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에서 ‘초록’을 ‘상상’하는 아줌마들




글을 시작하기 전에.. 

  이 글과 같이 한 사람을 인터뷰하여 한 조직을 소개/분석하는 글들은 자칫 한 조직의 성공과 실패의 과정과 원인을 한 두사람의 활동가에게 귀착시키는 듯한 오해를 불러 일으키곤 한다. 그런 점에서 이 글 역시 그와 같은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다분하다는 점이 마음에 걸린다. 실상, <초록상상>의 오늘이 장이정수 국장 개인의 능력에 따라 이루어졌다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아래의 본문이 그러한 느낌을 강하게 갖도록 하는 것은 아무래도 이 글이 지니는 한계일 수 있겠다. 즉, 이 글은 <초록상상>을 가능한 객관적으로 조사/분석했다기보다는, 장이정수라는 사람을 통해, <초록상상>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살펴보았다는 것이다. 그런 점을 감안하여 읽어주시길...

 

만남


얼마 전 <초록상상>의 사무국장으로 일하는 장이정수씨가 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의 새로운 운영위원으로 추천되었다. 그래서 직접 전화를 걸어 이러한 추천이 있었으니 승낙해 달라는 청을 하였다. 솔직히 <초록상상> 이라는 이름은 많이 들어본 것 같았지만 ‘장이정수’라는 이름은 낯설었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청을 하였다. 그와 더불어 “우리 운영위원회는 단순히 의결기능만을 하는 것이 아니라 집행기능까지 합니다”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그냥 이름만 빌려달라는 의미가 아님을 강조하기 위해서이다. 반응은 간단했다. “제가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이음으로부터 도움을 받고 있으니 참여해야 겠지요”하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나를 안다고 했다. 이럴 때 제일 난감하다. 나는 잘 기억이 나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전화를 하기 전에 초록상상 홈페이지를 인터넷에서 열심히 찾아봤다. 그런데, 홈페이지는 찾을 수 없었고 달랑 네이버에 까페 하나를 개설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곳에 올라와 있는 초록상상 회원들의 글들을 읽고 있자니, 그 정감어린 마음들이 느껴졌고 덩달아 내 마음에도 훈훈한 바람이 느껴졌다. 사실, 나는 지역의 풀뿌리조직 중에서 특별히 편애하는 형태가 있는데, 그것은 <초록상상>과 같은 형태의 자발적 아줌마 모임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장이정수 국장과 전화통화를 한 이후 우연찮게 풀뿌리운동을 하는 활동가들과의 대화 속에서 그 이름을 자주 듣게 되었다. 이상한 일이라 생각했지만, 어쩌면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도 있었다. 그것은 내가 주로 만나는 사람들이 풀뿌리운동을 하는 사람들이고, 또 사람들과 자주 하는 이야기의 주제 역시 풀뿌리운동에 관한 것이기 때문이다. 아마, 전에도 이 이름을 자주 들었겠지만, 구체적으로 내가 잘 모르는 사람이기 때문에 기억에 남지 않았다가, 우리 운영위원으로 영입되면서 그 이름이 각인되어 새삼스럽게 그 이름이 자주 거론되었다고 느낀 것이 아닌가 싶다.

이러한 이유들로 인해 꼭 한번 <초록상상>을 방문하고 싶었고, 거기에서 하는 일들에 대해 소상히 듣고 싶었다. 그래서 약속을 잡고 머나먼(?) 중랑구 상봉동까지 장이정수 국장을 만나기 위해 길을 떠났다.

사무실을 찾기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장이정수 국장이 이메일로 알려준 대로 길을 걸으니 눈 앞에 커다랗게 <초록상상>이라는 간판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정작 사무실은 그리 넓지 않았다. 사무실이라기보다는 조그만 원룸에 들어선 듯했다. 하지만, 사무실 군데군데에 <초록상상>에 참여하시는 동네 아줌마들과 그 곳에서 공부하는 아이들의 흔적들이 진하게 남아있었고, 그 흔적들이 무척 정겨웠다. 특히, 환히 웃으며 편하게 맞이해주는 장이정수 국장(이하부터는 ‘장이 국장’으로 표기)의 매력이 처음 방문했음에도 매우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 주었다.



장이 국장의 개인 이력 - 중랑구에 흘러들기까지


인터뷰를 진행하는 내내 장이 국장의 에너지에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하는 일이 너무나 많았다. 하지만 사실, 나는 이런 거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금방 지치게 되고, 그러면 금방 나가자빠질 수밖에 없다는 것은 경험을 통해 누누이 확인했던 바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이 국장에게서는 아직 그러한 피로감을 찾아볼 수는 없었다.

나름대로 노하우가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스스로 자신의 성격이 매우 예민하지 않은 편이라고 한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도 장이 국장에 대해 “네가 이야기 하면 심각한 것도 희화화 된다”고 할 정도라고 한다. 내가 봐도 사람들과의 관계에 대해서 무척 낙천적인 것 같다. 그렇다고 사람들에게 신경을 많이 쓰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예민하게 사람들에게서 상처를 많이 받는 스타일은 아닌 듯하다.(물론, 그럼에도 이러한 일을 하면서 얼마나 많은 상처를 받았겠는가...) 그리고 자신은 자녀들 사교육비를 지출하지 않는 대신 그 돈으로 1년에 두 번 자녀들과 해외여행을 다녀온다고 한다. 실행을 못해서 그렇지, 내가 제일 좋아하는 휴식 방법이다.

그런데 이 아줌마가 어떻게 지금 이 곳까지 흘러왔을까 하는 궁금증이 들 수밖에 없었다. 듣다보니 나름대로는 열혈 사회운동가의 길을 걸어왔다. 학생운동의 과정도 거치고 공장에 위장취업(?) 준비도 했고, 실제 공장에서 일을 하기도 하다가 함께 공장취업을 준비했던 선배와 만나 결혼을 했다고 한다. ‘운동은 가도 사랑은 남는다’고 했던가... 결혼을 하면서 한 10년 정도 전업주부로 살았고, 선배의 권유로 <여성환경연대>에 취직(?)해 시민운동을 시작했다고 한다. 이 때가 2001년이다.

여성환경연대는 생태적 관점과 여성주의적 관점을 통합하기 위해 여성환경운동 활동가들의 네트워크로 출범하였다. 그러던 중 사무국이 확대되면서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회원들의 활동이 저조하게 되는 아주 일반적인(?) 과정을 거치게 되었다. 이에 <여성환경연대> 내부에서는 조직전환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게 되었는데, 그 결과가 스스로를 대중조직으로 전환해 보자는 것이었다. 즉, 기존에는 주로 활동가들이 결합한 형태였으나, 이제는 일반 여성들이 회원으로 참여하는 조직으로 전환하고자 한 것이었다.

장이 국장의 경우에는 <여성환경연대>에서 주로 생태안내자 교육을 담당하였는데, 주 대상자들은 기존의 지역조직 회원들이었다. 그 후 풀뿌리 담당을 맡았고, 마침 대중조직으로의 전환을 결정한 <여성환경연대>의 방향과 맞물려 직접 지역에서의 활동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였다. 그러한 일환으로 2회 생태안내자 교육부터는 일반 여성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하였다. 또한 지역의 다른 조직들과 연대하여 마을만들기 사업을 실천하기도 하였다. 강동구에서는 <서울 한 살림 강동지부>, 도봉구에서는 도봉지역의 시민단체들과, 그리고 영등포에서는 의료생협과 연대하여 사업을 진행하였다. 하지만, 강동구와 도봉구에서의 사업은 현지에 있는 시민단체들이 사업의 주체로 참여했으므로, <여성환경연대> 차원의 지역모임이 될 수는 없었다. 대신 영등포구에서의 사업은 나름대로 소모임(유쾌한 여자들의 모임)이 구성되어 <여성환경연대>와 관계를 맺고 모임이 운영되었다.

이 사업을 하면서 장이 국장은 하나라도 제대로 된 지역주민조직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강하게 갖게 되었다고 한다. 이는 소모임 자체가 갖는 한계 때문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중앙의 사무실에 앉아서 지역주민들의 모임을 운영하는 것에 대한 한계를 크게 느꼈기 때문이다. 장이 국장의 집은 중랑구에 있다. 당연히 중랑구가 장이 국장이 선택한 지역이 되었다.




