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내음 팀블로그/하승수의 "두서없는삶과자치이야기"
경향신문에 쓴 글입니다 - 2.9%의 마법, 그러나 이제 시작이다.
'녹색당'
2010. 6. 9. 20:41
지방선거가 끝난 지 1주일이 되었습니다.
이번 지방선거도 풀뿌리후보들에게는 쉽지 않은 선거였습니다. 아쉬움이 많이 남는 선거지만, 이번 선거에서 투표율이 올라간 것은 긍정적인 것같습다.
투표율은 선거제도로부터도 영향을 받지만, 선거가 재미있느냐에 따라서도 영향을 많이 받는 것같습니다. 접전지역일수록 투표율이 올라갔더군요. 과천의 경우에도 선거가 뜨거웠는데, 투표율이 무려 65.7%에 달했습니다. 경기도에서는 최고이더군요.
투표율이 높았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사람들의 관심이 이어지면 좋을 것같습니다.
아래는 경향신문에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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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5월29일 경향신문 지면을 통해 우리나라 제1당인 ‘무관심당’ 당원들에게 편지를 썼습니다. 투표해야 무시당하지 않으니까 투표 좀 하시라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2일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투표율이 진짜 올랐습니다. 많이 오른 것은 아니고, 지난번 지방선거 때보다 2.9%포인트 올랐답니다. 한나라당이 압승한 2008년 국회의원 선거 때와 비교하면 8.4%포인트 오른 투표율입니다. 그런데 투표결과를 보고 놀라셨지요? 경상남도, 강원도, 충청도를 한나라당의 파란 색깔이 아닌 다른 색깔이 차지했습니다. 서울시의회와 경기도의회의 다수당이 바뀌었습니다. 시장·군수·구청장이 바뀐 동네도 많습니다. 투표율이 조금 올랐는데, 이렇게 큰 변화가 생긴 것입니다.
정치는 우리 생활의 도구
그렇지만 놀랄 일은 아닙니다. 무관심당 당원들이 조금만 움직이면, 이런 변화는 언제든지 가능합니다. 다른 나라의 사례를 봐도 그렇습니다. 2008년 미국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당선될 당시의 투표율은 그 직전 대통령선거 때보다 딱 1.38%포인트 올랐습니다. 그런데 미국 역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탄생한 것입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하냐고요? 투표를 처음 한 신규 유권자들 가운데 69%가 오바마 후보를 지지했습니다. 이렇게 새로운 사람들이 투표를 하고 그 사람들이 새로운 선택을 하면 변화는 가능한 것입니다.
어쨌든 이번 지방선거 결과를 보며 통쾌했습니다. 많은 기득권 정치인들이 뒤통수를 맞았습니다. 자신의 당선을 단 한 번도 의심하지 않았을 정치인들이 유권자들의 심판에 의해 ‘백수의 길’로 들어서는 것을 보며, 저는 민심이 이렇게 무서운 것이구나 하는 걸 느꼈습니다. 그렇지만 지난번에 제가 말씀드린 것처럼, 이번 선거 한 번으로 정치가 확 바뀔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 마십시오. 그런 기대를 가지려면 지금부터 해야 할 일이 더 있습니다.
루소는 선거제도에 대해 논평하면서 ‘투표하는 날 하루만 유권자가 주인일 뿐 투표가 끝나면 다시 노예로 돌아간다’고 얘기했습니다. 루소에 따르면 오랜만에 투표하고 지난 2일 개표방송을 보며 즐거워한 우리는 그 다음날부터 다시 노예가 된 셈입니다.
사실 정치인은 믿을 사람이 못됩니다. 선거 때에는 굽실거리고 겸손한 척하지만, 선거가 끝나면 목에 깁스를 한 것처럼 뻣뻣해지는 정치인들을 수없이 보아왔습니다. 게다가 많은 정치인들은 자기가 잘나서 당선된 것으로 생각하고, 선거가 끝나면 제 맘대로 합니다.
주인이 바로 서야 정치가 바뀌어
이번에도 그런 일이 반복되면 곤란합니다. 애써 뽑아놓은 정치인들이 실망시키면 무관심당 당세는 다시 급격하게 불어날 것입니다. 이번 선거에서도 투표를 하지 않은 골수 무관심당 당원들은 이탈자들에게 ‘그것 봐. 투표해봐야 소용없다니까’라고 큰소리칠 것입니다.
이런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감시의 눈을 부릅떠야 합니다. 어렵게 생각할 것 없습니다. 정치는 우리 생활의 도구이고, 정치인들은 우리 생활을 위해 쓰는 대리인들일 뿐입니다. 심심하면 e메일이나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전화도 합시다. ‘친환경 무상급식은 어떻게 돼 가고 있나’ ‘삽질예산은 얼마나 삭감하고 있느냐’라고 정기 점검을 합시다. 혼자 하기가 어색하면 몇 사람 모여서 같이 해도 좋겠지요. 그렇게 해서 이번에 당선된 정치인들이 똑바로 하게 만듭시다. 그래야 다음번 선거에서 무관심당 이탈자들을 더 많이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사실 이런 일은 수고스러운 것입니다. 그렇지만 평범한 유권자인 우리들이 믿을 것은 우리 자신뿐입니다. 우리는 권력을 탐하지도 않고 정치를 통해 이득을 얻을 생각도 없습니다. 단지 바라는 것이 있다면, 사회가 조금 더 정의롭게 되고 나아지는 것입니다. 그런 순수한 마음을 가진 우리가 주인 노릇을 해야 정치가 제대로 바뀔 것입니다.
