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뿌리운동 일반

지역운동에 관한 세상의 모든 지식!! - ‘(가)[지역운동포탈사이트]’가 뜬다!!

'녹색당' 2007. 6. 4. 10:42
 
지역운동에 관한 세상의 모든 지식!!
- ‘(가)[지역운동포탈사이트]’가 뜬다!!

- 인터뷰 : 조양호(함께하는 시민행동 기획팀장)
- 정리 : 김현

정보의 바다 인터넷에 정보는 흘러넘친다. 모 지식검색 사이트는 ‘세상의 모든 지식’을 모토로 검색 사이트의 지존임을 과시하고 있는데, 실제로도 정보에 굶주린 많은 이들이 이 지식검색 사이트를 이용해 궁금증을 해소하기도 한다. (정보접근의 양극화의 문제도 심각하긴 하지만) 현란한 자판 솜씨가 아니더라도 맘만 먹으면 찾고자 하는 정보는 넷 상에서 얼마든지 얻을 수 있다. 또 자기가 소유한 정보와 지식도 얼마든지 유통시킬 수 있다. 제한된 정보를 제외하고 정보 소통 구조는 다변화된 것이 사실이다. 문제는 ‘정보의 질’이다. 내가 찾고자 하는 정보가 단순한 지식이 아니라 나의 삶, 내가 하는 일 또는 활동의 과정에 도움이 될만한 정보일 때 의미성은 배가 된다. 예컨대, 참여예산제는 무엇이고 역사와 사례는 무엇인지와 같은 1차적인 정보를 넘어, 과정상의 난맥상은 무엇이고 해결 과정은 어떠했으며, 개별 그룹의 관점은 어떤 경로를 통해 확고해졌는지, 또는 변화 되었는지, 살아 꿈틀거리는 생생한 정보가 ‘질’을 좌우한다고 볼 수 있다. 그것은 공간의 문제로도 해결될 수 있겠지만, 활발한 커뮤니티가 형성되면 해소될 가능성은 더 높다. 정보가 돌고 돌아 수정되고 보태짐으로써 새로운 정보로 탈바꿈 될 수 있는 살아 움직이는 정보의 공간은 결국 사람과의 소통에 달려 있다.

지역운동단체들도 정보는 항상 갈증의 대상이다. ‘시민자치정책센터’를 포함해, ‘함께하는 시민행동’, ‘강원연대회의’, 그리고 성공회대 ‘희망원정대’ 등이 모여 ‘(가)[지역운동포탈사이트]’를 준비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역운동단체가 요구하는 정보를 한 데 모아 종합적으로 제공하자는 것이 이번 사업의 취지이다. 나아가, 운동하는 과정의 노하우, 비하인드 스토리, 기획력 등이 첨가된 생명이 있는 정보라면 더욱 좋을 것이다.

“전국 각 지역별로 전체 50명에게 설문조사를 했었는데, 블로그나 카페와 같은 요구는 크지 않다는 결론이 나왔고, 그 사람들이 가장 크게 요구하는 것은 정보였어요. 그와 더불어 서로 고민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이었어요. 그래서 각각 이 사이트의 서비스에 대한 선호도를 조사했는데, 정보에 대한 관심이 제일 많았고요, 정보의 양보다는 정보의 질을 많은 활동가들이 선택했어요. 널린 정보는 많은데, 그게 자기가 운동하는데 도움이 되기 위해서 필요한 정보는 그렇게 많지 않은 것 같아요.”

이 사업의 총 책임을 맡고 있는 ‘함께하는 시민행동’(이하 ‘시민행동’)의 조양호 기획팀장의 말이다. 사업을 추진하기 전에 지역운동단체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간략히 설명한 것이다. ‘정보’ 그 자체와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소통 공간’을 절실히 요구하고 있었다. 이미 각 단체 홈페이지에는 많은 정보가 쌓여 있음에도 왜 활동가들은 정보에 굶주리고 있을까? 그런 실마리를 찾아보고자, ‘(가)[지역운동포탈사이트]’를 준비하는 ‘함께하는 시민행동’의 조양호 팀장을 만났다. 그가 구상하는 ‘지역운동을 위한 포탈사이트’는 무엇인지 인터뷰 속으로 들어가 보자. 먼저, 조양호 팀장에게 ‘(가)[지역운동포탈사이트]’를 준비하게 된 계기나 취지를 물었다.

