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자키 마을만들기 시민회의1)
이 호(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 소장)
세자키 마을만들기의 출발과 시민회의의 출범
<세자키 마을만들기 시민회의>가 조직된 배경과 과정, 그리고 그 주체에 대한 설명은, 모든 지역활동 사례에서도 그렇듯이, 한 사람을 중심으로 서술되고 한 사람의 특출난 기여로 모든 것을 해석하는 것은 위험하다. 하지만, 해당 사례에 대한 심층적 분석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한은 그 사례를 일구는 데 핵심적 기여를 했던 한 사람과의 인터뷰가 중심 내용이 될 수밖에 없고, 또한 그 사람의 관점이 중요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이 사례조사 보고서 역시 그런 한계가 명확히 있다. 그렇지만, 세자키 시민회의 사례 조사를 위해 실시한 인터뷰 대상자는 시민회의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부터 핵심적으로 참여하였고, 또 최근에 시민회의 평가와 전망 관련 논문을 쓰기까지 한 열혈 아줌마이다. 따라서 이 분을 중심으로 한 사례소개가 사실을 그리 왜곡하지는 않을 것이다.
▲ 필자와 인터뷰 중인 가토우씨
세자키는 일본의 정(町) 이름이다. 마을회의는 바로 이 세자키 정 1・2・3, 세 개의 정에서 활동하는 조직이다. 세자키 정은 일본 사이타마 현 동남부에 위치한 소카시에 속해있다. 인구는 약 1만5천명 6,700세대 정도로, 하나의 초등학교 학군 정도의 규모이다. 이 지역에는 공동주택이 밀집되어 있고, 인구의 이동도 많은 편이다. 이 세 개의 정은 그 경계에 있는 신사에서 축제를 공동으로 개최하는 등으로 인해 매우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다.
인터뷰의 주인공인 가토우씨는 시민회의가 조직되기 전부터 지역사회활동에 열심히 참여한 두 딸을 둔 여성이다. 가토우씨의 활동 중 가장 대표적인 경력은 해당 지역의 학부모 모임인 PTA 부회장 출신이라는 것이다. PTA의 부회장으로 활동을 하면서 소카시의 민생위원으로 위촉되기도 했는데, 이는 지역주민들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직함이라고 한다.
가토우씨는 두 명의 딸을 키우고 학부모 모임에 참여하면서, 자기 자녀들이 잘 자라기 위해서는 개인적으로만 노력해서 될 일이 아니라 지역사회가 함께 잘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사회가 베드타운(bed town)으로 황폐화되어 가는 것에 대해 우려하고 있었다. 이에 자녀들이 참여하는 축제를 개최하자는 제안을 PTA에 하였고, 세자키 정내회에도 이러한 제안을 하게 되었다. 이 제안은 받아들여져 축제실행위원회가 조직되기에 이르렀다. 물론, 이 실행위원회의 사무국과 같은 실무 역할은 가토우씨가 소속된 PTA에서 주로 담당하였으나, 정내회가 이 제안을 받아들이자 정내회 주최의 축제로 진행하였다. 이 축제는 이후 계속 이어져 지금까지 개최되고 있다.
실행위원회가 조직되어 매년 축제를 개최하자, 이를 위해 지역사회의 다양한 단체들이 축제준비를 위해 함께 일하기 시작하였고, 이 과정을 통해 다양한 단체들 간의 유대도 강화되고 상호 정보가 유통되는 역할을 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성과는 소카시에서도 인정을 하여, 이 실행위원회를 지역사회 내 제 단체들에 대한 연락루트로 활용하기도 할 정도이다. <세자키 마을만들기 시민회의>는 바로 이러한 기반을 통해 비교적 손쉽게 조직될 수 있었다.
이 축제가 10년 정도 지속적으로 개최되자 학부모 모임들 사이에서도 모범사례로 거론되기 시작하였다. 이에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소카시에 본격적으로 다양한 사업을 제안하고자 했으나, 정작 PTA 내부에서도 반대가 심하였고 본인도 딸들이 졸업을 하면서 PTA에서 반대를 무릅쓰고 열심히 일할 기반이 없어졌다. 이에 PTA 활동을 정리하였는데, 마침 그 때 풀뿌리 네트워크라는 모임이 결성되었다. 이에 이 네트워크에 참여해 활동을 하기 시작했고, 이곳에서 시민회의를 함께 추진할 사람을 만났다.
