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정치

한 여성 지역정치인의 고민 - 김금희 관악구의원을 찾아

'녹색당' 2007. 6. 1. 16:21
한 여성 지역정치인의 고민 - 김금희 관악구의원을 찾아
인터뷰 : 김금희(관악구 의원)

소신껏 의정활동을 펼치겠다는 뜻을 품고 지방정치에 입문한 사람치고 지방정치에 회의를 느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 같다. 누가 들으면 ‘철부지의 행복한 고민’이라고 치부할지 모르겠으나, 생각에 따라서는 천당과 지옥을 왔다 갔다 할 수도 있는 자리가 바로 지방원이라는 것을 경험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시민사회운동을 발판으로 원대한 꿈을 품고 지방정치에 입문한 정치인들에게는 지방의회가 ‘인내심 테스트 수련장’이 될 수도 있다. 생각만큼 지방의원은 지방정치를 쥐락펴락 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라는 뜻이다.

지방의회가 근본적으로 개혁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인적물갈이에서부터 주민대표기관으로서의 권한 강화까지 그 폭도 다양하다. 어떻게 보면 중앙정치의 개혁과제와도 맞물려 있다. 중앙의 정치판을 투영한 것이 지역의 정치판이므로. 특히 시민운동세력에게도 지방정치는 남다른 의미가 있다. 지방자치가 부활된 지난 91년부터 2002년 지방선거까지 시민운동세력은 지방정치 개혁이라는 깃발을 휘날렸고, 오는 2006년에도 이러한 흐름은 유효하다. 그러나 그 깃발이 토대가 약하다는 지적도 있고, 깃발을 올리는 순간 파편화되고 개별화된 개인만이 남는다는 자조의 목소리도 들리는 것이 사실이다. 지방자치의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는 '주민자치‘의 기여에도 미미한 역할이었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더 많은 시민운동세력이 지역정치에 참여해야 한다는 필요성과 당위성에 이의를 제기하는 이는 많지 않아 보인다. 10여 년 이상 그들의 참여로 인해 지방자치가 조금씩 전진했고, 생활정치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는 평가에 인색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앞으로 더 잘하기 위해서 어떻게 할 것인가가 현재의 고민이다.

관악구 김금희 의원은 동네 아줌마 같은 수더분한 초년생 정치인이다. 김 의원은 골프장 문제를 계기로 의원에 출마했고, 지금까지도 골프장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김 의원에게는 골프장 문제가 존재 이유이다. 골프장 문제 이외에도 김금희 의원은 지역 현안의 빛과 그림자를 두루 경험하고 있다고 말한다. 누구보다 주민과 밀착된 생활정치의 구현을 부르짖고 있는 김금희 의원은 주민 속에서 정치가 나와야 한다고 말한다. 점심까지 푸짐하게 대접받으면서 김금희 의원이 생각하는 주민자치, 지방정치를 들어보았다.

먼저, 김금희 의원의 존재이유, 골프장 문제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떻게 돼 가고 있나요?

“지금은 막바지 단계에 와 있습니다. 여러 우여곡절을 겪으면서(그간 골프장 경위에 대해 설명했으나, 여기서는 생략하기로 하자).......사업주와 구청, 주민대표 등이 여러 번 대화를 하다가 사업주가 건축허가를 지연한다며 소송을 제기했어요. 지난달에 판결이 떨어졌는데, 구청에서 일부 지원하는 것에 대해서 위법성이 있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죠. 그래서 2주 안에 항소를 제기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현재 도시공원법에는 어떤 사항이 있냐면, 처분을 했더라도 공공의 목적이라면 이것을 취소하고 재처분을 할 수 있는 법 조항이 있어요. 저희는 이 조항을 제시하며 인가를 하지 말고 재처분 하라고 요구했거든요.......그러나 행정의 입장도 그렇고 사업주의 입장도 사업투자를 계속적으로 해온 것인데, 거기에 위법성이 없는 이상, 여기서 중단할 수 없다는 논리였어요.......아무튼 법적으로 소송에 진 사항이기 때문에 구청장의 정치적인 것에 의해 풀어야하지 않느냐는 의견도 있고, 여러 차원으로 사업주를 설득하는 작업도 하고 있습니다. 하루 하루 결론이 어떻게 날찌 기다리고 있는데, 상당히 긴박한 상황이에요. 주민들도 여차하면 데모를 하려고 바리케이트를 준비해 놓고 있고 그러면서도 굉장히 힘들어하죠. 지금도 어떤 분들은 술 드시고 다 죽인다고 칼 들고 다니고 그래요. 괜히 이 사람 저 사람 화풀이 하고. 정신병자 수준인 사람도 단지 내에 있고요. 그래서 굉장히 어렵죠.”

최근의 긴박한 상황 때문인지 김금희 의원도 많이 지쳐보였고 힘들어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그러나 오늘의 주제가 골프장이 아니므로 다른 주제로 넘어갔다. 처음 생각했던 지방의원과 지금의 지방의원은 어떤 차이가 있는지 물었다.