“(고민한 지는) 한 2년 된 것 같아요. 물론, 저희 단체가 지역운동을 실제로 하고 있지 않지만, 지역단체를 돌아다닐 때마다 단체에서 요구하는 사항들이 항상 그런 게 있었어요. 인터넷과 관련해서 단체들 간에 정보공유 안 되는 문제, 정보 소스 자체가 없어서 정보로부터 소외된 문제, 아주 단순하게는 홈페이지를 운영하는데 따른 기술적인 어려움이나 이런 것들. 처음에는 시민운동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포탈사이트’를 생각했다가, 갈수록 지역운동의 중요성이 많아지니까, 지역운동이라는 아이템만 가지고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사이트를 만들어보자, 이렇게 고민을 시작했죠. 실제 몇 군데 다니면서 제안을 했었지만, 긍정적인 이야기를 듣지는 못했어요. 취지는 좋은데, 과연 그게 가능하겠냐? 그런 얘기를 많이 들어서 한 동안 추진을 못 했죠. 그러다 작년 하반기였죠. 혼자 힘으로 안 되겠다, 몇 군데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곳이랑 하자, 그래서 ‘강원연대회의’와 ‘시민자치정책센터’와 같이 하게 된 거죠. 물론 그 전에 ‘강원연대회의’에서 요청을 해온 적이 있었어요. 강원이라는 지역이 단체가 떨어져 있는데, 회의 한 번 하려고 하면 거리 상 지장이 많잖아요. 서로 지역 내에서 정보공유가 안 되고. 이런 문제를 시민행동과 같이 강원도를 모델로 해서 풀어보자, 이런 얘기를 했었죠. 그게 작년 초였어요. 그래서 그걸 듣고 제가 역제안을 했던 거죠. 강원도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으니까, 전체적으로 스타트를 해보자, 그래서 했던 거죠.”

중앙단체로서 지역에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있는 ‘시민행동’은 ‘(가)[지역운동포탈사이트]’에 대한 고민의 흔적이 꽤 깊었다. 그러나 ‘시민행동’이 가지고 있는 아이템만으로 순조로운 출발을 보장하진 않았다. 아무래도 재원 마련이 큰 걸림돌이었다. 그러나 작년, 어렵사리 재원에 숨통이 트였고 함께 작업할 파트너가 진용을 갖추면서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현재, 어느 단계에 와 있는가?

“사이트 자체로만 놓고 보면, 설계는 다 해놨고, 운영을 하면 되요. 몇 차례 회의를 통해서 앞으로 사이트 운영을 어떻게 하고, 정보를 어떻게 이용자들에게 배치를 잘 해주고, 어떻게 정보를 공유할지, 이런 논의가 필요할 것 같아요. 저는 장기적인 전망도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단지 지역운동에 관한 정보를 공유하고 나눠주는 차원이 아니라, 그런 정보를 공유하는 자체가 지역운동을 활성화시키고 지역 간의 정보를 넘어서 인적 커뮤니티, 인적 교류나 운동 차원의 시너지가 나게 하려면, 사이트에 대한 비전만 가지면 안 될 것 같아요. 이 사이트가 장기적으로 봤을 때 지역운동 내에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이냐, 어떤 운동성을 띨 것이냐가 관건인 것 같아요. 지금은 그런 것을 논의해봐야 할 때인 것 같아요. 사이트 운영하는 것, 기술적인 것은 운영상의 노하우 문제니까 그것을 해결해나가더라도 장기적인 전망이 없으면 단순히 정보만 올리게 되고 재미가 없잖아요.”

