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김태선 의원(노원구의회)
당신은 왜 지역정치인이 되려고 하십니까? 이 근원적인 물음에 선뜻 답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 허긴, 너는 왜 운동을 하느냐? 너는 왜 이 일을 하느냐? 하는 질문에 청산유수 말문을 여는 사람이 드문 것과 같은 이치일 것이다. 매사에 맺고 끊음이 똑 부러지는 사람이거나 확고한 방향성을 설정하고 ‘나의 길’을 가는 사람이 아니라면, 내가 지금 하는 일에 대한 포지션과 정체성을 명쾌하게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많아 보이지 않는다. 아마 그런 사람이 있다면 머리가 차가운, 그야말로 ‘냉혈한’으로 취급받기 십상이거나 정을 나누기 부담되는 사람으로 여겨질 수도 있다. 그래서 진정성이 엿보이는 뜨거운 가슴의 소유자들에게 정이 더 가고 인간미 풍기는 사람이라고 우리 스스로가 ‘좋은 게 좋다는 식’의 인간관계를 형성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당신은 왜 지역정치인이 되려고 하십니까? 이 근원적인 물음에 이제는 선뜻 답할 때가 왔다고 생각한다. 아니, 적어도 그 답을 찾으려고 노력해야 할 시기가 아닌가 싶다. 물론, 이 질문은 지역정치인이 되려는 모든 사람에게 보편성을 띄고 있지만, 특히 지역운동을 확장해서 고민하는 사람에겐 더욱 절실한 해답 찾기이다. 지역은 중앙과 대별되는 보편적 개념을 가지고 있지만, 지역끼리의 다름이 존재하는 특수성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왜’라는 질문에 그 답은 ‘하나’라고 섣불리 말할 수는 없다. 어떤 지역은 상식이 통하지 않은 지방의원이 수두룩하게 존재하는 곳도 있다. 그래서 이런 사람을 바꿀 수만 있다면........하는 간절함이 눈에 선할 것이다. 어떤 곳은 행정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의회 기능만으로 한계가 있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단체장을 목표로 나의 꿈을, 또는 개혁세력의 꿈을 집행해보고자 하는 이들도 분명 있다. 정체성이 모호하고 아직은 부족한 사람들로 꾸려졌지만 2006년 지방선거를 준비하는 과정에 그 답을 찾으려는 지역도 있을 것이다. 아슬하게 줄타기를 한다고 비꼴 수만은 없는 일이다. 반면 철저하게 자기 정체성을 갖고 나가려고 하는 지역도 있을 것이다. 이 모두가 우리에겐 소중한 경험들이다. 그러나 그런 조건과 상황이 어떻게 지역운동을 풍부화시킬 것인가, 또는 ‘왜’라는 목표를 덮어버릴 수는 없다. 뚜렷한 목표가 설정될 때, 준비 과정, 해결방식, 연대의 범위 등 어려운 과정이겠지만, 보다 명쾌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의 인터뷰 주인공은 노원구의 김태선 의원이다. 98년을 딛고 2002년을 뛰어넘어 2006년을 멋지게 준비하려는 젊은 지역정치인이다. ‘왜’라는 목표를 찾고자 김태선 의원을 만난 것은 아니다. 다만 풀뿌리단체와 끊임없이 호흡하려는 중진(?)의 지방정치인이 드문 상황에서 그가 경험하고 느끼고 구상하는 지역정치의 상을 듣고 싶었다. 그를 알게 된 것도 10년이 넘었고, 허물없이 지내는 관계이긴 하지만, 오늘 인터뷰는 나름대로 격식을 갖추고 진행했다.(뭐, 특별한 격식이 아니라, 허물없는 사이임에도 진정성을 갖고 인터뷰했다는 뜻이다)김태선 의원은 대학졸업 후 1년 동안 ‘월드비전’이라는 곳에서 직장생활을 했다. 그 후, 본인의 말로는 친구들의 꼬임에 빠져서 환경운동연합에서 일하게 됐고, 97년, 동네 수락산에 들어설 도로 반대운동에 나섬으로써 지역운동의 첫 발을 디디게 된다. 도로는 결국 깔리게 됐지만 그 과정에서 보여준 주민운동은 상당한 모델이 되었던 것 같다. 그 후 먹고 사는 문제로 송파구 복지관에 잠깐 다니다, 주민들의 권유로 98년 지방선거에 출마하게 된다. 98년, 2002년 모두 민주당을 끼고 출마했다. 이 정도의 사전 지식을 가지고 그와 인터뷰를 시작해보자. 잠깐. 인터뷰 내용이 무지 길다. 3시간 정도 했던 것 같다. 길다고 멈추지 말고 긴 호흡으로 읽어보시길........
먼저 지방의원에 출마하게 된 계기를 조금 더 자세하게 물었다.
"수락산 싸움이 결정적인 계기였죠. 그 싸움이 97년 3월부터 97년 말까지 지속됐었고, 그 때까지는 도로 계획만 있었던 거고, 거의 1년간 주민들이 막은 거죠. 97년 말에 3명의 주민을 구속시킨다고 하는 사태가 생기는 바람에, 구속당하고 피해보는 것은 안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서 주민들이 포기를 했죠. 그 지역은 제가 사는 동네에요. 사실, 제가 재선하고 나서는 전체적인 행정이 파악이 되지만, 당시에는 시민운동이나 지역운동의 경험은 있지만, 의회에서 뭘 하는지 제대로 몰랐던 것이 사실이죠. 의회 가기 전에 준비를 조금 더 했다면 더 좋았을 텐데, 그렇지 못한 아쉬움이 있어요. 사실, 이런 내용을 어디서 들을 수 있는 기회는 거의 없었죠. 하여간 지역에 생활과 관련된 일을 할 수 있겠구나, 막연하게 생각했었죠. 그렇다고, 좀 더 준비를 했더라면 더 많은 일을 했을 거라는 생각은 안 해요.(웃음) 최소한 들어가서 몇 가지 시행착오라도 배울 수 있었겠다는 아쉬움이 있었죠."
수락산 도로 반대운동이 지방의회 출마의 결정적인 계기였던 것은 분명하고, 지방의회가 도대체 어떤 곳인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던 것도 분명해 보인다. 그래서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서 감을 잡았는지 물었다.
“최소한 1년은 확실하게 걸렸던 것 같아요. 1년 정도 지나고 나니까 뭘 하는 건지, 행정사무감사라든지, 예산이라든지 기본적으로 의회에서 하는 기능들에 대해서 한 번쯤 경험하고 나서야 감을 잡은 것 같아요. 다행인 것은 당시 3대 노원구의회에 활동을 열심히 하는 젊은 의원들이 몇 분 계셨는데, 이런 분들의 도움을 참 많이 받았죠. 워낙 활동들을 많이 해왔었고, 또 제가 후배였기 때문에 많은 도움이 되었죠.”
초선과 재선의 의미가 확연히 구분되는 것은 아니지만, 먼저 경험한 의원의 역할과 처음 활동하는 의원의 역할은 약간 다르다는 것이 김태선 의원의 생각이다. 아무래도 재선은 풍부한 노하우가 장점인 듯 하고, 초선의 경우는 새로운 아이디어나 참신한 문제제기와 같은 재선과는 다른 시각의 의정활동이 가능할 것이다. 다행히 김태선 의원은 이렇게 피드백 할 수 있는 동료 의원들이 있었다. 그에게 기억에 남는 의정활동 내지 성과를 남긴 활동은 무엇이 있는지 물었다.