“제가 의원 되자마자, 제일 먼저 한 것이 골프장 건으로 의회에 청원을 했어요. 상임위에서 의원들이 심의를 하고, 사업주도 참석시켜서 참고인도 준비를 하고, 조사를 하고 여러 가지를 했어요. 처음에 의원이 당선 되리라는 확신은 없었지만, 그래도 이슈를 걸고 선거 때 나왔던 이유는 “구의원이 반대하면 절대 안 됩니다.”라는 그 말에 결정적으로 힘을 얻었거든요.......이 문제의 심각성을 알려서 내가 의원이 안 되더라도 이 문제가 꼭 해결됐으면 좋겠다는 그런 간절한 바람이 있었거든요. 의원에 당선되고 나서 청원을 했고, 그 과정을 쭉 보면서 지방의원이라는 자리에 굉장한 실망을 했어요. 의원이 되면 마음먹으면 많은 것을 수는 없겠지만 뭔가 하나는 확실히 할 수 있을 거다, 이런 생각에서 진짜 아무 것도 생각하지 않고 뛰었는데, 실제로 돼보니까, 이건 아무 것도 아닌 거예요. 할 수 있는 일이 전혀 없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결국 일을 집행부에서 하는 것이고, 의원은 옆에서 관심 갖고 얘기해주는 것 밖에 없고, 아니면, 주민들과 같이 띠 두르고 나서 선동하는 것 밖에는, 그렇다고 그것이 힘을 받는 것도 아니고, 더군다나 저같이 정당이 없는 사람들이 막는 것은 굉장히 어렵고, 누구도 도와준다고 말만 하지 실제도 도와주지 않고, 또 주민들도 갈수록 힘 빠지고 사분오열이 되고, 그리고 시민단체나 종교단체나 다 나름대로 일들이 있기 때문에 우리처럼 발 벗고 나서지 않잖아요.......그러다보니까 처음에는 힘들었고, 또 시민단체 후보로 제가 나와서 의원이 됐는데, 되고 나서 누구도 도와주지 않았어요. 시민단체들도. 처음에 의원이 무슨 역할을 하는지도 알려주지도 않았고, 어떻게 하는 것인지도, 구정질문도 쓸 줄도 몰랐고요. 굉장히 힘들었어요. 되긴 됐는데, 뭘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는 거예요. 그래서 시민단체들 워크숍에 쫓아다니고, 귀동냥하고 정보 듣고 맨날 그러긴 했지만, 전혀 이 영역을 모르던 문외한인 사람이 한두 번 그런 곳에 참석한다고 해서 다 알아듣는 것은 아니잖아요. 귀에 익지도 않고. 또 어떤 때 보면, 회의랄지, 앉아서 하는 워크숍이랄지, 저 같이 주부로 생활하던 사람들은 솔직히 굉장히 힘들어요. 한 시간 겨우 앉아 있는 것도 힘든데, 몇 시간 씩 사람들과 하다보면, 계속 혼자 딴 생각하고 마는 거예요. 처음엔 조금 귀에 열심히 들어 보려고 애쓰다가도 좀 한계를 느끼거든요. 그래서 제가 우스갯소리고, 시민단체는 머리 깨지게 맨날 얘기만 하는 동네라고 얘기하는데(웃음), 그러다보니까, 의원 되서도 마찬가지로 시민단체들이 전혀 보좌역할이라든지 안 해주기 때문에 의원의 역할을 사실상 하기가 어려웠었고, 또 지기는 싫어서 열심히 공부도 하고 책도 보고, 인터넷도 보고, 의원님들 했던 회의록도 쭉 훑어보고 했지만 작년 같은 경우도 많이 미숙했던 것 같고, 전의 내용들을 전혀 모르기 때문에, 그리고 관악에서 오래 살지도 않았거든요. 관악이라는 동네를 전혀 모르는 상황에서 의원이라는 것을 하고 있으니까, 뭔가를 연초부터 보고랄지 행정사무감사랄지, 이런 것을 해도 깊이가 없는 질문밖에는 될게 없고, 방법을 모르는 거예요. 어떻게 질문해야 하는지 방법도 모르겠고, 또 그 전 상항에 대해 기본 지식이 없기 때문에 거의 맨날 좀 그랬었죠. 그래서 좀 어려웠고, 그러고 나면 회의 끝나고 나면 저 자신에 대해 회의랄지, 막 이런 것이 생기는 거예요. 어떤 때는 너무 약이 오르고. 내 성의껏 그것을 다 하지 못하고 내가 또 질문하다가 내가 막 화를 내기도 하고, 그러다 막히기도 하고, 어떤 때는 너무 좀 초선이고 여자고, 정당도 없기 때문에 공무원도 일정부분 무시한다는 느낌을 받으면 저도 좀 화나고, 그러다보면 인상 팍팍 쓰고 소리 지르고, 이런 것을 느꼈어요. 초보라서 어쩔 수 없다, 내가 가끔 옆에 동료의원하고 우린 언제 선수가 되냐, 맨날 이렇게 얘기도 하고 그런 적도 있어요.”