조양호 팀장은 ‘운동성을 띤 사이트’가 궁극적인 목표라고 밝히고 있다. 좋은 정보를 담아내는 것이 성공의 요소이지만, 사이트 자체가 하나의 ‘운동체’가 되길 꿈꾸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조금 더 들어보자.

“제 개인적인 생각만 말씀드리면, 실질적인 네트워크가 됐으면 좋겠다는 거거든요. 정보를 공유하는 것을 넘어서 지역운동에 대해서, 일상적으로는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공유하고 사례나 경험을 나눠주고 하는 것이지만, 실제로 현실에서 운동을 할 때, 또는 특정한 어느 한 사안에 대해서 대응을 할 때, 이 사이트를 매개로 해서 오프라인 상의 공동의 이슈에 대한 연대나 인적 교류나, 이런 게 실질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풀뿌리 단체의 네트워크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인데, 되도록이면.......시민운동이 권력과 싸우고, 권력을 비판하고 하는 것만이 아니라, 지역에는 여러 단체가 있고 이런 단체들이 실질적으로 마을부터 해서 그 지역공동체와 지역사회를 바꾸는 운동을 하고 있다는,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중앙단체에서 풀뿌리단체로의)중심 이동을 장기적으로 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시민운동이 권력화된 느낌을 갖게 되고, 정치적인 이슈만 생각하는데, 그게 아니라 작은 운동도 활성화되고 내가 살고 있는 가정에서부터 지역사회, 그리고 내 삶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운동이라는 것을 알리는 것, 그렇게 인식이 되게끔 하는 역할도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조양호 팀장은 ‘.......그것이 가능할지 모르겠지만.......’이라는 단서를 붙이긴 했지만, 그의 구상은 좀 더 근본적인 곳에 있었다. 이 사이트를 통해 풀뿌리운동이 지역사회 변화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싶은 꿈이 있는 것이다. 풀뿌리운동이 내 삶과 동떨어진 어떤 것이 아니라는 인식을 보다 밑으로 확산시키고 싶은 그런 욕심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 사이트에 ‘지역운동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는 메시지가 명확하게 전달되어야 하는데, 그렇다면 이 사이트엔 어떤 매력이 준비되고 있을까?

“가장 1차적인 욕구는 정보잖아요. 이 지역에서 어떤 운동을, 또는 지역사회에서 공동체 운동을 하고자 하는데, 다른 지역의 사례들을 참고하고 싶은데, 그런 사례들을 찾을 수 없는 상황, 1차적으론 그런 기본적인 욕구를 해소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고요, 또 하나는 이미 나와 있는 정보나 이미 누군가가 실천했고 자료집 형태로 나와 있는 정보 말고, 실제 앞으로도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운동이나 아이템이 많을 텐데, 그런 것들을 서로 고민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끼리 나누고, 정보도 얻고 그럼으로써 새로운 시도도 해볼 수 있다고 보거든요. 그 안에서 발생하고 그 안에서 얻은 소스와 아이디어를 가지고 운동을 했더니 성공적으로 했다, 그리고 그런 성공의 사례가 다른 지역으로 전파가 됐다, 그런 것이 2차 정보가 아닌가 싶어요. 물론 1차적인 매력 요소가 잘 정비되고 관심을 끌어야 성공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 사이트는 우선은 활동가들이 대상이니까, 그들에게 매력이 있다는 건, 운동하는 매력이 다른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뭔가를 변화시키고, 그 변화가 지역에 있는 주민이나 자기 개인이나 지역사회에 긍정적인 변화를 몰고 왔다는 것을 경험하게 될 때, 그게 운동의 매력이잖아요. 그런 경험들을 하는데, 여기가 하나의 매개체가 될 수 있는 공간이 되면 될 것 같거든요.”