“성과라기보다는, 한 달도 채 안 된 시기였는데, 제가 처음으로 지역 언론에 이름이 올라가고, 악명을 떨치기 시작한 첫 번째 사건이 기억납니다. 그 당시는 행정부가 구조조정 하면서 과를 통폐합하는 시기였어요. 그 때, 제가 도저히 인정할 수 없었던 일은 ‘환경과’를 폐지하고 다른 과와 통합해서 축소시키겠다는 안이 올라왔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환경과’는 존치시켜야 한다는 입장이었죠. 다른 지역은 통합해도 큰 무리가 없는 ‘민방위재난관리과’와 같은 곳을 축소하거나 통합시켰거든요. 그런데 노원구 공무원들의 논리는 지역에 있는 ‘환경과’는 실질적으로 환경부에서 떨어진 업무만 맡을 뿐이지 실제 지역의 환경문제에 대해서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없기 때문에 통합시켜야 한다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제가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고 끝까지 문제제기를 했죠. 결론적으로 말하면 통합이 됐어요. 허울뿐이긴 하지만, ‘지역경제과’와 ‘환경과’가 합쳐졌는데, 원래는 ‘지역환경과’라는 안으로 올라왔어요. 그런데 중재하는 과정을 거쳐 ‘환경산업과’로 바꾸게 된 거죠. 그런데 그것도 사실 웃기는 일이죠. ‘환경산업과’라니........”
채 한 달이 안 된 상태에서 맞짱을 떴다. 노련한 재선의원이 중재함으로써 어정쩡하게 결론짓게 되었지만, 그로서는 좋은 경험이었던 것 같다. 4년은 짧지 않은 시간이지만, 어리둥절 하는 동안 2년이 지나갔고 좀 해보려고 할 때 다음 선거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서 그에게 물었다. 이번에는 왜 재선에 나오게 되었는지.
“음........(좀 당황한 느낌이었다) 초선을 경험하면서 지방자치에 대해서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사실입니다. 또 의회 일을 하게 되면서 예전에 시민운동이나 사회복지에서 일했던 경험을 비춰봤을 때, 정말로 중요한 일이구나, 그리고 주민들에게 참여의 기회를 제공해 줄 수 있고, 어찌 보면 지방자치라고 하는 것이 미래에 올 사회에 중요한 도구가 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게 되었어요. 그런데 이런 공간이 또 다른 기득권세력이라고 하는 지역의 토호세력들이 더 관심이 많고 장악하고 있는 것에 비해서, 실제로 지방자치를 추진하고 의미를 부여했던 개혁적이거나 진보적인 인사들은 실제로 지방자치가 됐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에 대한 적절한 대응이 미흡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 면에서 열려 있는 지방자치의 공간을 또 다른 지역의 토호세력들에게 기득권을 주는 왜곡된 형태로 가는 것은 문제가 있다, 그리고 그것을 변화시키기 위한 새로운 계기 점을 만들어보고 싶은 생각이 있었던 거죠. 그래서 그 당시 시민자치정책센터 만들 때도 참여한 거고요.......당시에 시민자치정책센터나 다른 단체들과 전국을 거의 돌아다녔죠. 2002년에는 지방자치를 새로운 권력모델로 만들고 싶어 하는 젊은 분들이 많이 들어가야 한다, 단지 중앙정치의 하수인이 아니고 기존의 정치 개념에서 생각하는 어떤 주민의 대표 개념, 자기가 모든 것을 결정할 수 있다는 대표개념이 아닌, 주민들의 대리인 개념으로 나가서 의회를 변혁시키는 역할을 하는, 밑바닥을 만드는 역할을 해주는 사람들이 출마를 해야 한다고 설파하고 다녔죠. 그런 얘기를 하면서 저 자신은 안 나오겠다고 얘기한다는 것은 여러 가지 딜레마였죠. 사실 그 때엔 경제적도 어려웠고, 아내도 반대하는 입장이라서 상당히 고민을 했죠. 어쨌든 제가 한 말에 대한 책임을 지기 위해서 한 번 더 나오겠다고 얘기를 한 거죠.”
김태선 의원은 의정활동을 통해 지역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말하고 있다. 4년간의 지방의회 경험은 어쩌면 문화적인 충격일 지도 모른다. 더 이상 희미한 대상이 아닌 것이다. 특히 시민운동을 경험한 초선의원의 투지는 ‘지역에서의 새로운 권련 모델의 창출’이라는 대의명분에 이르게 했다. 이 대목에서 물었다. 기성정당을 끼고 그런 구상이 먹힐 수 있을까?
“그건.......가장 큰 딜레마이긴 하죠. 새로운 꿈을 꾸어야 하는 한 측면과 현실정치에서 당선가능성을 봐야 하는 딜레마가 있었고, 처음에는 지역주민들이 지지를 해주었음에도 불구하고 ‘묻지마’ 투표가 실제로 존재하고 있고, 그리고 앞서 말한 대로 지역이 작지 않기 때문에 그 사람들 중에 많은 사람들은 여기를 삶의 터전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그냥 잠자고 나가는 곳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수가 있었죠. 그런 분들 같은 경우는 대부분은 정당을 보고 투표하는 경향이 많이 있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정당을 끼지 않으면 당선가능성은 약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죠.......개인적인 한계는 분명히 있어요. 그런데 저는 역할의 차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이 쪽에 있기 때문에 오히려 유리한 부분이 더 많다고 생각합니다. 결국은 정치라는 게 현실에서 선거를 통해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당선돼야 할 수 있는 일들이 안 됐을 때보다 훨씬 더 많은 건 사실이잖아요. 문제제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들어가서 바꾸어내고, 이런 역할을 하려면 당선되어야 하는 거고, 그런 면에서 새로운 권력모델을 만들 수 있는 주민대리인 개념의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의회에 많이 진출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다른 지역은 편차가 있겠지만, 대도시에서의 진출은 오히려 지역보다 조금 더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는 함부로 얘기하기는 좀 어려운 문제죠.......”
한계를 느끼고 있는 건 분명했지만, 현실을 감안한다면 그곳에서도 일정한 역할이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내부에서도 바꾸고 외부로의 지원도 하겠다는 두 마리의 토끼를 몰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그는 현재 당적을 가지고 있는 열린우리당의 변화에 대해 언급했다.
“.......최근에 열린우리당도 지역에서는 환골탈퇴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어요. 진성당원 제도가 도입이 됐고, 진성당원에게 모든 권한을 줍니다. 예전처럼 종이 당원은 없어요. 물론 종이당원에 대한 미련이 있는 사람이 여전히 있긴 한데, 지금은 진성당원들이 지역에서 귀약을 작성하고 있어요. 그 귀약이나 당원당규에 따르면 6개월 이상 당비를 납부한 사람만 투표권과 피선거권이 있어요. 그리고 최소한 약정당원이라고 해서 최소한 한 번이라도 돈을 낸 사람에게만 참가권과 발언권을 줘요. 그러기 때문에 예전처럼 종이당원을 다 모아 놓고 정치인이 얘기하면 박수 치고 끝나는 식의 회의는 지금으로서는 아예 꿈도 못 꾸는 상황이죠.......워낙 정치에 대한 불신이 있기 때문에 같은 당임에도 불구하고 선출직 공무원에 대한 소환제도 도입을 하고 마음에 안 들면 면전에서까지 얘기하는 분위기는 형성이 됐죠. 오히려 이게 너무 과잉이 돼서 문제라는 지적도 있어요.......최근에 열린우리당 쪽에 들어온 사람들은 모두 젊어요. 민주당 시절에는 노원구에서 40대 미만이 농담 삼아 저 혼자였거든요. 대부분 나이 드신 분들이 정당 활동하고 젊은 사람들은 정당 활동은 전혀 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노원구만 보더라도 전체 진성당원의 60%가 40대 미만이에요. 예전의 당원들이 완전히 교체가 된 거죠. 그 사람들은 자기 돈을 냈기 때문에 실제 목소리도 높고, 그래서 국회의원들이 결정하거나 중앙정치에서 결정된 사안이 있다 하더라도 자기의 입장과 다르면 당당히 자신의 소신을 밝히는 분위기죠.......어쨌든 그런 진보적인 세력들이 단지 투표 때 현실적으로 정당을 지지하는 정도의 문제가 아니라 그 세력들이 들어가서 정당을 바꾸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정당에 들어와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런 사람들은 제 생각엔 유의미한 현상이라고 생각하고요. 그런데 이 사람들의 한계는 뭐냐면, 일상생활을 하다가 최근에 정치 변화를 통해서 재정치화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한계는 중앙정치에만 관심이 있다는 거죠. 지역을 잘 모른다는 거예요. 그래서 이 분들을 지역운동에, 지역사회에 천착시키고 활동을 하도록 만드는 것은 아주 유의미한 운동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답보상태의 지역운동의 분위기를 쇄신시킬 수 있는 아주 결정적인 계기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우려되는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만, 운동이라는 것은 우리 사회를 변혁시키고 변화시키는 것이라면 가장 가능성이 있는 분들이 이런 분들이 아닌가 생각합니다.......실제로 우리 지역에는 이런 사람들이 모여 ‘노원시민행동’이라는 지역단체를 만들었어요. 정치활동을 하려고 지역단체를 만든 것이 아니고, 이제는 중앙정치에 대한 관심을 접고, 지역에서 실제로 우리들이 꿈꾸어 왔던 주인 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우리도 밑바닥으로 내려와야 한다, 이런 생각을 하는 분들이 지역단체를 만들었죠. 지금은 의정참여 활동이라든지 지역의 장애인 복지 관련해서 계속 공부를 하고, 또 지역의 단체로 활동을 하고 있죠. 실제 지역 모임 할 때 ‘노원시민행동’이 끼치는 영향이 매우 커졌죠. 신생단체이긴 하지만 기존에 활동했던 거의 비슷한 사람들이 아닌, 전혀 새로운 사람들이죠.”
