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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고개. 서대문에 어떤 일이?" - 서대문구립어린이집의 경우

'녹색당' 2007. 6. 1. 16:39
"스무고개. 서대문에 어떤 일이?" - 서대문구립어린이집의 경우
인터뷰 : 서정순(서대문구 고은어린이집 운영위원)

※ 이번 지역운동사례는 서대문구 구립어린이집에서 벌어졌던 일련의 사건을 집약했습니다. 핵심적으로 활동했던 서정순 씨와의 긴 대화 내용을 이 짧은 지면에 다 실을 수 없을 것이나, 현재 보육문제가 이슈화된 지역이나 보육을 고민하는 분들에게는 도움이 될 것으로 믿습니다. 워낙에 필력이 일천한지라 훌륭한 내용을 제대로 글로 표현하는데는 한계가 있을 것 같습니다. 혹여 더 자세한 내용을 필요로 하는 분이 있다면 연락을 주십시오. 서정순 씨의 연락처를 가르쳐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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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감사의 계절이다. 평소 접하기 힘든 자료를 쉽게 구해볼 수 있는 계절이기도 하다. 한 국회의원 보좌관이 보내준 ‘국공립 보육시설 관리․지도감독 내용’을 훑어볼 기회가 있었다. 각 지방자치단체가 1년에 한 두 차례 국공립시설의 운영실태를 조사한 내용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2003년, 전국 770여 개의 시설을 조사한 자료였다. 눈으로 대충 훑어보면서 느낀 점은 ‘아, 이래서 보육시설에 대한 불신은 없어지지 않는구나!’였다. 회계원칙을 지키지 않는 사례는 수두룩하고, 정원초과는 이미 관례화 된 것처럼 보인다. 인건비 과다 신청, 안전관리 불감증, 잡부금 과다 수납 등등은 만연된 문제점으로 드러났다. 서대문구의 한 국공립 시설장이 개인명의 휴대폰 이용료를 공과금으로 114만원을 처리한 대목에서는 허탈감을 느끼기도 했다. 유통기간이 지난 부식을 냉장고에 그대로 보관한 사례나 식단과 부식구매내역이 일치 하지 않는 사례 등을 보면서 도대체 드러나지 않은 문제점까지 고려한다면 그 뿌리의 깊이가 어디까지 뻗혀 있을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불신이 더 깊은 민간시설의 경우는?

아이를 보육시설에 맡기는 부모가 있다면, 이 글을 읽어보시라. 그리고 내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이 건강하게 운영되는지 판단해보시라. ‘보육’이라는 얘기만 꺼내도 한 숨부터 나오는 것이 우리나라 보육의 현실이다. 보육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지 오래고, 덩달아 부모들은 ‘어쩔 수 없이’ 아이를 위탁하면서 자연스레 부모의 권리를 포기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보육시설 운영에 불만이 있어도 관계자에게 불만의 내용을 직접적으로 토로하는 부모들은 거의 없다. 내 아이에게만 부당한 처우가 돌아갈까 걱정되기 때문이다. 시간 쪼개기 버거운 맞벌이라면 더더욱 그러할 것이다. 최근, 출산율 저하와 맞물려 보육예산 확충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다양한 보육정책이 정부기관을 중심으로 제시되고 있는 현상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일 것이다. 그러나 봇물처럼 터지는 보육정책과 현장에서 느끼는 부모들의 체감온도와의 간극을 좁힐지는 미지수다. 여전히 예산과 담당 공무원은 한정되어 있고 시설 관계자와 부모와의 소통구조가 부재하며 시민들의 참여가 배제됨으로써 보육의 공공성은 전근대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그래서 최소한 국공립시설의 썩은 부위부터 도려냄으로써 보육의 공공성을 새롭게 재편성해야 한다는 부모들의 목소리가 거세게 일고 있는 것이다.