이번 지방선거도 풀뿌리후보들에게는 쉽지 않은 선거였습니다. 아쉬움이 많이 남는 선거지만, 이번 선거에서 투표율이 올라간 것은 긍정적인 것같습다.
투표율은 선거제도로부터도 영향을 받지만, 선거가 재미있느냐에 따라서도 영향을 많이 받는 것같습니다. 접전지역일수록 투표율이 올라갔더군요. 과천의 경우에도 선거가 뜨거웠는데, 투표율이 무려 65.7%에 달했습니다. 경기도에서는 최고이더군요.
투표율이 높았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사람들의 관심이 이어지면 좋을 것같습니다.
아래는 경향신문에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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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5월29일 경향신문 지면을 통해 우리나라 제1당인 ‘무관심당’ 당원들에게 편지를 썼습니다. 투표해야 무시당하지 않으니까 투표 좀 하시라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2일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투표율이 진짜 올랐습니다. 많이 오른 것은 아니고, 지난번 지방선거 때보다 2.9%포인트 올랐답니다. 한나라당이 압승한 2008년 국회의원 선거 때와 비교하면 8.4%포인트 오른 투표율입니다. 그런데 투표결과를 보고 놀라셨지요? 경상남도, 강원도, 충청도를 한나라당의 파란 색깔이 아닌 다른 색깔이 차지했습니다. 서울시의회와 경기도의회의 다수당이 바뀌었습니다. 시장·군수·구청장이 바뀐 동네도 많습니다. 투표율이 조금 올랐는데, 이렇게 큰 변화가 생긴 것입니다.
정치는 우리 생활의 도구
그렇지만 놀랄 일은 아닙니다. 무관심당 당원들이 조금만 움직이면, 이런 변화는 언제든지 가능합니다. 다른 나라의 사례를 봐도 그렇습니다. 2008년 미국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당선될 당시의 투표율은 그 직전 대통령선거 때보다 딱 1.38%포인트 올랐습니다. 그런데 미국 역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탄생한 것입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하냐고요? 투표를 처음 한 신규 유권자들 가운데 69%가 오바마 후보를 지지했습니다. 이렇게 새로운 사람들이 투표를 하고 그 사람들이 새로운 선택을 하면 변화는 가능한 것입니다.
어쨌든 이번 지방선거 결과를 보며 통쾌했습니다. 많은 기득권 정치인들이 뒤통수를 맞았습니다. 자신의 당선을 단 한 번도 의심하지 않았을 정치인들이 유권자들의 심판에 의해 ‘백수의 길’로 들어서는 것을 보며, 저는 민심이 이렇게 무서운 것이구나 하는 걸 느꼈습니다. 그렇지만 지난번에 제가 말씀드린 것처럼, 이번 선거 한 번으로 정치가 확 바뀔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 마십시오. 그런 기대를 가지려면 지금부터 해야 할 일이 더 있습니다.
루소는 선거제도에 대해 논평하면서 ‘투표하는 날 하루만 유권자가 주인일 뿐 투표가 끝나면 다시 노예로 돌아간다’고 얘기했습니다. 루소에 따르면 오랜만에 투표하고 지난 2일 개표방송을 보며 즐거워한 우리는 그 다음날부터 다시 노예가 된 셈입니다.
사실 정치인은 믿을 사람이 못됩니다. 선거 때에는 굽실거리고 겸손한 척하지만, 선거가 끝나면 목에 깁스를 한 것처럼 뻣뻣해지는 정치인들을 수없이 보아왔습니다. 게다가 많은 정치인들은 자기가 잘나서 당선된 것으로 생각하고, 선거가 끝나면 제 맘대로 합니다.
주인이 바로 서야 정치가 바뀌어
이번에도 그런 일이 반복되면 곤란합니다. 애써 뽑아놓은 정치인들이 실망시키면 무관심당 당세는 다시 급격하게 불어날 것입니다. 이번 선거에서도 투표를 하지 않은 골수 무관심당 당원들은 이탈자들에게 ‘그것 봐. 투표해봐야 소용없다니까’라고 큰소리칠 것입니다.
이런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감시의 눈을 부릅떠야 합니다. 어렵게 생각할 것 없습니다. 정치는 우리 생활의 도구이고, 정치인들은 우리 생활을 위해 쓰는 대리인들일 뿐입니다. 심심하면 e메일이나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전화도 합시다. ‘친환경 무상급식은 어떻게 돼 가고 있나’ ‘삽질예산은 얼마나 삭감하고 있느냐’라고 정기 점검을 합시다. 혼자 하기가 어색하면 몇 사람 모여서 같이 해도 좋겠지요. 그렇게 해서 이번에 당선된 정치인들이 똑바로 하게 만듭시다. 그래야 다음번 선거에서 무관심당 이탈자들을 더 많이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사실 이런 일은 수고스러운 것입니다. 그렇지만 평범한 유권자인 우리들이 믿을 것은 우리 자신뿐입니다. 우리는 권력을 탐하지도 않고 정치를 통해 이득을 얻을 생각도 없습니다. 단지 바라는 것이 있다면, 사회가 조금 더 정의롭게 되고 나아지는 것입니다. 그런 순수한 마음을 가진 우리가 주인 노릇을 해야 정치가 제대로 바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