풀뿌리 네트워크에서 가토우씨가 만난 사람은 소카시 JC 이사장을 역임한 사람이었는데, 그런 만큼 지역사회에 많은 기반을 가지고 있었다. 이 사람과 이야기를 하면서 지역사회의 문제와 해결방향 등과 관련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던 중 2000년에 소카시에서 마을만들기에 대한 공모를 실시하였고, 세자키 정에서 이에 응모하기로 의기투합하여 모임을 시작하게 되었다.
응모는 세자키 3개 정과 아파트 자치회를 중심으로 <세자키 지구 마을만들기 연구회>를 결성하여 이 이름으로 신청하였다. 공모 주체를 연구회로 정한 이유는 기존의 정내회와 아파트 자치회에 참여하는 이들 이외에 새로운 주민들이 이 사업에 참여하도록 추동하고자 하는 목적이 있었다. 이 공모는 결국 받아들여졌고, JC 이사장 출신이 사무국장을 맡고 여타 지역주민들이 활동가로 결합하는 등의 역할 분담을 통해 3개 정내회와 함께 진행되었다.
이 사업에 참여한 주민들은 마을만들기에 대한 교육을 받고 가장 먼저 마을 워칭(watching)을 실시하였다. 이는 우리 사회에서 마을의제를 만들기 위해 자주 사용하는 ‘동네 한 바퀴’와 비슷한 방식이다. 마을 워칭을 통해 마을의제를 정리하였고, 그 결과를 주민들에게 보고하는 모임을 개최하였다. 그 후 2년 간 지구별, 주제별로 모임을 구성하여 이를 진행시켰다. 그리고 주민보고회를 통해 그 결과를 주민들과 공유하였다. 그리고 이를 묶어 2002년 3월에 세자키 마을만들기 백서, 「아이 러브 세자키」를 발간하였다. 이처럼 사업을 백서로 발간하게 된 이유는 소카시에서 공모에 선정된 주체에 대한 지원의 한계 때문이기도 하다. 즉, 백서 만들기나 컨설팅 등에 대해서은 재정지원이 이루어졌지만, 그 외의 사업에 대해서는 지원이 없었기 때문이다.
처음 공모에 선정되어 마을만들기 사업을 벌이던 연구회는 1년 후 조직의 명칭을 <세자키 마을만들기 시민회의>로 변경하였다. 이는 연구회의 활동을 계승・발전시키면서 일반 주민들의 참여를 보다 강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일반 주민들의 참여가 보다 확대되면서 시민회의는 참여한 주민들 간의 네트워크 형태로 시민회의를 운영하였다. 마을만들기의 외적 슬로건은 ‘쾌적’, ‘안심・안전’, ‘공생’으로 정하였으나, 내적 목표는 ‘주민’으로부터 ‘자립한 시민’으로 의식의 변화를 도모하는 것으로 설정하였다.
소카시의 마을만들기 공모에 선정된 후 초기에는 지역 내 빈 점포 등을 사무실로 빌려 쓰며 활동을 시작하였다. 이 사무실은 초기에 가토우씨와 의기투합했던 주민이 자신의 빈 점포를 빌려준 것으로, 이 사람은 시민회의 초대 사무국장으로도 적극 참여하였다. 마을만들기 사업 초기인 연구회 시절에는 약 20여명의 사람이 활동을 시작하였고, 이 중 약 10명 정도가 적극적으로 참여하였다. 이들은 정내회를 통해 참여한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시민회의로 변화된 이후 새롭게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주민들이 늘어났고, 후에 이들과 정내회를 중심으로 초기에 참여한 이들과 의견차이가 불거지기도 했다.