아줌마들의 모임, 시작되다


장이 국장이 지역에서 처음으로 시작한 사업은 도서관을 중심으로 한 강좌사업이었다. 지역조사결과 당시 도서관이 하나 밖에 없었다. 이에 서울 한살림 중랑 지부장과 동화읽는 어른모임의 대표에게 지역여성들을 위한 교육을 같이 해보자고 제안하여 함께 일을 벌이기로 하였다. 그리고 일단은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도록 독려하기 위해 주로 유명한 강사들을 초청하여 도서관에서 강좌를 실시하였다. ‘생태적으로 건강한 아이, 마을에서 행복한 아이’라는 주제로 진행하였고, 그 결과는 성공이었다. 약 100여명의 주민들이 이 강좌에 참석하였다. 이에 한살림과 장이 국장은 후속모임으로 이들을 조직하기로 하고 각자 역할분담을 하였다. 한살림에서는 교과모임에 관심이 있는 참여자들을 조직하여 그 모임을 지속하기로 하였고, 장이 국장은 생태(生態) 모임에 관심이 있는 참여자들을 조직하였다. 그 결과 교과모임에는 50여명이 참여하였고, 생태모임에는 20여명이 참여하였다.

2005년의 이 강좌를 통해 조직된 생태모임 구성원들이 현재 <초록상상>의 모태가 되었다. 이 소모임은 2006년도부터 시작되어 근 1년 간 주1회 모임을 갖았다. 한 달 중 한 번은 책읽기, 한 번은 봉화산 산책하기, 한 번은 대안생활용품 만들어 보기 등으로 진행하였다. 그러나 처음부터 모임이 잘 이루어진 것은 아니었다. 세 명이 올 때도 있고, 두 명 또는 한 명이 올 때도 있었다. 당연히 힘이 빠질 만도 하지만, 이 씩씩한 아줌마(장이 국장)는 그렇게 크게 실망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주부들의 소모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당연한 일이라 생각하였다. 그리고 자신의 운동 경험 속에서 이 정도는 어려움이라 볼 수도 없다고 받아들였다.

이는 장이 국장의 낙천적인 성격에 힘입은 바도 크겠지만, 무엇보다도 주부들의 특성과 상황을 잘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대개 활동가들은 사람들이 잘 안 모이는 것에 대해 ‘책임감이 없다’는 등으로 참여대상자들의 탓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에요. 주부들과 일을 하다보면, 아이를 봐주거나 그 때문에 쉬어야 할 때가 있고, 부부간의 갈등으로 한 동안 활동을 못할 때가 있어요. 그런 상황을 이해하고 용인할 수 있어야 합니다.” 지역활동을 하는 사람으로서 모임이 잘 되는 것이 좋겠지만, 멤버 한 사람 한 사람을 보면 그 개인의 사정 등을 인정하고 존중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장이 국장은 이렇게 한 사람 한 사람과 즐겁게 지내는 것이 자신에게도 즐겁다고 한다.

실제, <초록상상>의 멤버 중 한 사람이 암에 걸린 적이 있었다고 한다. 당시의 심정은 “가뜩이나 참여하는 사람도 적은데, 그나마 암까지 걸려...”하는 원망이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 사람에게 암과 관련된 책을 선물하고, 회원들과 병문안도 가고, 퇴원했을 때에는 축하 파티도 해주었다고 한다. 또 한 사례를 들자면, 회원 중의 한 분이 돈을 벌기 위해 ○○카드 외판을 하게 되었다. 이럴 때는 그 사람이 모임에 나와 카드 가입을 권유하면 모임의 분위기가 착 가라앉기 쉽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을 장이 국장은 매우 자연스럽게 용인하였다고 한다. 자신이 먼저 카드 신청서에 서명을 하면서, 다른 참석자들에게도 “카드 하나 더 만들어!”를 외치면서 카드 영업을 하는 참여자에게도 “돈 잘 벌면 회비 많이 내라” 하면서 자연스럽게 그 상황을 참여자들이 받아들이도록 했다. 그리고 그런 사회생활도 이 분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사람들에게 이야기 했다고 한다. 얼마 전에는 핵심적으로 활동하던 회원 한 명이 전화홍보하는 곳에 취직했다는 것을 다른 사람을 통해 들었다. 장이 국장에게는 직접 이야기하기가 미안해서 그런 듯했다. 회사에 나가기 시작하니 이 분 역시 당연히 모임에서 열심히 활동하기가 힘들게 된 것이다. 게다가 핵심적 회원이었으니, 장이 국장의 속이 편할 리가 없을 터였다. 하지만 장이 국장은 거금(?)을 들여 2만원짜리 케익을 사서 보냈다고 한다. 보내면서 “이건 뇌물이라고 전해줘”라고 하니까, 전화가 와서 고맙다고 하며 회원들 식사에 초대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지금은 일 못하지만 필요할 때 함께 하겠다고 했단다.

사실, 지역에서는 한 번 발을 빼면 길거리에서도 다시 마주치기가 편치 않다. 하지만, 장이 국장은 그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였다. 비록 지금은 같이 활동을 하지 못하더라도, 주부 한 사람 한 사람에게 필요한 것을 할 수 있도록, 여성의 관점에서, 그 사람의 성장이라는 관점에서 그 사람을 보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조그만 동네의 조그만 조직의 잣대로 우리와 우리가 아닌 것으로 구분하는 것은 동네 안에서 여성들을 더욱 몰아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며, 이래서는 여성들과 함께 하기가 힘들다고 판단하고 있었다.

한 편, 한살림에서 책임졌던 교과모임도 마찬가지로 악천고투하고 있었다. 한 1년 간의 교과모임이 끝난 후 한살림에서는 더 이상 이 모임을 유지하지 못했다. 그러나 참여자들 중 몇 명이 계속 공부를 하고 싶어 하였다. 이에 장이 국장은 자신들이 마련한 사무실 공간을 이들에게 제공하며, 모임장소로 활용하도록 제안하였다.

<초록상상>이 사무실을 마련한 것은 2007년도 3월 경이었다. 사무실을 마련하고자 결심하게 된 배경은 소모임의 한계인 임의성을 보다 공식적으로 것으로 변화시키기 위해서이다. 소모임만으로 유지하다 보면, 서로 의가 상하거나 참여자가 취직을 하는 등의 변화가 생기는 사적인 문제가 소모임 자체의 운영에 어려움을 초래하곤 한다. 또한 소모임 그 자체만으로는 마치 폐쇄적인 계모임과 같아, 새로운 사람이 들어오기 힘들기도 하다. 이에 장이 국장은 2006년 연말부터 참여자들 한 사람 한 사람을 만나 사무실을 마련하자고 설득하기 시작하였다.

이에 대한 다른 참여자들의 반응은 당연히 회의적이었다. 사람들의 첫 번째 걱정은 그 운영비를 어떻게 할 거냐는 것이었다. 하지만, 장이 국장의 설명은 명쾌했다. 우리가 만드는 천연생활용품을 팔아서 돈을 벌 수도 있고, 그것이 안 되면 자신의 사비라도 털어서 운영하겠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집요한 설득에 핵심적인 참여자들이 동의를 하게 되었다. 현재의 사무실은 보증금 1,000만원에 매달 50만원의 월세를 내는 곳이다. 이 중 500만원의 보증금은 <여성환경연대>에서 빌려오고, 나머지 500만원은 10사람의 핵심 회원들이 50만원씩 출자하여 충당하였다. 물론, 그냥 출자를 받은게 아니라, 우리가 이익을 내기 시작하면 갚아주겠다는 약속을 하였다.(물론, 믿거나 말거나~)  그 이후 <여성환경연대>가 진행하는 프로젝트도 <초록상상>으로 가져오고, 어린이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회원이 늘어나, 월세를 충당할 수 있게 되었다.



<초록상상>이 현재 하고 있는 일


초록상상은 모임이 만들어진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많은 활동들을 하고 있다. 전체 회원은 80여명 정도 되는데, 이 수가 모두 후원회원이 아닌 활동회원이라고 한다면 지역사회에서는 매우 큰 조직이라 볼 수 있다. <초록상상> 활동의 가장 중요한 핵심은 6개의 팀 또는 모임이다. 6개의 팀은 각각 독특한 일상활동 주제로 구성되어 있다. 생태팀과 건강팀, 문화팀, 청소년팀, 역사공부모임, 직장인 모임이 그것이다. 이렇듯 다양한 팀과 모임을 만들어 운영하는 이유는 사람들의 요구가 다양하기 때문이다. 즉, 주부들의 처지와 욕구가 다양하기 때문에 한두 가지 주제에 따른 모임을 할 경우에는 선택의 제한으로 인해 참여도 제한된다는 것이 장이 국장의 생각이다. 그래서 장이 국장은 “힘닿는 대로” 다양한 모임을 꾸리고 운영하고자 한다.