모든 지역의 공통적인 현상인지는 모르겠지만, 노원구 당원들의 모습은 매우 긍정적이라고 김태선 의원은 말한다. 이제 더 이상 박수나 쳐주는 허수아비 당원들은 거의 사라지고 있다고 한다. 전체 정당운동을 봐서도 바람직한 현상임에 틀림없다. ‘노원시민행동’의 활동을 지켜보는 일도 즐거울 것 같다. 현재 여기서 활동하는 적극적인 회원들은 50명 정도 된다고 한다. 적지 않은 수다. 일단, 정당 얘기는 여기서 접었다. 갈 길이 머니까. 초선과 재선, 그 차이점은 무엇일까? 김태선 의원은 구체적인 사례를 들며 이야기를 전개했다.
“농담 삼아 얘기하면, 제가 어떤 때는 행정사무감사를 하든, 각 과에서 업무보고를 받든, 구정질문을 하든, 예산심사를 하든, 저는 6년 동안 행정복지위원회에 있었어요. 그런데 과장들은 보통 길어야 2년, 보통 1년 정도면 바뀌거든요. 어떤 과는 과장이 여섯 번, 일곱 번 바뀐 것까지 봤죠. 보통 바뀐 과장들이 업무파악이 잘 안 돼서 실수하는 경우도 있어요. 그런 경우 초선의원들이 질문했을 때, 전혀 다른 말도 안 되는 답변으로 은근 슬쩍 넘어가는 경우가 의외로 많이 있어요. 저는 그게 눈에 다 보이죠.(웃음) 워낙 전체적으로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그래서 제가 질문하면 과장들이 답변을 못해요. 함부로 얘기했다가 자기들이 모르는 부분들이 들통 나게 되죠. 그래서 어쩔 때는 갑갑하기도 하죠. 제대로 업무파악도 안 되고, 그런 전체적인 흐름도 모르는 상태에서 들어와서 업무보고를 하거나 예산심사를 하는 것도 갑갑하기도 하고. 사실 그러다보니까 재선이 되면서 업무 파악이 빠르다는 것이 큰 장점이기도 해요. 그래서 문제점을 찾아내고 지적하고 오히려 더 강력하게 문제제기를 하는 힘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매너리즘에 빠지게 하는 그런 단점이 있어요. 저런 상황과 조건을 이해하면, 더 질의할 게 별로 없는데, 이렇게 얘기하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속된 말로 속기록에 남기는 것 빼고 무슨 의미가 있을까? 얘기해도 제대로 알아듣지도 못하고, ‘네네’ 답변만 하고 나가서는 여전히 딴 짓을 할 게 뻔한데.........그것을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이 의회에는 없거든요. 물론 행정사무감사를 통해 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그런 것들은 아주 이슈가 되는 역할들 빼고는 실제 변화에 대한 내용들을 다 잡아내기에는 의회 기능이나 권한, 여러 가지 조건들이 한계가 분명히 있어요. 저는 지방자치의 현재 상황은 단체장을 중심으로 한 집행부와 의회의 권한이 거의 8대2로 봅니다. 어떤 사람들은 6대4, 7대3 이런 얘기를 하지만 저는 극단적으로 8대2 정도라고 봅니다. 의회에서 견제할 수 있는 기능은 한 2 정도밖에 안 되고 실제 단체장이 할 수 있는 권한이 너무 많아요. 그것을 최소한 견제하려면, 전문 보좌진도 있어야 하고 각종 권한이 있어야 하는 거죠. 행정사무감사에서 위증을 해도 마땅히 제재할 방법이 없어요. 그런 사례가 있었어요. 실제 어떤 과장이 위증을 했고, 그래서 강력하게 성토를 했죠. 심지어 한나라당 의원마저도 그 과장에 대해 문제가 있다고 지적까지 했고, 이 사람을 교체해야 한다는 문제제기를 했었죠. 부구청장이 답변을 했어요. 의회 입장을 반영해서 인사 조치를 하겠다........그런데 이 사람이 ‘공보체육과’로 옮기게 됐죠. 어떻게 보면 영전을 했어요. 정말 당황스럽죠. 좌천해야 한다고 공무원 스스로 얘기를 했는데, 더구나 행정의 책임자인 부구청장이 얘기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람이 결과적으로 더 승진을 하게 됐죠. 이면에 알게 모르게 현 구청장과의 관계 문제라든지, 이 사람이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배격시켰다가 후폭풍에 대한 두려움이 복합돼서, 결국은 의회가 그것에 대해 반발할 것으로 예측함에도 불구하고 그런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이 현재의 의회와 집행부와의 관계입니다. 참 참혹한 상황이죠.”
재선이 되면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논리정연하게, 더 강력하게 문제제기를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재선 앞에서 공무원들은 함부로 대하지 못한다. 몸을 낮출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렇게 해도 바뀌지 않는 다는 것을 인식할 때엔 허탈감을 느낄 것이다. 위증한 과장의 처리 방법이 대표적인 사례다. 집행부와 의회의 권한이 8대2라고 목소리 높이며 얘기한 김태선 의원의 입장을 어느 정도 이해할만했다. 제도의 문제일까?
“제도에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요. 예산을 보더라도 실제 여러 가지 논란의 소지가 있는 시책추진업무추진비, 소위 판공비라고 얘기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6년 동안 제가 그 자료를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요. 제는 그런 얘기도 합니다. 감사원에서 감사가 들어오면 감사 들어온 기관에게 안 보여줄 수가 있느냐, 다 내놓는 것 아니냐. 그런데 요즘은 지방자치를 활성화시켜야 한다면서 작년 같은 경우에는 감사원 감사, 서울시감사가 노원구에 한 번도 없었거든요. 분위기가 바뀌었죠. 그럼 유일하게 있는 것이 자체감사와 의회가 하는 행정사무감사에요. 그럼 최소한 행정사무감사가 그 기능을 해야 한다는 거죠. 그런데 행정사무감사 때 자료 제출을 요구하더라도 자료를 내놓지 않는다면 그것은 다시 환원시켜야죠. 감사원 감사를 다시 하고, 이렇게 하지 않으면 완전히 통제 기능이 없어지는 거잖아요.”
이쯤 되면 의회 기능이 찻잔 속의 태풍조차 되지 않는다. 의회감사는 그저 형식적인 요식행위일 뿐이다. 왜 그들은 판공비를 공개하지 않을까?