부모들의 그런 목소리가 실천이 되어 잔잔한 파장을 불러일으키는 곳이 있다. 서대문구 구립시설의 경우가 그러하다. 서대문구에는 16개의 구립시설이 있다. 16개의 시설에는 모두 시설운영위원이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운영위원회 연대체도 꾸려져 있다. 다른 지역에 비해 운영위원회의 활동이 가장 활발한 것으로 평가된다. 현재의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약간의 사전 정보가 필요하다. 지난 2000년 말. 서대문구 홍제2동구립어린이집의 한 교사가 이 시설에서 벌어졌던 각종 비리와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제보를 인터넷 게시판에 올리게 된다. 시설장의 공금 횡령과 유용은 물론이고 지하 식당 모퉁이에 설치된 열악한 영아 방, 개인적이 용무까지 교사에게 시키는 일은 다반사고 과다한 잡부금 징수, 회계관리 부정 등 온갖 비리를 총망라한 서글픈 현실이 그 제보 속에 실려 있었다. 부모들이 동요한 건 당연지사. 그러나 시설장은 막강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며 꿈쩍도 하지 않았고 2년여 동안 갈등은 지속되었다. 행정부도 뒤늦게 진화하기 위해 부랴부랴 해결책을 모색하다, 결국 2003년 9월, 서대문구 보유조례를 손을 보게 된다. 이 조례 제14조는 구립보육시설에 운영위원회를 설치하게 하고, 학부모(3인 이상), 교사, 시설장 등 7인 이내로 구성토록 하였다. 월간 회계보고 및 심의, 예․결산 보고 및 심의, 주요사업 계획 심의 및 평가 등을 운영위원회가 심의․의결하는 내용이다. 이렇게 되고 보니 16개의 구립시설은 어찌할 도리 없이 운영위원회를 구성하게 되었고, 형식적으로는 시민참여를 보장하게 된다. 여기까지 사전정보. 자, 그럼 스무고개를 넘어보자.

오늘 인터뷰의 주인공은 서정순 씨다. 서정순 씨는 고은구립어린이집 운영위원이면서 ‘서대문구립어린이집운영위원연대’의 공동대표이기도 하고 서대문 보육위원회 부모대표이기도 하다. 물론 본업은 따로 있다. 이화여대 여성학 석사를 수료했고, 지금은 논문을 쓰는 학생이다. 서정순 씨는 현재 서대문구 구립 어린이집 운영위원회를 활성화시킨 장본인이다. 홍제2동 사건이 한참 불거졌을 당시, 아이를 출산한 서정순 씨는 남동생 내외가 살고 있는 서대문구로 이사를 오게 된다. 아이가 돌이 되었을 즈음, 조카가 다니는 고은구립어린이집을 선택, 아이를 위탁하게 된다. 이때부터 서정순 씨의 험란한 여정은 시작된다. 그 동안 서대문구 구립 어린이집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의 입을 통해 들어보도록 하자.

