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당' 2009. 12. 3. 07:29
요즘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런 저런 모임들이 만들어지고, 이런 저런 이야기들이 오가는 것을 봅니다.

그런 현상들을 보면서, 오히려 '지방선거'는 실종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면, 지방선거를 MB정권 심판이라는 구도로만 몰고가려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그러나 호남에서 지방선거를 하는데, MB정권 심판이라는 말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호남에서는 민주당이 일당지배를 하고 있는 상황인데 말입니다.  올해 들어 호남쪽에서 시민운동하시는 분들을 몇번 만난 적이 있었는데, 답답함을 호소하시더군요. 지방선거를 바라보는 것도 너무 서울중심이라고 말입니다.

이번에 이명박 대통령이 4대강사업 착공식하는데, 민주당 소속인 전남도지사, 광주시장이 참석한 것을 보셨을 겁니다. 그게 우리 지방자치의 현실입니다. 지역에서는 민주당도 개발지상주의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그런데 민주당과 같이 MB정권을 심판하자는 주장을 하는 것을 들으면, 마음이 개운치 못합니다. 4대강 사업에 찬성하는 민주당 소속 지방자치단체장도 같이 심판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아니 그런 지방자치단체장을 공천한 민주당도 심판해야 하는 것 아닐까요?

그래서 저는 MB정권 심판론을 들으면 불편합니다. 지방선거의 심판대상에는 MB정권만이 아니라 시민의 세금으로 난개발, 예산낭비, 부패를 저지르고 있는 지역의 기득권세력도 포함시켜야 합니다.

그리고 최소한 기초지방선거에서는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야 합니다. 특히 풀뿌리 생활자치라고 할 수 있는 기초지방선거같은 경우에는 그야말로 동네정치의 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 지역의 예산을 어떻게 잘 써서 우리 동네를 좀더 행복한 지역공동체로 만들까? 이런 얘기들이 필요한 장이 지역정치입니다. 그런 부분은 이야기하지 않고, 그냥 '연합'이니 '심판'이니 하는 식으로 몰고가서 과연 정치에 희망이 생길 수 있을까 의문입니다.

물론 우리나라 지방선거가 4대 지방선거를 동시에 실시하는 무식한 방법으로, 총선 중간에 치러지기 때문에 일정 정도 정권에 대한 심판기능을 할 수 밖에 없다는 측면은 인정합니다. 그러나 그게 다는 아니지요. 지역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의 문제가 지방선거에서 논의되지 못한다면, 우리 동네의 교육, 청소년정책, 지역복지, 보육, 생활환경과 같은 구체적인 문제는 정치라는 공간에서 영영 논의되지 못할 것입니다.

지난주 토요일 군포시에서 몇몇 청소년들을 만났습니다. 청소년들의 인권, 학생들의 인권이 보장되려면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에 대해 고민을 나눴습니다. 학생들은 아주 합리적으로 얘기했습니다. 교사의 교권도 존중해야 한다는 얘기도 했습니다. '아동.청소년인권조례'에 담을 내용에 대한 얘기도 나눴지요. 학생들은 주로 학교에서의 얘기들을 했고, 저는 청소년 알바문제, 빈곤 아동.청소년 문제 등을 얘기했습니다. 이런 얘기들이 내년 지방선거때에 이야기되어야 할 의제들입니다.
 

그런데 MB정권 심판으로만 선거를 치르자구요? 그런 식으로 해서는  새로운 사람들이 새로운 문제를 가지고 정치에 참여하는 것도 영영 불가능할 것입니다. 저는 20대 기초지방의원이 많이 나와야 정치가 바뀔 거라고 봅니다. 동네정치에서부터 청년들이 참여하고 그들의 목소리가 정치에 반영이 되어야 합니다.

기득권을 가진 정당과 정치인들끼리 자기들에게 유리한 판을 짜 놓고 유권자들에게는 찍기만 하라는 이런 정치현실을 바꾸려면 동네정치부터 바꿔야 합니다. 그런데 그런 것 신경쓰지 말고 정당기호만 보고 찍으라고 하는 식의 이야기들로 유권자들을 현혹한다면, 우리나라 정치는 영원히 '그들만의 리그'를 면하지 못할 것입니다.

** 동네정치부터 바꾸자 2010 블로그(http://2010net.tistory.com/) 에도 같이 올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