먼저, 생태팀은 생태안내자 교육과 공부를 해서 한 달에 2회 아이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하는 활동을 주로 한다. 건강팀은 천연화장품과 천연세제 등을 만드는 연습을 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가르쳐 주는 활동을 한다. 문화팀은 한 달에 한 번씩 만나 철학공부를 한다. 청소년팀은 청소년 문제에 관심 있는 엄마들의 모임이다. 주로 청소년 문제에 대한 공부를 하고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한 강좌를 주재하는 등의 활동을 한다. 역사공부모임은 여성강좌 후 한살림을 중심으로 조직된 후속모임이 자발적으로 자신들의 모임을 유지・발전시켜 온 것으로, 방학 때 이외에는 주 1회 이웃의 역사전공자를 모시고 역사공부를 한다. 그 동안 한국사와 동아시아사를 공부했고, 올해는 일본사를 공부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직장인 모임이 있는데, 참여자들은 대부분 지역내 복지기관의 복지사들이다. 이 모임에서는 지역사회와 관련한 공부를 하고 있다.

이 중 역사공부모임은 처음에 장소만 사용하도록 권했을 뿐 <초록상상> 내부의 모임은 아니었다. 장이 국장의 활동 스타일상 이들을 회원으로 가입시키고 싶은 욕구가 컸을 것이나, 먼저 그러한 제안을 하거나 권유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초록상상>의 사무실에서 자체적으로 모임을 진행하면서 현재는 모든 참여자가 회원으로 가입하였다. 그로 인해 이제는 <초록상상> 회원들의 모임으로 자리잡았다.

직장인 모임의 경우, 그 참여자가 주로 중랑구에서 일하는 사회복지사들로 구성되었다는 것이 흥미롭다. 이들을 처음 만나게 된 계기는 지역사회복지협의체를 통해서이다. 중랑구의 지역사회복지협의체에서는 사회복지 공동모금회의 CI(Community impact)사업을 진행하게 되었고, 이 지역에서 유일한 시민단체로 인정받는 <초록상상>도 이에 참여하면서 참여한 복지사들에게 적극적으로 회원가입을 권유하였다. 이들의 경우 지역사회의 유일한 시민사회운동단체에 대한 호감을 보였고, 이에 20명이 회원으로 가입하였다.

그 외에도 지역의 환경교육 전문단체로서 다양한 환경교육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특히, 중랑지역이 교육복지우선투자지역으로 선정된 것은 <초록상상>의 활발한 환경교육 활동의 계기가 되었다. 지역 내에서 환경교육을 담당할 단체가 <초록상상>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러한 외적 조건만이 활발한 환경교육 활동의 요인이라 볼 수 없다. <초록상상>에서도 주어진 기회에 대해 매우 헌신적인 응답을 하였고 이를 통해 지역사회의 신뢰를 획득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장이 국장의 표현에 의하면, “작년 1년간 몸이 부서져라 열심히 했다” 예를 들면, 학교나 청소년 수련관에서의 요청에 대해 강사료 이상의 재료와 준비를 해서 성실히 교육을 함으로써, 주최 측으로부터 감사의 마음과 신뢰를 이끌어 냈다는 것이다.

각 팀들은 자체모임과 외부활동을 수행하는 가장 중요한 <초록상상>의 주체라 할 수 있다. 모임에서는 각자 공부와 실습 등을 하고, 그 내용을 외부활동으로 연결시키고 있다.

올 해에는 또 하나의 모임이 새로 생길 것 같다. 그것은 의정 모니터링 모임이다. 중랑구에 있는 <중랑신문사>가 작년에 주부기자단을 모아서 중랑구 의회 모니터링을 실시하였다. 신문사 역량으로는 운영이 힘들지만 작년 한 해 동안 회기 중에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열심히 모니터링을 해왔다. 그러나 신문사에서 계속 의정 모니터링단을 운영하는 것이 부담스러워, 편집장이 <초록상상>에서 함께 운영해주기를 부탁하였다. 그래서 장이 국장이 이 모니터링 모임에 참여하며 또 하나의 모임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현재로서는 내년에 <의정지기단> 등의 이름으로 독립시키고자 하는 계획을 갖고 있다.



운영과 사무국장의 역할


각 모임에는 팀장이 있다. 자체 모임은 1주에 1회 하고 있으며, 그 팀을 중심으로 활동을 전개한다. 예를 들면, 생태팀의 경우 한 달에 1회 어린이 교육을 했고 올 해에는 2회 하기로 하였다.

팀은 팀장이 관리하는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전체적인 연락체계는, 상근자인 사무국장이 팀장에게 연락하면, 팀장이 팀원에게 연락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모든 정기적 모임은 <초록상상> 사무실에서 이루어지므로, 사무국장은 전체 팀과 모임의 진행을 잘 파악하고 있는 편이다.

월1회 각 팀 및 모임의 팀장들이 모여서 운영위원회를 개최한다. 실질적인 최고의사결정기관이다. 하지만 운영위원회는 특별히 어떤 안건을 결정하는 것보다, 팀 간의 긴밀한 소통을 더욱 중요시 한다. 만약, 참여자들이 자신들이 참여하는 모임에 대해서만 잘 알고 관심을 기울이면, 참여자들이 전체의 한 부분으로서만 자신을 인식할 수밖에 없게 되고, 이는 지역사회운동의 전반적 흐름에 동참한다는 인식을 갖기 힘들게 하는 요인이 된다. 또한 그러다보면, 상근자 중심의 운영과 운동이 될 수밖에 없다. 장이 국장은 그러한 문제점을 피하기 위해 운영위원회에서 가능한 <초록상상>의 정보들이 상호 활발히 교류될 수 있도록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그리고 이런 목적으로 운영위원회를 운영하기 때문에, 운영위원회에 팀장이 아닌 일반 회원들의 참여도 자유로운 편이고, 무엇보다도 이들의 참여를 권장하고 있다. 예를 들면, 팀장이나 사무국장이 운영위원회에 나오다가 회원을 만나면 손을 잡고 운영위원회에 같이 오는 식이다.

어떤 경우에는 한 팀의 팀원들이 모두 참여하기도 한다. 그러다보니 운영위원회가 딱딱한 형식을 갖고 진행되지는 않을 것이다. 주부들의 유쾌한 수다와 함께 서로의 생각과 활동을 나누는 즐거운 만남의 장이 바로 운영위원회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통해 회원들에게는 자신의 개인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차원의 소모임 참여를 넘어 <초록상상>과 지역사회를 인지하는 매우 중요한 만남의 자리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 <초록상상>은 사무국장 1인 상근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래서 장이 국장은 아주 바쁘다. 혼자서 단체 운영에 필요한 사무국 업무를 보는 것도 만만치 않은데, 개인적으로 거의 모든 소모임에 팀원으로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모임이 사무실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어찌 보면 이는 자연스러운 일일 수도 있겠으나, 그래도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왜냐하면, 정식 팀원으로 참여하고 있기에, 사무국장으로서의 역할과 더불어 모든 팀의 팀원으로서의 역할도 그 안에서 해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무국장의 업무 중에는 각 팀의 사업에 필요한 강사 및 장소 섭외 등의 실무적인 일도 수행해야 한다. 이 때문에 올 해 장이 국장은 역사모임에 참여하지 않기로 하였으며, 생태교육을 주로 담당하는 담당자를 두었다. 일반 주부들의 경우 시간적 제한으로 인해 수많은 생태교육 수요를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에 장이 국장에게 주어지는 교육의 하중을 나누기 위해서이다.



상근자와 일반 참여자 사이의 갈등


풀뿌리운동도 사람들이 모여서 하는 활동이다보니, 참여자들 사이에서 갈등이 발생하지 않을 수는 없다. 그러나 아직 <초록상상>이라는 이름으로 체계를 잡고 모임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또한 앞에서 잠깐 언급한 바와 같이 상근자인 장이 국장의 소탈・화끈한 성격이 이러한 갈등관계가 심각하게 발전하지 못하도록 예방하는 작용을 하였다고 볼 수 있겠다. 그러나 상근자와 일반 회원들과의 관계는 이와는 다르다. 특히, 상근자가 갈등의 한 주체가 되면, 장이 국장의 소탈・화끈한 성격도 별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 그리고 상근자의 입장에서는 아무리 일반 회원들의 자발적이고 주체적 참여를 배려한다고 해도 자신이 활동의 핵심적 역할을 담당하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또한 다른 참여자들이 자원봉사인데 반해 상근자는 많든 적든 간에 활동비를 지급받고 있으니, 이 또한 갈등의 소지가 되기 쉽다.

