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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2.20 지역사회 네트워크의 원리와 활성화를 위한 제언
* 이 글은 금천구 지역사회네트워크 대표자들의 워크숍에서 발제한 내용이며, 이 글의 1절과 2절은 [현장에서 배우는 주민조직방법론]의 내용 중 한 개 장 내용을 발췌한 것임.

 

지역사회 네트워크 원리와 활성화를 위한 제언


이  호(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 소장)


1. 연대와 네트워크

지역사회에서 활동하는 단체 및 기관들에게는 항상 이웃한 단체 및 기관과의 관계설정에 대한 고민이 존재한다. 즉, 당장의 필요와 상관 없이 당위적으로 이들 단체 및 기관과의 연대가 제기되곤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원인은 지역이라는 것이 세계의 축소판이라 할 만큼 여러 가지 다양한 사안과 이슈들이 존재하는 곳임에도, 개별 단체 및 기관이 그러한 것들을 모두 감당할 만한 능력을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한 비슷한 지향을 갖고 있는 단체 및 기관들 간에, 또는 비슷한 활동내용을 갖고 있는 곳들끼리 고립된 채 활동하는 것이 유용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리고 지역의 자원들과 효과적인 관계설정을 통해 효율적인 활동을 펼치기 위해서도 상호간의 연대라고 하는 문제는 적극적인 관심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연대, 특히 지역사회에서의 연대에는 크게 두 가지 방식이 있다. 하는 ‘조직간 연대체를 결성’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특정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자원을 교환하는 ‘네트워킹’이다. 이 두 개념은 흔히 혼재되어 사용되곤 한다. 그러나 조직간 연대체를 결성하는 것과 네트워크는 엄연히 다른 개념이고, 나름대로 각각의 특징을 갖고 있다. 물론, 각 단체들이나 개인들 간의 관계맺는 방식에 따라 어떤 것은 ‘연대’, 혹은 어떤 것은 ‘네트워크’라고 굳이 엄밀하게 구분지어 지칭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연대’와 ‘네트워크’는 각각의 특징에 따라 각 주체들이 점검해야 할 내용과 역할을 분담하는 방식이 다르므로, 차별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해결하고자 하는 여러 사회 문제들 중에는 조직간 연대, 즉 각 조직의 힘을 결집하여 하나의 세력을 형성하고 그 세력을 기반으로 하나의 힘, 권력을 가짐으로써 문제를 발생시킨 세력에 대해 권력 통제 방법으로 해결해야 할 것들이 있다. 이러한 경우에 필요한 것이 이 ‘연대’이다. 즉, ‘연대’가 추구하는 근본 목적은 동일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조직간 힘의 결집(세력화)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지역사회에서 연대를 형성하기 위하여 만나는 조직들은 공동의 목적에 합의하고 이념과 사상적 기반이 유사한 단체나 기관 등이다.

반면, 네트워크는 인간의 욕구나 사회문제를 해결하려는 과정을 다른 욕구와 자원간의 교환을 통해서 이루려는 것이다. 즉, 우리 단체 및 기관이 독자적으로 할 수도 있지만 다른 어떤 기관이나 단체가 더 잘 할 수 있는 자원을 가지고 있다면 자원의 교환이 가능한 시장에서 서로의 자원을 교환하는 것이 훨씬 더 효율적이며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네트워크를 형성하고자 할 때 만나는 각 주체들은 서로의 목적을 공유하고 그 공유한 목적을 위해서 상이한 자원을 가지고 있는 기관 및 단체들이다.

인간은 자신이 지니고 있는 자원을 다른 사람들의 그것과 교환함으로써 보다 높은 만족을 추구하려는 욕구와 바램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교환은 단순한 맞교환의 의미를 넘어서서 나와 우리 조직이나 단체의 욕구와 문제해결이 다른 개인과 조직의 자원과 교환했을 때 더 많은 효과와 성과물을 낳을 수 있다는 관점의 전환을 의미한다.

네트워킹(networking)은 네트워크가 가능하도록 개인들 사이(interpersonal), 또는 개인과 조직 사이, 조직과 조직 사이(interorganization)에 사회적 관계를 구축하고 유지하는 상호작용적인 활동을 의미한다. 따라서 네트워킹은 네트워크 형성을 위한 목적의식적인 하나의 과정이라 할 수 있다.

