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카무라 히사시의 "공생의 사회 생명의 경제"에 실린 김기섭 두레생협연합회 상무님의 "지역자립의 경제학을 위하여"라는 글입니다.
1989년 8월, 습기를 가득먹은 무더운 바닷바람이 산을 타고 올랴오는 오후쯤이면 나는 또 어김없이 도서관으로 향했다. 여름방학이라 대부분의 학생들이 고향으로 돌아가 있는 터라 연구실에 남아 있어도 찾아도는 사람이 없었던 이유도 있지만, 무더위를 이기는 가장 좋은 방법은 냉방시설이 잘된 도서관으로 피해가는 길뿐이었기 때문이었다.
지난해에는 짧은 일본어 실력으로 석사논문을 써내느라 나름대로 진땀을 뺏고, 덕분에 내 관심의 영역을 보다 폭넓게 할 만한 시간적 여유를 갖지 못했던 나로서는, 도서관에서 이책 저책, 이 잡지 저 잡지를 뒤적거리는 것이 큰 낙이었다.
그날도 무척 무더운 날씨였기 때문에 일찌감치 도서관으로 직행해 이와 같은 매일의 일과를 되풀이하고 있었다. 그러한 일상의 일과를 정지시킨 것이 이 책이다. 매월 발간되는 <경제세미나>라는 잡지는 일본 내에서도 권위있는 경제학 전문지였지만, 내 관심과는 약간 거리가 있는 근대 경제학에 관한 글들이 주류였기 때문에 그동안 주의깊게 보지 않았다. 그러나 역시 별 기대없이 집어들었던 이 잡지에 나카무라 히사시의 ‘지역자립의 경제학’ 연재가 거의 마지막 부분에 와 있었던 것이다.
그의 글은 여름방학 내내 통독으로 일관했던 나의 도서관 생활에 종지부를 찍기에 충분했다. 급히 1년여간 지난 연재 첫호부터 찾아가기 시작하여 한달이라는 긴 여름방학을 이 글과 씨름하게 되었다. 이 글을 읽으면서 나는, 좋은 글을 읽을 때의 기쁨이 어떤 것인지를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좋은 글일 수 있기 위해서는 책을 읽는 사람과 쓰는 사람 사이의 인식과 경험의 공감대가 형성되어야만 가능하다는 점도 배웠다.
대학 때 농학이나 경제학의 수업을 받지 못했고, 농업에 대해서는 여름 한철의 농촌활동이, 경제학에 관해서는 마르크스 경제학의 아류들이나 사회구성체론에 대한 수박 겉 핥기식의 세미나가 전부였던 내가, 일본에 와 석사논문을 ‘유기농업운동의 생산자 소비자 제휴관계에 대한 사회 경제적 의의’-이에 대해서는 이 책의 제8장에 잘 정리되어 있다.-라는 제목으로 쓰게 된 것은, 생태적으로 건강하면서도 시민이 참여하고 시민의 손에 의해 운영되는 사회에 대한 막연한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례에 대한 분석을 매우 중요시하는 연구실의 분위기도 있었기에 유기농업운동의 사례를 통한 현실 파악은 어느 정도 할 수 있었지만, 유기농업운동이 지금의 사회를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으며 대안적 사회유형이 어떠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논문을 마감한 그 순간까지도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무언가에 묻혀서 전체에 대한 파악과 대안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과 허전함을 정확히 지적하고 채워준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이 책은 흔히들 이야기하는 경제학 서적이 아니다. 이 책은 기존의 경제학에 대한 통렬한 비판서이며, 지역에 기반을 둔 다양한 대안적 경제운동의 사례들을 들려주고 이로 하여금 서로 연대하고 전체 경제사회에 대한 통관적 시각을 열게 해 주는 지침서이다.