하지만, 지금까지 상근자와 일반 회원 간의 갈등이 불거진 적은 없다고 한다. 이는 정식 상근체계 등이 마련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그보다는 상호간 적절한 처신이 유효한 것으로 보인다. 그 한 예로, 장이 국장은 기본적으로 자신이 풀뿌리운동을 하는 사람으로서 월급을 받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내가 이 곳에서 일을 하면서 결심한 것 중의 하나는 상근자로서 월급을 받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에요. 만약 내가 상근자로 월급을 받으며 활동하고 다른 회원들은 자원봉사자로 일을 하면, 다른 사람들이 모든 일을 내가 해야 한다고 생각할거 아니겠어요? 만약 상근자와 비상근자를 구분하기 시작하면 문제가 생길 수 있어요. 사실, 비상근자 중에도 핵심적 회원들은 일주일에 3-4일 정도 일을 해요. 나는 그러한 구분, 즉 상근자와 비상근자의 구분을 없애야 한다고 생각해요. <초록상상>에서도 유급 상근자 쓰자고 이야기가 나오기도 해요. 하지만, 그러면 그 때부터 사무실 일은 상근자가 도맡아 해야 해요. 그러다가 참여자와 갈등이 생기면 어떻게 해요? 그러면 일을 함께 하기도 힘들 뿐만 아니라 동네에서 마주치는 것도 괴로울 거예요. 그런 문제를 없애기 위해 젊은 사람을 공채할 수도 있지만, 글쎄요... 아줌마들하고 잘 어울리며 일을 할 수 있을까요? 나는 상근자 중심의 운동은 안 된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그런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오히려 팀장들이 일을 많이 하니 10만원씩 나누어 줄까? 하고 이야기하기도 해요.”


그렇다고 장이 국장이 아무런 활동비도 없이 앞에서 설명한 것과 같은 활동을 하는 것은 아니다. 장이 국장은 매달 60만원의 활동비를 받는다. 하지만 이 돈은 <초록상상>이 아니라 <여성환경연대>를 통해 받는다. 그리고 회원들은 장이 국장이 그 활동에 비해 받는 돈이 많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러한 사정과 관계들로 인해 아직은 상근자와 비상근자와의 갈등이 크게 불거진 적은 없다고 한다. 그러나 한 편으로 생각해 보면, 아무리 장이 국장이 <여성환경연대>의 지역총괄 책임자로서 활동비를 받는다고 하나, <초록상상>의 입장에서는 외부 또는 상급 조직으로부터 활동비를 받는 것이 타당한 지에 대해서는 좀 더 고민이 필요하다고 여겨진다.



참여자들의 변화와 역량강화(임파워먼트)


아무리 활동을 잘하고 지역사회에서 신뢰를 받는다 하더라도, 그러한 활동이 구체적인 참여자 개인의 변화와 역량강화에 기여하지 않는다면 조직적 기반의 허약함을 극복할 수 없다. 즉, ‘모래성’에 불과하다는 것이고, 이는 여러 사회의 여러 사례들을 통해 이미 충분히 입증되었다. 그런 점에서 참여자들의 역량이 강화되는 변화는 풀뿌리운동의 과정일 뿐만 아니라, 그 자체로 목적이 될 수도 있다. 물론, 이러한 역량이 개개인별로 파편화된 방향으로 강화되는 것이 아니라 집단적으로 모이고 발휘되는 과정이 진정한 역량강화의 모습이라 할 수 있다.

<초록상상>에서도 그 동안의 여러 사업을 통해 현재 회장으로 활동하시는 분을 비롯하여 몇몇 핵심적인 회원들이 생겨났다. 그 과정에 장이 국장은 공적인 면에서 뿐만이 아니라 인간적으로도 이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기 위해 정성을 기울였다. 그리고 함께 하는 일에 대한 합의점을 찾기 위해 교육에도 열심히 신경을 썼으며, 사람들을 만나 적극적으로 설득하는 일 등을 하였다. 이러한 개인적인 접촉 이외에도 참여자들의 리더십을 강화하기 위한 프로그램에도 정성을 기울였다. 작년의 경우에는 매달 1회씩 여성리더십 특강을 진행했다. 이 특강에서는 단순히 강의를 듣는 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 다양한 여성조직들을 방문하는 기회도 많이 만들었다. 이러한 탐방 프로그램은 참여자들에게 효과가 아주 좋았다. 이러한 프로그램을 통해 깨달은 점은,  “중산층 전업주부들을 밖에 나오도록 하는 것에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들이 자신의 참여를 통해 자녀들도 건강하게 키울 수 있다는 점을 체득하게 해주고 그와 비슷한 조건의 주부들이 활동하고 있는 곳을 탐방을 다님으로써 이를 입증해 주니, 참여자들의 참여와 지도력이 성장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상호 신뢰관계도 형성할 수 있었다”  개인의 리더십이 집단화 되는 과정을 거쳤다는 것이다. 그리고 장이 국장도 일상적으로 운영위원회의 등을 통해 <여성환경연대>나 ‘공정무역’ 등에 대한 이야기를 의도적으로 많이 했다.

장이 국장은 기본적으로 전업주부들이 이기적이라는 데에 대해, 그것은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와 세상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파악하고 있다. “우리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고 시민사회가 어떤지 알면 알수록 주부들은 참여의 의지를 갖게 된다고 생각해요. 활동가들은 그러한 변화를 기다릴 수 있어야 합니다.” 실상, 전업주부들의 경우에는, 정도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일반적으로 우울증 비슷한 증상을 가지고 있다. 장이 국장의 경우에는 10여년 간의 전업주부 생활을 통해 이들의 처지와 심정을 잘 이해하고 있었다. 그러한 일체감이 다른 참여자들의 공감을 만들어 내고, 이들의 참여와 변화를 조직하는 데에 큰 기여를 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장이 국장은 이러한 변화의 사례로 작년 연말 모임에서 참여자들이 했던 이야기들을 소개하였다. 그것은 많은 참여자들이 ‘내가 <초록상상>에 참여하면서 이 지역에 사는 게 너무나 행복해 졌다’, ‘여러 사람이 함께 일을 하면서 서로 배우는게 많다’는 이야기들이었다.



행정과의 관계


장이 국장을 방문하기 전 <초록상상> 까페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지만, 인터뷰를 통해 확인한 바는 행정과의 관계가 상당히 원만하다는 것이다. 그것은 장이 국장이 처음 지역에서 주민모임을 조직하는 데에 있어 주로 주민자치센터를 활용했다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앞서 소개한 3개 지역의 마을만들기 사업에 있어 시민단체의 기반이 취약한 영등포 지역에서도 처음에는 주민자치센터를 통해 주민들을 만났었다. 즉, 해당 주민자치센터에 찾아가서 우리가 프로그램과 강사, 그에 필요한 재정을 모두 부담하겠으니, 장소만 빌려달라는 식으로 접근을 했다.

현재의 활동근거지인 중랑지역에 와서도 장이 국장은 주민자치센터를 주목하고 지역에 뿌리를 내리는 활동근거로 활용하였다. 장이 국장 생각에는 시민단체가 사무실 유지비 등을 고려하면 공간을 넓히기보다 필요한 공간을 찾아서 활용하는 편이 낫다고 여기고 있다. 그런 점에서 주민자치센터는 주민들과 만나는 공간이기 때문에 충분히 활용가능하며, 가능하면 모든 주민자치센터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할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이는 주민자치센터의 욕구와도 일치한다. 주민자치센터에서는 새로운 프로그램의 빈곤으로 항상 고민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이 국장은 먼저 지역 여성들에게 여성・환경강좌의 내용으로 어떤 것이 좋은 지 설문조사를 하였다. 이 근거를 갖고 주민자치센터 담당자에게 프로그램을 제안하였다. 물론, 그래도 이러한 개입을 귀찮아하는 담당자도 있지만, 반가워하는 담당자도 물론 만날 수 있다. 장이 국장은 이 중 2개 동 주민자치센터를 선정하여 프로그램을 진행하였다. 이 과정에서 주민자치센터 담당자와 겪게 되는 예민한(?) 문제는 그 프로그램의 주체를 어떻게 표기하느냐이다. 담당자들은 조심스럽게 자기네 주민자치위원회를 앞에 두면 안 되겠느냐는 의사를 타진해 왔고, 장이 국장은 우리 이름을 빼도 된다고 응수하였다. 그 이후부터는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되었다. 장소를 빌려주고, 모임 때 담당자가 커피를 타다 주는 등으로 매우 협조적인 관계로 바뀌었다. 그리고 주민자치센터에서 강좌를 진행하면서, <초록상상> 홍보를 하여 회원들도 하나 둘 생기고 또한 후속모임을 제안하고 조직하는 방식을 취하였다. 그 외에도 면목1동 주민자치센터에서는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무료교육을 실시하였으며, 상봉1동에서는 외부의 프로젝트 지원을 받아 옥상녹화와 교육강좌를 실시하기도 하였다. 즉, 처음 주민자치센터에 접근할 때는 담당 실무자 일을 도와준다는 자세로 접근함으로써 큰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것은 여러 가지 면에서 유리했다. 일단 조사를 통해 지역여성들이 참여하고 싶은 교육내용을 추출할 수 있었고, 거기에 교육에 대한 적극적 홍보도 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설문조사 결과를 통해 담당 공무원들에게 자신이 하고자 하는 프로그램의 근거를 제시할 수 있었다는 점도 매우 중요한 요인이다. 실례로, 최초 실시한 설문조사의 결과를 중랑구청 여성정책과에도 가져다주었다. 그 이후 중랑구의 여성 관련 정책을 논의하는 자리에 <초록상상>은 항상 초대되었다.

