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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1.21 [후기] 다음세대재단의 "ChangOn"을 다녀와서.... 2


뜨거운 열기였다. 중간에 영상이 끊기고 중복상영도 있긴 했지만^^ 무척 세련된 컨셉이었다. 비영리단체들이 이런 식으로 진행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런 매력 때문인지 몰라도, 끝나는 시간까지 객석은 꽉 차 있었다. 물론, 내용도 훌륭했다. 점심 이후, 밀려오는 졸음을 이겨내며 끝까지 경청한 사람으로서, 이번 ‘비영리컨퍼런스’를 보고 들은 느낌을 간단히 적어보고자 한다.

내가 느끼는 이번 'Change On'의 화두는 ‘커넥터’와 ‘약한 연대의 힘(Weak ties, 일종의 개방성)’, 그리고 ‘넘나듦’이 아닐까 싶다. 10명의 강사들이 던지는 화두의 맥락이 그렇다는 뜻이다. 네트워크를 연구하는 이들에겐 낯설지 않은 주제들이다. 첫 강의를 열었던 이재열 교수나 외국의 그나노베터, 바라바시 등의 연구자들은 오래 전부터 이런 주제에 대한 연구에 집중해오고 있다.

물리, 의학, 생태 등의 자연과학의 연결구조 이론들, 즉 네트워크는 사회과학 영역에 그대로 투영해도 다르지 않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실제로, 강연을 멋지게 소화했던 정재승 박사는 물리학을 바탕으로 뇌공학 연구자로 유명하고, 정지훈 박사는 의학과 네트워크를 접목하며 미래과학을 연구하고 있다. 사회과학 분야의 이재열 교수는 사회조직론으로서 네트워크 전문가로 유명하다. 이들은 어떤 영역이든 거시적으로나 미시적으로 복잡한 네트워크 구조 틀을 벗어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다시 말하면, 비영리단체들이 관심을 갖는 ‘사람의 관계’ 속에도 이 네트워크 구조는 존재하기 마련이고, 따라서 복잡한 사회의 네트워크에 존재하는 커넥터와 느슨한 연결(약한 연대의 힘), 그리고 상이한 여러 그룹의 교류(넘나듦)가 ‘사람의 관계’를 변화시키는 주요한 변수들이라는 것이다. 

지역사회를 가만히 보면, 유별나게 마당발인 사람이 있다. ‘왕 언니’라 불리는 몇 몇 사람들이 관계 맺은 네트워크는 가히 상상을 초월한다. 이들이 만든 네트워크는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고, 네트워크를 끌어들이는 그들만의 스펙이 있을 것이다. 아무래도 지역사회에서 이들의 포지션은 주요 의사결정 구조 속에 놓여 있을 가능성이 크다. 광주나 순천 등에서 진행되는 ‘동네 한바퀴’ 등의 마을만들기 프로그램은 바로 이런 사람들을 발굴하는 프로그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동네를 변화시키는 자원을 누구보다 많이 지닌 ‘변화추진자’들, 바로 이들이 ‘커넥터’다.

문턱이 높은 공동체는 ‘폐쇄적’이다. 자유로운 출입을 제한한다. 우리가 아무리 발버둥 쳐도 ‘고소영’집단에는 들어갈 수 없고, 그들도 허용하지 않는다. 이 구조에서는 새로운 정보가 교류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 자기들끼리 결속적 유대가 강하기 때문에, 비슷한 정보만 흐를 가능성이 크다. 시민사회단체는 어떤가? 자신 있게 문턱이 낮다고 말할 수 있는가? 웹2.0의 개방과 공유, 참여의 정신에서 보자면, 현재의 시민사회단체가 시대를 앞서 있다고 말할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우리 내부의 관계망을 더 풀고 헤쳐서 더 멀리 파장되어야 하고 다른 영역으로 넘나들어야 한다. ‘약한 연대의 힘’은, 그라노베터가 증명했듯이, 강한 연대보다 더 많은 정보와 이익을 가져다준다.

그래서 ‘넘나듦’이 필요하다. 사회의 변화는 결국 사람이 가져온다. 사람은 스스로의 앎을 통해 변하긴 힘들다. 타자를 통해서, 혹은 공동의 경험을 통해서 생각이 변하고 태도가 변할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다른 이들과의 교류가 중요하다. 나와 다른 이념을 지닌 사람들, 나와 다른 경험을 지닌 사람들, 나와 다른 태도를 지닌 사람들과의 교류는 서로를 자극하고 변화시킬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물론, 나는 앞뒤가 꽉 막힌 보수적인 어르신들이 싫다. 이념적으로 변종인 ‘뉴라이트’ 사람들도 싫긴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들과의 소통과 넘나듦이 없다면 같은 공간에 살지만, 담장을 세우고 살아가는 다른 나라의 사람과 별반 차이가 없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다양한 지역사회 구성원들과의 ‘넘나듦’을 시도하는 ‘안성의료생협’ 사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누구도 참여를 배제하지 않으면서, 교류와 소통의 장치를 단단히 만듦으로써 느리지만 변화의 과정을 모색하는 것이 ‘안성의료생협’의 운동방식인 것이다.

‘Small is the new Big’을 강조했던 트위터 에널리스트 박정남 님, 일본을 통해 아이폰3G 시대의 미래를 보여주었던 금동우 님, 가장 웃음을 많이 주며 소셜 네트워크 기반 서비스를 실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었던 정진호 님, 사회공익을 위한 인터넷 서비스 툴을 통한 협력(공동작업)을 강조했던 박남호 님, ‘여행하듯 생활하고, 생활하듯 여행할 때’ 창의력이 꽃핀다는 박웅현 님, 위젯 서비스의 모든 것을 보여주었던 표철민 님, 개인적 정보를 넘어 공익적 콘텐츠가 미래에 더 유용하게 발전할 것이라는 이동형 님, 나에게 모두 소중한 정보와 가치를 심어주었고, 1년 후 이들의 이야기를 또 들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시간의 변화에 따라 그들의 생각이 어떻게 변해 가는지 기다려보는 것도 즐거운 기다림이 될 것이다.

Ps. 이번 강의 자료를 다음세대재단이 운영하는 ‘ITcanus'에 모두 올린다고 합니다. 필요한 분들은 다운 받으시면 좋을 듯싶고, 내년에 이 행사가 또 개최된다면 꼭 한 번 가보시길 적극 권합니다.^^

Posted by '녹색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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