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보육료 상한선 예외시설"을 '영유아보육법개정안'에 담고 있는데요...
아니, 이거 뭐, 그 어떤 정부보다 보육의 공공성을 이야기해왔는데, 완전히 뒤통수 맞는 기분입니다.
[비전2030]이나 [새로마지플랜2010]을 통해서 보육의 공공성을 강화하고 부모의 보육료 부담을 완화시키겠다는 약속을 한지 2년도 안 됐는데, 거꾸로 돌아가는 정책이다 싶네요.
솔직히, 그 동안 여성가족부가 추진했던 보육정책이 부분적으로 문제가 있을지 모르지만,
전체적인 맥락에서 봤을 때는 시민사회의 목소리를 많이 대변해왔고, 저도 심정적으로는 많이 지지해왔거든요.
그런데 이건 좀 아니다 싶네요.
우리나라 국공립 비율이 전체 시설의 5%를 약간 넘고 있고, 법인까지 합쳐봐야 10% 안팎 아닙니까?
민간이 90%가 넘는다는 얘기인데...이 상황에서 학부모들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이 얼마나 있겠습니까?
점점 아이 맡기기 힘들어지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여러 시민사회단체가 보육료 자율화 반대운동을 벌인다네요.
시민들의 의견을 담아 '릴레이 편지쓰기' 행사를 한다는데요,
이계안 의원실, 청와대 민원실, 여성가족부 부모모니터링단 등으로 편지를 보내면 된답니다.
아래는 두 엄마가 쓴 편지 시안입니다.
참고하셔서 보육료 자율화 반대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
<시안1>
이계안 의원님 안녕하세요?
화곡6동에 위치한 ‘강서구청 어린이집’에 딸 민영이를 보내고 있는 엄마 유일영입니다.
엄마된 지 36개월, 모든 부모의 마음이 그렇겠지만 저 역시 언제나 우리 아이를 생각하면 가슴이 짠-하고 마음이 아픕니다. 어떻게든 더 잘해주고 싶은 것이 부모의 마음인가 봅니다. 우리들의 부모님도 우리를 이렇게 키우셨겠지요? ..
의원님, 저는 직장을 다니고 있습니다. 부부가 맞벌이를 선택한 것은 1차적으로 경제적인 문제이기도 하겠지만 지금 하고 있는 일을 통해 제 일에 대한 기쁨과 만족이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엄마가 직장을 다니면, 아이는 누가 돌볼까요. 참 다행스럽게도 집근처에서 건강한 구립 어린이집을 만나 몇 개월 대기자명단에서 기다리긴 했지만 (구립 어린이집의 불문율 필수조건인가요 -_-) 아이의 낮 시간을 걱정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뉴스를 통해 보육료자율화에 관해 듣게 되었습니다. 보육료자율화가 되면 대한민국에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저희와 같은 가정의 아이들은 어떻게 해야 하나요. 벌써부터 불안한 생각이 듭니다. 돈 좀 있다는 집의 부모들은 내 아이의 교육을 위해 어떻게든 더 사교육이 잘 되어 있는 보육료 높은 어린이집을 찾겠지요. 기존의 어린이집이나 구립 어린이집은 그런 어린이집을 어떻게든 따라가겠노라 가랑이가 찢어질테구요. 그 혼란 속에서 우리 아이들이 느낄 불안정은요. 아이들이 자라면서 느낄 심리적 박탈감은요. 해주고 싶어도 해줄 수 없는 부모의 하소연은 어디에 토로해야 하나요. 부모의 소득에 따라 우리 아이들의 보육서비스가 결정된다니 정말 .. 너무합니다.
현재의 구립어린이집 보육비도 맞벌이 부부지만 부담스러운 액수입니다. 매 달 특별활동비도 내고 있습니다. 둘째아이를 계획하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무리라는 생각이 자꾸 듭니다. 아무리 세계가 급변하고 영어가 초등학교 의무교육이 되었다 해도 우리말도 제대로 못하는 영아에게 돈을 들여 영어를 사교육 시키고 싶지 않습니다.