합동재개발이 한창 진행중인 지역에서의 조직활동 사례를 놓고 연대와 네트워크의 개념 차이를 설명해 보자. 합동재개발 과정에서 발생하는 가난한 세입자의 문제는 다종다양하게 존재할 수 있다. 임시거주 시설과 안정적인 주거마련 등 자신들의 권리를 획득하기 위한 활동과 함께 철거과정에서 심리․정서적인 불안과 스트레스, 정신적․신체적 질병, 탁아를 포함한 자녀 양육에서 오는 문제, 아동들에게 가해지는 정서적 학대와 가족기능 저하의 문제 등 여러 차원의 문제가 발생한다. 이에 대한 해결에서 연대라는 방법을 사용한다면 주로 주거관련 단체나 주민조직, 시민사회단체, 지역사회 대학생 및 언론이 하나의 세력을 형성하여 정부에 대해 제도적 장치를 요구하는 것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실천 노력들은 가능하면 지역사회에서 힘과 권한이 있는 단위들의 참여가 보장된다면 더욱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즉, 연대에서는 문제제공자에 대한 권한 통제와 협상능력의 향상을 목적으로 한다. 물론 위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네트워크의 형성이라는 방법도 사용할 수 있지만, 주로 연대형성을 통하여 보다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반면 위의 사례에서 사회적인 서비스 영역이 필요한 가족과 자녀 그리고 개인적이거나 집단적인 심리․정서적 문제는 네트워크 방법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 보다 유용하다. 즉, 위의 각 문제들을 부분적으로나마 해결할 수 있는 전문적 자원들을 동원하여 각각의 문제해결을 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역 내에 아이들의 건전한 교육문제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이들 및 주민들의 심리적 불안정 상태를 치유할 수 있는 전문적 자원 등이 네트워크를 구성하여 이 문제에 공동으로 대응함으로써 문제의 해결 및 완화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한 대표적인 사례로는 몇 년 전 서울시 관악구에서는 지역의 풀뿌리운동 단체들이 네트워크를 결성하여 빈곤 가구에 대해 가구 단위의 총체적 서비스를 제공한 사례가 있었다. 즉, 빈민가구를 대상으로 자활후견기관에서는 일자리와 소득보존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비영리 공부방과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단체들은 자녀들의 보육 및 학습을 지원하며, 인도주의 실천 의사협의회와 연계하여 가정 주치의 연결 사업을 벌인 것이다. 비록, 이러한 지역사회 네트워크가 각 단체의 사정으로 오래 유지되지는 못했지만, 지역사회 복지네트워크의 모범적 사례 중 하나로 거론할 수 있겠다.



2. 네트워크 형성의 형태 및 원칙

 1) 네트워크의 층위(level)

지역사회에서 형성할 수 있는 네트워크는 아래의 <그림 1>과 같이 3가지 층위(level)로 설명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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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세 가지 네트워크의 층위


흔히 네트워크라 함은 단체나 조직간 네트워크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많다. 그러나 네트워크의 층위는 그보다 훨씬 다양하다. 네트워크는 위의 그림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크게 3가지의 층위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층위를 지역사회에 적용하여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제 1 층위라 할 수 있는 법률․제도의 네트워크는 지역사회의 여러 이슈 및 사안 등에 관련된 정책 및 행정간 또는 그 행정과 관련된 지역사회 단체 등의 네트워크라 할 수 있다. 즉, 지역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제도나 행정부처 간, 그리고 그에 관련된 민간단체들과의 공동대응을 통해 가능하고 효율적인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실업자들의 자활을 위한 지역사회의 활동에는 보건복지와 노동부, 그리고 지방자치단체와 민관파트너쉽을 통한 활동이 필요하다. 이러한 층위를 일컬어 법률․제도의 네트워크라 할 수 있다.

제 2 층위라 할 수 있는 조직 및 단체, 인적자원 등의 네트워크는 흔히 생각하는 지역사회의 각 조직 및 단체들 간의 네트워크라 할 수 있다. 때에 따라서는 전문적인 기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 간의 네트워크도 이에 포함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언급한 제 3 층위는 특정한 활동을 하는 조직 및 단체와 그 활동에 참여하는, 문제해결 욕구를 지닌 주민들과 형성하는 네트워크라 할 수 있다. 특히 제 3 층위의 경우, 주민조직의 활동대상으로 주민들을 설정하지 않고, 이들을 대등한 네트워크의 동반자로 설정한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가 있다.

이러한 층위는 각각이 나름대로의 의의를 지니는 것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이슈에 따라 적절한 층위를 선택하여야 하는 것이지, 결코 그 우열을 나누는 것이 아니다. 즉, 문제해결에 가장 도움이 되는 층위가 무엇인지에 대한 고려가 일차적인 층위 선택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2) 네트워크 형태의 결정

네트워크(network)의 형태는 크게 협력(cooperation), 조정(coordination) 그리고 합작(collaboration)으로 나뉜다. 그 각각을 비교하여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1) 협력(cooperation)

서로 독자적으로 분리된 조직이 독립적인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실행하고자 할 때 형성되는 형태이다. 정보를 공유하는 등의 협력을 통해 활동의 효율성을 높이고 불필요한 중복을 피하고자 하는 것이 협력의 목적이다. 이 형태에서 각자 활동의 독자성을 인정하는 것은 기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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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2> 협력(cooperation)
(2) 조정(coordination)