‘(가)[지역운동포탈사이트]’의 초기 구상의 목표는 많은 정보와 사례를 필요한 대상에게 적재적소에 배치시키는 것이다. 이 사이트에 접속하면 ‘지역(풀뿌리)운동의 모든 정보’가 담겨 있다는 인식이 서면, 커뮤니티와 운동성은 자연스럽게 따라붙을 수 있다는 게 조양호 팀장의 생각이다. 물론, 이전에도 그런 시도가 없었던 건 아니다. 그러나 대부분 흐지부지 끝나고 말았다. 그 이유를 조양호 팀장은 이렇게 분석한다.

“한편으로는 너무 서비스 차원에서 접근했다는 것이 실패 요인이었던 것 같아요. 특정한 단체나 연대 차원에서 했으니까요. 이런 것을 만들어 지역단체들에게 정보를 주겠다는 관점이 지배적이었죠. 정보를 모으는 것도 자기 입장에서 정보를 모았던 것 같아요.......그 부분이 가장 큰 문제였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러니까 어느 특정 그룹이 글을 올리고 나머지는 받기만 하는 입장, 그것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실제 내용적으로도 그렇고 장기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 저희가 큰 돈을 갖고 있거나 사이트 운영을 위해 사람을 많이 쓸 수 있거나 하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최대한 자체적으로 굴러갈 수 있게 유지하는 게 관건이죠. 물론 저희가 스타트를 안 해봤기 때문에 그 부분은 풀어야 할 숙제이긴 한데, 어쨌든 기존 여러 가지 이전의 시도들이 실패했던 원인이 그런 거라고 보고, 그리고.......사이트를 만들다보면 욕심이 생기게 되거든요. 초기에 가지고 있는 생각대로 정말 필요한 정보를 중심으로 배치를 하고, 지역에서 활동하시는 분들이 원하는 것을 캐치해서 사이트를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생각을 하는데, 만드는 사람의 입장이 되면, 예쁘고 남들이 봐서 세련되게 보이고 싶거든요. 이런 것을 하다보니까, 메뉴가 복잡해지고 한 눈에 여러 가지 정보를 보여주고 싶고, 하거든요. (저도 그런 욕심이 있었는데)그것을 다시 재조정을 하려고 해요.”

베푸는 식의 정보제공은 재미가 없다. input이 있으면 output이 있어야 하고 관리자가 없더라도 알아서 놀아야 한다. 이 부분은 기술적인 문제라기보다는 기획력의 문제다.

“기술적인 문제는 없을 것 같아요. 인터넷상에서 별로 안 되는 건 없으니까. 중요한 것은 기획이죠. 기획이라는 것도 요구를 잘 수렴을 해서 무작정 던져주는 기획이 아니라 그때그때 시기에 맞게, 단체 수준에 맞게, 단체가 하는 운동 수준에 맞게 얼마나 잘 정보를 배치를 하고 그런 정보를 연결시켜주고, 유통시키고 보여줄 것인지, 그 부분이 제일 관건이죠. 그건 어느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단지 기술을 가지고 있는 IT전문가나 편집을 잘하는 편집인이 할 수 있는 건 아니거든요. 활동가들의 요구를 잘 받아낼 수 있는 사람이 중요하다고 봐요.”

넷 상에서 구현시키지 못하는 것은 거의 없다. 문제는 어떤 기획 의도를 가지고 있느냐이다. 세련된 디자인보다 촌스럽더라도 지향하는 목표가 분명할 때 성공 가능성은 더 높다. 어차피 운영자의 욕심에 따라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수요자의 입맛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지역운동포탈사이트]’의 초기 대상은 지역(풀뿌리)운동단체 활동가이다.