“.......아이를 어디에 맡길까 고민하다 고은어린이집을 선택해서 갔어요. 아이를 맡기면서 사소한 문제가 눈에 띄긴 했었는데 워낙 저도 바쁘고 해서 미루고 있었다가, 대학교를 수료하고 나서 2002년 12월, 어린이집에서 다음 해를 위한 오리엔테이션을 한 거예요. 학부모에게 어린이집의 운영방식에 대한 설명하는 자리였어요. 어린이집을 홍보하는 것도 있었고.......그런데 제가 의아해했던 것은, 사실 어린이집에서 특별활동비나 이런 일채의 잡부금을 못 받게 되어 있어요. 보육위원회에서 승인한 것이 8만원이에요. 승인 한도 내에서만 받을 수 있거든요. 그런데 그게 현실하고 맞지 않으니까, 부모님들의 동의나 승인이 있으면 묵인을 해주는 그런 관행이 있었던 것 같고, 그 오리엔테이션 자리가 부모들의 동의나 승인을 얻기 위한 자리였던 것 같아요. 그래서 시설장이 이야기하길, 과학 과목이 지금까지 10,000원을 받았는데, 물가도 많이 올랐고, 내년부터는 20,000원 하죠, 이런 식으로 두루뭉술하게 딱 제안을 하는 거예요. 그런데 학부형들이 아무도 문제제기를 못해요. 한 30명 정도 모였을 거예요. 질문이라든지 건의라든지, 완전히 침묵한 상태였죠. 그리고 원장과 주임 교사가 일방적으로 얘기하고. 그리고 더욱 충격적이었던 것은 현장학습을 굉장히 자주 갔어요. 그 이유는, 물론 아이들은 좋아하는데, 굉장히 돈을 많이 받는 거예요. 그런 내역을 공개한 적도 없고. 가장 쉽게 돈을 빼돌리는 방법 중에 하나라고 그러더라고요. 현장학습 가면 전문 사진사가 따라 붙어서 무조건 사진을 찍어요. 그래서 사진 값을 장당 2-3,000원씩 받아요. 제가 생각할 때, 아이들 숫자가 많아서 돈이 많이 남을 것 같아요.......이런 부당한 사례는 어느 어린이집에서 지금도 비슷하게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래요.......그런데 정말 형편없이 찍은 사진도 일방적으로 구매해야 하니까 부모들은 기분 나쁜 일이거든요.......제가 시설장들을 인터뷰해봤는데, 원장들의 말은 워낙 운영이 어렵다보니까 남는 돈 가지고 교사들 회식 시켜준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이런 것이 부모와 합의가 되어 있다면 사실 부모들이 자기 아이 위하는 마음에서 이런 것이 합의가 되어 있다면 더 해 줄 수 있는 건데, 방식이 문제가 있는 것 같았어요.”

이 대목에서 우리는 몇 가지를 알 수 있다. ① 오리엔테이션은 부모와 소통하기 위한 행사가 아니라 잡부금을 더 많이 징수하기 위한 합리화의 과정이 될 수 있다 ② 시설장의 입장에서 부수입을 더 올리기 위해서는 현장학습을 자주 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③ 어린이집에서 구입한 사진 인화비가 과다하다고 생각된다면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더욱 놀라운 것은 시설장이 그러더라고요. ‘현장학습만 되면 빠지는 아이들이 있나본데, 자꾸 빠질 경우 내가 그 아이들을 퇴원 시키겠다’라며 엄포를 놓더라고요. 그런데 생각해보세요. 현장학습이 부담이 되는 사람이 틀림없이 있기 때문에 안 보낼 거 아니에요? 그런데 시설장은 현장학습을 안 보내는 부모들을 그렇게 인식하고 있더라고요. 아무튼 제가 그것 때문에 크게 충격을 받았어요.......아무튼 그 동안 저는 간식 때문에 불만이 있었거든요. 그 당시만 해도 영아에 대해서 910원의 간식비가 나오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 그런데 간식을 매일 싸오라고 하는 거예요. 매일매일. 한번쯤 안 싸오면 왜 안 싸오냐, 싸와라, 그래서 가보면 그 간식을, 안 싸오는 아이들과 나눠먹고 있는 모습을 목격한 적도 있었어요. 그러니까 별도의 간식이 나오질 않는 거예요. 그래서 항상 우유는 기본이고, 빵과 치즈라든지, 요플레, 이런 것을 매일매일 싸서 보내야 되고, 그리고 물휴지 한 달에 두 개, 사각 티슈 3개, 이런 게 정해져 있어요. 기저귀는 기본이고. 그런데 영아는 보육료도 비싸잖아요. 그리고 유아에 비해서 국가의 지원이 더 많다는 것을 알고 있는데, 영아 교사는 인건비 90% 지원이고 유아는 45% 지원이잖아요. 그런데 이런 것을 알고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매우 불합리하다는 생각이 든 거죠.......우리는 두 남매가 한 동에 살면서 아이를 데리러 가는데, 저나 남동생 부부, 그리고 할머니가 있거든요. 이렇게 번갈아 돌아가면서 데려오니까 목격을 하게 된 거예요. 그리고 시간대도 달리하면서. 그러니까 많이 보게 되고 문제점을 인식하게 되고. 그리고 이것을 공유하게 되고. 그래서 유일하게 제가 손을 들고 급식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어요. 될 수 있으면 제 철 음식을 먹였으면 좋겠다, 기왕이면 인스턴트식품보다는, 감자나 고구마 등을 먹였으면 좋겠다 등등. 그런데 돌아온 대답은 너무 딴 판이었어요. ‘우리는 다 먹이고 있다’ 이미 답이 다 준비되어 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④ 시설장의 힘은 막강하므로 눈 밖에 나는 행동은 자제 하시라. 강제 퇴원조치가 이루어질 수 있으므로. ⑤ 아이에게 매일 간식을 요구하는 보육시설이 있다면 한번쯤 의심해 보라. 910원의 간식비가 도대체 어디에 사용되고 있는지.