“저는 공무원들도 잠재적 회원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저희를 최초의 지역 시민단체라고 하는 것에 대해, 그렇게 말하면 안 된다고 이야기 합니다. 여성정책과에서 파악한 여성단체가 스무개 가량 있고, 공무원들도 나름대로는 주민들을 위해 일하려고 하는 의지가 있다고 봐요. 따라서 그에 필요한 일을 제시하고, 또 그에 필요한 일을 해주겠다고 하면 그 쪽에서도 반대할 이유가 없죠.” 그렇지만, 이들과 관계를 맺는 과정도 나름대로 성의를 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처음에는 모든 주민자치센터에 팩스를 보냈어요. 그런데 아무런 반응이 없더라구요. 담당자들도 나름대로 팩스 공해, 격무 등으로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직접 전화를 걸어 필요한 프로그램을 같이 하자고 제안하니 고맙다면서 같이 해보면 좋겠다고 반응을 보이는 곳이 생겼어요.”

결국, 행정과는 긴밀한 파트너십을 통해 일을 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그러한 가장 큰 요인은, <초록상상>이 행정에 무엇을 요구하거나 반대하는 세력이 아니라, 행정이 아쉬워하는 부분에 대한 대안을 가지고 행정과 관계를 맺었다는 것이다. 결국, 주체적 역량에 의해 행정을 견인할 수 있었다는 의미로 파악할 수 있겠다.



앞으로의 전망


“중랑구는 서울시에서 재정자립도가 꼴찌에서 2등이고, 사람들도 집값이 싸서 이사 오지만 돈을 좀 벌면 노원구 등으로 이사 가려고 하는 지역적 특성을 갖고 있다. 그러나 나는 이 지역에서 여성들이 조금만 노력을 하면 건강한 교육도 시킬 수 있고, 그래서 이 지역에서 사는 것을 좋아하도록 만들고 싶다. 특히 청소년들에 대한 교육을 통해 이 지역의 2-3세대를 키워내고 싶다. 그래서 청소년팀도 꾸리고 그랬다.”

주민들이 행복하게 살아가는 지역을 만드는 데에 <초록상상>이 일정 정도 기여를 하고자 하는 것이 장이 국장이 밝힌 앞으로의 전망이다. 장 국장과 함께 하는 아줌마 회원들에게 있어, 행복한 삶이란 아이들을 잘 키우는 재미있는 동네를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장이 국장은 이를 위해 다양한 요소들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첫째는 대안적 교육을 통해 지역사회의 인재들을 키워내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지역사회를 변화시키는 핵심 활동가들을 배출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를 통해 지역사회에서 여성들이 세력화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회원들 중에 구의원도 배출하는 것도 생각해 볼 만한 일이라 여기고 있다.

둘째는 이들이 재미있게 참여할 수 있는 일들을 많이 만드는 것이다. 주부들의 경우, 우리 가정을 파괴하지 않고 아이들 잘 돌보며 잘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즉, 지역사회의 교사가 되거나 사회적 일자리를 창출하는 사람이 될 수 있다. 그래서 모든 참여자들을 강사로 참여시키려고 하고 있고 성미산에서와 같은 유기농 반찬가게를 만들어 주부들에게 부업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다.

셋째는 다양한 여성모임과 조직을 인큐베이팅 하는 것이다. 올 해부터 참여하기 시작한 의정 모니터링단이 그 대표적인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주부들이 유기농 반찬가게와 같은 대안적 사회적 일자리를 만드는 것도 하나의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시사점


① 자원의 발굴과 활용

<초록상상>이 3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에 지역에 이같은 대중조직으로 안착할 수 있었던 데에는 지역사회의 자원들을 잘 활용한 것이 큰 기여를 하였다. 초기에 아무런 기반도 없는 중랑지역에서 장이 국장이 <한살림>과 <동화읽는 어른모임>과 함께 사업을 시작한 것이나, 주민자치센터라는 공간을 활용한 것이 그 대표적 사례라 볼 수 있겠다.


② 욕구와 명분의 결합

장이 국장은 <여성환경연대> 활동을 통해 여성과 환경을 결합시킨 에코 페미니즘(Eco-Feminism)의 세례를 받은 활동가이다. 따라서 여성문제와 환경문제를 통해 지역주민을 만나려는 의도를 처음부터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그러한 명분만으로는 주민들을 만나는 데에 별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초록상상>은 이 둘을 절묘하게 결합시킴으로써 오늘 날의 모습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 내용적으로나 형식적으로 활동의 시작은 주민들의 욕구를 파악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였다. 이는 설문조사라는 과정을 통해 이루어졌지만, 그 조사방법의 객관성과 적합성에 대한 시비를 가리는 것은 불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여성과 환경이라는 주제를 주민들에게 쉽게, 그리고 주민들의 욕구를 통해 녹여내려는 노력이 중요했다는 것이다.


③ 수혜형 참여가 아닌 제공형 참여

<초록상상>의 일상활동은 각 팀과 모임을 통해 이루어진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들 모임이 단순한 소모임의 형태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각 팀과 모임은 모임 구성원들만의 만남에 그치지 않고 지역사회를 향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예를 들면, 생태팀은 자신들이 공부한 내용을 통해 지역사회에서 생태교육을 담당하고 있으며, 건강팀은 자신들이 배운 바를 다른 사람들에게 다시 전달해 주는 활동을 하고 있다. 이는 직장인 모임 외에는 모든 팀의 공통적 활동내용으로 잡혀있다. 직장인 모임의 경우에도, 사회복지 현장에서 일하는 복지사들이 지역사회에 대한 공부를 하는 것이므로, 일반적인 소모임과 차별성이 있다. 즉, 각 팀의 활동내용은 참여자들이 그 모임을 통해 특정한 내용을 공급받는 대상자가 아니라, 지역사회의 다른 누군가에게 뭔가를 공급해 주는 활동내용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참여자들로 하여금 지역사회 활동의 재미를 ‘맛’ 보게 할 뿐 아니라, 참여의 만족도를 극대화시키는 전략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은 참여자들이 스스로를 변화시키는 강력한 계기가 될 수 있다.


④ 대안과 성실함을 통한 행정과의 관계설정

시민사회단체는 일반적으로 행정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집단으로 인식되어지곤 한다. 특히, 공무원 사회에서 이러한 인식은 매우 일반화되어 있다. 이 때문에 행정의 입장에서는 자발적이고 적극적으로 시민사회단체와 파트너십을 형성하는 데에 망설이곤 한다. 또한 시민사회단체들은 주로 그 의사결정기구에 참여하려고 시도하는 경우가 많다. 학교운영위원회 참여나 주민자치위원회 참여, 각종 위원회 참여 등을 강조하는 것이 대표적인 경우이다. 그러나 이러한 참여방식은 썩 좋은 성과들을 내오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초록상상>의 접근법은 달랐다. 대안적 프로그램, 매우 구체화된 대안적 프로그램과 그 실행력을 갖고 행정과의 관계를 맺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조그만 역할이라 하더라도 최대한의 성의와 노력으로 다가섬으로써 행정과의 관계를 신뢰를 기반으로 한 것으로 만들고 있다. 이는 성공적인 지역사회 여성조직들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러한 내용이 지역사회 활동에 있어 중요한 것은 단지 행정과의 긴밀한 관계를 설정하였다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이러한 활동 자체가 지역주민조직화에 있어서 가장 기본적인 것들이기에 더욱 중요하다.


⑤ 상급단체와 지부조직의 관계가 미치는 영향

개인적으로, 상급단체의 지부 형태로 존재하는 지역 풀뿌리조직이 지역사회 내에서 성공을 거두는 모습은 상당히 이례적이라 생각하고 있다. 비록 드물기는 하지만, 몇 개의 풀뿌리운동 조직들에서는 그러한 관계를 성공적으로 유지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러한 관계가 결국 해당 조직이 지역사회에 성공적으로 뿌리는 내리는 것을 방해하는 모습도 많이 목격할 수 있다. 그 차이점을 간략하게 살펴보면, 상급조직이 지역사회에서 활동하는 지부 격의 조직에 어떠한 식으로 개입하는 지에 따라 갈라진다. 상급조직이 지부조직의 활동을 지원하는 것에 중점을 두거나 아니면 최소한 상급조직에서 설정한 의제를 지부조직에 강요하지 않는 경우는 성공한 사례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상급조직이 자체적으로 설정한 의제를 지역사회에 내려 보내는 경우에는 지역사회의 지부조직이 건강한 풀뿌리운동 조직으로 정착하는 데에 오히려 방해가 되곤 한다.