분리된 조직이 불필요한 중복을 피하는 것은 물론 상호 긴밀한 관계를 형성함으로써 조직간 갈등과 낭비를 피하고자 하는 형태이다. 조정의 형태에서는 함께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부드럽게 상호작용 하는 상태를 말한다. 조직간 조정의 목적은 전문적인 부문의 결합을 통해 보다 효율적인 활동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따라서 특정한 사업을 실행함에 있어 정기적인 만남은 필수적이다. 조정의 형태가 앞의 협력과 다른 것은 서로 다른 전문성으로 연계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같은 지역 내에서 사회교육을 담당하는 단체와 자원봉사를 담당하는 단체간에 서로 독자적으로 활동을 수행하며, 사회교육을 통해 배출된 주민이 자원봉사를 담당하는 단체에서 자원봉사자로 활동할 수 있도록 연결시키는 것과 같은 형태라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사회교육을 담당하는 단체에서는 교육과정을 이수한 이들에게 지속적으로 지역사회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손쉽게 유도할 수 있고, 자원봉사활동을 담당하는 단체는 사회교육 단체를 통해 자원봉사 인력을 확보할 수 있다. 더 나아가서는 자원봉사활동을 통해 지역사회의 일꾼으로 성장한 이들을 사회교육의 강사 등으로 지원하는 방식도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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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합작(collaboration)

분리된 각 조직이 단일한 활동에 대해 각자의 자원을 내어놓아 공동의 활동을 수행하는 형태라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각 조직이나 단체들은 자신들이 하고자 하는 활동내용을 보다 전문적이고 풍부한 자원을 동원하여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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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네트워크 형성시 고려할 사항(check list)

▶ 네트워크의 수준을 결정하자

네트워크를 구성함에 있어 흔히 빠지기 쉬운 위험 역시 결합도가 높은 것이 무조건 바람직하다는 경향이다. 하지만 협력과 조정과 합작, 이 세 가지는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나 달성하고자 하는 조직의 목적에 따라 그 형태가 결정되어야 하는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협력의 형태가 바람직할 수도 있고, 다른 경우에는 합작의 형태가 보다 바람직할 수 있다. 그리고 네트워크를 구성할 각 단체 등의 역량에 따라서도 그 형태가 결정되어야 할 것이다. 즉, 네트워크를 통해 각 단체 등에 요구하는 책임과 과제의 수준이 자신의 단체에서 수행할 수 있는 것인지를 판단해야 한다.


▶ 각 조직간 을 조정․중재할 수 있는 능력을 체크하자

지역사회는 우리가 예상하는 것 보다 훨씬 더 경쟁적이고 정치적인 힘으로 움직여지는 곳이다. 네트워크는 유사한 조직일 수도 있지만 상이한 조직들 간의 연계가 기본적이기 때문에 이들 조직 간의 경쟁과 정치적 역관계에 대한 사전 예상 없이는 사실상 원만한 공동작업이 힘들다. 형성하고자 하는 네트워크 영역에 대한 명확한 인식을 확립하고 이를 어떻게 유지하며, 각종 자원을 제공하는 이들 및 조직들과 어떻게 연계할 것인가 하는 것은 조직의 능력에 달려 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각 조직들은 정치적 경쟁을 조정할 수 있어야 하며 네트워크 영역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내고 협상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네트워크 참여 구성원들 간의 갈등을 해결해 나갈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즉, 기능별로 연계되어 있으면서 각기 다른 성향과 목적을 지닌 단체 및 조직들 간에 적절한 역할분담과 불필요한 경쟁을 조정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한 것이다. 따라서 네트워크 형성이나 참여 이전에 반드시 자신의 조직 내에 이러한 능력을 갖추고 있는가를 체크해야 한다.


▶ 초기에는 서로의 긴밀한 관계형성이 중요하다.

앞에서 언급한 고려할 사항들 때문에 네트워크의 형성에 있어서는 초기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많은 조직들은 네트워크를 형성하려고 할 때, 보통 ‘공동의 행사’를 진행하곤 한다. 서로에 대해서 경험하지 않은 상태에서 일회적인 공동의 행사를 추진하는 방법은 각 참여 조직이 과도한 하중을 받게 될 위험이 있다. 또한 결과물을 공유하는 과정에서 항상 예상하지 못했던 조직간 경쟁과 어느 한 조직 중심의 독주가 발생할 우려 역시 있다. 따라서 네트워크 형성의 초기에는 일회적인 공동행사를 추진하는 것보다, 먼저 각 조직 구성원들 간의 개별적인 욕구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프로그램을 기획・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각 조직이 하중을 덜 받을 수 있는, 어느 특수한 영역의 상호작용을 위한 가벼운 정보교류 모임 정도를 형성하면서 대면적(對面的)적인 상황을 많이 만들어 참여 구성원간의 친밀감을 형성할 수 있는 모임을 갖는 것이 보다 바람직하다. 이러한 배려가 필요한 이유는 한 번 실패한 네트워크 경험이 다시 복구되기 위해서는 매우 어려운 과정을 거쳐야만 하기 때문이다.


