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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대전 여성환경포럼]
여성은 지역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
김연순(前 동북여성민우회 대표)
전제> 왜 하는가?
근대 이래 지배해온 양육강식, 적자생존의 논리는 ‘하나의 진리’라는 통일성을 추구함으로써 통제와 지배를 용이하게 하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근대적 방식은 각기 다른 영역, 자연과 인간, 남성과 여성, 이성과 감성, 정신과 물질, 주체와 객체가 서로 대립하고 갈등하는 것을 전제로 함으로써 인간에 의한 자연수탈을 가져왔으며 남성에 의한 여성 지배, ‘저급한’ 감성의 통제를 위한 이성을 대두시켰다. 그러나 전체화하고 중심화하고 절대화하는 것은 하나로의 획일화를 조장해왔고, 획일화는 사회적 인간관계에서 투쟁과 갈등을 불가피하게 만들어왔다. 전쟁, 기근, 증오, 빈부격차 등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이제 이성과 주체의 중심성을 해체하고 중심을 다양화하며 타자에 대한 인정을 통해 다양성을 추구함으로써 상대가 존재하고 다른 의견이 있음을 자각해야 하는 시점이다. 자기성찰과 ‘더불어 살기’에 대해 훈련하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오랫동안 한국사회에서 정치는 부정적 이미지로 존재해 왔다. 즉 정치란 권력의 획득이며 이를 위해서는 온갖 방법을 가리지 않기에 권모술수와 비리의 온상으로 여겨져왔다. 따라서 가능한 한 정치인을 멀리하고 정치판에 몸담아서도 가까이 해서도 안된다고 생각해 왔다. 정치는 정치꾼들이나 하는 것이고 시민들은 그저 방관자로 있다가 연일 터지는 부도덕한 일에 대해 비난하는 것이 일상이었다. 지금도 상당수가 ‘정치’를 거론하면 ‘여의도 정치’가 생각나고 자연스럽게도 정경유착이나 불법, 탈법 자금조성들을 떠올리게 된다.
그러나 한국사회는 최근들어 정치에서 새로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중앙의 정치 중심에서 벗어나 지역이 정치의 새로운 무대로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지역정치가 삶의 구체적 요구를 아젠다로 등장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삶의 현장이 정치의 이슈로 전면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대의명분을 위한 투쟁에 일사불란한 동참이 아니라 각자 자기자리에서 자기의 요구를 드러내는 것이 주목받고 있다. 각기 다른 생명체를 인정하고 다양성, ‘다름’에 대해 인지하고 받아들일 때, 비로소 공존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훌륭한 사회복지안전망의 체계를 갖춘 스웨덴의 자살율이 세계2위임을 생각해보면 국가 차원의 체계마련과 동시에 공동체 정신과 문화를 복원하는 것이 진정한 인간의 행복과 자율을 추구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
1. 주체가 누구인가?
시민사회 영역이 공동체 정신을 추구하되 개인의 영역을 배제한 것 일 수 없다.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의 명확한 구분이 아니라 공사영역의 넘나듦에 주시해야 하며, 오히려 사적영역에서 출발한 것이야말로 동기, 과정에서 진정한 자발성이 발현될 수 있다.
기술되지 않으면 역사가 아니듯이 기록되지 않으면 아무도 기억하거나 주시하지 않는다. 삶의 현장에서 활동하는 여성들의 활동이 주목받지 못해 왔지만 사실, 그동안 수많은 전업주부 여성들은 각기 자기자리에서, 갖고 있는 욕구을 실현하는 방식으로 지역운동을 벌여왔다.
일상의 생활과제는 다분히 삶을 영위하면서 우연히 발견되었으며, 활동은 자발적으로, 여러 형태로 이루어져왔다. 즉 여성, 학부모, 주부라는 여러 형태의 정체성을 가지고 동시다발적으로 활동함으로써 지역사회를 바꾸어 왔고, 이들이 활동한 장이 바로 삶의 정치 현장이다.
직장에 나갔다 저녁이면 거주지역으로 돌아오는 반일(半日)시민이 아닌, 지역에서 아침부터 밤까지 24시간을 거주하며 살면서 마주히는 온갖 종류의 사건들과 관심사들이 있다. 음식물쓰레기를 어떻게 버려야 할지, 적은 비용으로 질좋은 탁아가 가능한지, 수입농산물을 밥상에서 어떻게 몰아낼지, 다이옥신 배출하는 소각장 건설에 어떻게 대응할지, 수십년된 나무들 베어내고 골프연습장 들어서는 것에 대해 어떻게 할지 당장에 닥친 눈앞의 현실이다. 저렴한 가격으로 자신의 정신를 풍요롭게 교육하는 곳 찾기, 공교육에서 배제되고 사교육에서 다루지 않는 아이들의 ‘삶을 가꾸는 교육’ 찾기, 교통사고 빈번한 통학로에 대한 걱정과 해결책 모색 등은 대개 전일(全日)시민이라 할 수 있는 전업주부 여성들이 담당해왔다.
