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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4.08 [지역운동사례] "사람 냄새가 풍기는 인천 푸른샘어린이도서관"
 

사람냄새가 풍기는 인천 푸름샘어린이도서관





- 날짜 : 2008년 4월 3일(목)

- 장소 : 푸른샘어린이도서관

- 인터뷰 : 이혜경(희망을 만드는 마을사람들, 풀뿌리활성화위원장)

- 작성 : 김현(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







인천의 ‘푸른샘어린이도서관’(이하 ‘푸른샘’)은 가좌2동 주민자치센터 3층에 위치하고 있다. 요 몇 년간 여러 지역에서 어린이도서관 만들기 운동이 유행처럼 번지기도 했는데, 어린이도서관 운동을 펼친 주부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대체로 도서관이 절실히 필요했기 때문에 만들 수밖에 없었다고 말한다. ‘푸른샘’의 경우도 그런 케이스다. 가좌2동 주민자치위원회가 어린이도서관의 필요성을 느낄 때가 2004년 초였고, 같은 해 5월, 지역주민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다. 4․5․6학년 학생과 학부모, 그리고 초등학교 선생님 총 497명이 답한 이 설문조사에서 99%의 응답자가 ‘어린이 걸음으로 걸어서 5분 안에 갈 수 있는 도서관’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답변을 주었다. 설문을 받을 당시만 하더라도 초등학교 도서관 시설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았고 가좌3동에 있던 서구도서관은 접근성이 떨어졌다. 특히 미취학 아동이 갈만한 도서관은 전무한 상태였다. 이런 조건에서 주민들의 응답은 당연한 결과였는지 모른다. 주민자치위원회는 주민들의 설문 결과를 토대로 어린이도서관 만들기에 나섰고, 1년여 간의 준비를 거쳐 2005년 3월 푸른샘어린이도서관을 개관하게 된다.



도서관이 만들어지는 과정



도서관을 만들겠다고 나섰지만 가장 큰 걸림돌은 공간의 문제였다. 아무리 찾아봐도 도서관이 들어설 자리는 없었다. 주민자치위원들은 동장을 찾아 사정을 이야기했고 몇 개월간 동장과 머리를 맞대고 협의하기도 했다. 마침내 동장은 주민자치위원들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현재 도서관이 있던 자리는 가좌2동 예비군 동대본부 자리였다. 주민자치위원들이 제안한 내용은 동사무소 옥상에 가건물을 짓고, 예비군 동대본부를 그곳으로 옮기자는 것이었다. 그리 녹록치 않은 제안이었지만, 동장은 주민차치위원들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이고 동대본부를 설득하게 된다. 큰 어려움 없이 동대본부는 가건물로 이사하게 됐고 그 자리를 도서관이 차지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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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http://cafe.daum.net/samchildlib


그 다음은 재원이 문제였다. 돈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예비군 동대본부가 들어설 4층 증축공사 비용은 동장의 노력으로 추경에 반영할 수 있었지만, 도서관의 각종 집기, 책, 인테리어 등은 뾰족한 방법이 없었다. 쉬운 선택을 했었다면 도서관에 깊은 관심과 의지가 있는 동장에게 손을 벌렸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도서관 내부를 꾸리는 데는 주민들의 힘으로 하자는 것이 주민자치위원들의 내부 합의였다. 우선, 문화관광부에서 추진하는 프로젝트를 지원하였고, 1,000만원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게 됐다. 그와 함께 동네에서 ‘책 모으기 운동’을 전개했다. 물품 마련을 위한 행사도 병행했다. 매달 2,000원씩 후원금을 낼 수 있는 후원회원들도 조직했다. 바닥 공사를 담당했던 시공사에서도 공사비의 절반을 후원했다. 이렇게 해서 3,000권의 책을 모을 수 있었고 75명의 후원회원을 조직할 수 있었다. 75명이 내는 후원금은 온전히 책값으로 사용되고 있다.