“정보를 특정 계층에만 집중되는 건 아닐 테니까, 1차적으로 현장 활동가들을 대상으로 잡아야 할 것 같아요. 그렇게 했을 때, 현장 활동가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주고, 그 사이트 내에 현장 활동가들이 꾸준히 모여들고 그 안에서 서로 간의 고민과 대화를 하게 되면 현장 활동가를 중심으로 연결되어 있는 다양한 인적 네트워크가 있잖아요. 지역주민일 수도 있고, 교수나 전문가일 수도 있고, 자원봉사자일 수도 있고. 이게 잘 되면 자연스럽게 올 수도 있다고 보거든요. 그렇게 확대하는 건, 활동가들이 활발하게 들어올 때 가능할 것 같아요. 1년 정도 활동가들 대상으로 잘 해보고, 그게 성공적인 평가가 되면 대중적으로 더 알려내야죠. 그리고 활동가들만 대상으로 해선 안 되는 게, 운동의 소스나 운동의 필요라는 게, 활동가 머리에서 나오는 건 아니잖아요. 지역의 주민들의 현실이나 삶에서 나오는 거니까, 그것은 넓혀야 되는 거죠, 그런 단계가 필요하겠죠.”

이용하는 대상자가 누구냐에 따라 홈페이지 환경과 설정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조양호 팀장도 초기부터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설정할 생각은 없다. 1차적인 대상은 활동가들이고, 그들로부터 확대되는 시점은 그 이후의 문제다. 결국 활동가들에게 확실하게 어필되어야 성공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가)[지역운동포탈사이트]’는 어떤 정보를 제공할 계획인가?

“예를 들면, 내가 만약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활동가라면, 이 사이트에서 뭘 원할까를 생각해보거든요. 제가 지역운동단체에서 상근하지는 않지만, 그 단체의 회원으로서 나한테 운동을 해보라면, 제사 사는 동네(지리산 실상사 근처)가 시골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참 많아요. 그런데 도서관이 없더라고요. 저희 동네는 귀농자들이 많아 집에 책들이 많거든요. 그 책을 집에서 해방시켰으면 좋겠는데, 그래서 도서관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유아들을 위한 도서관, 어른들을 위한 도서관까지. 그러면 도서관 만들기까지의 여러 가지 과정이 있잖아요. 건물 구하는 과정에서부터, 책을 일단 초기 단계에 모으고, 보고 싶은 신간들을 어떻게 수급을 할 건지, 이런 과정들은 대충 그려지는데, 실제 다른 지역에서 도서관 만들기 운동을 했던 사람들의 경험과 노하우를 듣고 싶은데, 누구를 찾아야 되나?(웃음) 포털 사이트를 검색하면 있긴 하겠지만, 그건 결과로 드러난 정보일 뿐이고 과정상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문제들은 못 듣잖아요. 그런 욕구가 해소된다면 좋겠다는 거죠.”

누군가가 동네에서 만들어 놓은 ‘도서관 만들기 운동’의 결과물은 어렵지 않게 구해볼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의 노하우는 결과물로 읽혀내기는 쉽지 않다. ‘(가)[지역운동포탈사이트]’가 추구하는 정보의 개념은 이런 것이다. 주민발의운동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홍보를 어떻게 하는 것이 효과적인가? 아파트부녀회와 친해지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이 있는가? 하다못해 경기도 남쪽에서 무료로 세미나 할만한 공간은 어디가 있는가? 등등. 이런 식의 궁금증에 대한 답은 하나가 아니다. 경험 있는 지역에서 다양한 해답을 제시할 것이고, 지역의 상황과 조건에 따라 취사선택하면 될 것이다. 관건은 그런 정보가 저절로 올라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홈페이지 같은 경우는 티핑 포인트라고 하나요? 서서히 올라가다가 어느 순간 업그레이드되는 단계가 있는데, 그 단계만 넘으면 운영자의 개입이 없어도 잘 돌아가거든요. 그 단계까지 도달하기까지는 운영진의 끊임없는 관리와 운영이 필요해요. 예를 들면 그런 질문이 올라왔는데, 초기에 그걸 마냥 기다릴게 아니라 운영자가 찾아서 전화해서 이런 답을 달아주거나 답을 달 수 있도록 알려나가야 할 것 같아요. 또 그렇게 성의 있게 해야 이 사이트에 대한 신뢰도 쌓이게 될 것 같아요. 한 1-2년간은 그런 노력이 필요할 것 같아요.”