이들의 활동은 오랜기간 동안 임금이 지불되는 생산노동과는 달리 무보수 부불노동이었기에 우리 사회는 무직으로 여겨왔으며 스스로도 ‘특별히 하는 일 없는’ 것으로 말해져왔다. 가사노동과 육아가 무보수로 취급받는 것처럼 여성들이 주로 담당하는 지역을 지키고, 살기좋은 환경으로 바꿔내는 활동들마저도 시간여유 있는 사람들의 여가활용으로 여겨져 왔던 것이다.
2. 무엇을 할 것인가?
반일시민이 아닌 전일시민인 전업주부 여성들은 가사노동, 육아 이외에 지역사회의 문제 해결(소각장문제, 쓰레기정책에 대한 문제제기-재활용, 감량, 골프연습장 반대운동, 안전한 통학로 만들기, 안전한 급식체계만들기 등)의 일을 담당해왔다. 이들의 보살핌 노동은 경제적 가치는 물론, 제대로 된 사회적 인정에서도 미미했다. 그러나 ‘하면 표 안나고, 안하면 표나는 가사노동’과 같이 ‘동네만들기’의 활동들은 모두가 관심을 갖지 않을때 문제가 생기고 그 피해는 주민들, 특히 온종일을 동네에 거주하는 아이들, 여성들, 노인들에게 미친다.
학교운영위, 복지관 자원활동, 부녀회, 녹색어머니회, 주민자치위원회 등등 부불노동자의 활동이 없었다면 모두 사회복지 비용으로 지출되어야 마땅한 비용이다. 한국의 경제성장은 저임금의 노동자와 함께 무임금의 전업주부 시민노동자들로 인한 것임을 명확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한 지역사회 안에서 교육, 환경, 복지, 먹거리, 육아 같은 문제를 주체적으로 해결하되, 그것이 지역사회 문제를 넘어, 국가, 지구사회와 연결되어 있음을 인지하고 동시에 전 지구적으로 진행되는 세계화에 대응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WTO에 항의하는 집회에 참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회성 시위에 참여하는 것만큼 꾸준히 국내산 곡물, 유기농 쌀을 구매하는 것이 지속적으로 세계화에 대항하는 방식인 것이다.
비로소 자율적인 사회를 만드는데 기여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여성들의 진정한 empowerment가 가능하지 않을까?
3. 어떻게 할 것인가?
-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 지식인들끼리, 활동가들끼리 고민하는 것을 넘어 동네의 일반주민들을 만나야 한다. 그들을 ‘교육시키는 것’에서 그들이 말하는 것을 들어야 한다. 그들이 원하는 일들이 실제 일어날 수 있도록, 스스로 만들 수 있도록, 조력자의 역할을 해야 한다.
- 의사소통훈련을 통해 운동의 방식에서 수평적 리더쉽과 파트너쉽을 발현해야 한다.
- 운동이 지향하는 가치와 방식의 변화
공정성, 투명성, 형평성 요구에서 삶의 의제로 확대
동원하는 방식에서 참여의 방식으로(네티즌, 촛불집회, 삼보일배)
‘000를 위한 궐기대회’ ‘000는 물러가라’ ‘000를 위한 국민대회’
↓↓
‘반딧불이가 살아 있는 초안산’(초안산골프연습장 반대운동),
‘도룡뇽을 살려주세요’(천성산관통도로반대운동)
피스몹 방식
- 단체 중심에서 지역을 중심으로 한 네트워크 방식으로
- 새로운 가치를 실현하는 방식으로(반세계화를 넘어 대안사회에 대한 꿈을 실현)
- 대안사회 실현을 위한 제도화 방식 채택(2006년 지방선거를 기점으로)
* 서울동북여성민우회 지역자치운동 사례
1. 지방의회 방청 및 의회진출 활동
- 바른의정을 위한 여성모임 구성 및 의회방청활동
93년 지역운영위원 워크샵에서 참다운 지방자치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주민참여가 필수라는 합의가 이루어진 후 [바른의정을 위한 여성모임](현재의 지역자치위원회)을 구성했다. 지방의회와 지방자치단체의 기능 및 역할에 대한 이해, 국내외 사례들을 통한 참여정치 실현과 여성의 정치참여에 대해 관심을 갖고 활동을 해왔다. 지방의원 간담회, 여성정책토론회와 의회방청을 통해 참여정치의 필요를 절실히 느꼈고 이를 기록한 방청보고서 <지역살림은 우리손으로>를 3년간 발간했다.