“제가 질문한 다음 바로 호출 당했습니다. 시설장이 부르더라고요. 그리고 아주 많은 훈계를 했어요. 그 때 받은 모멸감을 생각하면.......그래서 그 시점에 그 동안에 느꼈던 불합리와 저 개인적인 분노가 결합된 거죠. 이런 것이 없었으면 제가 그렇게까지 나서지 않았을지 모르는데.(웃음) 그때부터 이 문제에 좀 더 관심을 갖기 시작했어요. 인터넷 검색을 하면서 막연하게 부분적으로 알고 있던 사실들을 다 확인하니까 이건 너무 크게 잘못된 거예요. 그래서 민원을 넣었죠. 그리고 부모들을 만나야 한다는 생각을 했어요.......그 당시에 제가 명함이 있었는데, 명함을 다 뿌리면서, 부모들의 연락처를 다 받아 적었어요. 그 때 힘들더라고요. 길거리에 서가지고. 눈치도 보이기도 하고. 그런데 몇 몇 사람이 1-2주 후에 바로 호응을 하더라고요. 그래서 저희 집에서 첫 모임을 가졌어요. 일단 이 문제는 해결해보자 하는 취지에서.”

⑥ 시설장에게 함부로 덤비지 마라. 바로 호출당할 우려가 있다 ⑦ 그리고 엄청난 모멸감을 줄 수도 있다. 인내심을 길러라.

부모들이 회동한다는 소문이 시설장의 귀에도 들어간 모양이다. 시설장과 주임교사가 음료수를 사들고 한 밤 중에 서정순 씨 집을 찾아왔다. 모든 건의사항을 수용하겠다며 읍소를 했다고 한다. 시설장은 서정순 씨가 구청에 민원을 제기한 것도 알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시설장의 남편이 서대문구 사회복지과장을 지낸 공무원이었다. 정말 웃기는 짬뽕이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이런 식으로 얽혀 있는 것이다. 여기서 주의할 점. ⑧ 지방자치단체에 민원을 제기할 때 지방자치단체는 개인의 정보를 보호해 줄 것이라는 순진한 생각을 버려라. 보호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⑨ 지역의 기득권 세력은 이미 노른자위를 다 그런 식으로 차지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저희가 모임을 갖고 운영위원회를 새로 꾸리는 것이 급선무라고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바로 그 주에 전체 부모가 모이는 자리를 마련하기로 했어요. 그때부터 시설장은 직장, 집 다 찾아다니면서 자기 도와달라면서 부모들에게 하소연 한 거예요. 부모들은 대부분이 모르고 있던 상태였죠. 대여섯 밖에 모르고 있던 상황이었는데.......그런데 거기서 우리의 목적이 끝장났어요.......”