“끝까지 우기는 논리가 그거에요. 언젠가는 공개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은 대법원 계류 중이고, 지방자치단체장 끼리 모여서 법원 판결이 날 때까지 공개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그래서 끝까지 버티는 거죠. 그런데 저는 그런 마인드를 갖고 있다는 것 자체가 지방자치를 좀먹고 있다고 생각해요. 여전히 단체장들이 자기의 권한이 세다고 생각하고 있거든요. 판공비 문제가 단적인 예죠.......그리고 예산만 하더라도 최근에는 ‘참여예산제’를 도입하자는 목소리가 높잖아요. 이런 판국에 최소한 쟁점이 될 수 있는 신규 예산의 경우는 사전에 공청회나 의회와 협의 과정을 통해서 같이 가야 함에도 불구하고 예산 결정 과정에서도 의회가 배제되어 있는 현실이에요. 그러니까 행정사무감사, 예산심의권, 이런 것이 의회의 가장 큰 권한이라고 하는데, 실제적으로 이 부분이 제대로 기능을 할 수 없는 구조에 있는 거예요. 단체장이 마인드가 있어서 배제하지 않는다면 지금의 의회의 권한을 가지고는 그것을 제재하거나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요.”
지역에 따라 다르겠지만, 의회가 이 정도로 찬밥신세라는 것이 놀랍기까지 하다. 과연 단체장의 마인드나 배려에 의해 달라질 수밖에 없는 구조인가?
“단체장이 배려하지 않으면 제도적으로 어떻게 할 방법이 없어요. 그럼 제도 개선을 해야 되는 거죠. 실제로 지금 얘기한 대로 주민참여예산제를 행정자치부가 시행하라고 이번에 예산편성지침 162쪽에 적어서 내려 보냈어요. 그런데 어느 단체에서도 시행을 안 해요. 물론 울산이나 광주 같은 일부 구에서는 자체적으로 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지자체는 행자부 지침을 막말로 씹고 있는 거죠. 행정부의 논리는 그건 거예요. 의미 있는 제도이다, 그러나 우리가 먼저 할 수는 없다, 다른 곳이 하고 나서 문제가 없으면 시행하겠다, 이런 식으로 말도 안 되는 논리로 거부하고 있는 거죠. 의회를 바라보는 논리가 그것과 똑같아요.......당신들은 승인권만 있지 않느냐, 왜 의회가 예산을 배정하고 이런 것들에 대해서 당신들에게 보고해야 하느냐, 이런 식의 논리죠.”
모르던 바는 아니었으나, 단체장을 비롯한 집행부의 마인드는 지방자치의 민주성을 평가하는 중요한 잣대가 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아무리 재정자립도가 높고 거주자들의 의식이 훌륭하더라도 방향을 잘못 튼 사공을 따라갈 수밖에 없는 지방자치의 현실을 생각하면 최종 집행자들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당위는 여전히 유용한 운동의 지침이다. 참여예산제를 거론해서 한 가지 물었다. 의원의 입장에서 참여예산제를 실시하면 권한이 뺏긴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저는 기본적으로 의회의 기능은 더 확대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어떻게 보면 중장기적으로 의회내각제가 바람직하다고 생각을 하는데, 그렇게 되면 의회의 역할이 상당히 커지는 거죠. 그런데 그런 단계까지 가기 위해서라도 최소한 의원들은 소아를 버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자그마한 것에 침해당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의원이 있다면 자기 이익에 매몰된 의원이라고 볼 수밖에 없거든요. 주민의 참여가 지방자치를 발전시킬 수 있는 가장 큰 힘이기 때문에 주민들이 정치에 대해 관심을 갖고, 예산에 대해 관심을 갖고 하는 것이 훨씬 더 어려운 점이죠. 이런 부분이 활성화되면 의회의 기능은 자연스럽게 강화될 수밖에 없어요. 의원들이 자기 권리를 찾아달라고 아무리 떠들어도 지금 행정을 맡은 사람들은 주지 않습니다. 그것은 의원들이 큰 착각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이를테면, ‘주민감사청구조례’를 얘기하면 숫자 줄이는 것에 대해 의원들이 스스로 나서서 반대를 하고, 주민 한 명에게 감사청구를 허용하면 주민과 의원의 차이가 뭐냐, 이런 바보 같은 소리를 하거든요.(이 대목에서 목소리가 높아짐) 주민들에게 그런 권리를 돌려주면 의원들은 그 이상의 역할을 하게 되는 거죠.......의원들 중에 의회의 권한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거의 대부분이에요. 아무리 보수적인 사람들이라도 의회의 기능에 한계가 많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그 한계를 뛰어넘는 방식에 대해서 잘 모르는 것 같아요. 한계를 뛰어넘는 것은 자기의 권리를 버렸을 때, 더 크게 문제를 제기할 수 있고 새로운 변화를 이뤄낼 수 있는데, 여전히 자기 것은 버리려고 하지 않고 남의 것은 뺏으려고 한다면 어떻게 바뀌겠습니까? 주민들은 철저히 배제되는 거죠. 의회와 집행부의 진흙 벌 싸움으로만 비춰지게 되고 주민들도 동의하지 못하는 거죠.”
이미 나락으로 떨어질 대로 떨어진 의회의 권능이라도 잡아보려는 저 가련한 중생들.......소아를 버리고 대아를 찾아야 한다는 대목에서 김태선 의원의 처절한 울림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그는 새로운 권력모델을 희구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런 혼탁한 현실에서 최근의 공무원 노조의 활동은 목마른 사슴의 갈증을 해소해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부의 혁신만큼 중요한 것이 또 어디있겠는가?
“저는 지역사회의 문제에서 정치적 변화의 문제는 어느 한 그룹이 변함으로써 바뀐다고 생가하지 않습니다. 공무원 조직도 제가 처음에 의회 들어왔을 때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고, 그리고 각자의 역할에서 각자 스스로가 변하는, 이런 것들이 축적이 되어야 결국 변화가 온다고 생각하고요. 물론 촉발을 하는 기능은 시민단체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에 맞춰 의회도 변해야 하고 공무원들도 스스로 변해야 되고 이런 것들이 접목이 되었을 때 큰 변화가 올 수 있다고 생각을 해요. 여전히 한계가 있긴 하지만, 공무원들 노조를 만들고 스스로 자정 노력을 하려고 하는 것은 정말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공무원 노조 얘기가 나와서 하는 말이지만, 이번 예산 과정을 거치면서 공무원 노조에 실망을 많이 했어요.......공무원 노조 쪽에서 이번에 임단협이나 단체장과 협의를 통해서 올라간 내용을 보면, 다 그냥 직원 복지에 관한 문제만 있었어요. 휴게실의 PDP 천만 원짜리 두 대를 설치해 달라는 요구, 논란의 소지가 분명이 있는 여름철 휴양지 관련해서 콘도를 몇 개 더 구입해 달라는 요구. 이런 것들이 1년에 3억씩 들어가거든요. 이 예산을 잘랐거든요. 그런데 노조 쪽에서 살려달라고 해서 노조의 입장을 반영했어요. 그런데 이런 문제만 하더라도, 최소한의 근거가 있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아무런 자료도 제출하지 않으면서 단지 공무원 노조이기 때문에, 또는 노조 활동을 무마시키기 위해서 이렇게 예산을 투입하는 것은 상당한 문제라고 보거든요.......물론 공무원 노조의 정당성은 인정하고 현재는 한계가 명백하지만, 지금처럼 이익 집단의 역할에 국한되는 한에서는 공무원노조가 정말 해야 되는 사회적 기능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죠.”
공무원 노조도 자신의 이익을 대변하는 집단일 수밖에 없고 그것을 부정할 수는 없는 일이다. 개인의 안정과 복지만큼 또 중요한 일이 어디 있겠는가? 그러나 공무원 노조에 거는 우리 사회의 기대는 아직까지 남다르다. 공직사회 변화의 주체로 우뚝 서 주길 고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는 방금 전에 의회 스스로도 변혁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 것처럼, 마찬가지로 공무원 내부에서의 변혁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을 해요. 의회가 가지고 있는 기득권이라고 얘기할 수 있는 부분을 대중적인 견지에서 버렸을 때, 더 큰 것이 다가오고 변화가 촉발되는 것처럼, 공무원들도 주민들에게 공무원만이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권리를 스스로 버리고 주었을 때만, 더 크게 그들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자기 밥그릇이라고 생각하면 아무 일도 못하는 거죠. 의회와 마찬가지로 새로운 사람이 들어와야 한다고 하는데, 공무원도 마찬가지로고 생각해요. 공무원들의 인사제도를 오픈시켜야 하죠. 중앙정부 같은 경우는 추진하고 있잖아요. 외부 인사들이 들어올 수 있는 길들을 열어놓고 새로운 활력과 시스템을 만들어서 그 내에서 문제제기들이 자유롭게 소통되게 하고 그런 것들에 대해 알게 되면 많은 공무원들이 동참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자기 권리의 침해라기보다는 결국 그것이 대승적인 의미에서 더 크게 다가올 수 있다는 확신을 제공하게 되면 지금 자기들끼리 내부 논란만으로는 안 되고, 외부와 끊임없는 소통이 있어야 하는 거고, 확신을 가져야 하고, 그런 것들이 전제될 수 있다면........공직사회 변화는 가능 하겠죠.”