▶ 네트워크 영역 : 공유하여야 할 부분을 체크하자.

보통 네크워크를 구성하기 위해 각 구성원(단체)들이 공유하여야 할 요소는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를 들 수 있다. ①공동의 문제인식, ②그러한 문제인식을 갖고 있는 지역주민(대중), ③문제 해결을 위한 조직기술, ④문제가 공유되는 지리적 범위(catchment area), ⑤재정적․비재정적 자원.

이러한 공유부분을 체크하기 위해 먼저 지역에 있는 다른 조직 및 자원들에 대한 현황파악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즉, 각 조직 및 행정기관, 복지시설, 자생적 주민조직(관변단체 포함, 아파트 부녀회 등) 등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영역 및 보유하고 있는 전문적 기술 및 자원, 그리고 활동의 특징 등에 대해서 사전에 알아보는 것이 좋다. 경우에 따라서는 이러한 각 자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인적․물적․기능적 자원, 그리고 주요 관심사 및 활동의 특징․영역 등에 대해 서로 교류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러한 교류를 통해 각자는 필요한 때에 꼭 필요한 네트워크 구성을 제안할 수 있으며, 서로서로 보완적인 활동들을 전개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 과업환경(task environment)을 체크하자

과업환경은 조직과 단체 등이 놓여 있는 경제적․정치적․인구통계학적․사회적 조건을 말한다. 이러한 과업환경은 조직이나 단체 등의 정책과 실천의 양태에 큰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네트워크에 참여시키려는 각 조직이나 단체 등의 과업환경을 체크하는 것은 적절하고 효율적인 네트워크 형성에 도움을 준다.

이러한 과업환경을 체크함에 있어 제일 먼저 해야 할 사항은 자신의 조직에서 최고 의사결정권자를 비롯한 조직구성원들이 네트워크를 과업으로 설정하였는지 체크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네트워크 형성 업무를 맡은 실무자가 실제적인 책임과 권한을 갖고 일을 추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 단계는 만나고자 하는 조직의 과업환경을 체크하는 것이다. 흔히 어떤 사안에 대해서 어느 정도의 합의가 이루어졌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도 실제 많은 조직들은 그 합의에 대해 각기 다른 나름대로의 과업환경 속에서 사고하고 실천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그 조직이 네트워크 형성을 과업환경으로 설정하지 않았다면, 의사결정의 권한을 갖고 있는 사람이나 그 조직 내에서 필요한 기능 및 자원을 갖고 있는 사람을 찾아가 설득하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다.


▶ 사회적 교환(social exchange)을 합의하자

사회적 교환은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유지하는데 있어 필수적이며 보편적인 것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지역사회에서 자원의 교환은 경제적 교환에서처럼 동일한 단위로 측정할 수 없다. 그러나 네트워크에 참여할 단체 등에 대해 자원의 교환을 통해 각자가 충분히 성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을 입증할 필요가 있다. 자원의 교환에 투여되는 자원은 단순히 경제적으로 지출된 비용뿐만이 아니라, 각 단체 등이 지출하는 인력 및 각종 자원, 그로 인한 사회적 위험 등을 포함한다.

또한 자원을 교환하고자 할 때 공동활동의 성과물이라 할 수 있는 사회적 가치에 대한 합의가 있어야 한다. 지역에서의 활동은 구체적이고 가시적인 성과를 확인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 따라서 네트워크 형성을 통한 활동의 사회적 가치에 대해서 미리 합의함으로써, 공동노력 이후 상호간의 긴장과 갈등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 평등한 관계를 구축하자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각자의 자원을 교환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 중의 한 가지는 특정한 단체의 독주를 들 수 있다. 이러한 문제의 원인은 특정 단체가 타단체에 비해 보다 많은 자원을 투입하기 때문이다. 즉, 비대칭적인 자원교환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이렇듯 교환할 자원의 차이가 발생하여 일방의 주도성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면, 성과의 공유에 대해서도 차별적일 것이라는 불안이 자연히 생겨난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는 상호간에 긴장과 갈등을 유발하기도 한다. 따라서 일차적으로는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각 단체들이 교환용으로 내놓는 자원들에 대한 가치를 판단하지 않는 것이 좋다. 각자는 네트워크를 통한 과제 수행에 꼭 필요한 자원들을 내놓는 것이기 때문이다.