마을만들기 사업의 성과
공모를 통한 마을만들기 사업은 주로 ‘세자키 프로젝트 21’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었는데, 그 중 ‘세자키 지구 상세계획’은 마을 워칭을 통해 정리한 내용이다. 마을 워칭의 결과는 ‘재해에 강하고 누구나 쾌적하게 살 수 있는 마을만들기’ , ‘녹색을 살린 마을만들기’, ‘모두가 서로 협력해서 진행하는 마을만들기’라는 3개의 기본방침으로 구분하여 실천하였다. 그리고 실천은 5년 이내에 실현할 단기 과제와 10년 이상에 걸쳐 실현해야 할 장기과제로 나누었다. 이 중 단기과제로 설정한 ‘세자키 아즈마쵸선의 정비’, ‘위험한 교차점 개량사업’, ‘친수녹도(親水錄道) 공원사업’, ‘세자키 코미센(커뮤니티 센터)과 산노우 공원의 일체화된 활용’은 구체적 성과를 내왔다.
그러나 성과는 단지 이러한 가시적인 것에 그치지 않았다. 소카시의 행정은 다른 지역들과 마찬가지로 주민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는 편이 아니었다. 그러다보니 주민들도 자신의 의견을 직접 시에 전달하려하기보다는 시의원이나 정내회에서 그러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마을만들기 사업은 주민들로 하여금 자기가 원하는 것을 굳이 정내회 회장이나 시의원 등에게 요청할 필요 없이, 스스로 할 수 있다는 인식을 확산시키는 데에 기여했다. 즉, 내가 하면 변화가 가능하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기여를 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이 사업을 주도한 주체들은 마을 워칭을 통해 정리된 의제들 중에서 비교적 주민들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쉬운 것부터 실천을 하였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 구체적인 성과를 거둠으로써 위와 같은 인식의 확산에 기여할 수 있었다. 또한 백서에는 마을만들기 사업에 참여한 주민 100명의 사진을 넣어, 주민들로 하여금 이 사업이 자신들이 참여한 사업이라는 인식을 가시적으로 느끼도록 배려하였다.
시민회의의 발전
마을 워칭을 통해 정리된 ‘세자키 지구 상세계획’은 백서가 발간된 이후에도 지구별 테마별로 나뉘어 주민들이 참여하는 사업으로 지속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그 중 몇 가지만 예로 들어보면, 2002년에 세자키 지구에 살았던 선인(先人)들의 발자취를 배우는 ‘역사 산책모임’, 누구라도 부담 없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모임인 ‘와글와글 우물가의 쑥덕공론’, 아파트의 쾌적한 생활 및 관리에 관한 정보교환을 주제로 한 ‘세자키 맨션2) 넷’, 공원을 아름답게 만들고자 2개의 공원을 선정하여 마을만들기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공원의 화단만들기’, 은퇴한 사람들이 지역사회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하고 사회공헌 활동에도 참여하도록 하는 ‘세자키 YOYO 클럽’ 등이 그것이다.
▲ 주민들이 만든 공원의 화단만들기 모형
그밖에 ‘세자키 축제 in 여름’, ‘마음이 통하는 세자키 X-mas 콘서트’, 봄과 가을의 토・일요일에 실시하는 ‘하루 모험 놀이장’, ‘첫 꿈 시민회의’, ‘마음이 통하는 봄의 축제’도 매년 정례적으로 개최되고 있다. 그리고 ‘세자키 마을만들기 뉴스’라는 소식지를 매월 5,500부 발행하여 반상회와 초등학교 및 보육원을 통해 가정으로 배포하고 있다.
2006년에는 사무국이 해소되면서 시민회의가 부서별 체계로 재편되었다. 각 부서는 연락회의 사업부를 통해 총체성을 유지하지만, 기본적으로 각 부서 및 사업별로 관심있는 주민들을 참여를 통해 자율적인 의사결정과 실행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는 주민들의 주체적 참여에 있어 보다 발전된 형태라 할 수 있다.