이러한 책이, 나 이상의 기쁨과 설레임으로 이 책을 접한 내 평생의 사상적 운동적 동지인 윤형근 학우에 의해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여해 번역된 것도 나의 큰 기쁨 가운데 하나이다.... <전체내용은 첨부파일 참조>
1989년 8월, 습기를 가득먹은 무더운 바닷바람이 산을 타고 올랴오는 오후쯤이면 나는 또 어김없이 도서관으로 향했다. 여름방학이라 대부분의 학생들이 고향으로 돌아가 있는 터라 연구실에 남아 있어도 찾아도는 사람이 없었던 이유도 있지만, 무더위를 이기는 가장 좋은 방법은 냉방시설이 잘된 도서관으로 피해가는 길뿐이었기 때문이었다.
지난해에는 짧은 일본어 실력으로 석사논문을 써내느라 나름대로 진땀을 뺏고, 덕분에 내 관심의 영역을 보다 폭넓게 할 만한 시간적 여유를 갖지 못했던 나로서는, 도서관에서 이책 저책, 이 잡지 저 잡지를 뒤적거리는 것이 큰 낙이었다.
그날도 무척 무더운 날씨였기 때문에 일찌감치 도서관으로 직행해 이와 같은 매일의 일과를 되풀이하고 있었다. 그러한 일상의 일과를 정지시킨 것이 이 책이다. 매월 발간되는 <경제세미나>라는 잡지는 일본 내에서도 권위있는 경제학 전문지였지만, 내 관심과는 약간 거리가 있는 근대 경제학에 관한 글들이 주류였기 때문에 그동안 주의깊게 보지 않았다. 그러나 역시 별 기대없이 집어들었던 이 잡지에 나카무라 히사시의 ‘지역자립의 경제학’ 연재가 거의 마지막 부분에 와 있었던 것이다.
그의 글은 여름방학 내내 통독으로 일관했던 나의 도서관 생활에 종지부를 찍기에 충분했다. 급히 1년여간 지난 연재 첫호부터 찾아가기 시작하여 한달이라는 긴 여름방학을 이 글과 씨름하게 되었다. 이 글을 읽으면서 나는, 좋은 글을 읽을 때의 기쁨이 어떤 것인지를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좋은 글일 수 있기 위해서는 책을 읽는 사람과 쓰는 사람 사이의 인식과 경험의 공감대가 형성되어야만 가능하다는 점도 배웠다.
대학 때 농학이나 경제학의 수업을 받지 못했고, 농업에 대해서는 여름 한철의 농촌활동이, 경제학에 관해서는 마르크스 경제학의 아류들이나 사회구성체론에 대한 수박 겉 핥기식의 세미나가 전부였던 내가, 일본에 와 석사논문을 ‘유기농업운동의 생산자 소비자 제휴관계에 대한 사회 경제적 의의’-이에 대해서는 이 책의 제8장에 잘 정리되어 있다.-라는 제목으로 쓰게 된 것은, 생태적으로 건강하면서도 시민이 참여하고 시민의 손에 의해 운영되는 사회에 대한 막연한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례에 대한 분석을 매우 중요시하는 연구실의 분위기도 있었기에 유기농업운동의 사례를 통한 현실 파악은 어느 정도 할 수 있었지만, 유기농업운동이 지금의 사회를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으며 대안적 사회유형이 어떠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논문을 마감한 그 순간까지도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무언가에 묻혀서 전체에 대한 파악과 대안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과 허전함을 정확히 지적하고 채워준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이 책은 흔히들 이야기하는 경제학 서적이 아니다. 이 책은 기존의 경제학에 대한 통렬한 비판서이며, 지역에 기반을 둔 다양한 대안적 경제운동의 사례들을 들려주고 이로 하여금 서로 연대하고 전체 경제사회에 대한 통관적 시각을 열게 해 주는 지침서이다.
이러한 책이, 나 이상의 기쁨과 설레임으로 이 책을 접한 내 평생의 사상적 운동적 동지인 윤형근 학우에 의해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여해 번역된 것도 나의 큰 기쁨 가운데 하나이다.... <전체내용은 첨부파일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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