쉽게 말할 수 없는 진솔한 얘기였다. 의원이 되면 뭔가 멋들어지게 쥐락펴락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막상 의원이 되고 나니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는 자괴감을 드러내고 있다. 시민단체에게도 일정한 불만이 있어 보였다. 그래서 다시 물어보았다. 조직과 의원간의 관계가 유기적이지 않나보죠?

“처음에 무척 힘들어서, 때가 되면 시민단체 활동가들을 만나 계속 얘기했어요. 시민후보를 만들어놨으면 뭔가 제대로 일을 할 수 있도록 보장을 해야 할 것 아니냐, 그런 얘기를 계속 했거든요. 그러다보니까, 관악주민연대에서 자치센터라는 것을 만들어서 재작년부터 시작을 했죠. 작년에 1년 동안 활동을 하고 또 한 해를 맞고 있는데, 자치센터에 활동하는 사람들과 팀을 만들어서 활동을 하면서 느낀 것은, 같이 고민할 뿐이지, 나보다 앞서가는 선배 역할은 아니구나, 하는 것을 느꼈어요. 왜냐하면 의원들은 기본적으로 먼저 제안 설명 듣고 전문의원 검토 보고 듣고, 미리 보고, 또 보니까 아무래도 감이 빨리 오잖아요. 그러나 시민단체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어떤 자료를 갖다 줘도 그것을 볼 시간이 없어서 그냥 올 때가 많고, 또 숙제를 풀어 갖고 오더라도 전혀 방향이 달라요. 분석력이 없으니까 뭘 짚어야 할지 모르는 부분들이 많이 있어요. 오히려 제가 도와줘야 하는 그런 상황이 발생하더라고요. 그것에 대해서 숙제도 무리하게 시키고 그랬거든요. 기본적으로 따라오는 사람은 따라오는데, 전혀 미동도 없이 그냥 참여만 하는 그런 사람도 있고, 초자들은 너무 어려운 것이구나 하면서 한두 번 왔다가 그냥 가고, 그런 경향이 있더라고요. 지금도 저는 시민후보이긴 하지만, 일부러 시민단체와 관계를 자주 가져요. 무슨 일 있으면 자주 가고, 얘기도 하고 뒤풀이까지 남아서 술도 마시고, 친하게 지내고, 서로 교류가 되어야 서로 편하게 얘기할 수 있는 꺼리도 생기는 것이고, 제가 어려울 때만 손 벌릴 수는 없는 거잖아요. 그래서 실무로 나서서 그냥 의회 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단체들과 같이 일해야지, 의회 일 해야지, 내 지역도 행사 있으면 참여해야지, 그리고 주부로서의 역할도 해야지, 그러다보니까, 굉장히 사람이 정신없는 사람이 돼버렸어요.(웃음)”

시민단체와 의원이 역할에 있어 정곡을 찌르는 말인지 모르겠다. 시민단체의 후광을 받아 제대로 일을 하려고 했으나, 오히려 그 반대의 현상이었다는 김 의원의 얘기. 고급정보를 쉽게 얻기도 하고, 그 정보에 대해 여러 차원으로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누구보다 많은 의원보다는 시민단체의 정보력과 분석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니까 지방의원들이 가지고 있는 정보의 권력을 시민단체와 어떻게 소통하고 그를 통한 영향력을 어떻게 발휘할 것인가가 과제일지 모르겠다. 그래서 왜 그런 관계가 형성되지 않는지 물었다.

“그게, 일정부분, 인과응보라고 생각하거든요. 왜냐하면 우리 관악구에 시민단체들이 일찍부터 있었지만, 중간 중간 시민단체에 있는 활동하던 사람들이 정치에 나가서 활동을 하고, 시민단체들이 몰아서 도와주기도 했는데.......그런 분들이 여기서 뿌리 내리고 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것 같고, 당위성만으로 시민단체가 진보정당을 도와줄 수는 없는 일이잖아요. 서로에게 실망감을 준 사례였던 것 같아요.......그리고 그 후로도 여러 번 이런 문제로 시민단체가 갖는 고뇌들이 있었던 것 같고, 그러다보니까, 저희 같은 경우도 어쩔 수 없이 시민단체 후보라고 내 놓긴 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협력을 할지에 대한 계획이 없었고, 시민단체 후보로서 몇 번 연설 해주고, 행사 몇 번 해주고, 이런 정도인데, 공식적으로 후보한테는 어떻게 보면 하나도 도움이 안 되는 거죠. 그 지역하고는 전혀 도움이 안 되는 거였죠. 결국은 후보 혼자서 다 뛰게 만들었던 것 같아요. 그러다보니까, 그런 것에 실망해서 우리를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함도 있는 것 같고, 역시 마찬가지로 그 이후 제대로 요구하지도 못하고, 바라만 봐야 되고, 그런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이런 것이 지속되어온 시행착오이고 인과응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저는 지금도 시민단체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보면, 지금까지 그런 시행착오를 겪었기 때문에 앞으로는 더 잘해야 한다, 그런 안 좋은 것을 생각하지 말고, 시민단체 활동을 더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그런 얘기를 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시민단체 활동은 의정감시나 시민감시, 아니면 행정이 잘못 가거나 의원이 잘못가는 것에 대해서 제대로 비판하고 거기에 대해서 대안을 제시해 줄 수 있는, 그리고 어떤 시민후보랄지 이런 사람을 끝까지 책임져 주는, 활동에 대한 역할이라든지, 그런 일을 하면서 잘잘못을 따져야 한다고 생각해요.......잘못 했다고 비판만 하지 말고 기본적으로 시민으로서 참여를 해서 의회에 들어가면 집행부가 잘못하면 예산을 짤라 버리면 되고, 행정사무감사에서 철저히 지적을 하고, 그것이 안 되면 그것에 대해서 다시 어떤 것을 요구를 하고, 다수의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하는 것이 앞으로의 시민단체 활동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런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얘기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는데, 지금까지의 단체들이 재정적으로 열악하잖아요. 프로젝트를 따서 그 사업만 하고, 어떤 일정 부분은 사조직화 하는 경향도 있고. 그러다보니까 제가 하는 얘기에 대해 이해는 하고 동감을 하는데, 그럴 여력이 아직은 없다는 것을 제가 많이 느끼고 있어요.”