<세자키 마을만들기 시민회의 조직도>
사업부는 크게 커뮤니티 사업부와 지역사업부, 마을만들기 사업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각의 사업부는 사업내용 등에 따라 다양한 위원회 등으로 다시 세분되어 주민들이 참여하고 있다. 커뮤니티 사업부의 경우에는 ‘세자키 마을만들기 뉴스’를 발간하는 일을 하고 있으며, 그 외 세자키 코미센의 운영과 활동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지역사업부는 각종 이벤트와 행사, 패트롤, 쓰레기 감량사업 등의 일상사업을 주로 담당하고 있다. 마을만들기 사업부는 현재 진행하고 있는 마을만들기 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세자키 코미센의 위탁관리
시민회의의 발전과 관련하여 가장 중요한 내용 중 하나는 세자키의 커뮤니티 센터(코미센)를 시민회의가 위탁・관리하게 된 것이다. 소까시에는 6개의 커뮤니티 센터가 있고, 이 커뮤니티 센터들은 22년 전부터 운영되었는데, 그 운영은 시의 외곽조직이라 할 수 있는 커뮤니티 협의회에서 담당(시설관리공단 쯤 해당될 듯)하고 있었다. 그런데 일본에서 2003년 6월 지방자치법이 일부 개정되어 공공시설 관리와 관련한 제도가 크게 변화되었다. 이전까지 공공시설의 위탁운영은 지방공공단체의 출자법인 등 일부 단체에 한정되어 있었다. 그러나 제도 개선 이후 순수 민간단체에서도 위탁운영이 가능하게 되었는데, 지정관리자 제도의 도입으로 기존의 위탁운영과 달리 보다 많은 자율적 권한을 행사할 수 있게 되었다. 즉, 이용요금의 결정 및 예산의 사용처 등에 있어 자율권이 확대된 것이다3).
<세자키 마을만들기 시민회의>에서는 2003년부터 ‘세자키 코미센과 산노우 공원 일체화 검토회’를 조직하여 세자키 코미센을 지역활동의 ‘배꼽’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해 왔었다. 그리고 그동안의 시민회의 활동이 시로부터도 인정을 받아 2006년에 세자키 코미센에 대한 지정관리자로 선정되었다. 이후 세자키 코미센에서는 지역주민들이 참여하는 운영위원회를 구성하여 공정한 관리를 도모하고 있으며,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의견상자’를 비치하고 제안된 의견에 대한 회답 시스템을 구축하였다. 또한 연3회 이상 센터를 이용하는 이용자들과의 간담회를 개최하고 있으며, 주민들이 참여하는 마을만들기 센터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들- 지역 내 단체들의 행사를 매월 조사하여 게시, 마을만들기 게시판 증설, 지역 지원 사업으로 복사기, 인쇄기, 래미네이트기, A3 프린터 배치 등- 을 행하고 있다. 또한 코미센 서포터즈를 조직하여, 직원 한 명에 해당하는 업무를 여러 명이 담당하는 워크 쉐어링(work sharing)을 도입하는 등으로 주민관리에 따른 장점을 최대한 구현하고 있다. 또한 예산 사용처, 회의록 등을 뉴스레터 통해 공개함으로써 주민들에게 개방함으로써 이 센터가 주민들의 것이라는 인식 가져다주기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 세자키 코미센 외부 전경과 내부 홀
이처럼 주민들의 자주관리가 이루어진 이후의 변화에 있어 가장 중요한 점은 같은 비용이라도 보다 효율적인 예산 사용이 가능하다는 점과, 주민들의 자발적이고 주체적인 참여가 가능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효율적인 예산 사용의 예를 두 가지만 들어보면, 첫째 기존에는 센터 청소를 용역을 주어 실행하였는데, 이제는 주민들의 자원봉사를 통해 함으로써 더 깨끗한 센터를 유지할 수 있고, 또한 그 비용을 다른 필요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두 번째로 예를 들어보면, 종이컵을 없애고 설거지를 해 다시 사용하는 컵을 사용함으로써 연간 약 50만엔을 절약함으로써, 이 비용을 다른 사업에 투자할 수 있게 되었다.