평등한 관계를 유지하느냐의 여부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재정과 실무의 제공 정도라 할 수 있다. 보다 많은 재정을 지불하고 네트워크를 유지․운영하기 위한 실무역할을 주로 하는 단체가 네트워크 내에서 주도적인 위상을 차지하는 것이 보통이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실무 역할을 맡을 각 단체의 네트워크 파견자가 파견 받은 단체의 대표성을 갖고 실무역할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하며, 이들 간에 명확한 역할분담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한 재정도 가능하면 공평하게 분담하는 것이 좋으나, 각 단체의 재정사정에 따라 다르므로, 재정을 각 단체가 투입하는 하나의 자원으로만 바라보는 시각도 필요하다. 따라서 각 단체가 분담하는 재정, 실무에 필요한 인적․물적 자원, 기술 등에 대해 질적 우열을 두지 않고, 각자의 장점을 공평하게 분담하는 것으로 합의해야 한다. 이러한 합의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각 단체들이 모두 적극적으로 네트워크 내에서 역할을 수행하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 상호작용의 원칙 등에 대한 합의

특정 단체 또는 기관이 지역의 타단체 등과 네트워크 형성을 시도할 때, 일차적으로는 자발적이며 비공식적인 형태로 진행하곤 한다. 초기에는 이렇듯 네트워크에의 참여와 진행이 비공식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으나, 네트워크의 상호작용이 고도화되고 단체 간의 상호협조와 상호작용이 좀 더 밀접해짐에 따라서 더욱 공식적인 형태로 네트워크가 발전되기도 한다. 이런 때에 대비하기 위하여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단체 등은 규약이나 규칙들, 그리고 상호작용의 절차들을 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가능하면 이를 문서로 규정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문서로 규정하는 것은 서로를 불신하기 때문이 아니라, 문제가 불거졌을 때 서로에게 보다 명확한 지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3. 지역사회 네트워크의 필요성

현실적으로 지역사회 네트워크는 크게 세 가지 필요에 의해 제기된다. 한 가지는 지역사회의 다양한 문제들을 특정한 단체나 기관이 모두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각자가 가진 자원들 모아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함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는 특정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있어 특정 단체나 기관이 가진 자원만으로는 효율적 해결이 쉽지 않거나, 다양한 자원들의 네트워킹을 통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 문제해결의 방안이라 여겨지는 경우이다. 마지막 한 가지는 지역주민들의 역량강화(empowerment)와 관련된 것이다. 즉, 자신들의 활동을 통해 임파워먼트 된 주민들에게 그에 걸맞는 지역사회 차원의 활동 공간을 만들어줄 필요에 의해 인적인 네트워크를 결성하는 경우이다. 즉, 주민지도자의 역량을 단체에 묶어두기보다는 지역사회에 개방함으로써 정작 주민지도자 자신의 발전과 지역사회의 발전 모두에 기여하려는 필요가 이러한 네트워킹으로 나타날 수 있다.

이 중 첫 번째 필요에 의한 네트워크는 지역사회 발전(Community Development)에 있어 무엇보다도 중요한 필요이다. 지역사회가 발전한다 함은 물리적이고 양적인 발전보다는 그 구성원인 지역주민들의 삶의 질이 고양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삶의 질을 고양시키기 위한 요소들은 매우 복합적이므로, 그 복합적 요소들을 네트워킹을 통한 역할분담과 이의 총합 등을 지역사회 내의 자원 간 네트워킹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형태의 네트워킹은 지역사회의 질적 발전이라는 큰 목적에 동의하는 각 자원들이 각자의 필요와 효율적 활동을 위해 필요에 따라 협력・조정・합작의 다양한 네트워크 형태를 취사선택할 수 있다. 이 경우에는 다양한 네트워크 참여 주체들이 지역사회 발전에 대한 관점을 공유할 때 가능하다. 또한 이러한 네트워크는 그 활동의 성과를 개별 단체에 귀속시키기보다는 지역사회 자체에 축적한다는 점에서 지역사회 발전의 바람직한 전략으로 여길 수 있다.

두 번째로 언급한 특정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네트워킹은 해당 문제를 보다 효율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것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따라서 특정한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에 동의하는 자원들이 그 문제 해결에 투여할 자원을 상호 공유하는 방식의 네트워킹을 통해 특정 문제에 대응한다. 그런 점에서 앞서 소개한 네트워크의 형태 중 합작의 형태가 가장 적절한 형태라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언급한 인적자원 간의 네트워크는 지역사회의 발전이 지역사회 구성원의 임파워먼트를 통해 근본적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을 고려할 때 무엇보다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네트워크 형태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각 단체 및 기관들의 활동이 지역주민들의 임파워먼트라는 성과를 낼 수 있을 때에 가능하다.