자기 것을 버리며 내부의 혁신을 일으키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다. 무위사상 추종자들도 아니고. 다만, 자기 밥그릇을 크게 만들기 위해서라도 밥그릇의 내용을 크게 가져가야 한다는 것이 김태선 의원의 지론이다. 다시 의회 얘기로 돌아가서, 그렇다면 지역운동단체가 의회 감시를 어떻게 하는 것이 바람직할까?
“사실, 의정감시 활동이 가장 기본이에요. 저희 지역에 있는 ‘마들주민회’라는 단체에서 의정감시단을 조직해서 처음부터 의정감시를 시작했거든요. 그 분들의 종합적인 평가를 들어봐야 하겠지만, 대체적으로 의회가 이 정도로 중요하고 의미가 있는지 몰랐다는 반응이 지배적입니다. 그리고 두 번째는 의원들의 자격에 대해 많은 한계를 많이 느꼈고, 세 번째는 사안의 중요성을 봤을 때 어떠한 언론도 받아주지 않는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더라고요. 의원들의 권한인 의정보고서도 자기 동 밖에 돌릴 수가 없어요. 그건 참 문제거든요. 실제로 의원들이 활동했던 것을 알려나갈 길이 없어요. 그러나 구청장은 할 수 있어요. 구정 소식지를 통해서 전 구에 배포를 해요. 그 곳에 당연히 지방의원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죠. 그에 비해 의원들은 ‘의회보’를 통해 할 수 있다고는 하는데, ‘의회보’에 의원들의 입장을 개진하는 것은 선거법에 위반이에요. 이런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는데, 그래서 완전히 차단되어 있어요. 결국에 할 수 있는 방법이 뭐냐면, 지역에 있는 시민단체와 공동으로 별도의 신문을 제작해서 배포하는 길밖에 없어요. 그런데 그런 방식은 개인의원 식으로 가면 한계가 있기 때문에, 결국 의정감시단을 디딤돌로 할 필요가 있는 거죠.......의정감시를 어떻게 하면 효과적이냐, 이런 문제는 상당히 중요한 것 같아요. 저희 지역 같은 경우 ‘마들주민회’와 ‘노원시민행동’이 주도적으로 했는데, 의회 방청하기 전에 먼저 철저히 공부를 계속 했어요. 전과를 보기 어려워서 ‘주민자치과’만 집중적으로 했는데, 그 때 저도 그렇고 몇 몇 의식 있는 의원들이 와서 각자의 의원들이 알고 있는 정보를 다 제공했어요. 사전에 최소한의 공부를 하고 들어가지 않으면 어려워요. 뭘 얘기하는지 파악하기 어렵고, 전체적인 관점에 대한 시각이 없는 상황에서 부분적인 것에 대해서는 오류가 생기기 쉬워요. 판단의 오류가 생기기도 하는데, 그런 것을 사전에 준비하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끝나고 나서 평가하는 것도 중요하고. 단지 의정감시에 들어왔다, 그래서 어떤 한 가지 사안에 대해 이슈화를 했다, 이런 것은 저는 단기적인 생각이라고 생각해요. 첫 번째는 알아야 한다, 싸우기 전에 충분히 이것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아는 것이 첫 번째다. 그리고 두 번째는 그 중에서 단체들이 알고 있는 노하우 등을 통해서 실제 한 두 분야라도 자기들의 의견을 가져보는 것, 단체가 거기에 어떻게 반영시켜 볼까, 이것을 어떻게 바꿔야 하는가, 하는 자기들의 의견을 갖는 것이 두 번째라고 생각하고, 이것을 발현시키는 과정으로서 최대한 지역사회에 많이 홍보해야 하는 것, 이런 것들이 담보가 되어야 의정감시단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의정감시에 대한 방향을 나름대로 잘 정리하고 있었다. 1) 사전 공부를 철저히 할 것 2) 의정 감시 후 자기 의견을 정리해볼 것 3) 이를 널리 홍보할 것. 이렇게 정리해 놓고 보면 시민단체와 지방의원, 그리고 주민과의 원활한 소통 구조를 어떻게 둘 것인가가 핵심처럼 보인다. 의원의 내공을 시민단체에게 전달하고, 시민단체는 이를 정리해서 주민과 밀착하는 방식. 항시적인 소통의 구조가 되면 역방향의 흐름도 가능해진다. 김태선 의원은 시민단체와 어느 정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주민과의 접근 방식은 어떠해야 하는가?
“쉽지 않은 문제이긴 한데........주민과 만나는 사업들을 자기들 사업 속에서 만들어내야 한다고 생각해요. 뜬금없이, 갑자기 어떤 좋은 대안이 나오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막연히 고민해서 외국 것을 벤치마킹한다고 해서 딱 떠오르는 것이 아니죠. 아주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최근의 사례를 말씀을 드리면, 사회적 일자리가 자활후견기관이나 빈민운동 하는 쪽에서 아주 중요한 이슈로 부각이 되어 있잖아요. 그런데 소수의 몇 개 단체들이 전체적인 합의를 못 끌어낸 것에 대해서 고민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이 사회적 일자리와 관련해서 주민들을 참여시킬 수 있는 방법이, 가능할지 안 할지 잘 모르겠지만, 와해된 지역 공동체를 복원함과 동시에 재활용 조합, 즉 소비자협동조합을 만들 수도 있다고 봐요. 주민참여 방식 중에 나름대로 의미를 갖고 있는 것이 생활협동조직이잖아요. 대규모 조합원들을 갖게 되고 그 자원들을 통해서 여러 가지 다른 사업에 개입하게 되고, 밑바탕의 조직을 갖고 있는 거잖아요. 단지 먹거리와 관련된 생협 뿐만 아니라 사회적 일자리와 관련한 재활용조합, 저는 이런 밑바닥을 조직하는 사업들이 각 단체들이 하는 사업 속에 나와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죠. 환경단체 같은 경우도 단지 후원하는 회원을 모으는 개념을 넘어, 실제로 생태공원을 조성하면 생태공원을 관리하는 사람들을 사회적 일자리로 구축을 해서, 이 사람들이 실제로 준활동가 역할을 하게 해야 되고, 그러니까 외연의 폭을 확대시킬 수 있는, 중간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을 조직하고 교육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런 방식에 대해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과천에서 있었던 보유조례 개정운동의 진행 과정인 것 같아요. 우리도 똑 같이 급식조례를 해봤는데, 민주노동당이 선거와 관련해서 주도하다보니까 한계를 가졌어요. 그 한계가 뭐냐면 그냥 서명만 받은 거예요. 열성 활동가들이 나가서 서명만 받고 충분히 설득이 안 된 상태에서 서명만 한 거죠. 그래서 결국 의회에서 깨졌어요. 그런데 사후 반응이 없어요. 당연히 서명한 사람들 1만여 명이 분노해서 뒤집어엎어야 되는데, 뒤집어엎는 힘이 왜 없었느냐, 그것은 저는 중간의 책임자들이 없었기 때문이라도 생각해요. 과천에서 했던 것처럼 최소한 발기인 개념으로 자기가 서명을 받고 다니면서 설득을 시킬 수 있었던 그런 분들은 중간 조직책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그게 실제로 성공할 수 있는 큰 힘이었다고 생각을 해요. 우리 지역에서 그것을 놓친 것이 그 부분이라고 생각을 해요.”