주민들의 주체적 참여는 코미센의 운영 전반에 있어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 사항이다. 그 중에서 두 가지 사례를 소개해 보면, 첫째로는 코미센 내부에 개별 사물함을 두는 문제를 주민들이 주체적으로 합의하고 해결한 것을 들 수 있다. 커뮤니티센터 조례에 의하면, 센터 내에는 개인 사물을 갖다놓을 수 없게 되어있다. 그러나 시와 친한 단체들의 경우에는 단체 개별 사물을 센터 내에 가져다 놓고 사용하는 경우가 빈번하였다. 이에 그 부당성을 이용자들이 지적하기 시작했고, 운영진은 이 문제를 시정하기 위해 이용자 간담회를 개최하였다. 이용자 간담회에서는 여러 의견들이 나왔지만, 최종적으로 개별 사물함을 아예 없애기보다는 각 단체별로 박스를 두어 이용단체별 물품을 보관할 수 있도록 하자고 결론을 내었다.
사실, 이 방안은 관장인 가토우씨가 미리 생각하고 있던 방안이었지만, 나서서 사람들을 설득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이용자 간담회에서 자연스러운 대안으로 제안되는 것이 주민들의 주체적 참여를 강화하는 등에 보다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즉, 이렇듯 중요한 결정은 이용자 회의에서 결정하게 함으로써 센터를 주민들 스스로의 것으로 인식토록 하고, 이를 통해 주민들의 적극적이고 주체적인 참여를 유도하고자 한 것이다.
“센터 운영에 있어서 중요한 원칙은 사람들의 생각들을 모아 실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참여자 각자가 초안을 만들도록 하고 이를 통해 합의하는 과정을 모아내는 것이 센터 운영의 중요한 방침이고, 이는 기존 커뮤니티 센터 운영과의 차이점이라 할 수 있다”(가토우씨 인터뷰 중)
시민회의의 과제
<세자키 마을만들기 시민회의>에 대해서는 최근 과거와 같은 활력이 많이 떨어졌다는 평가가 흘러나오고 있다. 물론, 아직도 왕성한 활동들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각종 행사나 모임, 의견 제안 등에 참여하는 주민의 수가 감소하는 현상은 분명 문제라 할 수 있다. 그러한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는데, 가토우씨의 문제 진단을 정리하면, 크게 몇 가지로 그 원인을 고려할 수 있다.
첫째는 초기 참여자들과 신규 참여자들간의 소통 부족을 꼽을 수 있다. 초기 참여자들은 주로 정내회를 통해 참여한 이들이고, 그후는 지구별 주제별 활동에 참여한 이들이다. 따라서 마을만들기와 관련해서도 약간의 인식 차이가 났지만, 그 차이를 통합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2006년에 시민회의를 부서별 활동체계로 개편하였다. 그러나 이에 대해 초기 참여자들은 충분한 설명을 듣지 못하였고, 그에 따라 자신이 어느 부서에서 활동에 참여해야 하는 지에 대한 혼란을 겪었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그 이후의 사업들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없었고, 이는 참여의 저조를 가져오게 되었다.
둘째는 기존의 사무국 체계가 ‘사업부 연락회의’ 체계로 개편된 후 조직 내부의 문제를 정리하느라, 실제 현장 사업에 많은 역량을 쏟지 못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이는 사무국의 해소 과정이 바람직한 발전방향에 따라 그리된 것이라기보다, 사무국장이 그만두면서 후임을 구하지 못해 그에 대한 대책으로 ‘사업부 연락회의’를 구성한 것과 밀접히 연관된다. 그러나 이를 단순한 조직개편의 문제로만 파악할 수는 없다. 사무국이 건재하던 시절에도 ‘차년도 사업검토 위원회’에서 다음 해의 의제를 도출해도 사무국에서는 이를 전격적으로 수용하려는 의지가 부족했다. 그런 상태에서 연락회의로 재편된 후에는 각 부서장들의 역할이 더욱 커졌는데, 출석률 저조 등의 문제가 도출되었다. 그러나 이는 단순히 연락회의 참석 저조의 문제가 아닌 부서의 활동 저조와 밀접한 문제임이 확인되었다. 즉, 출석률이 저조한 부서장의 부서에서는 모임 자체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 확인되었다는 것이다. 또한 그 이후에는 ‘차년도 사업검토 위원회’ 자체가 개최되지 않았으며, 연락회의에서도 다음 해의 사업의제를 논의하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회장 혼자 사업예산을 편성하는 등의 문제가 불거졌다.