그러나 이러한 세 가지 필요성은 각각 분리된 것이라 볼 수 없다. 어차피 지역사회에서의 네트워크라 함은 개별 단체가 자신들의 활성화와 그 성과의 향유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즉, 지역사회의 네트워크는 그 자체로서 지역의 발전에 귀속되는 효과를 발휘한다. 이것이 네트워크가 지역사회의 변화・발전에 있어 강력한 전략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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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5> 지역사회 네트워크의 필요와 의의


하지만, 이러한 네트워크의 필요성은 무엇보다도 이에 참여하는 각 기관 및 단체들이 절실한 자신의 문제로 느낄 때 실천으로 연결될 수 있다. 당위적인 참여는 네트워크가 실질적인 실천의 도구가 되는 데에 항상 걸림돌로 작용해 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네트워크를 결성함에 있어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그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또는 참여대상이 되는 각 단체 및 기관들이 진정으로 네트워크를 필요로 하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지역사회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의 문제가 매우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장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그러한 세계의 문제를 구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실천의 장이기도 하다. 인도의 성자 간디는 그런 점에서 “우리 모두가 이웃에 대한 의무를 제대로 수행한다면 도움이 필요한 사람 누구도 보살핌을 받지 못한 채 남아있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이웃을 도우면서 결국 세계를 돕게 된다.”고 강조하였다. 또한 1992년 브라질의 리우에 모인 세계 정상들과 민간단체들은 ‘Think Globally, Act Locally!’라는 슬로건을 만들고 세계에 전파하였다. 당시 이에 참여한 이들의 관심사를 고려해 본다면, 이는 ‘생각은 전 지구적으로, 실천은 지역적으로’가 아닌, ‘지구적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면, 우선 지역에서 먼저 실천을!’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이렇듯 지역사회는 세상의 복잡다단한 문제를 안고 있으며,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변화시킬 가장 구체적인 실천의 장이다. 하지만, 지역사회 내에는 그러한 문제에 대응하는 실천을 추동할 자원이 매우 제한되어 있는 실정이다. 그런 점에서 네트워크는 지역사회가 자신들의 문제에 보다 효율적으로 대처하고, 자신들의 존재 의의를 보다 극대화하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어쩌면 가장 강력한 전략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지역사회에서의 네트워크는 당위라기보다는 지역사회에서 활동하는 각 단체 및 기관 등의 고유한 미션, 즉 지역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고 지역사회를 발전시키기 위해 반드시 고려해야 할 실천 전략이라 할 수 있겠다. 이는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변화시키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4. 지역사회 네트워크 활성화 방안

앞서 언급한 이유들 때문에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지역사회 네트워크를 구성하였거나 구성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실제로 그 네트워크가 잘 작동되고 활성화되는 사례는 찾아보기가 매우 힘든 실정이다. 그 이유를 다시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해 보면, 첫째는 네트워크 내부의 작동과정이 네트워크의 본래 목적 또는 원칙에 충실치 않기 때문이고, 둘째는 그 구체적 역할이 제대로 공유・합의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 두 가지는 완전히 별개의 문제라 볼 수 없고, 한 가지 이유가 다른 이유의 원인으로 작동하는 등으로 매우 밀접히 연결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1) 네트워크 작동 과정의 문제 해결

네트워크 내부의 작동과정이 걸림돌로 작용하는 원인 몇 가지를 살펴보면, 대표기관의 독점적 지위와 그로 인한 다른 참여 주체들의 소외, 각 자원들의 폐쇄성을 상쇄시킬 만한 긴밀한 신뢰관계 부족, 공유 자원의 부등가(不等價), 구체적 합의의 미흡 등등을 꼽을 수 있겠다. 이러한 현상들은 네트워크를 제안하고 이를 주도하고 있는 대표기관의 문제와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여타 주체들의 문제 모두에서 파생하나, 결국 그 문제해결의 일차적 주도권은 대표기관에게 주어져 있다. 특히, 대표기관이 공동모금회로부터 재원을 지원받아 이루어지는 네트워크의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대표기관이 아닌 곳의 입장에서 바라본다면, 대표기관이 주도하는 네트워크가 썩 마음에 들지 않을 수 있다. 즉, 돈은 자신들이 받고 일은 공동으로 하자는 것이나, 활동의 성과가 대표기관으로 집중된다고 비춰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애초에 이러한 프로젝트가 민주적인 공동의 합의에 의해 만들어지고, 또 대표기관 역시 그러한 공동의 합의에 기초해 선정된 것이라면 문제는 조금 다르다. 하지만, 그러한 과정을 거치지 않은 경우라며, 대표기관이 이 네트워크를 통한 성과가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모든 기관 및 단체들에게 골고루 분배될 것이라는 확실한 믿음을 심어줄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가장 첫 번째로 합의하고 공유하여야 할 내용은 각 기관 및 단체들이 내어놓는 자원들을 등가(等價)로 인정하는 것이다. 이러한 합의가 잘 지켜지기 위해서 네트워크 활동가는 각 주체들이 공유하기 위해 내어 놓는 자원의 가치를 등가로 인정하고 성과의 배분을 균등하게 하기 위한 세심한 배려를 일상적으로 하여야 한다.