<초록상상>은 <여성환경연대>의 지부조직이라 볼 수는 없다. 하지만, 최소한 그 활동의 핵심인 장이 국장은 <여성환경연대>에서 중랑구에 파견한 활동가라는 정체성을 강하게 갖고 있다. 그러한 정체성 자체가 그리 문제될 것은 없지만, 장이 국장이 <여성환경연대> 내에서도 여러 활동의 부담을 안고 있다는 것은 지속가능한 <초록상상>의 풀뿌리적 발전에 있어 한 번쯤 생각해 볼만한 일이다.


장이 국장은 작년에도 <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의 한 운영위원으로부터 운영위원으로 추천하고자 한다는 제안을 받았다. 그 때는 거절을 했단다. 그 이유가 인상 깊어, 그 이유를 소개하는 것으로 글을 끝마치고자 한다.


“내가 작년에 이음에 결합하자는 제안을 받았지만 거부한 것은, 일단 남자들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에요.(하하) 두 번째는 모든 네트워크들이, 사무국 사람들이 사무실 있는 시간을 줄여서 생활인을 만나야 하는데, 연차가 높아질수록 회의가 많아지고 자기들끼리의 만남을 갖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자신들이 의식 못하겠지만, 자신들만의 리그를 만드는 것이죠. 그러면 위로가 될 수는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러한 만남들 속에서 삶의 희망을 만들지는 못합니다. 저는 이렇게 가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이음에 결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우리끼리 만나는 것보다는 생활인을 더 많이 만나야겠다고 생각한 거죠.”

Posted by '녹색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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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료는 2004 대전 여성환경포럼에서 서형원(전 초록정치연대 간사 , 현 과천시의원)님께서 발표하신 자료입니다. 여성환경연대에서 가져왔습니다.
참고하세요

 

[2004 대전 여성환경포럼]                                    

                                                            여성, 생태주의, 그리고 “대전초록정치”


                                                                                                서형원 초록정치연대(www.greens.or.kr) 간사



대전여성환경포럼 “여성생태주의와 녹색정치” 발표자료
2004년 9월 2일 오후 2시, 대전환경운동연합 환경교육센터



1. 글머리

․지난 5월 대전충남녹색연합 주최로 초록정치에 관한 모임을 가졌으니 저로서는 이번이 대전에서 갖는 두 번째 모임이 됩니다. 주제도 더 심화된 셈입니다. 초록정치의 주체와 가치지향 중에서도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여성생태주의’의 입장에서 초록정치를 다루게 되었으니까요. 그래서 가능한 한 오늘은 이곳 대전에서 누가, 무엇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하는 실질적인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초록정치연대는 2006년 지방선거를 겨냥하여 환경, 여성, 풀뿌리 등의 주체와 가치를 중심으로 새로운 정치를 펼칠 초록정당을 만들어가자는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활동하고 있는 모임입니다. 오늘 토론에 초록정치연대 활동가의 발표를 포함시키신 데에는 이 지역에서 새로운 정치를 열어갈 실질적 방도에 가까이 가보자 하는 의욕이 있으신 것 아닌가, 이런 짐작을 하게 됩니다.

․수구냉전정치는 접어두더라도, 자본주의적 합리성을 추구하는 보수정치와 평등과 자주를 핵심 가치로 추구하는 전통적인 진보정치를 넘어선 새로운 정치 대안으로 흔히 녹색당과 녹색정치 초록정치연대는 올 6월 10일 창립을 앞두고 창립회원들의 토론을 거쳐 녹색정치라는 익숙한 용어 대신 초록정치라는 다소 낯선 명칭을 채택하게 되었다. 창립회원들의 투표로 결정되었는데, 새로운 용어를 채택하게 된 배경을 꼽자면 다음과 같다. 녹색은 곧 환경가치라는 일부의 굳어진 관념 때문에 시민사회의 다양한 가치를 담을 수 있는 새로운 상징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있었고, 시민사회와 풀뿌리 생활인의 폭넓은 참여를 이끌어내지 못한 채 단명한 과거의 전철을 밟지 않는다는 생각도 깔려 있었다. 풀뿌리 운동과 생활인을 대안 정치의 주체로 삼는다는 취지에 초(草)록이라는 표현이 적절하다는 주장도 크게 제기되었다. 최근 풀빛을 의미하는 공식 용어가 녹색에서 초록으로 바뀌면서 생활 주변과 학교 교육에서 초록이라는 말이 대세를 이루고 있는 점도 참고가 되었다.
를 이야기합니다. 새로운 정치 대안이 요구된 배경은 여러 가지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만, 간단하게 말하자면 계급계층적 요구를 중심으로 하면서 국가 수준의 진보적 민주주의와 평등을 추구하는 근대적 사회운동에 더해, 생명, 평화, 풀뿌리민주주의, 지구적 책임, 여성주의, 다양성 등의 대안 가치를 추구하는 새로운 사회운동이 터져 나오면서 새로운 정치운동의 잠재력이 형성되어 왔다는 점, 민주주의의 문제가 계급, 계층 간의 문제에서 성간, 지역간, 세대간, 종간의 공평성이라는 문제로, 풀뿌리 생활공간의 문제로 심화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의 초록정치는 한국의 시민사회운동이 제시해온 대안 가치를 실현하려는 ‘정치적’ 노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초록정치는 국가 수준의 문제 해결로 충분치 못 하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으며 지역, 혹은 생활공간의 민주화와 초록화를 지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초록정치의 참된 주체는 지역 시민사회와 지역 생활인이며, 지역이야말로 초록정치의 참된 공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생각에서 저는 오늘 모임의 키워드를 ‘대전지역의 초록정치’, 즉 ‘대전초록정치’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를 풀어보고 싶습니다. 가능한 한 추상적인 담론은 줄이고 실제로 어떻게 할까, 어떤 상황을 예상할 수 있을까 등에 대해 토론하고 싶습니다.

․대전 인근으로 수도를 이전하게 되면 이곳에 수많은 시민사회단체들의 로비 사무실이 자리잡게 되겠지요. 국제 엔지오들의 사무소도 줄이어 들어서게 될 것입니다. 미국의 행정․정치 수도 워싱턴이 그렇듯이 말입니다. 초록정치와 관련해서도 대전은 전국적 리더십의 중요한 부분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 이러한 변화가 초래할 영향이 어떤 것일지 정확히 예견하긴 힘들지만, 대전 시민사회운동의 역량, 그리고 대전 초록정치의 전망에 대해 특별한 관심을 가질 이유는 분명히 있는 셈입니다. 오늘 본격적으로 이야기하긴 어렵겠지만, 대전에서 새로운 지역정치의 주체를 형성하고자 할 때 앞으로는 더 큰 맥락 속에서 대전의 위치 변화에 대해 좀 더 고민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2. 초록정치와 여성, 생태주의 이 장의 내용은 필자가 최근 작성한 두 개의 원고에서 따옵니다.