주민을 만나야 한다는 강박을 버리고 자신들의 사업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나야 한다는 것과 시민단체와 주민들 사이에 다리를 놓을 수 있는 중간 책임자를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김태선 의원은 ‘환경을 사랑하는 중랑천 사람들’이라는 지역 환경운동단체의 사무국장을 맡고 있다. 그래서 그 단체의 활동을 간략히 소개하면서 나무심기 행사나 이름표 달아주기 행사를 통해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최근에는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중랑천을 중심으로 ‘5년 중장기계획’을 구상하고 있다고 한다. 현개 노원구청은 마지막 노른자위로 야기되는 중랑천 근처 부지 7만5천 평에 거대한 개발계획을 노리고 있다고 한다. 이를 대비해서 시민단체 차원의 종합적인 환경을 중심으로 발전계획을 만들 계획이란다. 어떻게 보면 노원의 비전을 만드는 작업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물었다.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
“저는 전례는 있다고 생각해요. 예전에 관악주민연대에서 만들었던 2002년 선거와 관련해서 공약집인가요, 정확히 기억하지 않지만, 저에게는 그 자료집이 전율이었어요. 우리가 하려는 작업이 국가적인 차원이나 지구적인 차원의 어떤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중랑천, 수락산, 불암산, 이렇게 접근하는 거고, 주민참여 문제나 지방자치 문제들도 현재 현안이 되고 있는 주민참여예산제라든지 판공비 공개문제라든지, 구체적으로 노원에서 부각되고 있는 사안, 그리고 장애인 문제만 하더라도 실제 장애인 분들에 대한 분석 등을 통해서 중장기적인 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생각해요.......일례로, ‘노원시민행동’에서 하려는 사업 중에 하나가, 장애인 주차장에 실제로 일반인들이 다 주차를 시키거든요. 이것을 안 지키면 벌금이 10만원이에요. 노원구가 작년 1년 동안 벌금 부과시킨 것이 10건이에요. 그런데 10건도 하루에 했어요. 몰아치기기 아니라, 예산을 10건으로만 잡아놨거든요. 예산서에 잡아 놓은 10건을 해야만 장애인 우수구가 되는 거예요. 그래서 노원구가 장애인 우수구가 됐어요.(웃음) 정말 말도 안 되는 소리죠. 우수구의 근거가 뭐냐면, 10건을 했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10건을 1시간 만에 해치었어요. 그 얘기는 뭐냐면, 한 지역에서 한 시간 만에 10건을 잡아냈으면 실제로 365일 감시하면 수천 건이나 수만 건이 걸린다는 거예요.(이 대목에서 목소리가 커짐) 그런데 그런 것을 다 방치하고 있는 거잖아요. 그런데 행정한테 하라고 하면 행정에서 하는 얘기는 인원이 없다, 사람을 늘려달라고 하는 거예요. 나갈 사람이 없다는 거죠. 그렇다면 그것을 그냥 벌금을 매기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시민운동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거죠. 장애인 주차장이 비어 있어도 일반인들이 차를 세우면 안 된다고 각성하는 운동.......그래서 조만간에 이런 운동을 전개하려고 합니다.”
김태선 의원은 지역의 비전은 될 수록 작아야 한다고 말한다. 각 단체에서 구체적으로 하는 사업과 연계해서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큰 틀에서의 보육 정책을 제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개별 시설을 조사함으로써 아이들 영양엔 문제가 없는지, 있다면 영양사 배치를 현재의 상황에서 어떻게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지 등의 미세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구체적인 사안들, 드러난 사안들만 정리하더라도 훌륭한 정책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이런 활동에는 당사자들, 특히 사회로부터 소외받는 사회적 약자들이 자기 목소리를 내도록 뒷받침하는 것도 필요하다. 일례로 노원구의 장애인 단체가 돈을 받고 중랑천 일대를 먹자판으로 만든 적이 있었다. 주민들의 원성이 잦았으나 장애인 단체에게 비판의 화살을 돌릴 수만은 없는 일이다. 그들 스스로가 중랑천을 자기의 공간으로 여기고 있지 않았다. 왜냐하면, 몸도 불편한 마당에 중랑천의 접근성은 더 엉망이었기 때문이다. 가 볼 수가 없는데, 나의 공간으로 여기길 바라는 것은 무리한 요구다. 이 사건을 계기로 몇 몇 지역운동단체들은 장애인들과 함께 중랑천을 거닐면서 사회적 약자들의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낼 계획이란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그들이 누려야 할 공간이 없다. 김태선 의원이 얘기하고 있듯, 지역의 토호세력이 이미 지역을 좌우하고 있는 것이다. 그가 생각하는 토호세력은 어떤 것인지 들어보자.
“지역의 토호세력을 원주민이라고 얘기도 하는데, 예전부터 살아오면서 이 쪽 지역에 땅을 갖고 있다가 개발되면서 이익을 많이 본 사람들, 주로는 당시 공무원들, 통장들, 지역 언론을 장악하고 있던 분들, 이런 분들과 얘기할 때는 최소한 10년 이상 살지 않으면 대화의 장에 껴주지도 않아요. 너희들이 뭘 알겠느냐, 하는 식이죠.......토호세력이 저는 단지 돈을 많이 갖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런 마인드를 갖고 있는 사람들인데, 단적인 예로 저희가 ‘노원마을’이라고, 중랑천에 붙어 있고 다른 지역보다 한 1m 정도 낮아서 항상 홍수 피해를 보고 있는 지역이 있어요. 노원 하면 떠오르는 침수지역이 ‘노원마을’이에요. 원래 이 지역이 그린벨트로 묶여 있다가 지금은 해제됐어요. 그래서 재개발을 하려고 하는데, 서울시에서는 임대아파트를 짓겠다고 하거든요. 그런데 거기에 개발업자들과 결탁된 일부 지역주민들은 그 곳에 25층 초고층 아파트를 지어야, 한 사람당 최소한 30평 아파트가 떨어진다면서 맨날 구청 앞에서 집회를 하고 있어요. 환경단체 입장에서는 거기에 사는 사람들에게 최소한의 입지 조건만 만들어주고 나머지는 생태축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데, 그런 와중에 지역의 토호세력들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정당을 떠나서 연대를 하더라고요. 보통 토호세력들은 지역이 급속도로 발전하는 과정에 이익을 얻기 때문에 건축업과 관련된 사람들이 많아요. 지금 남아 있는 땅을 어떻게 개발할 것이냐, 그 개발 과정에 자기들이 어떻게 이익을 챙길 것이냐, 이런 것에 철저하게 연결이 되어 있어요. 그런데 이런 것은 정당이나 어떤 정파와 상관없이 자기이익을 위해 똘똘 뭉쳐 있는 형국이에요. 그런 분들 같은 경우는 심지어 어떤 것도 시도를 했냐면, 3대 의회 말에, 노원마을 바로 옆에 있는 땅이 있었어요. 이 땅은 ‘노원마을’이 개발돼도 풀리지 않는 땅이에요. 그런데 사람들은 개발이 이 쪽으로 확산될 것으로 예상해서 강남에 있는 투기꾼들이 이 땅에 투기를 한 거예요. 그러고 나서 이 땅을 풀어달라고 서울시에 요구하는 것을 의회에 올렸어요. 그러니까 그게 말이 안 되는 게, 못 풀어주는 거거든요. 서울시에도 안 풀어주겠다고 하는 거고. 그러니까 쉽게 얘기하면 소위 ‘가라’로 해주는 건데, 의회에서 통과가 되면 그것을 가지고 투기꾼들은 다른 곳에 팔아먹을 생각을 하는 가지고 있었던 거죠. 그런데 그것과 관련해서 지역의 토호세력들이 다 연계가 되어 있더라고요. 부동산 등등. 이 사람들이 의원들에게 스스로 나서서 그것을 해달라고 안을 올렸던 거죠. 그것도 그 당시에 민주당, 한나라당 다 연대해서. 그것을 보면서 야, 이것이 토호세력 연대구나. 다른 사안에 대해서는 막 싸우기도 하면서도, 그 건에 대해서는 다 똘똘 뭉쳤더라고요.”
