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불어오는 '자치'의 봄바람
요즘 도대체 뭐하고 다니느냐?는 아내의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대학도 그만뒀는데,
뭐 그리 바쁘게 쏘다니냐?는 핀잔이기도 하고 진짜 궁금해서 물어보는 질문이기도 한
것같습니다.
저도 왜 바쁜지는 모르겠는데, 어쨌든 여러가지로 몸과 마음이 부산한 건 사실인 것
같습니다. 2월 초에 지역을 많이 돌았는데, 3월에는 지난주에 여러 지역을 다녀 왔습니다.
14일날 전남 해남에 해남신문 좌담회가 있었서 다녀왔는데, 봄기운이 물씬하더군요.
다녀온 용건은 봄기운과는 무관한, 좀 쌀쌀한 내용이었습니다. 전국공무원노조에서
기초지방자치단체장 업무추진비 사용한 것을 전국적으로 열람했는데, 무척 문제가
많이 나왔다는군요. 아마 조만간에 그 관련된 발표가 있을 것같은데, 세금을 무척 우울
하게 썼다고 합니다. 특히 영.호남의 기초지방자치단체에서 문제가 많았다는데, 두고
봐야 할 것같습니다.
아 참, 해남신문은 옥천신문처럼 지역신문의 모범적인 사례 중 하나입니다. 유료독자
수가 6천명에 달하는 지역신문입니다. 이번에 가서 좌담회를 하는데, 여성편집국장
님이 맞아 주셨습니다. 최근에는 좀 어려움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앞으로 해남신문이
더욱 발전하고 자리를 잡아가기를 기원합니다.
16일날에는 전남 무안에 갔었습니다. 시간이 없어서 비행기를 타고 갔었는데요. 무안
에 공항이 있느냐?고 의아해 하실 분들이 있을 지 모르겠지만, 무안에는 국제공항이
있답니다. 그렇지만 공항은 좀 썰렁했습니다. 김포-무안은 하루에 1대밖에 비행기가
없더라구요. 지역분에게 '공항생겨서 지역경제에 보탬이 되느냐'고 여쭤봤더니, 고개를
설레설레 흔드시네요. 이런 식이라면 토목사업 하나 벌인 것밖에 안 되겠습니다. 물론
공항운영도 적자를 면치 못하겠지요. 이게 우리나라를 '토건국가'라고 부르게 하는
현실입니다.
무안에 간 이유는 '무안아카데미'라는 지역 학습모임이 제안해서 지방선거 후보검증을
위한 100인위원회 발족식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민주당 공천이 당선을 보장하는 현실
에서 지역주민들이 참여해서 후보검증.평가작업이라도 해 보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모임이었습니다. 남성/여성, 지역 등을 고려해서 자발적으로 참여할 분들을 모았는데,
132명이 모였다고 하네요. 아무쪼록 잘 진행되어서 또 하나의 모범사례를 만드시기를
기대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18일에는 경남 밀양에 갔습니다. 밀양에서 여러 조직과 단체에서 활동하시는 분들이
새로운 지역운동을 계획하고 계시는데, 그 과정에서 '마을학교'를 열기로 하셨답니다.
지역에서 새로운 일을 추진하기 위한 일종의 지역기금을 조성하고 계시고, 또 장애인
야학, 공부방 등의 일들도 시작하고 계십니다.
30여분 정도 오셨는데, 진지하게 얘기를 들어주시고 또 질문도 해 주셔서 좋았습니다.
2주 연속 강의라 이번주 목요일에도 밀양에 가게 되는데, 좋은 얘기 많이 나누고 오려고
합니다.
20일에는 제주에서 '제주사회포럼'이 있어서 내려갔다 왔습니다. 사실은 며칠전부터 제
주의 풍경이 눈에 아른거렸었는데, 시간이 없어서 포럼가서 발제만 하고 올라왔습니다.
기회가 되면 한라산도 올라가고 올레길도 걸어보고 싶습니다만.... 제주를 떠난 후에
제주가 그리울 때가 많습니다.
제주사회포럼은 제주지역의 여러 시민사회단체가 모여서 '상상하라. 다른 제주는 가능
하다'라는 뜻에서 시작한 것입니다. 올해가 처음인데요. 지역농업, 복지, 자치모델, 지역
정치 등에 대해 풍성한 얘기들을 나누는 자리였습니다. 제주에서 '제주다운 제주'를 만
드는 움직임들이 더욱 활발해질 것같습니다.
20일 제주도는 기온이 24도가 넘을 정도로 따뜻한 날씨였습니다. 모쪼록 지역에서부터
불어오는 봄바람이 우리 사회에 생기를 불어넣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