“.......특히 주민자치위원회의 활동이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는 가좌2동의 경우에는 행정의 적극적인 마인드가 얼마나 사업에 도움이 되었는지 그 가치는 상상 이상의 것이다. 동행정은 늘 주민자치위원회 기획운영분과(총무,시민단체활동가,기획운영분과장,분과원)와 의사소통을 하고 있었다. 푸른샘 어린이도서관이 만들어지기까지 ‘행정의 힘’이라는 것이 존재했다는 사실을 가좌2동 주민자치위원회는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수평적인 민·관 파트너십’의 관계는 사업추진에 빠져서는 안 될 엔진을 달아주고 있다.”1)


이혜경 위원장이 밝히고 있듯, 도서관을 개관하는 과정에서 공무원의 협조, 특히 동장과 사무장의 노력은 주민자치위원들을 감동시키기에 충분했다. 공무원 식으로 평가하자면, 대민 서비스에 탁월함을 보였다고 할 수 있고, 풀뿌리 식으로 평가하자면 원칙과 가치, 그리고 절차를 풀뿌리 식으로 밟았다고 평할 수 있다. 특히 동장은 주민자치위원들을 대등한 파트너로 인식하고 있었다. 그럼으로써 서로간의 신뢰가 쌓인 것은 당연한 일이다. 공무원의 마인드와 자세가 동네를 변화시키는데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잘 드러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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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http://cafe.daum.net/samchildlib
 


개관 준비 과정에 눈여겨 볼만한 대목이 있는데, 주민들에게 도서관의 필요성을 꾸준히 알리는 작업과 주민들 속에서 자원활동가들을 조직했다는 점이 그것이다. 주민자치위원회는 문화관광부 프로젝트가 선정된 시점에 맞춰 주민들에게 중간 보고회를 개최하게 된다.(2004년 7월) 서구청의 담당 공무원과 마을의 각종 모임 대표들, 그리고 작은 도서관 활동을 하는 분들과 주민자치위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도서관 만들기의 필요성을 알릴 수 있었다. 비가 오는 날이었는데도 불구하고 200명이 넘는 주민들이 참석해 성황을 이루었다. 서구청장은 주민들의 관심이 뜨겁다는 것을 직접 목격하고 지속적인 지원을 약속하기도 했다. 또한 497명을 설문조사 하면서 설문 내용에 자원봉사를 할 수 있는 여부를 물었고 연락처도 남기도록 했다. 현재 도서관 자원활동가 18명은 대부분 이러한 과정에서 발굴된 활동가들이다. 이렇게 2004년 3월부터 준비해서 딱 1년이 되는 시점인 2005년 3월에 푸른샘어린이도서관이 개관하게 된다. 푸른샘이 만들어진 후, 최근까지 5개의 도서관이 더 생겼다. 푸른샘이 어린이도서관이 모델이 된 셈이다.



잘 놀고, 자주 만나고, 깊게 소통하고........



이혜경 위원장을 비롯해 초창기 주민자치위원회 멤버들은 결속력이 대단하다고 자평한다. 이 대목에서 이혜경 위원장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초창기 멤버들은........만나기만 하면 노는데 일가견이 있었어요.(웃음) 그리고 아이디어도 엄청났어요. 무궁무진했죠. 제 나이 또래(현재 40대 초반) 사람들이 많았는데, 서로 통하는 것이 많았어요. 동네 어떤 사업이든 주민과 같이 해야 한다는 생각들이 있었던 거죠. 한 분 한 분 오시는 분들마다 따뜻한 마음을 보여주었던 분들이에요.”


지금도 그렇지만 초창기 멤버들은 소위 ‘운동 판 물’을 먹은 사람들이 아니었다. 어떻게 보면 살아온 경험과 가치관이 이질적인 사람들 간의 만남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어떻게 탄탄한 신뢰가 쌓일 수 있었을까? 이혜경 위원장의 말을 빌자면, ‘잘 놀고, 자주 만나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던 것’이 일종의 비결이라고 할 수 있다. 주민자치위원회에서 자체 교육프로그램도 한 몫 했겠지만, 같이 놀러 가고, 술 마시고, 공부하고 했던 일련의 과정들이 동료가 되는 훈련의 과정이었다. 그렇게 신뢰가 쌓이는 순간, 서로의 마음을 열 수 있었다고 이혜경 위원장은 말한다.