이념이고 나발이고 없다. 자기의 이익이라면, 개발해서 이익이 남는다면 누구와도 연대가 가능한 것이다. 이것이 토호세력의 연대다. 어느 정당 출신이냐는 중요하지 않다. 나에게 우호적이냐, 그렇지 않느냐가 판단기준이다. 현실적인 이익논리에 따라 대척점이 명확하다. 새마을 단체를 보라. 이념이나 당과는 무관하게 ‘자기네’ 출신 의원들이 있다. 목적의식적으로 ‘그들의’ 의원을 진출시킨다. 이것이 토호세력연대다. 김태선 의원 말로는 개발이나 도시계획을 둘러싸고 검은 돈이 오고가는 것은 한 지역에 80-90%에 이른다고 말한다. 그 뿐이 아니다. 지역의 웬만한 자리는 다 그들이 차지하고 있다. 각종 위원회에 한 자리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지역사회를 우울하게 한다.
“그래서 도시계획 전반에 대한 중장기 프로젝트를 시민운동진영에서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개발과 관련돼서 계속 올라오는 건들에 대해서 끊임없이 검토하고 확인하는 작업들 속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막을 수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토호세력들은 이익과 관련된 것이기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까지 걸면서 전문적으로 매달리고 있거든요. 그런데 시민단체들은 사건이 터졌을 때만 반응하잖아요. 그럼 밀릴 수밖에 없죠.......보통 그 쪽에서 시민단체들을 한 줌도 안 되는 시민운동 세력이라고 말하는데, 그런데 따지고 보면 그 쪽도 한 줌도 안 되거든요. 그런데 이 사람들은 목숨을 걸잖아요. 그 대신 이권이 생기면 서로 나눠요. 입 다물게 하기 위해 자기에게 우호적인 사람들에게 떡고물을 주는 거죠. 그런 거래가 있기 때문에 공무원이나 관변단체들은 최소한 암묵적인 동의를 하는 거죠. 실제 돈이 거래 안 되더라도 거기에 다 개입이 되어 있고, 연관이 되어 있기 때문에 무마시킬 수 있는 힘들이 있는 거죠.”
그래서 김태선 의원은 사회단체보조금 제도의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한다.
“저는 현실적인 힘의 한계를 느끼고 있다고 생각해요. 사회단체보조금 문제는 쉽게 풀릴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거 풀리면요, 저는 개인적으로 지역의 운동을 하는 입장에서는 4대 개혁법보다 지역사회를 바꾸기 위한 가장 원초적인 것은 사회단체보조금이 개선되는 거라고 생각해요........관변단체에 계신 분들 중에 좋으신 분들이 많이 있어요. 핵심적인 분들이 정치적인 의도를 가지고 활동한다는 것이 문제죠. 실제로 지역에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정치적인 진보성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한 요구잖아요. 어쨌든, 자기 돈 내고 봉사하겠다고 나오는 분들이 있어요. 그런데 사실 이런 분들이 갈 데가 없으니까 새마을이나 이런 곳에서 활동을 하는데, 이런 분들 같은 경우처럼 자기 스스로 돈을 내고 활동하게 하면 하실 수 있는 분들이거든요.......단지 어떤 사업을 위해 프로젝트를 받는 것에 대해서 문제제기하는 것이 아니라, 가장 기본적인 것은, 그 사람들의 자발성을 침해함으로써 실제 자기들이 했던 것에 대해서는 만족을 느끼지 못하게 하게끔 행정가들이나 정치가들이 관리를 하고 있다는 게 문제죠. 자기만의 구미에 맞게 이용하기 위해서 이 사람들을 관리하고 있고, 그 관리하는 것이 객관성 있는 것이 돈이고 예산이라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그 예산을 없앰으로써 봉사정신이 없는 분들이 걸려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실제 봉사정신이 있는 사람들은 오히려 더 주체적으로 새마을운동도 제대로 펼쳐 나가고 새로운 사업을 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그 분들은 정말 중요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해요. 시민단체가 혼자서 지역사회를 바꾼다는 것은 절대 아니라고 생각해요. 결국 그 분들과 같이 갈 수 있는 계기를 만드는 것이 사회단체보조금 개선이라고 생각해요.”
4대 개혁법, 그거 상당히 중요하다. 그러나 그것에 대한 관심의 일부를 3개 단체 지원법 폐지에도 쏟아야 한다고 김태선 의원은 말한다. 토호세력 연대의 빌미를 제공하는 법이기도 하고, 관변단체의 순수성, 자발성을 옥죄고 있는 악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쉽지 않은 일임에 틀림없다.
다음 일정 때문에 인터뷰를 서두르는 눈치였다. 그래서 몇 가지 질문만 던졌다. 민원이 많이 들어올 텐데, 무리한 요구를 할 경우는 어떻게 대처하는지.........
“몇 가지 사안으로 갈등이 벌어졌을 때 무리한 요구를 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것은 기본적으로 정보를 알고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이 존재하기 때문인데, 우리나라 정치제도가 워낙 중앙정치 체제이고 중앙이 왜곡된 것처럼 지역도 왜곡되어 있어요. 그래서 그런 것이 의외로 많아요. 중앙정치에 막 욕하더라도 자기들이 내는 민원은 말도 안 되는 자기 이익과 관련된 얘기들이 대부분이죠. 남들도 다 하는데 우리는 왜 못해, 이런 식으로 공공연하게 얘기하고 민원이 막 들어와요. 그런데 그런 것을 선명하게 딱 끊는다면 그것 역시 지식인의 오류라고 생각해요. 기본적으로 현실 사회가 정보를 가진 사람이 독점하고 있는 사회이기 때문에 그런 사람들은 그런 정보를 가지고 있지 못하고 판단의 착오가 생길 수 있는데, 이 상황에서 제일 먼저 해야 하는 것은 그런 것을 설득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알고 있는 정보를 최대한 제공을 해서 그 분들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어야 한다는 거죠. 주민들이 어떤 민원을 제기하더라도 일단은 얘기를 들을 수 있는 자세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러면 최소한 그런 과정과 절차를 거쳐서 설득을 시키면 지금까지 제 경험으로는 대부분 다 인정을 해요. 일례를 들면, 어떤 사람이 버스 전용차선을 위반해서 딱지를 가져왔어요. 가져와서 그런 얘기를 해요. 이런 것은 구의원님이 처리를 해줘야 하지 않냐, 나는 애들 태우고 짐도 싣고 해서 어쩔 수 없이 거기 들어갔는데, 이게 말이 되냐, 나는 피해자다, 그럼 그 분 말에 기본적으로 동감할 수 있는 부분이 있잖아요. 법치국가에서 안 된다고 얘기할 수 없는 거죠. 법대로 안 되는 것이 얼마나 많아요. 그 분의 감정에 대해서는 동감을 해주는 거죠. 가슴이 아픕니다, 좀 그러내요. 그러나 컴퓨터에 다 입력을 하고 있기 때문에 법적으로 뺐을 경우 제가 덜미를 잡힐 수 있습니다. 이 정도로 하면 웬만한 사람이면 알아들어요. 얘기를 들어줬다는 것에 대해 고마워해요. 진짜 문제라고 생각하시면 행정부에 의견제시하는 절차가 있습니다, 한 번 오시면 제가 연결시켜주겠습니다, 그때 오십시오, 하면 대부분 인정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럴 경우에 저는 어떻게 하냐면, 정말로 불공평하시다고 생각하시면, 제가 대신 내드리겠습니다, 제도적인 것을 변화시키기 전에 편법을 사용하면 오히려 더 왜곡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제가 그렇게 할 수 없고, 제가 대신 내드리겠습니다. 그러면 대신 내달라고 주고 가시는 분들은 겅의 없더라고요.(웃음)”
기본적으로 민원이 들어왔을 경우, 선악을 구분 지으려는 시도보다는 그 민원의 내용을 자세히 들어주려고 하는 태도가 현명한 대처법이라고 김태선 의원은 말한다. 이런 것이 정치력이 아닌가 싶다. 그렇다면 공무원들은 어떤가?