그 날의 정황을 간략히 추리면 이렇다. 전체 학부모 모임에 70명 이상의 부모가 찾아왔다. 정원이 89명인 점을 감안하면 역사상 학부모들이 가장 많이 모인 자리였다. 시설장은 미리 정지작업을 통해 자신을 지원사격해 줄 수 있는 부모들을 모았고, 그 사람들에 의해 모임 분위기는 일방적으로 흘렀다. 어려운 사정에서도 시설장은 얼마나 훌륭하게 운영하고 있는지 알고 있느냐!! 불만이 있으면 당장 나가라!! 이런 시시콜콜한 문제로 왜 바쁜 부모들을 오라고 했냐? 빨리 결정하고 끝내자!! 시설장의 완승이었다. 모든 결정 사항을 거수로 결정했고, 한 두 표를 제외하고 시설장이 몰표를 받았다. 친절하게도 시설장은 이런 장면을 비디오로 담아 놓는 수고도 아끼지 않았다. 평범한 사람이 그런 분위기에서 논리정연하게 대꾸할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아무튼 서정순 씨와 몇 몇 모임에 참여했던 부모들의 목적은 무산되고 말았다. 이 대목에서 배울 점. ⑩ 보육시설에 문제가 있다면 섣불리 나서지 마라. 철저하고 정교한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 ⑪ 전체 학부모 모임을 갖는다면 자유롭게 의견을 교류할 수 있는 제3의 장소를 선택하라. 보육시설은 학부모를 주눅들게 한다.

“.......그 이후로도 여러 통로는 통해 보육과 관련된 자료를 수소문했어요. 종로, 영등포, 성북, 이런 데를 연락 닿는 데로 다 알아봤어요. 우리 구에서 문제 되는 것이 여덟 가지 항목 중에 재원비라는 것을 매년 연초에 3만 원씩 받았어요. 아무 법적 근거가 없는 건데. 재원비란 계속 다니기 때문에 내는 돈이에요. 부모가 부담해야 하는 것은 상해보험료, 그게 한 7,000원 내지 많아봤자 10,000이내거든요. 그리고 입학금이 있어요. 50,000원, 거기에 가방이라든지 이런 게 포함되어 있는 거고. 제기 기가 막혔던 것은 매달 10,000원씩 재료비를 받더라고요. 그게 한 학기 60,000원이죠. 재료비의 명목이 뭐냐면, 풀, 가위, 색종이 이런 거를 산다는 거예요. 제가 알아본 바에 의하면 학기 초에 받는 게 정상이죠. 6개월에 10,000원이면 떡을 친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학기가 끝나면 다시 돌려주고요. 그런데 여기는 만 2세부터 매월 10,000원씩 받는 거예요. 그것도 다 투표에 부쳤다는 거 아닙니까.(웃음)......어쨌든 그 일이 있고 나서 저는 일단 끝까지 버티겠다는 결심으로 시작을 했는데, 일단 나가면 문제제기를 못 하잖아요. 그래서 얼마나 바뀌는지 두고 보겠다고 2월을 버티다가 결국 2003년 2월까지 있다가 퇴원해버렸어요.(웃음)”

시설장의 눈 밖에 난 것을 되돌리기엔 역부족이었던 모양이다. 결국 그 시설에서 퇴원했고 아이를 맡아서 돌보는 수밖에 없었다. 모든 것이 허사로 돌아가는 듯 했다. 그러나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는 법. 집에서 아이를 돌보고 있는 순간에도 서정순 씨는 계속 관심의 끈은 놓지 않았고 보육시설을 중심으로 여러 정황이 변화되고 있었다. 참, 여기서도 명심해야 할 대목. ⑫ 아이를 위탁하는 시설에서 재원비를 받는다면 이 비용의 사용처를 의심해봐라. ⑬ 마찬가지로 매달 납부하는 재료비가 있다면 의심해볼지어다.