“.......그렇게 함께 했던 분들이 지금은 다른 곳에 가서 사례발표도 하실 정도로 이미 활동가가 돼버렸어요. 10여 명의 활동가들과 거의 일상을 함께 했다고 보시면 돼요.......그래서 지금은 다 어깨를 겨누는 활동가들이에요. 서로 의견을 내놓고 각자가 필요한 것을 가져가는 구조죠. 든든한 구조라고 생각해요. 덕분에 저는 할 일이 없어요.(웃음)”



10년 미래를 구상하는 7가지 ‘마을의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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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이혜경, "더디가더라도 주민과 함께 만들어가는 아름다운 마을공동체"



‘푸름샘’은 민관협력을 통해 만들어졌다고 표현할 수도 있고 마을 주민들의 힘으로 세워졌다고 얘기할 수도 있지만, 무엇보다 주민자치위원회가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가좌2동 주민자치센터는 99년 7월에 개관한 이후, 2002년과 2003년에 인천시 우수 주민자치센터로 선정되어 수상한 경력이 있고 같은 해 2003년에는 서구에서 최우수 센터로 선정된 바 있다. 2004년에는 인천시와 서구에서 최우수 센터로 선정되면서 명실상부하게 주민자치에 의해 운영되는 모범 센터로 꼽히고 있다. 현재 주민자치위원회 내에는 크게 ‘마을의제팀’, ‘소식지 편집위원회’, 그리고 ‘푸른샘어린이도서관팀’ 등이 구성되어 있는데, 여기서 눈여겨 볼 대목은 ‘마을의제팀’의 활동이다. ‘마을의제팀’은 가좌2동의 마을 의제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졌다. 도서관 개관이 막바지에 이르렀을 때, 마을의제 선정을 위한 분야별 기초토론을 시작으로 장장 1년 6개월간의 열띤 토론을 거쳐 ‘7가지 의제’가 선정되었다. 그야말로 시민들의 참여로 만들어진 마을의 의제다. 주민자치위원 25명과 마을 주민들 25명 등 총 50명의 주민들이 전체 워크숍을 열어 최종적으로 7가지 의제를 선정한 것이다. 이러한 의제에 따라 분과별 실천사업들이 추진된다.


  <표1> 2008년 마을의제에 따른 분과별 실천사업

의  제

실천사업

담당분과

문화와 예술이

숨쉬는 마을

 - 주민이 참여하는 작은음악회 추진

 - 수강생 작품발표회

문화예술

주민토론의 광장이 있는 마을

 - 동아리 활성화 방안 연구

 - 의제사업에 대한 주민 간담회 및 토론회

   (2008 <어려운 이웃과 소통하는 마을>

   과 관련한 주민간담회 및 토론회 추진)

 - 주민욕구 프로그램 설문조사

 - 홈페이지 활성화

 - 마을발전을 위한 포럼 개최

기획운영

어려운 이웃과 소통하는 마을

  - 노인프로그램 확대운영

 - 독거노인 밑반찬 나누기 사업

 - 독거노인 사랑의 야쿠르트 사업

 - 무료국수 봉사

주민복지

 - 자원봉사 시스템 구축

 - 돌봄이 필요한 아이들과 함께 하는

   ‘나를 찾아 떠나는여행’

기획운영

도서관소위

나무와, 풀 사람이 어우러지는 마을

 - 어린이 대기오염 모니터링단 추진

 - 우리동네 생태기행

 - ‘깨끗한 공기 마실 권리찾기’에 관련한 홍보활동

 - 가좌2동 환경오염과 관련한 자료조사

   (시민단체연계)

 - 도시생태환경을 위한 워크숍 및 교육

 - 성미산 마을 연구 포럼 참가

푸른샘

편집위원회

문화사회


평생교육이 가능한 마을

 - 동아리활성화를 기반으로 한 주민학교 추진

   (자원봉사교실, 역사교실, 자치교실 등)