김금희 의원은 관악구의 상황만 놓고 본다면, 지역정치와 시민단체 활동의 관계설정이 애매모호했다고 말한다. 그래서 김 의원은 지역정치를 활동의 연장선으로 보고 있다면, 보다 많은 세력들이 지방정치 참여에 나서야 하는 한편, 시민단체 활동이 어려운 형편을 감안하더라도 프로젝트 위주의 활동을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한다. 모든 것이 집행되고 나서 손가락질 하는 것이 시민단체 활동의 맹점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그래서 어떤 점에서 시민운동세력이 의회에 참여할 수밖에 없는지 물었다.

“시민단체들이 현재는 소수이기 때문에 우리 힘만으로는 어려운 점이 있어서, 그 동안 관악 현황에 대해서 제가 정보를 제공하고 자료를 다 제공하고 분석을 같이 해서 서로 역할분담을 했었어요.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은 이것, 시민단체가 요만큼 해라, 이렇게 논의를 해서, 맨날 시민단체 모여야 겨우 열 댓 명이지만, 그것에 대해서 사람들이 잘 구독하지도 않지만 지역신문에 결의문 같은 것도 쓰고, NGO 관련 신문에도 알리고, 주민들에게 정보를 알려주고 이런 것들도 했었어요. 그런데 그것에 대해서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 저도 동감을 하죠. 그러나 어려웠던 것은 결국은 대안이 될 수 없다는 것을 느낀 것이, 기본적으로 어떤 것을 가지고 서로 역할분담을 하고 제가 정보 제공이라든지 현안에 대해 자료를 빼서 주고 서로 역할해서 문제점을 찾아서 그것을 신문 방송에 몇 번 때려도 아무 소용없어요. 결정을 바꾸지는 못하거든요. 그리고 그 문제를 피해가 있는 주민들에게 정보를 제공해도 결국 그 사람들이 사분오열돼서 다 각자의 뜻이 달라요. 그러다보니까, 결국은 자기 이익만 챙기면 별로 문제가 없는 거고, 또 그것에 대해서 소수의 목소리는 끝까지 내지를 못하는 것이 있어서, 아 그것이 결국은 대안이 못 되는구나, 했었어요. 행정부도 그런 거예요. 조금 시끄럽구나, 조용해지겠지, 하는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제도권 정치에 들어와서 다수의 역량 있는 의원들이 잘못된 것에 대해서 과감히 짤르고, 집행부에 로비 당하지 않고 시위도 하고 강하게 할 것도 하고 이렇게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거죠.”

또한 김금희 의원은 지방의원들의 자질론을 들었다.

“기본적으로 무소속이나 여성의원들이 다른 소속 정당의 의원보다 능력 있고 열심히 하고 잘 한다는 얘기를 듣고 있는데, 어떤 사안에 대해서는 집행부의 로비를 많이 당하는 경우가 있어요. 제가 통반조례를 발의 했었지만, 상임위에서 논의된 안건이 그 후 적어도 상임위 위원들은 거론을 하지 않아야 하는데, 본회의에서 끝까지 떠드는 사람도 있고, 또 발의 의원 서명할 때, 서명해 놓고도 끝까지 부정하는 사람도 있거든요. 기본적으로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많이 있어요. 그러다보니까, 기본적으로 의원들의 자질에 의문이 들어요. 이게 ‘하나’라고 생각이 들면 이게 오로지 ‘하나’가 정답인데, 이게 자주 흔들리더라고요.......시민단체 관련 의원들이 서로간의 다른 목소리가 되면 오히려 더 우습게 돼버리는 경우도 있어요. 어느 사안에 대해서는 한 목소리를 내주고 같이 힘과 뜻을 모아줘야 하는데, 그렇지 않게 되면 오히려 더 약한 조직이 되기 쉽고, 전혀 끈끈한 관계가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오히려 더 웃기는 조직이 될 가능성이 있어요. 오히려 기본적인 룰을 서로가 정해서 그 룰을 지켜주는 그런 사람들이 같이 가야 한다고 행각해요. 시민단체 후보를 아무나 내보내거나, 막 개인 차원에서 하고 싶은 대로 해버리고, 다 다른 목소리를 내버리면 그건 아무 것도 안 되는 거예요. 결국은, 외부 사람들은 비웃겠죠. ‘시민단체 들어와서 그것밖에 안 되는구나’, ‘시민후보다도 별 것 아니구나’, ‘굉장히 무섭게 생각했는데 들어와서 하는 것 보면 별로 아니구나’ 라고 생각하는 측면도 있다고 생각해요.”