1) 한국 정치의 전망과 초록정치

지난 총선의 의미를 수구냉전 정치의 퇴조와 진보정치의 현실 정치 진입으로 요약한다는 전제에서, 그렇다면 한국정치의 미래는 어떻게 기획할 수 있을까? 우리 자신이 어떤 전망을 그리고 실천하느냐, 즉 어떤 기획을 갖느냐에 따라 미래의 모습은 크게 달라진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상상력 없이 미래를 만들어 갈 수는 없다. 한국정치의 미래에 대한 저마다의 상상과 사회적 토론을 통해, 우리는 그저 남이 걸어간 길의 하나를 선택하는 데 머물지 않고 우리의 처지가 실제로 요청하는 대안을 창조해갈 수 있을 것이다.
한국 정치는 어디로 갈 것인가? 간명하고 현실성 있는 세 가지 전망을 그릴 수 있다. 이하에서 진보는 초록 이전의 진보를 의미한다.
우선 미국형 정치구조이다. 진보정당이나 초록정당이 발붙일 자리가 없는, 신자유주의 일색의 양당 정치구조이다. 한 논객의 비유에 의하면 이것은 조선일보 대 중앙일보의 정치구도(맙소사!)이다. 미국 정치의 실패는, 오이시디 나라 중 최고로 열악한 사회안전망과 심각한 불평등, 미디어 정치에 기반한 우민화의 성공, 환경․외교정책에서의 일방주의, 패권주의 등으로 확인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 이런 정치구조가 자리잡는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각자의 상상에 맡긴다.
두 번째는 유럽대륙형 정치구조이다. 진보 대 보수의 양당 구조를 기본으로 하면서, 초록당을 비롯한 소수정치세력이 연립정부의 정책 변화를 이끄는 등 의미 있는 역할을 하는 정치구조이다. 그곳에서도 시장만능주의가 점점 득세하여 사람들이 먹고살기 힘들어진다고 하지만, 상대적으로 매우 단단한 사회안전망, 활력 있는 시민사회, 재생가능에너지의 확대와 탈핵발전 프로그램 추진에 기초한 에너지 전환 등 생태적 고려의 증대 등등 ― 유럽대륙의 정치구조가 한결 나은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우리 정치의 현실을 떠올리면 이런 정치구조를 부러워하지 않기도 어렵다. 그러나 지구화되고 있는 세계와 파편화하고 있는 우리 삶에 관한 대안이 과연 그곳에서 제시되고 있는지 질문하면, 긍정적인 대답을 하기가 어렵다.
유럽 진보정치는 시장의 야만을 길들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지만, 대안을 넓혀가거나 현실로 만들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것은 어찌 보면 한발도 앞으로는 나아가지 못하는 시치푸스의 노력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이런 노력 덕에 유럽 사람들은 시장의 폭력에 덜 노출되어 있는 게 분명하지만, 그래서 조금이라도 나아지고 있는지 생각하면 회의적이고, 그저 우경화를 조금 늦추고 있을 뿐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더구나 유럽이 현재 누리고 있는 복지 수준과 과감한 생태정책은, 그네들이 다른 민족과 자연으로부터 빼앗은 부를 포함하여, 우리가 도달하기 어려울 물적 축적과 기술 우위에 근거하고 있다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한다. 어느 나라든 미개발 전통사회에서 미국식 대량생산 대량소비 사회로 나아가는 법이라는 로스토우 식 단계론으로 대표되는 주류 개발논리로 따지면, 우리도 유럽식이든 미국식이든 대량생산 대량소비 사회로 넘어가는 게 순리고 정치도 그들의 길을 따라가면 그만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로 그것이 가능할지 바람직할지는 비판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오히려 필자는 한국 시민사회의 역동성에 힘입어 개구리뜀뛰기식 경로를 기획하고 추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더 나아 보이지만 대안이라고는 할 수 없는 아닌 그네들의 길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서 대안으로 뜀뛰기할 수 있는 가능성을 넓혀 가는 정치구조를 지향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이런 아이디어는 특이한 것이 아니고, 기후변화협약 등에서 개도국의 발전모델과 관련해 많이 논의되는 주제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 정치는 보수, 진보의 정치와 더불어, 대안의 길을 모색하는 초록정치를 포괄하는 새로운 정치구조를 지향할 필요가 있다. 보수 대 진보의 구도라는 것은 바람직한 듯 하지만, 한번 들어서면 빠져나오기 힘든 덫 같은 게 될 수도 있다.
필자는 우리 시민사회의 역동성을 뒷심으로 하여 한국 정치의 또 다른 전망을 모색하자고 제안한다. 거리에서, 사이버 공간에서, 지역사회에서, 정치에서, 놀이에서, 대안적 가치와 정책 의제 설정에서 역동성을 보여주고 있는 자발적 시민 역량과 시민사회운동의 역동성에 근거한 새로운 정치전망 말이다. 초록정치는 시민사회운동, 풀뿌리, 생활인 정치에 기반한 새로운 정치세력을, 장식품이 아닌 유력한 구성요소로 하는 보수-진보-초록의 세 발 위에 선 정치구조를 기획한다.
이러한 삼정립의 정치구조 위에 설 때 비로소 우리는 우리 앞에 닥친 중대한 선택을 놓고 벌어질 토론에 제대로 임할 수 있다. 하나의 선택은 삶과 자연을 희생하고 얻어지는 성장 드라이브의 길, 다른 하나의 선택은 분배를 통한 성장이라는 사회민주주의, 혹은 민주적 사회주의의 길, 마지막 하나는 생태적으로 지탱가능한 발전이라는 길이라는 선택이다.
어떤 사람들은 다른 나라의 경험을 마치 우리가 불가피하게 따라가게 될 경로인 양 받아들이곤 한다. 그런 선입관에 기초해서 흔히 세 번째 길은 실현가능성이 낮고 첫 번째 길은 실현가능성이 높으며, 두 번째 길은 첫 번째 길을 보완하거나 대체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과연 그런가?
성장 드라이브를 통해 유럽, 혹은 미국 수준의 경제적 지위를 따라잡는 것은 실현가능성이 그렇게 높은가? 필자는 이른바 초일류기업의 논리를 대변하는 사람들로부터도 이와 관련해 낙관적인 답을 하는 사람들을 거의 보지 못했다. 그들의 주장은 이를 악물고 경쟁하여야 그나마 선진국과의 격차가 더 벌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저 경제적 격차를 ‘유지’하기 위해 그토록 삶을 희생하며 발버둥을 쳐야 하는가?
필자는 성장의 길을 통해 그들의 지위에 오르기 힘든 우리의 객관적 처지가 대안적 발전 전망의 모색을 불가피하게 만들고 있으며, 이런 불안정성이 시민사회를 역동하게 하고 있으며, 한국 초록정치의 가능성과 지평을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확장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물질적 성장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더 나은 삶을 누리는 대안의 기획은 우리 사회의 불가피한 요청이다. 성장과 분배를 시계추처럼 오가는 정치구조로는, 더 정확히 말해 성장의 폐해를 때때로 분배를 통해 보완하는 정치구조로는 이와 같은 요청에 응답할 수 없다.

2) 초록정치의 필요성, 원리, 가치, 전망

대안적 진보를 이끌 초록정치의 여러 면모를 살펴볼 차례다. 아래는 필자 개인의 생각보다 초록정치연대의 창립과정에서 얻어진 내용을 반영하고 있다. 자세한 내용은 초록정치연대 홈페이지 자료실에 게시된 창립자료집을 참고할 수 있다.

초록정치는 있으면 좋은 어떤 것이 아니라 우리가 발 딛은 현실과 각자의 삶이 요청하고 있는 절박한 대안이다. 지난 수십 년 간 우리 사회를 이끌어 온 것이 성장과 개발의 신화였고, 군사정권과 개발독재를 벗어나 시장의 논리, 경쟁의 논리가 위세를 얻고 있는 지금도 이러한 신화는 전혀 흔들리지 않고 있다. 흔들리고 뿌리뽑힐 위험에 빠진 것은 도리어 우리 자신이다.
상상도 못했을 성장을 이뤘으면서도 일자리는 더 불안정해지고 채무에 몰린 사람들은 벼랑 끝에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으며 가장 먼저 희생되는 것은 다름 아닌 여성과 아이들이다. 서울로 대도시로 모든 자원과 권한이 집중되면서 생활의 터전인 지역은 활력과 고유성을 잃었고, 그나마 지역주민들의 생계를 보장해주던 갯벌과 바다와 들판과 숲은 사라지거나 생산력을 잃어가고 있다.
대신 우리가 얻은 것은 생태적으로 지탱불가능한 경제체계와 생활방식이다. 균형을 잃은 지구 생태계에 대한 우리의 채무는 눈덩이처럼 커져 더 이상 책임을 모면할 수 없게 되었고, 경쟁하여 이기는 것이 능사라는 논리는 평화의 전망을 어둡게 하고 가혹한 불평등과 빈곤의 상처를 덧나게 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임시방편의 처방이 아니라 참된 대안이다. 덜 성장하고 덜 빠르고 덜 집중하고 덜 소비하더라도 이웃과 후손과 자연의 안전과 공존을 보장할 수 있는, 새로운 가치와 전망을 일으켜 세우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초록정치는 그동안 정치가 외면했던 새로운 전망과 가치를 분명히 드러내고 현실로 만들겠다고 마음먹은 사람들에게 남아 있는 대안이며, 대안을 실현할 연대이다.

