고 말씀하시더군요. 일본 전역에 이런 식의 작은 모임들이 흩어져 있다는 것에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그 때 일본의 정보공개 관련 전문NPO인 '정보공개 클리어링 하우스'라는 단체 분들도 만났는데, 그 단체에도 다양한 분들이 모여서 정보공개청구를 하고 시민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하고 자료를 만들어내는 활동을 활발하게 하고 있었습니다. 그 때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단체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 보기도 했습니다. 참여연대가 정보공개운동을 하고 있었지만, 좀더 집중해서 이 운동을 하는 단체가 필요하다고 느꼈던 거지요.

우리나라도 1998년부터 정보공개제도가 도입되어 있습니다. 저도 관련된 활동도 해 보았고 정부를 상대로 한 소송도 해 보았습니다. 국세청, 국가정보원, 서울지방검찰청, 재정경제부, 기획예산처, 서울시, 서울시내 25개 구청 등이 제가 참여했던 소송의 피고들이었습니다(좀 무시무시한 데들도 많았지요). 이런 기관들에 대해서 일개 시민이 정보를 요구할 수 있는 제도가 정보공개제도입니다. 상당히 강력한 시민참여제도이지요.
그러나 소수의 단체나 사람들이 하는 활동만으로는 한계가 많았습니다. 상대해야 할 정부조직들은 너무나 많고 그들의 관료주의는 너무 뿌리가 깊었습니다. 그 때 느꼈던 것이 정보공개에 대해 더 많은 사람들이 알고 참여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는데요. 그 이후에 세월이 흐르면서 언론사 기자들을 포함해서 더 많은 분들이 정보공개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전문 단체를 통해서 정보공개운동을 한단계 높일 때가 된 것같습니다. 일본이나 미국에는 정보공개운동을 전문적으로 하는 단체들이 이미 존재합니다.

그동안 기록관리와 관련된 민간연구소인 한국국가기록연구원에서 창립을 위한 여러 지원도 해 주셔서 창립준비를 비교적 순탄하게 해 왔습니다. 실제로 정보공개제도를 활용하면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던 언론 관계자들과 시민사회에서 '알 권리'를 위해 활동해 왔던 분들, 그리고 기록정보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연구자들이 중심이 되어 준비하고 있습니다. 참여하는 분들이 각자 하는 일도 다양하고 성향도 다양한 편이지만, 정보공개라는 하나의 주제에 대한 관심으로 모인 독특한 단체입니다.

앞으로 관심있는 많은 분들과 소통하고 협력하면서 두터운 관료주의와 비밀주의의 벽을 깨는 데 일조를 하는 단체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특히 요즘들어 부쩍 관료주의와 비밀주의가 강화되고 있습니다. 국가정보원이 주도하는 비밀보호법도 국회에 계류중이구요. 비밀보호법은 비밀의 범위를 통상, 과학기술 관련된 정보까지 넓히면서 비밀정보에 접근하는 행위까지도 처벌하려는 독소조항을 담고 있는 법입니다. 이런 흐름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정보공개와 관련된 전문적인 단체가 필요한 것같습니다.

아직은 재정도 모자라고 해야 할 일에 비해 사람도 부족하지만, 참여하는 분들의 열의가 있어서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정부조직의 관료주의와 맞서야 하는 만큼 정부지원은 일체 받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오로지 정보공개와 알권리, 투명성이라는 주제에만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이제 준비는 왠만큼 되어서 10월 9일날 창립총회겸 개소식을 조촐하게 됩니다. 앞으로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첨부파일로 창립총회 초청장을 붙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