아무래도 일정한 시간이 필요한 대목이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다면 발길이 멀어지는 건 당연하다. 어쩔 수 없이 초기단계에는 운영자의 몫이 크다. 그래서 조양호 팀장은 지역운동단체들의 홈페이지와 연동시키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었다.

“기술적인 문제이긴 한데, 각 지역에 있는 단체가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잖아요. 개별 단체 홈페이지에 정보가 많으면 자기 단체 홈페이지에 사람들이 많이 찾아올 텐데, 컨텐츠가 별로 없다보니까 단체 홈페이지 방문자 수도 얼마 안 되고, 단체를 지역사회에 알려내는 것도 떨어지고, 기술적으로 그런 것도 해결해보고 싶은 생각도 있어요. ‘(가)[지역운동포탈사이트]’에 들어와서 운동을 하는 과정에 정보도 얻어 가겠지만, 이런 정보들을 각 지역 단체에 있는 홈페이지에 하나의 컨텐츠로, 자기의 홈페이지에서도 볼 수 있고, 여기 와서도 볼 수 있고, 이렇게 되면 지역단체 홈페이지도 풍부한 컨텐츠로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거든요. 그런데 기술적으로 어떻게 풀어낼지 고민인데, 전문가들은 몇 가지 프로그램화시켜서 하면 가능하다고 말하거든요.”

설명은 들었지만 잘 이해가 안 갔다. 그래서 다시 물었다.

“예를 들면, 시민자치정책센터 같은 경우에 지역운동 자체에 대한 정보를 요구하잖아요. 많은 정보가 굳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주민참여에 관한 거, 보육에 관한 거, 주민발의에 관한 거, 이런 것인데, 시민자치정책센터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이것과 연동된 자료실에 들어가면 이 사이트와 연동이 되거나 이 사이트 전체가 보여지는 것이 아니라 해당 단체가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자료만 짝 뽑아지는, 그런 것을 생각해볼 수 있는데, 불가능하지는 않다고 그러더라고요. 그렇게 되면, 각 단체들한테도 홈페이지를 활성화시키는데 많은 도움이 되겠다, 그건 당장 그렇게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일단 이 사이트가 활성화된다는 조건 하에, 어떻게 하면 이런 정보를 각 단체 홈페이지를 활성화시키는데 무엇을 할 것인가를 먼저 고민하는 거죠.”

개별 단체 홈페이지와 연동시킨다는 의미는 단지 홈페이지를 링크시킨다는 개념이 아니라, 자료실을 중심으로 개별 단체가 필요로 하는 자료를 ‘(가)[지역운동포탈사이트]’의 자료와 자연스럽게 연결시킨다는 구상이다. 전문가들은 충분히 가능하다는 입장이지만, 얼마간의 시간을 요하는 기술이다. 자, 그렇다면 이 대목에서 ‘(가)[지역운동포탈사이트]’가 잘 운영된다는 가정 하에, 어떤 사이트를 상상할 수 있을까?