지방의원의 역할이 한계가 있기 때문에 소수의 시민운동세력만으로는 충분한 역할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이 김 의원의 생각이다. 더군다나 대화와 토론이 가능한 의원들이라면 몰라도, 형편없는 의원들이 지배적인 수준에서 뜻을 올곧게 편다는 것은 허공의 메아리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이쯤에서 궁금한 것이 생겼다. 아직은 토대가 약하지만 일상적인 주민들의 참여가 부족하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 아닌가, 시민들은 오히려 소외되지 않느냐, 그런 측면에서 시민참여가 다양하게 전개됨으로써 민주주의를 경험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주는 것이 필요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렇죠. 제대로 된 시민단체라면 그것은 문제없다고 생각해요. 시민단체들이 다수의 시민들을 회원으로 두고 시민들의 의견을 반영해서 활동하고 회원과 같이 모일 수 있는 구속력이 있는 단체라면 나름대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 보는데, 지금 시민단체 회원들은 약하다는 생각이 들고, 그 이유 중 하나는 시민들과 관계가 없는 프로젝트에 의한 사업만 하는, 지역의 사안이 있더라도 달라붙을 사람이 없는 그런 시민단체들이 많이 있거든요. 그것이 시민단체의 현재 문제점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주민참여에 대해서 시민단체들이 많이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루트가 없다보니까, 결국은 주민들이 소외되고 이런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발생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또 한편으로 시민단체는 너무 결과에 급급하기 때문에, 뭔가 하게 되면 며칠 안에 뭔가를 도출해야 되고, 뭔가를 해야 하고, 요즘 프로젝트 하는 식으로 상반기에 뭐, 하반기에 뭐, 이렇게 딱 끝나야 뭔가 한 거라고 생각하는, 그렇기 때문에 굉장히 조급하게 앞걸음 쳐서 하게 되면 그런 문제가 있는 것 같아요.......저는 어떤 부분을 생각 하냐면, 제대로 된 앞선 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너무 앞서 가면 안 된다, 한두 발짝 정도만 앞서가서 뒤에서 따라가는 사람들이 뭔가 그래도 알고 따라가게 해줘야 한다, 뒷사람 바보 만들지 말고. 그랬으면 좋겠어요. 왜냐하면 아무리 좋은 뜻이 많다고 해도 성급하게 결과만을 도출하기 위해 막 앞에 가고, 막 뒤에서 왜 안 따라 오냐, 그리고 막 다그치잖아요. 왜 너희들은 그것밖에 안 되냐고, 그렇게 되면 저는 그 사람의 지도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너무 앞서가지도 말고 너무 성급하게 할 것도 없이, 저는 그런 식으로 운동했으면 좋겠어요. 저는 어느 야당 운동하는 사람한테도 그런 얘기를 했는데, 니네 좋은 이슈 갖고 떠들지만 마라, 여러 군중 앞에서 떠들어야만 하는 것이 운동이냐, 그런 것이 아니다, 당신들이 제대로 주민들과 운동하려면 네 명 다섯 명, 모이는 앞에서 성의를 다해서, 소신을 다해서, 그 사람들한테 뜻을 전하면 그 몇 사람 제대로 공감하면 내 편이 된다, 그런 운동을 해야 한다, 그것은 바로 평가나 나타나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굉장히 느림보 같은 거북이 걸음이 될 수 있지만, 그것이 어느 정도가 되면, 이것의 확산 속도는 누구도 걷잡을 수가 없다, 그런데 그것은 안 하고, 기초를 전혀 안 닦고, 중간에서 큰 것만 가지고 막 떠들어가지고 다 내편인 것 같고 같은데 하나도 내 편이 아니라고 보는 거죠.”

누구보다 김 의원은 주민들과 밀착된 운동이 필요함을 느끼고 있었다. 시민운동의 방향도 고공에서 지상으로 내려와야 한다고 말한다. 그것이 진정으로 지방자치 시대에 주민을 주인 되게 하는 지름길이다. 그러나 현실에서 주민들은 지방자치, 주민자치에 많은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어떻게 이들과 접촉할 것인가?