공동모금회로부터 지원을 받은 도봉 복지네트워크의 경우에도 이 문제는 항상 긴장을 유발하는 원인이다. 대표기관의 입장에서야 네트워크 활동의 성과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자 하는 유혹이 왜 없겠는가? 사무실을 제공하고 인건비 중 일부까지 지원하고 있으니, 그럴 만도 하다. 하지만, 센터 사무국 직원들은 그러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민한 신경을 쓰고 있다고 한다. 즉, 센터 사무국은 대표기관과 독립된 기구로서의 자기 위상을 갖기 위해 노력하고, 대표기관 역시 그러한 지위를 보장해 주려는 노력을 통해서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그런 주의에도 불구하고 다른 기관 및 단체에서는 네트워크 센터를 대표기관의 부설기관 쯤으로 여기는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어, 한 때 센터 사무실을 대표기관인 복지관 건물에서 다른 곳으로 이전하는 것도 심각하게 고려했었다고 한다. 네트워크가 지역사회에서 그 미션과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 이러한 배려와 주의는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대표기관의 노력만으로 네트워크의 성공이 보장되지 않음은 당연하다. 대표기관 이외의 네트워크 참여 기관 및 단체들은 무엇보다도 자신들의 미션, 네트워크에 참여하게 된 동기 등에 충실할 필요가 있다. 역시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각 기관 및 단체들의 경우 자신들의 사업성과를 자신들이 독점하기보다는 지역사회에 내어 놓음으로써 지역사회의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 결국 지역사회에서 자신들의 위상 및 정체성을 명확히 하는 지름길이다. 지금까지 지역사회에서 활동한 경험들을 종합해 보자면, 지역사회의 발전과 개별 기관 및 단체의 발전과는 항상 일치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개별 단체 및 기관의 발전이 지역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고 질적인 발전을 이루도록 하기 위한 고유의 미션을 실천하기 위해서라도 지역사회 네트워크는 자신들 고유의 미션을 실천하는 중요한 한 방법임을 실천적으로 인지하여야 한다. 그러할 때, 지역사회에서 자신들의 존재이유를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2) 구체적인 실천 ‘꺼리’와 가시적 성과의 배분

네트워크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앞서 누누이 강조한 대로 당위적인 명분으로 모여서는 안 된다. 네트워크는 특정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을 때에만이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실천 전략이다. 따라서 매우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역할배분이 필요하다. 또한 그러한 목표를 달성한 성과는 그 참여한 기관 및 단체들에게 평등하게 배분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일차적으로는 구체적인 목표와 실천 ‘꺼리’를 합의 하에 도출해야 한다.

지역사회의 네트워크 중에서 비교적 성공적인 활성화 사례로 거론되는 것이 천안의 지역복지 네트워크 이다. 이 네트워크는 천안지역의 다양한 복지 기관 및 단체들이 참여하고 있다. 그런데 이 네트워크가 다년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활성화될 수 있었던 가장 큰 동력은 구체적인 일거리가 있었고 이를 통해 참여 기관 및 단체들이 가시적 성과를 향유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네트워크의 대표기관이라 할 수 있는 단체는 <복지세상을 만들어 가는 시민모임>이다. 이 단체는 지역복지를 주요한 활동의 주제로 삼는 시민운동단체임에도 천안지역의 복지기관 및 단체들의 긴밀한 네트워킹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다고 평가된다.

천안지역에서  사회복지 기관・단체를 중심으로 한 네트워크 형성과 그 구체적 활동은 2002년 지방선거 국면을 맞으면서 본격화되기 시작하였다. 대부분의 복지기관 및 단체들은 복지문제가 지역사회의 주요한 이슈에서 점점 멀어지는 것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기 시작하였다. 그 가장 대표적인 현상은 지방선거에서 구체적인 복지정책이 각 후보들의 공약에서 희미해져 가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에 <복지세상을 만들어 가는 시민모임>은 2002년 지방선거를 맞이하여 여러 복지기관 및 단체들에게 함께 정책 제안집을 만들고자 제안하였다. 정책 제안집은 전문가들이 모여 만든 것이 아니라, 각 복지기관 및 단체들이 자신들의 복지영역에 필요한 정책들을 만들고 이것을 전체가 모여 다시 정리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이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천안을 복지세상으로 만드는 33가지 방법’이란 정책제안집을 발간하였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시장 후보자 초청 토론회를 개최하였다. 이 네트워크에 참여한 제 복지기관 및 단체들은 자신들의 주장을 차기 시장에게 관철하기 위하여 가능한 많은 주민들을 이 토론회에 동원하였고, 결국 사회복지라는 단일 주제에 따른 토론회에 1,000여명이라는 유례없는 주민들의 참여를 조직하였다. 이에 선거를 통해 당선된 시장은 이들의 주장 대부분을 정책적으로 수용하게 되었다. 이는 이 네트워크가 이후에 보다 활성화되는 계기가 되었다. 즉, 이후로 보다 많은 사회복지 기관 및 단체가 참여하는 네트워크가 구성되었으며, 다음 선거인 2006년 선거를 대비하여 <531지방선거 복지천안을 위한 네트워크>가 결성되었다. 지난 번 선거에서 이 네트워크의 위력을 실감한 참여 주체들은 이  때에도 사회복지 예산, 지역복지인프라, 아동보육 등 모두 9개 영역 23개 의제를 확정하여 900여명이 참여하는 시장 후보자 초청 토론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하였다. 이 두 번의 성공적 사례는 천안시로 하여금 이 네트워크에서 제안하는 내용에 무게를 싣도록 하였으며, 현재에는 사회복지 관련 예산을 주도적으로 제안하는 활동으로까지 발전하고 있다.