“글쎄요.(웃음) 단순하게 얘기하면, 사람들이 ‘네이버’로 검색을 주로 하는데, 거기에 있는 정보가 ‘네이버 정보’라고 생각하지 않잖아요. 다른 사람의 정보를 얻어 가는 건데, 개인적인 희망은 전국의 풀뿌리 활동가들이 이 사이트는 남의 것이 아니라 내 것이고 우리 단체 것일 수도 있고, 그렇게 인식이 잡혔으면 해요. 추상적인 상이긴 하지만, 그런 생각만 가질 수만 있다면 최고의 성공적인 모델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건 사실, 전국의 활동가들이 공동 소유가 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특정 운영자가 잘 운영하는 게 아니라, 아주 사소한 문제부터 해서 높은 수준의 문제에 대해 질문을 던지면 바로 바로 답변이 올라오고 더 나가서는 단지 질문을 던지고 답변을 얻는 수준이 아니라, 풀뿌리운동이 한국사회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 이런 담론을 이야기할 수 있는 커뮤니티가 되면 좋겠다고 생각하거든요. 활동가들 만나보면 공통적으로 시민운동의 비전이나 한국사회를 어떻게 바꾸는 게 정말 올바로 바꾸는 것이냐, 미래에 대한 고민이 많잖아요. 혹자는 비전의 문제기도 하고 정체성의 문제라고도 하는데, 그런 것들은 누군가 풀어주길 기대하는 측면도 있잖아요. 그런데 그런 비전은 이론적으로 누군가가 던져주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자기 수준에 맞는 고민을 같이 할 수 있는 그룹이 생기는 것, 그 안에서 잘 논의가 돼서 활동가들이 꿈꾸는 세상이 어떤 것인지, 그 안에서 단서를 얻어 가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자기의 삶이나 운동으로서 정체성 문제나 단체의 비전 문제까지 같이 고민하고 공유할 수 있는 그런 사이트가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사이버 풀뿌리 활동가 공동체’라고 이름 붙이면 좋을까? 정보교류를 넘어 운동의 고민과 비전을 나누는 공간. ‘(가)[지역운동포탈사이트]’가 꿈꾸는 상이다. 그러나 아직까진 희망사항이다. 오픈도 안 된 상태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시간과 자료를 정리할 수 있는 인력이 가장 어렵긴 한데, 실제 어려운 것은 다른 곳에서 올 것 같아요. 오픈 하고 나서죠. 이제까지 여러 가지 활동가들의 얘기를 듣고 이런 요구가 있다, 이런 요구를 이런 방식으로 인터넷을 풀어주면 성공을 하겠다, 여기까지 왔는데, 실제 오픈 후 활동가들이 참여하고 들어왔을 때, 또 다른 모습일 것 같거든요. 말로 하는 것과 실제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느끼는 것은 큰 차이를 보이니까. 오픈 하고 나서 3개월 정도가 관건인 것 같아요. 만약 방향이 틀리다면 그런 것을 빨리 빨리 요구를 수렴해서 반영할 수 있는 의사결정 하는 단위도 필요하겠죠.”

‘(가)[지역운동포탈사이트]’의 오픈 시점은 3월 초다. 1월 안으로 오픈 할 예정이었으나 새로운 의견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에 조금 늦춰졌다. 관심이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조양호 팀장은 오픈 전부터 설문에 참여했던 400여 개의 단체에게 ‘공동 운영’을 제안할 생각이다. 그 자체가 홍보의 효과도 있을 것이다. 이메일이나 배너를 이용한 소극적인 홍보에 그치지 않고 일대일 홍보과 같이 공격적인 홍보도 고려하고 있다. 최소한 일주일에 3개 단체 이상은 꼭 알리겠다는 전략이다. 머리 속에 담겨 있는 계획을 어떻게 사이버 상에 구현시킬 것인가가 가장 중요한 현재적 과제다.

‘시민자치정책센터’도 준비하는 과정에 참여해왔다. 그래서 이 사이트는 남다른 관심의 대 상이다. 이 사이트를 두고 저마다 다른 꿈을 꿀 수 있지만, 정보에 목마른 지역(풀뿌리)운동단체들의 갈증을 해소시켜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1차적인 목표임엔 틀림없다. 그래서 지금은 ‘살아 움직이는 정보를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에 주목하고 있다. 오픈 후, 많은 활동가들로부터 합격점을 받으면, 더 많은 일을 도모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도 가져본다. 누차 강조하지만, 이 사이트는 특정 단체의 소유물이 아니다. 관심 갖는 활동가와 단체가 있다면 그들이 소유자다. 소유자가 많이 늘어날 때, ‘정보교류’ 이상의 의미가 발현될 것이라는 믿음을 의심하지 않는다. 지역(풀뿌리)운동단체의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드린다.



(2005년 시민자치정책센터 김현 운영위원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