세 번째는 외적 요인으로 행정의 변심(?)을 꼽을 수 있다. 물론, 행정의 입장에서는 여러 가지 변화의 이유를 들고 있기는 하지만, 시민회의 핵심 참여자들의 입장에서는 전과 달리 시민회의에서 주민들과 함께 추진하는 일에 대한 행정의 무관심이 커졌고, 그로 인해 추진되던 사업이 성과를 거두지 못한 사례들이 늘어났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를 들어보면, ‘위험한 교차점 개량 사업’의 경우에는 토지권과 관계된 대화를 시민회의에서 실시하여 그 이후의 과정을 행정 소관 부서에 맡겼으나 그 이후의 진척사항에 대해 알 수 없는 상태이다. 또한 ‘칸바라 공원 재생사업’의 경우에는 시민회의의 위탁운영에 대한 요청에 대해 행정이 불명확하게 대응하는 등으로 인해 추진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 진단은 결국 주민들의 주체적 참여를 추동하는 그동안의 과정에 대한 근본적 문제에서 기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초기에는 사무국의 강력한 리더십이 있었고, 주민들도 이 리더십에 끌러온 경향이 있었다. 그러므로 이 리더십의 동력이 떨어지면서(생업 등의 이유로) 다른 참여자들의 동력도 동반 하강하게 된 것이다. 즉, 사무국의 리더십이 강력하다보니, 일반 주민들의 주체적 참여보다는 주어진 일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참여가 이루어져 왔던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상태에서 기존에 마을 워칭을 통해 정리한 의제들을 힘있게 계승할 만한 여력이 약해졌다.
이러한 와중에 커뮤니티 센터 지정관리를 신청하고 운영자로 결정되었고 사무국대신 부서 중심의 체계로 개편하여 활동하게 되었다. 다행히도 최근에 각 부서들은 일반 주민들의 참여가 활성화 되는 등으로 다시금 활력을 찾아가고 있다.
시사점
그 동안 <세자키 마을만들기 시민회의>는 주민들의 참여와 활동에 있어 폭발적 활성화의 시기를 지나 침체기를 겪었고, 다시금 기존의 활력을 되찾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조직도 유기적 생명체와 같아서 성장과 침체를 반복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문제는 초기의 활력이 정체 상태에 처했을 때 이를 다시 역전시키는 것이 매우 힘들다는 것이다. 때로는 과감히 조직을 해체하고 새로운 틀을 만드는 것이 오히려 새로운 활력을 찾는 좋은 방법이 되기도 할 정도로,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은 일이 그리 만만치 않다. 그런 점에서 <세자키 마을만들기 시민회의>가 최근 다시 활력을 찾아가는 것은 참여 주체들의 헌신과 노력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시민회의의 시사점을 간단히 몇 가지만 언급해 보면, 아래와 같다.
① 마을만들기 주체의 형성과 지속적 노력
<세자키 마을만들기 시민회의>를 인터뷰하기 전에 가토우씨가 쓴 글을 미리 읽어보았다. 이 글의 주요한 참고자료로 사용한 글인데, 시민회의의 성공과 실패 원인을 진단하고 향후의 과제를 여러 참여 주체들에 대한 조사를 통해 꼼꼼하게 정리한 것이었다. 그러한 노력들이 있었기에 아직도 시민회의가 지역 내에서 주민참여의 핵심적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그러한 주체는 가토우씨 한 명만이 아니었다. 그동안의 활동을 통해 지역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고 발전을 추진할 주민 주체들이 아직 강고하게 지역 내에 자리 잡고 있었다. 이는 시민회의가 그동안의 활동을 통해 축적한 가장 큰 성과라 할 수 있다.