“......그 이후에도 엄마들이 저에게 연락은 했어요. 그래도 간식은 좀 좋아졌다고 하더라고요. 재원비의 경우도 구에서 부모에게 돌려주라는 시행을 내렸는데, 흐지부지 됐고.......그러니까 큰 변화 없이 그대로 유지가 됐던 거죠. 우리 조카가 계속 다니고 있었기 때문에 그 상황을 다 알고 있었던 거죠.......그렇게 지내다 연락이 왔어요. 올 2월 달에. 다른 곳으로 위탁체가 바뀌었다고.......얼마나 기뻤는지 몰라요. 원장이 바뀌고 과정에 횡령이 인정돼서 700만원을 환수했다고 하더라고요. 드러난 것만 700만원이죠.......아무튼 저는 바뀌었다는 사실 하나에 너무나 기쁜 나머지 아 이제는 기회가 왔다(웃음), 나는 아이가 안 다니기 때문에 어떻게 할 수가 없었지만, 당시 학부모 모임을 가질 때 제게 공격했던 한 엄마가 마음을 바꿔 이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섰더라고요. 그 사람이 생각이 바뀐 거죠.”

위탁체가 바뀌고 3월 달에 서정순 씨는 아이를 다시 맡길 수 있었다. 딱 1년이란 시간이 흐른 뒤였다. 꼬일 대로 꼬인 실타래를 풀어야 할 순간이었다. 그러나 매듭은 워낙 복잡해서 쉽게 풀리지 않았다. 위탁하는 과정에서 문제점이 드러났고, 새로운 위탁체 총무와 기존 교사들 간의 갈등이 첨예화되었고, 부모들 사이에서도 의견을 달리하는 지점이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에도 부모들의 요구와는 무관하게 총무와 주임을 비롯해 교사, 구의원, 전 시설장 등이 막후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다. 완전히 정치축소판이었다. 아무튼 서정순 씨는 다시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면서 부모 모임 활동을 재개하였다. 물론 여기서도 교훈이 있다. ⑭ 정의사회 구현(?)을 위해 실패는 있어도 좌절은 하지 말지어다. ‘시민’의 자격은 그냥 부여되는 것이 아니라 관심과 참여, 그리고 실천이 뒤따를 때 가능한 것이다. 그것도 꾸준히. 지속적으로.

".......그 때 저는 다른 주제를 가지고 한참 논문을 쓰고 있었는데, 학교는 매일 왔지만 마음은 그 쪽에 있었어요. 우선 행동했던 것은 카페를 만드는 일이었어요. 기본적인 정보교류와 부모들 사이에 관계가 형성되어야 하기 때문이죠.......카페를 만든 다음에 계속 부모들에게 알려나가는 작업, 오고가는 사람들 붙잡고, 연락처 주고받고, 메일 주고받으면서 모이기 시작했어요. 20명, 30명, 이런 식으로. 저는 학교는 나왔으나 거의 공부는 못하고 거기에만 온 신경을 다 쏟았죠. 그리고 밤에는 인터넷을 뒤지고. 그래서 그 때 모였던 사람을 중심으로 운영위원 다섯 명을 뽑았어요. 그리고 그 전에 잘 보이지 않았던 사람들도 자원을 하기도 해서 구성원들이 잘 뽑혔어요.......서대문구 조례상에는 구성원이 누구냐에 관계없이 7인 이하로 되어 있기 때문에 자율적인 구성을 하면 되요.”

⑮ 부모들과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소통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⑯ 그러기 위해서 가장 좋은 구조는 시설운영위원회이다. 시설운영위원회를 제대로 뽑는 것이 관건이다.

“......그렇게 하다가 총회를 개최했어요. 우리가 이미 겪은 바가 있기 때문에 준비를 철저히 했어요.......이번에는 반드시 부모들만의 모임을 보장해라, 교사들은 내려가 있고, 하여튼 얼마나 이거 하나를 짜려고 머리를 썼는지 몰라요. 거의 잠을 못 잤어요.(웃음) 그리고 총무가 자기 목적을 관철시키기 위해서 저희에게 부모들의 연락처를 줬어요. 제일 큰 문제가 연락처를 못 받는 거거든요. 그 동안 사생활 침해다, 개인정보 공개위반이다 운운하면서 연락처를 안 줬거든요. 그렇게 해서 20-30분씩 전화 붙들고 설득하고 해서 총회를 개최했죠. 그런데 그 때 교사들이 유통기간이 지난 사과를 보여주면서 급식구매 과정의 문제점을 폭로한 거예요. 거의 사료용 낙과 수준이었어요. 그런데 엄마들, 할머니들이 분노했죠.”