 - 풀뿌리 마을학교 추진/청소년 자원활동가 과정

 - 근린공원內도서관 만들기 사업 추진

푸른샘

기획운영

도서관추진위

어린이 체험학습이 지속적인 마을

 - 다양한 어린이 체험프로그램 기획

   (2008년 주제: 과학)

 - 지역도서관 실무자 네트워크 기초 형성

푸른샘

재래시장을 보호 육성하는 마을

 - 재래시장 진흥조합 정기 간담회 실시

 - 시장이용에 관한 주민설문조사

 -재래시장 활성화를 위한 마케팅전략 토론회 참가

재래시장

별도팀구성

  자료: 이혜경, “더디 가더라도 주민과 함께 만들어가는 마을공동체”, 지방자치학회, 2006


7가지 마을의제는 ‘10년 동안 무엇을 할 수 있을까’하는 주민들의 고민 속에서 구체화되었다. 혹자는 구호 속에 갇힌 메아리에 불과할지 모른다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7가지 의제를 실현하기 위해 장․단기 실천계획까지 수립해 놓은 상태고, 이에 따라 2008년 사업도 <표1>과 같이 추진 중이다. 이혜경 위원장은 이를 강조하기 위해 “10년 미래를 위한 아름다운 마을공동체 가좌2동 만들기”의 첫 활동으로 가좌2동 구석구석을 카메라에 담아놓았다고 한다. 2개 조로 나눠서 무려 5,000장의 프레임을 찍었다. 당연히 5,000장의 사진은 주민들과 소통하는데 사용됐다. 과연 이 모습이 10년 후에 어떻게 변할지가 궁금하다.



지혜롭게 갈등 풀어내기



어떤 조직이든 갈등의 요소가 없을 순 없다. 갈등은 사람과의 관계로부터 나오고, 대게는 사소한 것이 불씨가 되기도 한다. 푸른샘어린이도서관이나 가좌2동 주민자치센터도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그러한 갈등을 슬기롭게 풀어내는 경험과 지혜가 쌓였다는 느낌을 이혜경 위원장으로부터 받을 수 있었다. 갈등은 크게 두 가지 범주에서 일어난다. 하나는 내부 구성원간의 관계로부터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같은 동료로부터 힘을 받기도 하지만, 심한 상처를 받기도 한다. 경험의 차이, 지식과 정보의 차이, 가치관의 차이 등으로 구성원간의 불협화음은 늘 존재한다. 두 번째는 단체, 혹은 그룹 간 관계로부터 온다. 이 부분은 정치적 알력관계라고도 볼 수 있는데, 기존의 토호 기득권 세력과의 갈등이다.


전자의 경우, 내부 구성원 간 생각의 차이로부터 오는 경향이 다분한데, 완충 작용을 할 수 있는 중간 활동가들의 역할이 필요한 대목이다. 대체로 이혜경 위원장과 같은 활동가들이 이런 역할을 한다. 만나서 이야기하는 것이 가장 좋은 해결책이라고 이혜경 위원장은 말한다. 새로운 자원활동가들이 오면 기존 활동가들이 이들을 품어주는 역할도 중요한 해소 방안이다. 이혜경 위원장에게 이야기를 들으면서, 주민자치위원회든 푸른샘어린이도서관이든 이러한 갈등 해소 시스템이 어느 정도 구조화되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러한 구조가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여러 조건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야 할 텐데, 앞서 지적했듯이, 구성원 간의 보이지 않는 신뢰가 쌓여 있기 때문에 가능했고, 그런 신뢰는 ‘잘 놀고, 자주 만나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후자의 경우, 세력 간의 갈등의 문제이기 때문에 매우 조심스런 부분이다. 그러한 이유로 이혜경 위원장은 글로 쓰지 말 것을 당부했다. 따라서 이 글을 통해 자세하게 소개시켜 줄 수는 없다. 다만, 한 가지 시사점만 얘기하자면, 흔히 얘기하는 토호세력과의 관계의 문제다. 어느 지역이든 생각이나 가치관의 차이로 여러 세력들과 알력이 생길 수 있다. 그러나 넓게 보면 이들 모두는 동네 주민들이다. 결국 그런 알력 관계에 속해 있지 않은 일반 주민들로부터 누가 인정받고 신뢰를 얻느냐가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아닌가 싶다. 정치적 입장을 숨기는 것은 좋은 해결책은 아니다. 냉정하게 얘기하면 실력이나 역량의 문제다. 민주적 가치를 맛 본 주민들은 그것을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푸른샘어린이도서관이나 ‘마을의제팀’의 활동이 연착륙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그런 민주적 가치를 실현해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어쩌면 지역을 변화시킨다는 것은 더딘 일이고 긴 호흡의 시간이 걸리는 문제다.