- 후보발굴과 선거참여
이와 같은 활동에서 더 나아가 적극적인 참여의 방법으로 여성, 복지, 환경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해 보자는 의지는 우리의 대리인으로 조합원을 의회에 내자는 결론에 이르렀다. 이에 95년 기초의회 선거에 3명의 회원이 출마했고 온갖 노력 끝에 모두 큰 표차로 당선되었으며 98년엔 기초 1인, 광역 1인의 의원을 당선시켰다. 2002년 선거를 맞아 지난해부터 지속적으로 후보를 발굴하려 노력했지만 정치에 대한 회의와 여성으로서 부여되는 제 역할, 가족의 동의로부터 자유롭지 못해 불가능했다. 그러던 중 환경운동연합과 공동후보로 1명의 회원을 선정하게 되었다. 많은 어려움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지역의 다른 시민단체(한살림, 참교육, 도봉시민회)들도 긍정적으로 받아주고 도움을 주었다. 지난 10년간 지역운동을 하며 쌓아온 신뢰가 큰 바탕이 되어 매우 무소속 시민후보라는 어려운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당선되었고 현재 도봉구의 유일한 여성의원으로 활동중이다.
- 성과 및 과제
95년 기초의회 선거에는 오랫동안 야당이었던 한 당의 내천을 받아 출마했고, 98년 광역의회선거에는 기초의원으로 임무를 훌륭히 수행한 사람이 광역으로 출마하게 되었다. 당의 공천이 필수적이었으나 공천과정 뿐 아니라 선거과정에서도 당의 지원이 거의 없었기에 민우회가 전력을 다해 도왔고 당선되었다.
의원이 배출되자 방청하는데 자료를 쉽게 구할 수 있었고. 의회와 지자체 내부 사정을 파악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주민계도지 예산 삭감, 구금고 특위 같은 활동을 통해 의회 내에서 압력으로 작용하는 동시에 의회 밖의 주민들, 단체들에게 현황을 알리고 대응하는 일들이 활발히 벌어졌다. 위 사안에 대한 공청회, 토론회 등을 통해 제도권을 변화시키는데 큰 힘을 가져왔다.
그러나 단체는 배출한 의원들을 지속적으로 지원하거나 조언해 줄 만한 역량과 위치에 있지 않았고 의원들은 당의 소속이 우선일 수 밖에 없었다. 의회 내에 시급한 사안이 벌어지고 있어도 단체는 고유의 해야할 일들이 밀려있고, 정보와 역량 면에서도 의원들과 중요사안을 매번 논의하기 어려웠다. 시간이 지날수록 서로 무슨 일을 하는지조차 잘 모르게 되는 안타까운 일들이 벌어졌다.
2002년 선거는 시민사회 역량의 성숙과 10년간의 지역운동을 바탕으로 처음으로 무소속 후보를 냈다. 어렵사리 당선된 유일한 여성의원은 지역운동의 경험이 없는 사람이었다. 초창기엔 지역운동을 바라보는 관점, 의원의 역할 등에 대한 시각의 차이, 단체와의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어 여러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그러나 서로 여러 시행착오를 거치며 상대에 대한 인정과 애정을 기반으로 인간관계가 형성되면서 자료의 협조나 예산분석, 조례안 발의 등의 활동들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후보를 내어 의원으로 당선시키는 것 이후에도 시민사회가 원하는 대안을 어떻게 의원을 통해 실현시킬 수 있는지를 함께 고민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것은 배출한 어느 한 단체, 배출된 한 의원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단체를 넘어 그 지역에 위치한 시민사회 내에 일정한 그룹이 형성되어야 가능하다. 또한 의회에도 한 사람이 아니라 여러사람이 의원으로 자리하고 있어야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활발한 의견개진과 대안들을 마련해 갈 수 있다.. 이를 통해 기존 제도권에 흡수되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새로운 가치와 대안세력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2. 주민자치센타 관련 활동
주민자치센터가 단순한 지역의 문화, 복지 수여 기능의 기관이 아니라 주민들 스스로 지역의 문제를 발굴하고 자치적으로 해결하는 구심체 역할을 하는 곳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는 취지로 이 활동을 시작했다.