그 과정도 복잡하므로 짧게 요약하면, 재위탁 과정에서 문제점이 들어나면서 운영위에서는 다시 위탁의 절차를 밝기로 결정하고 위탁체 모집 공고를 내보낸다. 그렇게 해서 바뀐 곳이 지금의 은초롱사회복지법인이다. 그 시점이 올 4월이다.

“......그런 와중에 부모 대표 보육위원은 없는 상태였어요.......구청장 면담을 하면서 두 가지를 요구했어요. 보육위원회에 학부모 대표를 3인 이상 또는 5인 이상으로 제안했고, 그리고 구립운영위원연대가 절실히 필요하니 만들어달라, 했더니 이런 것을 구청장이 흔쾌히 받아들였어요.......그렇게 답변은 했는데, 이 공무원들은 맨날 바쁘다고 하면서 매일 미루는 거예요. 보육위원 재위촉 하는 문제도 그렇고, 연대체를 꾸리고 싶어도 연락처도 없고. 어느 정도 시설장의 도움이 있다거나 장보가 있으면 되는데, 전화를 몇 번을 해도 말을 안 들어요. 연락처 받는 것이 그렇게 어렵더라고요. 그런데 문제는 보육위원회의 교사대표와 학부모 대표를 시설연합회 회장한테 위임을 한 것예요. 시설장을 견제하기 위해 부모가 들어가는 건데, 시설장의 추천을 받는다는 것이 말이 안 되는 거죠. 이건 말도 안 된다고 강력하게 항의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공무원들이 그렇게 한 거에요. 그래서 각 시설에 다 보냈겠죠. 보육위원 신청을 하라고. 그런데 우리 어린이집만 빼놓고 다 돌린 거예요. 참 웃기는 거죠.(웃음)”

이런 과정이 알려지자 부모들이 항의하게 된다. 그랬더니 바로 추천서가 왔고, 올 4월26일 자로 서정순 씨가 서대문구 보육위원으로 위촉된 것이다. 평번한 주부가 보육위원이 된다는 건 정말 힘든 과정인 것 같다. 그를 지지해줄 조직이 없다면 말이다. ⑰ 보육위원 위촉 과정에 문제가 없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특정 세력의 전유물이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⑱ 시설운영위원회 연대체는 많은 정보를 교류할 수 있고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각 지역에서 고민해보시길.

“......지금은 정말로 많이 바뀌었죠. 저희가 국공립시설 평가하면서 봤더니 시설 면에서 없던 시설, 가전제품이 다 들어왔죠. 엄청 바뀌었죠. 그리고 우리 어린이집 시설장의 경우는 마인드도 많이 바뀌었어요. 교사들 보수교육을 계속 보내고, 그리고 별도의 특별활동비 없이 자체 내에서 해결하고, 정원 지켜주고, 재원비 같은 것도 시정됐죠.”

학부모, 구체적으로 엄마들의 고된 투쟁은 단순히 시설만 변화시킨 것이 아니다. 보육 제도, 보육에 대한 인식 변화를 복합적으로 이끌어내었다. 중간에 포기하고 좌절했더라면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다. 어느 때보다 보람 있는 일이다. 내 삶의 문제를 내가 해결했다는 것만큼 보람찬 일이 또 있을까? ⑲ 참여는 변화를 이끌어낸다.