수다는 정치다!



여성들의 수다는 일상의 언어이면서 정치적 행위임을 푸른샘어린이도서관을 통해 다시 한 번 느낀다. 도서관 운영을 위해 엄마들이 모이면 90%는 온갖 수다를 떨다 헤어진다. 깔깔깔 웃다가 헤어진다는 것이 푸른샘어린이도서관의 회의 모습이라고 이혜경 위원장은 말한다. 아이들 얘기, 가족 얘기, 각종 잡다한 생활의 얘기. 그 속에 철학이 있고 정치가 있다. 일과 관련된 얘기는 전체 시간의 10%도 채 안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서관은 역동적으로 움직이다. 그것이 무척 신기하다며 이혜경 위원장도 고개를 갸웃거릴 정도다. 그만큼 눈빛만으로도 서로를 알고 이해한다는 증거이기도 하고 수다의 힘이기도 하다. 역으로 말하면 서두르지 않겠다는 뜻일 수도 있다. 푸른샘어린이도서관 활동가들은 도서관 운영은 주민들이 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 어쩌면 ‘민주주의’를 익히는 과정일지 모른다. 자율적 참여나 자치가 일상생활에 녹아들고 습관처럼 몸에 배어들어가려면 당연히 많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이러한 속성을 거역하지 않고 더디게 가겠다는 것이 이혜경 위원장의 지론이기도 하다.


“........시민단체가 마을에 관심을 갖는 건 좋은데, 굉장히 급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동네에서 활동한다면 자신의 삶과 동떨어져서는 안 된다고 보거든요. 10년 이상 동네에서 활동하는 활동가가 얼마나 있겠습니까? 기존 시민단체의 활동이 관성처럼 체화된 부분이 있는데, 이런 부분이 아직 개선이 안 되었다는 느낌이 들어요. 시민단체가 마을로 눈을 돌린다면 마을을 중심에 놓고 꾸준히 오래 갈 수 있느냐가 관건이 아닌가 싶어요. 일상을 함께 해나가야 한다는 점에서 동네는 느릴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궁극적으로 시민단체의 지향점이 마을을 바꾸는 것이라면, 마을에 있는 사람들이 바뀌지 않으면 동네가 바뀌지 않거든요. 그런 면에서 도서관의 경우, 활동가들이 도서관 운영하는데 그치지 않고, 마을을 넓게 바라보고, 마을에 여러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잇게끔 자리를 깔아주는 역할이 활동가들의 몫이 아닌가 싶어요. 그러나 여전히 갈 길이 멀죠. 우리 동네 활동가들은 전혀 급하지 않아요. 천천히 가다보면 바뀔 것이라고 믿고 있어요. 시민단체가 동네일에 달라붙는다면 더 천천히 가야겠죠.”


자신이 몸담고 있는 ‘희망을 만드는 마을사람들’2)의 방향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풀뿌리운동을 전개하려는 시민단체들에 대한 조언이기도 하다. 느린 것이 다 좋은 것만은 아닐 것이다. 때에 따라선 발 빠른 대응도 요구된다. ‘필요한 건, 스피드!’라고 외치는 세상에서 ‘느림’은 주변인의 외침에 불과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미 세상은 단칼에 어찌해볼 수 없을 만큼 견고하고 구조화되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정발로 긴 호흡이 필요할 때다. 바로 이 지점이 푸른샘어린이도서관과 같은 풀뿌리적 가치를 곱씹게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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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http://cafe.daum.net/samchildlib


Posted by '녹색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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