“주민들은 그런 것에 전혀 관심이 없어요. 먹고 사는 것에 바쁘고 다 교육수준이 높은 사람들이어서 자기 판단이 굉장히 강한 사람들이에요. 그래서 저는 나름대로의 고정관념이나 자기 주관이 뚜렷한 사람들한테 뭔가를 가서 얘기하려고 하고 가르치려고 들면 하나도 가르칠 것이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러기 때문에 꼭 뭔가를 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준다기보다는 뭔가 즐거운 꺼리, 그 사람들이 뭔가 조금 나한테도 도움이 되고, 우리 애한테 도움이 되는 아주 작은 꺼리, 큰 뭔가에 끌려 들어가면 금방 뭐에 잡힐 것 같은 무거운 것을 주기보다는 가벼운 것을 시작으로 발을 넓혀 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제가 우리 동네 녹색가게를 열심히 하고 있어요. 그 곳에도 자원봉사자들이 많이 있는데.......사람들이 보통 시민단체라고 하면 무섭게 생각해요. 그 사람들은 굉장히 어려운 사람들이고 굉장히 가까이 하기엔 어려운 사람들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런 작은 공간에서 봉사를 하다보면 조금 가벼운 꺼리를 다루게 되잖아요. 아이들과 생태탐방도 가고 어디 장 담그는데 구경도 하고 야유회도 가고, 그러다보면 자기들 단체 행사에도 같이 가게 되요........고구마 캐러 가는데 같이 갑시다, 그러면 가고는 싶었는데 같이 간다니까, 돈 조금 들이고 그럼 함께 가보자, 그러면 고맙거든요. 아, 그러면 저 단체가 뭘까, 그러면 관심을 갖게 되고, 그러다보면 총회 때도 가게 되고, 그러다 자원봉사도 나오게 되고, 공부할 꺼리가 있으면 한 번 들어나 보고, 뭔가 이런 것이 있어야 할 것 같아요. 이렇게 가벼운 접근, 흥미를 주고 도움을 주는, 그 사람들이 요구하는 어떤 것들, 이런 것을 조금씩 배려함으로써 사람들과 같이 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거죠.”

당연한 이야기지만 시민단체가 접근하기 가장 힘든 부분이기도 하다. 사람을 만나서 큰 부담 없이 자연스럽게 단체에 관심을 갖게 하는 일이 어디 쉬운 일인가? 김 의원의 솔직한 표현대로 아마 많은 사람들은 시민단체를 무섭게 받아들이는지도 모르겠다. 그 간극을 어떻게 좁힐 것인가? 시민단체의 부단한 노력이 필요한 대목이다. 김금희 의원에게 관심 분야는 여럿 있지만, 최근 공을 들이고 있는 분야는 미디어 분야와 지역축제이다. 그 얘기를 잠깐 들어보자.

“제가 나름으로 미디어센터를 관악에 만들려고 하고 있거든요.......지역신문들이 활성화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앞으로 미디어가 시민단체 활동이나 의정활동을 제대로 알려내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거다, 물론 잘못 이용되는 사람들에 의해서 오용될지 모르지만, 그래도 일정부분 시민단체가 그것에 관심을 갖고 견제역할을 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앞으로 미디어운동을 적극적으로 해볼 생각이고, 지금 현재는 구에서 정보센터에 한 공간 정도는 주겠지만, 그것이 조금 활성화돼서, 서울대 언론정보대학원도 있고, 그리고 관악구에 시민단체들도 많이 있고, 그리고 관악구에 학교도 많아요. 그러다보니까, 방송위원회이라든지 하는 쪽에서 독자적인 미디어센터가 생겼으면 미디어센터가 독자적으로 구예산을 벗어난, 그래서 객관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구청장도 굽신거리면서 한 번 모여 달라고 할 정도로 그런 미디어센터를 만들고 싶은 소망이 있죠. 그런 쪽에 지속적으로 하고 싶어요.......옛날에는 관에서도 시민단체를 바라보는 것이 굉장히 껄끄러운 상대, 아니면 맨날 시끄러운 대상으로 생각했었는데, 지금은 민관협력적인 관계를 가지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 철쭉제 같은 경우, 작년부터 시민단체가 참여해서 그 동안 비판받았던 미인대회도 없애고 짧은 기간 축제판을 바꾸었어요. 작년에 축제를 하고 나서 설문조사를 해봤더니 평이 좋았어요. 문제점이 많이 없어지지는 않았지만, 성상품화 논란 등이 없어지고 각 동들이 장기자랑이라든지 이런 것에 참여하게 되어서 주민들이 참여하는 축제로 바뀌게 되었어요.......올해도 준비되고 있지만, 내년에는 신림4거리 권역이 경제까지 활성화되는 다양한 행사가 준비하려고 합니다.......참여하는 상가들도 뭔가 도움이 되고, 구 차원에서도 철쭉제도 도움이 되고, 지역경제도 활성화되고, 그리고 여러 과별로 나눠지는 행사를 한꺼번에 몰아서 하면 서로간의 업무 협조도 되고 하면 좋겠다, 특히 관악을 알려내는 뭔가의 꺼리를 찾았으면 좋겠다, 낙성대 권역에는 박물관도 있고, 미술관도 있고, 도요지도 있고, 강감찬 장군 사당도 있고, 서울대 박물관도 있고, 전통과 역사와 교육이 엮여 있는데, 이런 축제를 통해 온종일 주민들이 찾아오고 타지에서도 와서 볼 수 있는, 이렇게 계속 얘기하고 있는데, 얼마나 잘 될지 모르겠어요.(웃음)”

김금희 의원 스스로도 공무원들이 가장 꺼리는 의원이 본인이라고 말한다. 그 만큼 원칙적이고 성실하게 의정활동은 하기 때문이다.