- 조례안 검토, 제안서 제출
도봉구의 주민자치센터 조례안을 검토한 후 제안서를 제출하였으며 이를 심의하는 구의회 방청을 통해 우리의 요구안이 받아들여짐을 볼 수 있었다. 주로 주민자치위원의 선임문제와 관련해 15-25인으로 구성될 주민자치위원회 30% 이상이 지역의 살림을 책임지는 여성인력으로 구성될 것을 요구하는 등 주민자치위원의 구성에 동 자문기관 성격을 탈피할 것을 요구하였다.
- 주민자치센터 홍보. 욕구조사, 워크샵
주민자치센터홍보를 위한 음악회를 개최하였다. 동사무소의 기능전환에 관한 주민들의 인식이 결여된 채로, 주민의 적극적 참여가 전제로 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관주도로 주민자치센터의 설립이 추진되고 있었다. 따라서 주민들이 쉽게 모일 수 있는 장소에서 친근한 클래식음악회를 개최해 홍보판 전시. 전단 등을 통한 주민자치센터 개소 사실과 그의 역할, 시범실시 동들의 사례 등을 홍보하였다.
아울러 동사무소기능전환으로 이루고 싶은 주민자치센터 기능에 대한 주민욕구조사를 방학3동을 중심으로 실시하였다. 이는 주민의 욕구조사를 한다는 목적 외에 주민자체센터의 개소가 임박했음을 지역에 홍보함으로서 지역민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적극적 참여를 유도하려는 목적이었다. 설문조사 작업 후 도출된 결과는 방학3동에 주민자치위원으로 결합해 주민자치센터 사업계획을 세울 때 반영되었다. 이로서 이후 방학3동은 청소년 사업이나 주부를 위한 프로그램에 대한 욕구를 반영하기 위해 청소년 독서토론, 연극보기 등을 기획하였고, 자녀독서지도, 자연건강법 등의 주부대상 교육이 이루어졌다.
위와 같은 일련의 준비작업을 거친 후 주민자치위원으로 구성된 도봉구내 15개동 주민자치위원과 관련공무원을 대상으로 워크샵을 개최했다. 각 동마다 구성된 주민자치위원회가 주민자치의 주최로서 활동할 수 있도록 센터운영에 필요한 교육을 실시했다. 주민자치위원과 담당공무원, 시민단체회원이 서로의 생각을 조율하고, 마을을 위한 비젼을 세워볼 수 있는 워크샵이었다.. 동북민우회의 이 워크샵은 민관이 함께 참여했던 교육으로 내용도 관주도의 형식적인 교육이 아닌 참석자가 직접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토론을 하고 바람직한 센터 운영에 대한 제안들이 도출되었던 성공적인 교육으로 평가받았다. 이 토론회의 결과를 가지고 도봉구청장 간담회를 진행했고, 주민자치센터 운영 자금문제, 자치위원의 선임시 동장의 독단우려, 담당공무원 및 위원에 대한 교육 등에 관한 문제들에 관해 의견을 교환했다.
1년 후 방학3동 주민자치위원으로 활동했던 위원을 대상으로 다시 한번 워크샵을 개최했다. 두번째 워크샵에서는 1년간 주민자치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어려웠던 점을 서로 토로하고 그 대안을 전문가의 조언을 통해 풀어보려 하였다. 특히 여러 지역운동 사례를 통해 주민자치사업에서 가능한 다양한 영역을 교육하였다. 이 워크샵을 통해 위원들의 변화된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마을의 문제점을 스스로 발견하고, 새로운 사업제안들이 이어졌다. 이를 통해 특수사업내용이 구상되었고 그 중 하나가 매달 열리고 있는 벼룩시장이다.