<세자키 마을만들기 시민회의>는 지금도 한창 진행 중이다. 앞으로 5년 후 혹은 10년 후에 어떤 변화가 있을 것인지 필자로서는 알 도리가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자신들의 마을을 대안적 공동체로 일구어나가기 위한 주민 주체들이 지금까지와 같이 존재하는 한, 그리고 발전적으로 그러한 주체들이 늘어나고 그 역량이 좀 더 강화되는 과정을 거치는 한, 시민회의의 흥망성쇠와는 별개로 세자키 지역사회의 앞날은 무척 희망적이라는 것이다.
② 주민자치 관리의 거점 확보
시민회의의 성과이기도 하고, 현재에도 시민회의의 성과를 만들어 내는 주요한 동력이기도 한 ‘세자키 커뮤니티 센터’를 자주관리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 활동의 지속성을 유지시켜주는 주요한 근거로 작용하고 있다.
③ 총체적 마을의 비전 도출
세자키 시민회의의 마을만들기 사업은 단일 사안에 대해 일회적으로 진행되지 않는다. 앞서 소개한 바와 같이 주민들이 마을 워칭을 통해 제기한 의제들을 지구별, 주제별로 나누어 참여자들을 조직하고, 이들이 다양한 마을의 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그 자체로 완벽한 마을발전 비전일 수는 없다. 하지만, 주민들이 다양한 관심과 욕구에 따라 스스로 도출한 의제를 이에 관심 있는 주민들의 참여를 통해 해결하려는 시도는 분명 ‘사업’ 중심이 아닌 ‘마을’ 중심의 사고와 활동이라 할 수 있겠다. 이러한 기획에 의해 마을은 점차 변화・강화되고 있다.
④ 주민 주체의식 강화를 위한 세심한 배려
시민회의의 운영이나 커뮤니티 센터의 운영에 있어 항상 주민들이 스스로 시민회의와 센터의 주체이자, 나아가 지역사회의 주체라는 인식을 전달하기 위한 배려들이 곳곳에 세심하게 배려되고 있다는 점을 또 다른 시사점으로 꼽을 수 있겠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 사례 1: 2009년 초에는 기존의 인쇄기를 새 것으로 교체하기로 하였는데, 새 인쇄기가 들어오는 날을 센터 내에 공시하였다. 이는 주민들이 모두 새로운 인쇄기가 들어오기를 고대하도록 만들기 위한 것으로 이 역시 주민들이 코미센을 자기 것으로 인식하도록 하기 위한 맥락에서 그리 한 것이다.
#사례 2: 시민회의에서는 앞서 소개한 시민회의 조직도를 참여자들이 항상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 이유는 자신의 참여가 어디쯤에 위치해 있는지를 확인토록 하기 위함인데, 이러한 과정을 통해 주민들의 리더십을 육성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 여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조직도가 너무 강하게 전달되면, 주민들은 또 다시 의존적으로 변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에 이 점을 매우 조심스럽게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 사례 3: 가토우씨에 의하면, 최근 국제/국내적으로 시민회의를 탐방하러 오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주민들에게 항상 홍보한다고 한다. 이는 주민들에게 우리 마을에 대한 자긍심을 주고, 그래서 참여할 의사가 생기도록 하는 부차적 효과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주민들의 자긍심을 높이기 위한 세심한 배려의 한 단면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런 차원에서 보자면, 필자가 시민회의를 인터뷰하기 위해 세자키 커뮤니티 센터를 방문한 것도 주민들의 주체적 참여에 조금은 기여한 것이라 할 수 있겠다.
----------- (주석)
1) 이 글은 초기부터 이 사례에 핵심적으로 참여하였고 현재 세자키 커뮤니티 센터 관장으로 일하고 있는 가토우씨와의 인터뷰 내용을 중심으로, 가토우(加藤 さきえ)씨가 해당 사례에 대해 작성한 분석보고서 “「세자키 마을만들기 시민회의」 다음의 HOP STEP JUMP”를 참조하여 작성하였다.
2) 일본의 ‘맨션’이라 함은 우리의 ‘아파트’와 같은 개념
3) 이와 관련하여 많은 비판들이 제기되고 있다.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단체가 지정관리자로 선정되는 경우, 공익보다는 이윤이 남는 프로그램이나 사업 중심으로 운영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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