“......이런 것이 진짜 운동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이런 것이 풀뿌리운동이구나 생활정치구나 하는 것을 몸소 체험을 한 거죠.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이런 평범한 아줌마들도 그런 잠재력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교육을 시키면 배가 된다고 생각해요. 그런 교육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그런데 그걸 해줄 마땅한 곳이 없는 것 같아요. 특히 시설운영위원회에 대한 교육을 절실하게 느끼고 있어요.......부모들에게 참여 공간을 만들어주면 대부분 관심을 갖고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이 근처 신촌에 한 어린이집이 있는데, 여기는 진짜 장사하시는 분이 많거든요. 그런데, 부모 총회에 90% 이상이 참여한대요. 그렇게 강제력을 부여하면 월차라도 내서 오는 거예요. 저는 시설장의 의지에 달렸다고 생각해요.......아이들에 대한 정보를 교류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고, 부모참여에 대한 프로그램은 계속 만들어서 부모들끼리 서로 교류하게 하고, 이런 기반을 시간이 걸리더라도 만들려는 어떤 마인드가 있어야 하는데, 이런 것이 전혀 없고 무조건 운영위원회 시키려고 하면 부모들은 당연히 운영위원회는 돈 있고 시간 있는 사람만 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기존의 관념대로. 그럼 부담스러워하니까 안 하려고 하고 입장이 사실 난처할 수 있잖아요.”

장시간의 인터뷰를 마무리해야 할 것 같다. 현재, 이전에 야기됐던 서대문구 구립시설의 문제점들은 상당 부분 해결된 상태다. 무엇보다 시설운영에 대한 주도권이 운영위원회, 즉 학부모들에게 주어져 있다. 복잡하게 엉킨 매듭이 풀리면서, 건강하고 튼튼하게 새로운 매듭을 지어야 할 시점이다. 이전의 소중한 경험들-투쟁의 경험들이 쉽게 잊혀지지는 않을 것이다. 부모들과의 유대관계도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16개의 구립시설 운영위원들이 뭉쳐 있다. 행정부든, 시설장 연합회든 구립시설을 쥐락펴락 하진 못한다. 상황이 그렇게 바뀌었다. 건강한 보육환경을 만드는데 있어서는 이보다 더 좋은 기회는 없을 것이다. 모든 것이 원점이기에 새로운 판을 짜야 한다. 그것이 서정순 씨를 비롯한 운영위원들의 고민일 것이다. 보육문제가 나라를 들쑤시고 있는 이 때, 그들의 행보를 주목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해결하지 못한 보육환경을, 시설장과 교사가 제시하지 못한 보육의 대안을, 최후의 보루 학부모들이 나서서 만들려고 하는 것이다. 제도보다, 시설 관계자의 의지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라는 것을 서대문구 구립시설의 학부모들은 직접적으로 보여주었다. 서대문구의 경험이 더욱 발전되길 희망해본다. 그리고 다른 지역에서도 서대문구의 경험이 스며들었으면 한다. 끝으로, 이런 경험이 무엇을 가져다주었는지 물었고, 그의 대답으로 오늘의 인터뷰를 마무리하고자 한다.

“저의 잠재력을 발견한 거죠. 그리고 어떤 변화가 눈에 바로 바로 보이기 때문에 좋은 경험이었죠. 특히 엄마들과의 교류가 소중했어요. 거의 한 달에 두세 번까지 주말이나 쉬는 날 놀러 가거든요. 각종 여성단체 행사라든지 보육행사 이런 거 있잖아요. 무료로 참석하고 프로그램 질은 굉장히 좋은, 그런 내용을 계속 카페에 올리는 일들. 그러니까 이런 생활정치에 가장 핵심적이고 중요한 전제가 친하게 지내는 거잖아요.......그런데 그게 뭐, 저희 희생이 아니라 우리 아이가 좋아하고 나한테도 즐거운 경험이기 때문에 좋은 거죠.”

⑳ 참여는 자신의 잠재력을 발견하는데 도움을 주고 즐거움을 선사한다.
(2005년 시민자치정책센터 김현 운영위원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