- 주민자치위원으로 결합
동북여성민우회가 소재한 방학3동의 주민자치센터에 7명의 회원이 주민자치위원으로 결합하였다. 일반 회원뿐 아니라 활동가들도 결합해 주민자치센터의 활성화와 주민이 자치적으로 지역의 일을 고민하고 해결하는 바람직한 모델을 만들기 위한 활동을 벌여 왔다. 관주도로 매사를 처리하던 관변단체회원 중심으로 구성된 주민자치위원들과 호흡을 맞추면서 일을 하는 것은 어려움도 많았다. 그러나 단체의 성격을 주장하지 않으며 그동안 쌓아왔던 교육, 문화활동의 역량을 지역에 확산하려 노력하고 있다. 민우회의 각별한 애정과 노력으로 주민자치위원들의 의식에 느리지만 변화가 일어나고 있어 조금씩 자치적으로 사업계획을 세우고 추진하는 적극성이 늘고 있다. 예로 가요경연대회 일색인 마을행사에 남녀노소 다양한 사람의 참여를 가능하게 하는 대동놀이를 결합시켰으며, 수준높은 클래식 음악을 동네에서 감상할 수 있도록 지역의 음악인을 섭외 해 한여름밤의 음악회를 기획, 추진했으며, 여성영화보기, 어린이 영화감상, 어머니 자녀독서지도, 중학생독서토론, 어린이 동화구연 등을 기획, 추진하였다.
특히 2002년 3월부터 벼룩시장을 한 달에 한 번 개최하고 있다. 처음엔 반대하던 주민자치위원들이 지금은 그 성과를 보고 흐뭇해하며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어린이들이 이제는 작아져서 사용할 수 없는 자신의 물건을 소중히 손질해 다시 파는 행위를 통해 환경의 중요함과 경제개념을 배우고, 중고생 청소년들은 자원봉사를 통해 지역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되는 계기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일회성 자원봉사가 아니라 연속적인 활동거리를 제공하는 것이 형식적으로 봉사시간만 때우는 현 관행을 탈피한 봉사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이는 환경과 경제를 지키기 위한 활동임과 동시에 새로운 지역공동체 운동으로 이 곳을 중심으로 주민이 모여 물건을 교환함과 동시에 지역의 문제를 이야기하는 장이 되어가고 있다. 주민자치센터가 지역자치의 말단 뿌리가 되기 위해선 민우회의 지속적인 결합과 교육이 필요하며, 이를 통한 여성인력의 성장은 시간을 요하는 일로 민우회 고유의 일과 주민자치센터 사업을 병행하는 일에는 지역자치위원들의 다각도의 고민이 필요하다.
3. 지방자치단체 예산분석
지방자치체 재실시 이후 10년이 흐르면서 주민자치를 이루려는 다양한 시도속에 지역여성들이 풀뿌리민주주의를 실현할 핵심세력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그러나 지자체의 여성정책은 성평등실현과 삶의 질을 고려한 시각이 부족하며, 여성관련사업내용과 예산이 부족하다는 인식하에 성인지적관점에서의 지역여성정책과 예산을 편성하는 새로운 개념을 만들고자 지자체 예산분석을 시도하였다.
이 과정을 통해 지역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여성이 생활자의 입장에서 공적인 영역에서의 결정과정에 참여하고 감시하는 직접적 참여자가 되고자 하였다. 이는 분권과 자치를 완성해 가는 과정 속에 주민의, 특히 공적영역에선 배타적인 존재로 인정 받아오던 여성의, 관심과 참여를 불러일으킬 수 있고 이것이 주민자치를 키워내는 주된 힘이 되리라는 생각으로 여성예산분석이 진행되었다. 지역여성예산과 예산분석능력을 키운 여성들이 구체적인 대안제시를 하는 세력이 되고, 이는 여성의 정책능력향상과 여성의 리더쉽 개발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포함하고 있었다.
예산분석의 경험이 누구도 없는 상태에서, 예산서 보는 방법부터 분석틀에 대한 고민까지 많은 어려움이 뒤따랐다. 도봉구청의 정보 협조는 타 지자체에 비하면 호의적이었으나 공무원의 이 운동에 대한 이해부족으로 형식적인 자료협조에 응해 어려움이 많았다. 그러나 여러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여성이 주체가 되어 여성예산을 분석해 내는 단초를 마련했다는 점, 그리고 이 과정을 통해 지자체 여성정책과 예산의 부족을 파악해 대안을 제시를 했다는 점은 큰 성과물이라 할 수 있다. 특히 타 지역시민단체와의 연대를 제안해 각기 부문별로 종합적인 예산분석을 시도해 환경, 주민자치센터 관련 예산도 분석한 후 대안을 마련해 지자체에 요구한 일은 연대를 통한 더 큰 성과를 확인하는 자리가 되었다.
또한 분석결과를 단체장과의 간담회나 토론회를 통해 의견을 교환, 예산으로 반영시키고 사업으로 확정시킴으로써 여성주간행사, 여성위원회 구성, 공무원들에게 성인지적관점 확산 등 그 내용에 있어 상당한 성과들을 가져왔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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