그런데, 만약 이러한 천안지역 사회복지 네트워크의 정책제안과 수용이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수행되었다고 한다면, 네트워크 자체의 활성화와 사회복지 정책의 변화가 가능하였을까 하는 것을 한 번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에 의해 수행된 정책제안은 전문가의 전문성으로만 시정부에 정책적 압력을 가하는 효과를 발생시켰을 것이고, 이는 지역사회 주민들의 정치력에 기반하지 않음으로 해서 그 성과를 장담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볼 때 전문가들에 의해 주도되는 지역사회 활동은 정작 그 성과가 전문가들에게 집중되는 경향을 보인다1). 또한 그러한 경우에 네트워크에 참여한 각 주체들의 자발적 참여가 활성화되기보다는 전문가들에 대한 의존성만 강화될 뿐이다. 이는 무엇보다도 지역사회의 발전 주체가 일부 엘리트로 한정됨으로써 지속가능한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많다. 지역사회를 지속적이고 근본적으로 발전시키는 가장 유력한 경로는 그 지역사회의 자원들, 특히 지역사회 주민들의 직접적인 참여를 통해 가능하다는 것은 이미 수많은 사례와 역사를 통해 입증되고 있다. 이를 위해 천안지역의 복지네트워크는 참여주체들이 자신들의 이해를 충족시키기 위한 구체적 역할을 서로 분담하였으며, 이는 그 성과가 참여 각 주체들에게 골고루 배분되는 효과를 발생시켰다.



5. 글을 마치며

지역사회는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시민들의 입장에서 시민들이 주체적인 참여를 통해 변화・발전시킬 수 있는 가장 유력한 생활공간이다. 하지만, 그러한 변화와 발전은 지역사회의 다양한 주체와 자원들이 상호 긴밀한 연계를 맺을 때 보다 효율적일 수 있고 또한 실제로도 가능하다. 그런 차원에서 지역사회의 네트워킹은 필요하고 중요하다. 이는 사회복지 영역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직접적으로는 지역사회 내에 중복 서비스와 서비스의 사각지대가 존재하는 등의 문제에 대한 지적에서부터, 보다 총체적인 서비스의 결핍에 대한 문제제기 역시 오래 전부터 제기되었다. 또한 지역사회복지가 단순히 직접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차원에 머무르는 것은 지역사회복지의 원래 취지를 무색케 한다는 비판 역시 광범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따라서 효율적인 복지전달체계의 구축과 총체적 서비스 전달체계를 통한 사람 중심의 복지서비스 창출2) 등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고, 이는 지역사회복지가 존재하는 가장 중요한 기반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지역사회복지가 추구하는 주민조직화를 통한 주민 주체적 복지서비스의 창출 역시 지역사회의 복지기관 및 단체들이 더 이상 간과할 수 없는 문제이다.

이러한 문제를 효과적으로 개선하고 지역사회 주민들의 삶의 질을 개선・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지역사회에 존재하는 다양한 복지자원들이 상호 네트워킹을 통하는 것이 가장 유력한 실천전략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네트워크는 당위적인 명분만으로는 활성화될 수 없다. 이에 참여하는 주체들이 네트워킹을 통해 실질적인 효과를 체감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네트워크를 주도하는 대표기관의 세심한 활동과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각 주체들이 자신들의 고유한 미션에 대한 끊임없는 성찰이 필요하다. 또한 네트워킹이 발휘하는 위력과 자신들에게 주어지는 성과를 직접 ‘맛’ 볼 수 있도록 비교적 쉽게 합의하고 쉽게 그 성과를 내서 향유할 수 있는 낮은 단계의 실천사업부터 공동으로 실행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네트워킨도 주민조직화와 마찬가지로 그 효과를 직접 ‘맛’ 볼 수 있을 때 실제적인 필요를 느끼게 되는 것이고, 무엇보다도 이러한 과정을 거쳐 상호간 신뢰를 쌓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지역사회 네트워크의 필요성은 어떤 거창한 구호나 슬로건에 의해 합의될 수 없다. 그보다는 자신들의 지역사회에서 어떤 위상과 역할을 할 것인가에 대한 스스로의 성찰과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각 단체들 간의 실질적 신뢰관계 회복이 보다 성공적 합의의 기반이 될 것이다.

Posted by '녹색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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