“저는 공무원들에게 그런 얘기를 해요. 행정사무감사의 예를 들면, 자기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나랑 입장이 달라도 인정한다, 복지부동으로 가지 않으려면 공무원들이 스스로 책임을 가지고 해야 한다, 위 사람이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라 당신 스스로 그 말에 대해서 책임을 진다면 나를 설득시켜라, 나를 설득시키는데 입장이 다르다고 해서 나는 끝까지 반대하지 않는다, 당신 주장이 확신이 있고 비전이 있고 계획이 있고 원칙이 있다면 내가 동감하지 않더라도 그것에 대해서 믿겠다, 만약 그것이 문제가 생기더라도 나는 그것에 대해서 문제제기 하지 않지 않겠다, 그것은 최소한 당신들의 역할을 인정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내 앞에서 맞짱구 치다, 뒤에 가서는 자기 맘대로 다 하는 그런 것은 절대로 인정 못한다, 그런 식으로 말합니다. 예전에 한 과장이 있었어요. 저와 입장차가 대별되는 과장이었는데, 그 분이 공무원 입장에서 대게 소신 있고 잘 하는 분이셨어요. 지금은 다른 곳에 가 계신데, 그런 분과 참 많이 싸우기도 했어요. 그러면서도 항상 그런 말을 했어요. 당신 그렇게 소신에 차 있기 때문에 나는 믿겠다, 원칙과 소신이 있다면 저와 생각이 다르더라도 기본적으로 믿는다는 게 제 생각이에요. 반대로 저는 모든 공무원과 관계가 좋다고 말은 할 수 없지만, 그 과장처럼 나름대로 공무원 사회에서 소신을 갖고 뭔가 해보겠다고 하는 공무원한테 저도 인정받는 의원이라고 생각해요.(웃음) 서로 느끼는 것이 있기 때문에.......”
은근슬쩍 자기 자랑도 했다. 인터뷰하면서도 느끼는 거지만, 김태선 의원에게 사람 관계를 매끄럽게 하는 능력이 있는 것 같았다. 끝으로 2006년 선거 얘기를 꺼냈다. 이 지역의 운동단체들은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가?
“저희도 지역에서 몇 차례 회의가 있었는데,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닌데, 어제까지 얘기한 것은 선거에 출마하는 것과 운동단체로서 활용하는 것을 분리하기로 했어요.......지역주민과 더 밀착하고 다양한 사업들을 벌여 나가면서 구체적인 정책대안을 만들고, 그런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 시민사회단체가 가지고 있는 본연의 임무 중에 한라고 생각해요. 이 부분은 다 공감할 거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구체적으로 후보를 내고 선거에 나가는 문제는 단체들이 직접 개입하기에는 여전히 한계가 있다고 생각해요. 시민단체가 정치조직이 아닌 한, 지역의 새로운 권력모델을 만든다고 하더라도 중장기적으로 고민해야 하고 지속적으로 가야 하는 문제고, 자칫 잘못해서 현실정치에 휘둘리다보면 상처도 많이 받기도 하잖아요. 그러나 또 한편으로 일본의 사례처럼 시민단체와는 별도로 개인 자격으로 결사체를 만들어 정치적인 활동을 지속적으로 벌여나갈 필요도 있는 것 같아요.......정당의 논리만으로 한계가 있거든요. 외연의 확대를 목적으로 하는 단체의 연대가 필요하고, 지역주민 중에 정치의식의 수준과 상관없이 변화에 동감하는 사람까지도 포함하고, 거기에 의식 있는 정당까지 포괄하는 그러한 기구로 시민사회단체연대기구가 만들어지고 그 내에서는 구체적인 내용들을 가지고 합의하는 과정을 갖자, 그래서 2006년까지 그런 정책대안을 만들기 위해 실제 사업을 추진해보자. 아까 얘기했던 장애인 문제라든지, 구체적인 사안들에 대해서 주민들과 같이 갈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몇 가지만 해보자. 그런 와중에 실제 그것에 대한 의미를 주민들이 인정하기 시작하면 어떤 후보든지 이것에 대해서 무시하지 못하게 될 거고, 그렇다면 선거 이후에도 행보가 넓어질 거라고 생각해요. 선거 국면을 활용함으로써 우리들 스스로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계기점을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은 초기 시점이라 딱 부러지게 말할 수는 없지만, 시민단체 본연의 활동과 정치참여 활동을 구분해서 외연을 점점 확대하자는 것이 노원구 운동단체들의 생각인 듯싶다. 그래서 지금은 민주노동당도 연대기구에 들어왔다고 한다. 대략 10여 명 정도가 몇 가지 원칙에 합의하고 준비 중이다.
“저는 새로운 정치 세력의 문제는 너무 단기적으로 생각하거나 너무 일반화시켜서 생각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현실적으로 진출시킨 경험이 아직 적잖아요. 지금 중요한 것은 여러 가지 시도를 통해서 끊임없이 진출한다는 것이 전제가 돼야한다고 생각해요. 현실적인 바탕이 있어야 그런 논의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 거죠. 선언적으로 하는 논의는 아주 이성적인 접근할 수가 있지만, 그런 것들이 현실에서 실현될 수 있는 경험을 하지 않으면 그것은 공허할 수밖에 없는 거죠. 저는 초록정치는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보는데, 그 쪽 멤버들이 지역에 대해서 더 관심을 갖고, 자기 지역에 대한 활동들을 하면서 구체적으로 거기서 진출을 시키는 전략으로 가야 할 것 같아요. 물론 그것은 민주노동당에게도 적용되는 전략이죠. 경험을 해봐야 판단할 수 있잖아요. 어떤 일들을 하고 있는지를 남에게 들어서 인지하는 것과 자기가 경험하는 것과는 분명히 차이가 나고 진출한 사람들이 일정정도 숫자가 돼야 결국 이후에 새로운 정치세력화를 위한 통합 논의를 하든 뭐를 하든 그런 것이 가능한 거지 시작하기도 전에, 뭔가 경험이나 성과도 없는 상태에서 그런 논의만 먼저 하는 것은 논쟁으로만 끝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김태선 의원 개인의 선택을 물었다. 2006년에도 출마하시나요?
“그런 질문을 수없이 들어요. 지금은 나 스스로가 판단할 수 없는 상황이에요......재선할 때처럼 또 지방의회로 진출하는 것이 맞지 않느냐 하는 사람들도 있고, 한편에서는 두 번이나 했기 때문에, 또 나가게 되면 매너리즘에 빠지고 나 스스로의 발전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있고요. 글쎄요.......제가 중장기적으로는 하고 싶은 것은, 비판하는 기능보다는 실제로 집행하는 기능의 경험을 하고 싶다는 거죠. 선출직이 되든, 아니든 간에. 행정의 영역이든 정치 쪽의 보좌관 역할이든........또 한편에서는 저도 고민이 아주 풍족하진 않지만 저도 여러 가지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고 생각하고 감당할 수 있는 것을 지금도 키워왔고 앞으로도 키우고자 하는 욕구도 있기 때문에 단체장으로 나가고 싶은 생각도 분명히 있죠. 물론 이 부분은 조금 더 깊게 고민해봐야 할 문제지만, 집행을 하면서 성과를 얻어 보고 싶기도 하고, 저와 뜻이 비슷한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을 해보고도 싶고.......그런데 단체장 문제는 아주 현실적인 문제잖아요. 정당과의 문제도 있고........”
다른 질문에 비해 고민하는 흔적이 역력했다. 그래서 더 묻지는 않았다. 다만 몇 가지 시사하는 바를 던졌다. 시민후보로 출마하든, 아예 출마하지 않든, 모든 경우의 수를 놓고 진지하게 고민하겠다는 점, 올 상반기의 행보가 중요하다는 점, 도전의 가치가 충분한 선택이라면 당선 가능성보다 이후에 방점을 찍겠다는 점 등등. 뭐, 충분하지는 않지만 그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대충 알만했고, 무엇을 선택하든 2006년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당신은 이정표가 없는 갈림길을 만났을 때 무엇을 근거로 선택하게 되는가? 편한 길로? 느낌으로? 목적지가 어디인지 다시 한번 확인할 때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