의원님 저는, 소신 있고 건강한 부모가 되고 싶습니다. 이기적인 부모는 되고 싶지 않습니다. ‘저출산이 문제다’라고만 하지 마시고 우리 부모들이 사랑으로 아이를 낳아 한 사회의 훌륭한 일꾼으로 키워내기에 좋은 밭을 만들어주세요. 적어도 영유아보육만큼은 부디 나라가 책임져주세요.
2007.07.16
민영엄마 드림
<시안2>
안녕하세요?
저는 7살난 말썽꾸러기 수빈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있는 엄마 차옥경입니다.
수빈이를 출산하면서 구청에 전화해서 주변 어린이집 전화번호를 문의하고, 여기저기 전화해 본 후 옆 동에 있는 국공립보육시설의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려놓고 기다렸습니다.(제가 살고있는 동에는 국공립보육시설이 없었어요) 차량을 운행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국공립시설이니까 우선 등록을 했습니다. 저는 아이를 돌봐주실 분이 없어서 시어머님이 7개월까지 아이를 돌봐주셨지만, 아이가 아파서 결국 퇴직을 하게 되었습니다. 퇴직한지 4개월이나 지나서야 국공립어린이집에서 등원이 가능하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그러나, 제가 아이를 돌보고 있었기에 국공립 어린이집을 이용하지 않았습니다.
3살부터 당시 놀이방에 아이를 보내게 되었는데, 수빈이 친구들은 다른 아이들이 참여하지 않고 개인교사가 방문하는 가베, 영어, 한글 등의 수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엄마인 저는 많이 갈등했습니다. 다른 아이들은 모두 하고 있다는데 우리아이만 안 하는게 맞는 지, 뒤쳐지는 것은 아닌지 많이 걱정했습니다. 사교육을 하지 않는 부모가 이상한 세상이었습니다. 사교육은 이렇게 불안한 부모 마음을 이용하는 것이라며 사교육을 시키고 싶은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내 아이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부모의 마음을 이용하는 상술이라고 제 자신을 계속 설득했습니다.
보육료를 자율화하겠다는 신문기사를 봤습니다. 경제적으로 여유있는 부모들은 좋아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돈 조금 더 내고, 다른 아이들과 차별되는 교육을 받는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런데, 얼마를 더 내야 할까요? 얼마의 돈을 더 내어야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게 확실할까요? 저는 의심이 됩니다. 그런 시설은 아이들에게 좀더 많은 정성을 기울여 줄까요? 잠자고 일어난 아이의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빗겨주거나, 엄마를 찾아 칭얼거리는 아이의 아픈 마음을 성심껏 보듬어 줄까요? 아이들의 마음을 보듬어 주는 교사와 어린이집이 최고의 어린이집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 사회가 부모를 죄인으로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부모의 경제력에 따라 자식에게 한없이 미안한 마음을 가지게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아이들보다 많은 기회를 주지 못하는 것, 특별한 교육을 시키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 말입니다. 더구나 어린시절부터 이렇게 된다는 것이 너무 가슴 아픕니다. 저보다 더 경제적으로 어려운 부모의 마음은 어떨지 생각하면 정말 가슴이 미어져 옵니다.
어린아이들 교육만큼은 나라에서 책임지고 지원했으면 좋겠습니다. 어린이는 나라의 희망이잖습니까? 열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듯이 이 나라에서 태어나는 아이들이 부모의 경제력에 따라 차별받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의원님, 보육료가 자율화를 막아주세요. 부모의 죄스러운 마음을 보듬어 주세요.
2007. 7. 16
성산동 우리어린이집에 수빈을 믿고 맡기는 차옥경드림
'풀내음 팀블로그 > 김현의 "잡동사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전시회 소개] "반쪽이의 고물자연사박물관2" (0) | 2007.08.01 |
---|---|
[후기] 풀뿌리정책포럼 (0) | 2007.07.27 |
[가족일기] 아이를 위한 숙제? 부모를 위한 숙제1 (0) | 2007.07.21 |
"친환경상품 구매촉진 조례" 시안 (0) | 2007.07.20 |
보육시설운영위원회 회칙 비교 (0) | 2007.07.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