“지방의원이 재미있는 부분도 있어요. 내 의견이 다 반영되지 않지만, 사사건건 다 짚을 수 있으니까. 너무 말을 많이 해서 누구와 누구만 얘기 안 하면 상임위 빨리 끝난다고 그럴 정도거든요.(웃음) 그럴 정도로 한 건 한 건 저는 최선을 다 해요. 제가 아는 만큼, 제가 모르는 부분은 어쩔 수 없지만, 제가 아는 만큼은 미리 자료를 보고, 필요하면 자료를 더 요구하고, 회의가 있으면 들어가지 전에 먼저 보고 들어가고, 그리고 예산 심의나 하면 시민단체가 미리 예산서 떼고 갖다 주고 미리 얘기를 해라, 그러면 저도 또 보고, 이렇게 가능하면 건건에 대해서 최선을 다해요. 어느 과든 내가 한 마디도 안 하고 지나가는 것이 거의 없을 정도로. 그래서 공무원들이 싫어하죠.(웃음)”

어쩌면 집요하고 성실한 한 명의 지방의원이 공직사회를 변화시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무원들이 가장 싫어하는 정치인이 시민들에게 가장 존경받는 정치인이 될 수 있다는 이 아이러니! 김금희 의원에게 짧은 경험이지만 지방의원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에 대해 물었다.

“우선은 인적인 것이 개선이 되어야 합니다. 의원들의 자질문제죠. 그리고 의원들의 개인적인 보좌를 할 수 있는 한 사람 정도는 필요한데, 그것도 마찬가지로, 보좌를 아무리 잘 하더라도 보좌하는 사람의 얘기를 귀담아 들을 수 있는 정도의 사람이라야지, 말도 안 되는 얘기를 끝까지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거든요. 그럴 정도는 아닌, 기본을 갖춘 사람이 의원이 되고, 또 역시 마찬가지고 자기 뿌리 있게, 협력해야 할 부분도 있겠지만, 일정부분 자기 목소리를 꼭 내어야 할 때, 주관을 지켜야 할 때는 꼭 흔들림 없이 가주는, 제대로 된 인적 구성원들이 발전하고 변화되었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제도가 아무리 바뀌면 뭘 합니까, 사람이 바뀌어야죠. 그리고 일정부분 제도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방분권도 이야기가 많이 되긴 하지만, 현재 상태에서 지방분권이 되면 결국 구청장한테 많은 권한만 주고, 견제 세력이 없는 그런 상황이 될 것 같아요.......저는 현재의 상태에서도 견제 역할이 제대로 안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우리가 매년 행정사무감사를 하거든요. 행정사무감사에서 두 번 세 번, 지적했음에도 불구하고 시행이 안 되는 경우가 있어요. 그런 것처럼, 감사해서 문제가 있다면, 어떤 법적인 제도장치가 있어서 꼭 안 하면 안 되는, 어떤 그런 것이 필요한데 그런 것이 없고, 예산심의도 마찬가지로, 예산심의를 하고 나서 업무 보고를 하잖아요. 예산심의를 한 내용으로 해서 올해 업무를 어떻게 추진하겠다고 보고하는데, 예산 심의할 때 내용 다르고 보고 할 때 내용 다르고, 또 중간에 예산 심의나 보고 할 때 내용이 있었는데, 이 사업을 없애버려서 행정사무 감사 때 가보면 딴 사업을 가 있어요. 실제로 의회 권한이 거의 없고 신뢰도 낮은 편이에요. 공무원들에게 어떤 문제를 지적하잖아요. 그러면 지적하는 순간만 잘못했다고 하고 뒤 돌아서면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돼버리죠.......아무튼 지금은 인적자원은 줏대가 없고 로비당해서 얘기할 때 다르고 나중에 다 달라요. 인적인 구성도 제대로 되어야 하지만, 제도적인 것도 제대로 됐을 때, 행정사무감사에서 두 번 이상 지적이 되면, 그것에 대해서 법적인 조치를, 아니면, 그 공무원에 대한 인사 조치를 할 수 있는, 이런 것들, 물론 인사권은 구청장의 고유권한이겠지만, 뭔가 공무원이 잘못된 것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게 하는, 뭔가 강력한 제도적인 장치가 있어야 하고, 그것을 하지 않을 때에는 어떤 것들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것이 없다보니까, 그 때만 좀 굽신거릴 뿐이죠. 그 때가 지나면 소 닭 보듯이 해요.(웃음) 그러다보니까 의원이 주민을 대표로 해서 민원을 가지고 회기가 아닐 때 공무원과 만나서 얘기해보려고 하면 굉장히 힘들어요. 자기들 맘대로 일을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니까, 그런 부분이 굉장히 어렵죠. 그래서 저는 그 두 가지가 개선이 되어야 제대로 지방분권이 된다고 보고, 분권도 중요하지만, 분권에 앞서서 그런 제도적인 보완이 된 상태에서 권한 이양이 되어야지 지금도 막 휘두르고 자기 맘대로 다 하는데, 전혀 달라지지 않은 상태에서 권한만 막강해지면,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지고 휘두를 수 있는 그런 것이라고 생각해요. 어린 아이한테 칼 주는 식으로 굉장히 무서운 것이라고 생각해요.”

솔직히 이 정도로 의원에 대한 신뢰가 없는지 몰랐다. 아니, 단지 신뢰의 문제는 아닌 듯싶다. 의원보다 권력이 막강한 단체장을 바라볼 수밖에 없는 근본적인 한계가 어쩌면 지방의원이 공무원들에게조차 ‘팽’당하는 처지일지 모르겠다. 이런 상황에서 지방분권이 되면 무엇 하겠는가? 이런 문제가 단지 지엽적인 문제는 아닌 듯 하다. 공무원 코앞에서 지적한 사항조차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는 한 지방의원의 이야기는 그냥 웃어넘길 일이 아닌 것 같다. 주민의 대표기관인 ‘지방의원 바로 세워주기’도 지방자치 개혁의 중요한 과제임에 틀림없다.

끝으로, 2006년 다음 선거에 대해 자연스럽게 이야기 하게 되었다. 김금희 의원은 꼭 나가겠다는 욕심이 없어 보였다. 지금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한다. 그렇지만 다음 선거에 이전 상황보다 시민단체의 지방정치 참여가 큰 폭으로 확대되리라고 판단하고 있었다. 그래서 김 의원에게, 과연 시민단체가 지금부터 어떤 노력을 해야 하고, 후보자와 단체와의 관계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물었다. 그녀의 답변에서 다음 선거를 가늠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저는 지금도 그런 생각을 해요. 왜 시민단체들이 시민들과 같이 하는 것은 안 하고, 중앙의 정치 이슈에 따라 움직이느냐, 그런 운동만 하느냐, 그런 것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거든요. 지금부터라도 한 2년 남았으니까, 기초의회를 생각한다면, 그 지역에 주민등록을 두고, 중앙의 시민단체운동도 중요하지만, 그 지역에, 살고 있는 동네에 목표를 두고 계속적이고 지속적으로 두세 명 모였을 때, 나는 어떤 사람이고, 나는 어떤 일을 하고 싶다는 자기를 알려내는 작업들이 필요하다, 표를 주는 쪽은 지역에 뿌리 있는 주민들이에요. 그런데 그런 작업을 하나도 하지 않으면서 내가 지금까지 어떤 일을 했고, 대단한 사람이니까, 나는 나가기만 하면 될 거다, 라고 생각하는 것은 오산이에요. 솔직히. 그런데 시민단체 사람들이 앞으로 제대로 정치참여를 하려면 지금부터라도 늘상 주민들과의 관계들을, 어떻게 보면 느린 작업, 피곤한 작업이죠. 주민과 밀착해서, 몇 사람만 내 편이 있어도 괜찮아요. 그 동에 기초 구의원 같은 경우, 그 동에 10사람만 확실한 내 매니아가 있으면 운동이 되요. 당선을 이차문제라고 치고, 운동이 되요. 그러기 때문에 그런 노력들을 해야 한다는 거죠. 한 2년 동안 그렇게 노력하면 지금까지 했던 성과나 역량을 합쳐서 폭발하는 위력을 발휘할 것이다, 이렇게 생각해요. 지금이라도 뭔가 표를 얻기 위해 노력하는 자세, 의원이라고 손가락질만 하는 것이 아니라 뭔가 제대로 바꿔내려는 노력을 지금부터라도 했으면 좋겠다 싶어요. 시민단체가 주민들과 밀착도 하고, 그 후보들이 제대로 역할도 하는, 주민들과 같이 숨쉬는 그런 의정활동과 시민활동이 된다면 그 사람이 시민단체에서 활동을 하든, 이후의 것들은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하거든요.......저는 가나가와네트워크의 사례가 우리나라의 현실과 완전히 적절할 것이라는 판단은 아직 확실하지 않지만, 저는 그것도 시범적으로 해보는 것도 좋겠다 싶어요. 그 정도의 시민단체들이 제대로 후보들을 뽑아주고, 제대로 그 이후에 보좌할 수 있는 그런 것이 담보만 된다면 오히려 더 좋아할 것 같아요. 저 입장에서는 그렇게만 된다면 더 좋겠어요.......시민단체들이 운동할 때, 특정한 때만 같이 해주는 그런 것들이 아니라, 이후 것들도 같이 담보되고, 같이 지속적으로 의원 활동 하나 하나를 감시하고, 잘못된 것을 지적해주고, 그렇게 안 되면 그 후보를 짜를 수 있는 그런 시민단체의 역량을 가지고 있는 상황이라면 저는 백번 찬성을 해요. 그런데 지금은 한때만 조금 도와주는 것 같으면서 자기 혼자 다 알아서 하게 하고, 이후에 전혀 책임을 안 져요. 이 사람이 잘못했다 해도 전혀 책임을 물을 수 없어요. 그런 상태라서 지금은 안 되는 거죠. 시민단체도 준비가 안 되어 있고, 보통의 의원들도 잘 적응을 못할 겁니다.”
(2004년 시민자치정책센터 김현 운영위원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