권력과 정치의 개념에 대한 철저한 성찰과 반성을 전제로 한다는 점이 초록정치의 큰 특징이다. 초록정치는 좋은 권력자가 되어 좋은 정책을 집행한다는 관념에서 벗어나려 한다. 초록정당은 권력을 행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풀뿌리로 분산하고 이양하기 위해 제도에 참여한다. ‘권력 획득을 목표로 하지 않으면서도 실제로 사회를 변화시키는 정당’이라는 초록정당의 원리가 이로부터 나온다. 그런 의미에서 초록정당은 운동당이며 반(反)정당의 정당이다.
또한 초록정치의 입장에서는 기초자치단체와 같은 생활공간의 자치운동 그 자체가 독립적인 초록정당(local/grassroots greens)이며 그 전국적 네트워크가 전국 정당(korea greens)이며, 그 지구적 연대가 지구 정당(global greens)이 된다. 풀뿌리 초록정당의 싹은 지역의 개발연합, 혹은 기득권연합에 저항하는 지역정치운동으로 이미 다양하게 돋아나고 있다. 지역에 따라 초록가치를 지향하는 지역정당 추진 움직임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여러 단체들이 지방자치 참여를 위해 연대하는 방식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대안적 조직 원리, 실천 원리를 구체화하기 위해 창조적인 시도가 펼쳐지고 있기도 하다. 초록정치연대의 경우 직업 정치인에 의한 정치독점을 방지하고 생활인의 활력과 상식에 기초한 대안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평회원 중심의 순번제 의결구조를 채택하고, 시민사회와 개방적으로 네트워킹하는 독립적인 회원모임들이 활동을 이끌기도 한다. 중앙기구를 최소화하고 권위적인 직제를 배제하기 위한 노력도 중요하다. 중앙 아래 광역과 기초 지역조직을 두는 피라미드형 정당이 아니라 지역적 정치운동의 수평적, 자발적 연대로 분권적인 전국 정당을 만들어 가는 것도 초록정치의 실현 원리다. 의결구조와 주요 직책에 양성의 평등한 참여를 제도화할 뿐 아니라, 동등한 참여를 가로막는 공식, 비공식 장애를 제거하려는 노력도 병행되어야 한다.

초록정치의 가치는 ‘가치의 연대’라는 원리로 다듬는다. 시민사회운동의 다양한 대안 가치를 포괄하기 위한 원리이다. 서열화된 체계를 갖춘 강령이라기보다 다양한 참여 주체들이 자기 처지에 맞게 유연하게 변용하고 알맞은 내용을 채울 수 있도록, 초록정치의 핵심 가치를 나타내는 키워드들을 간명하게 병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런 방식으로 표현된 초록정치의 가치는 여러 주체들이 서로 다른 가치에 초점을 두고 활동할 수 있도록 배려하면서도 지역사회 전체, 혹은 한국사회 전체의 변화를 이끄는 포괄적 가치지향을 손쉽게 공유하도록 해준다.
이런 원리를 염두에 두고 초록정치연대가 작성한 초록정치의 여덟 가지 가치를 짧게 소개한다. 아래 가치들은 앞으로 벌어질 사회적 토론을 위해 제안된 초안으로 이해하면 된다.

․생명 : 인류가 뭇 생명과의 관계에 의지해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면서, 생명을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되돌리고 죽임의 문화를 살림의 문화로 전환한다.
․평화 : 물리적, 제도적, 사회․문화적, 기술적 폭력의 제거, 억압적 통치장치의 해소를 위해 노력한다. 한반도 평화체제의 구축, 핵, 생물 및 화학무기의 금지와 군비축소, 근본 원인인 빈곤과 차별의 제거를 추구한다.
․풀뿌리 : 민주주의의 참된 실현은 풀뿌리 민주주의를 통해 가능하다. 정치적으로는 분권과 주민자치를, 경제적으로는 생태․문화적 여건을 현명하게 이용하는 분권적 지역경제를 창출한다.
․지구 : 환경, 평화, 빈곤 등 지구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인의 생활양식과 지역 및 국가 정책 등의 영역에서 지구적 책임을 짊어지며 지구적 공동 행동에 참여한다.
․나눔 : 생태적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원리다. 빈곤과 불평등의 해결, 복지의 증진은 성장의 가속화나 약자에 대한 시혜를 넘어 공평한 분배와 나눔을 통해 추구되어야 한다.
․미래 : 단기적인 경제이윤에 기초한 결정이 낳는 재난을 극복하고 지탱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예방 원칙을 준수하며 미래세대에 대한 책임을 진다.
․성평등 : 가부장적 질서를 대체하기 위해 성적 소수자를 포함한 성평등의 체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이를 위해 법, 제도는 물론 문화와 의식의 변화를 추구한다.
․다양성 : 문화, 생태 등 모든 영역의 다양성은 파괴로부터 우리를 보호하는 힘인 동시에 창조적 에너지의 원천이다. 획일화된 가치와 제도, 사회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한다.

초록정치의 실현 경로는 ‘풀뿌리의 연대로 지역의 변화를 이끌고 이를 통해 한국 사회의 변화를 이끈다’는 말로 요약할 수 있다.
풀뿌리의 연대라는 말은, 한 지역 공간에서 다양한 지역․풀뿌리 운동의 정치적 연대를 실현한다는 것과 동시에, 이들 지역적 정치참여운동의 전국적 연대를 추구한다는 것을 동시에 의미한다. 이를 위해 지역운동의 지방자치 참여 움직임을 체계적으로 뒷받침하고, 이들 사이의 토론을 촉진하고 공동의 가치지향을 확인하며 연대를 촉진하는 데 초점을 두어야 한다. 지역 생활인 운동의 주체가 대부분 여성이라는 점에서 지역 여성의 지방자치 참여를 활성화하고 지원하는 의식적인 노력이 요구되며, 필자는 이 과정에서 초록정치의 실현과 여성의 정치세력화가 합류할 것으로 전망한다.
초록 가치를 지향하는 지역운동이 2006년 지방선거에 광범위하게 참여할 것으로 파악되고 있으며, 이 때문에 2006년은 초록정치가 전국적 정치운동으로 자리잡는 중요한 계기이며 우리 사회의 정치적 대안으로 등장하느냐를 가르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전국적 정치운동이 대안적인 형태의 정당 결성을 추진할 것인가 비정당적 정치운동으로 남을 것인가 하는 논쟁이 시작되었는데, 필자는 정당화를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유용하다고 생각한다. 정당 정치가 자리잡아 가고 있는 현실에서, 여전히 엘리트 직업 정치인들과 기득권 세력에 장악된 정당이 정치를 독점하도록 내버려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정치적 의견그룹인 정당이 기성의 정당과 전혀 다른 모습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 초록정치가 실현할 수 있는 정치적 진보라고 생각한다. 또한 비정당적 정치운동으로는 정당 중심의 선거에서 성과를 얻기 힘들며, 전망과 대안을 가진 의미 있는 정치운동으로 자신을 알리는 것조차 쉽지 않다.
정당화를 추진하느냐 안 하느냐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여전히 지역별로, 소그룹별로 분산되어 있는 지방자치 참여 움직임들이 지역과 단체를 넘어 토론의 장을 마련하는 일이다. 이 일은 상당히 시급한 과제인데, 고립되고 분산된 정치 참여는 자칫하면 귀중한 시민사회 역량을 낭비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고, 실제로 의미 있는 연대를 형성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과 진통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방선거 참여를 통해 초록정치는 자신의 대안을 지역에서 실현할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행정의 감시자, 비판자로서 시민사회운동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할 수 있는 지방의원을 광범위하게 배출하는 것은 물론, 몇몇 지역에서는 기초자치단체장을 배출하여 지역운동 공동의 노력으로 초록의 지역적 모델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제대로 된 지역 모델 하나는 전국적, 지구적으로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초록정치가 한국 사회를 변화시킬 힘을 갖게 된다면, 그것은 다수의 국회의원을 배출해서가 아니라 더 나은 삶의 모습을 지역 모델을 통해 입증함으로서 가능해질 것이다.

기성정당에 기대지 않고 다음 지방자치선거에 참여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수많은 주체들, 풀뿌리 지방자치 참여를 지원하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는 여러 단체들, 이들이 조금씩 서로 다르면서도 공유하고 있는 초록의 가치들을 감안할 때 초록정치는 주장이나 담론이 아니라 이미 현실의 운동이다. 그러나 이러한 광범위한 운동을 연계하고 의미 있는 정치적 대안으로 만드는 일에는 한 발 앞선 결단과 집요한 노력도 필요하기 마련이다. 반면, 그러한 결단과 노력이 없을 때 불가피하게 벌어질 사회적 역량의 낭비와 후퇴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초록정치를 구상하고 실현하는 과정에서 다른 나라의 다양한 경험을 참고할 필요는 있겠지만, 무엇보다 우리 시민사회의 역동성과 삶의 구체성에서 한국 초록정치의 의미와 전망을 찾아내는 것이 절실하다. 유럽은 이랬고 미국은 저랬다는 논의도 필요는 하겠지만 자칫하면 우리 자신의 가능성을 제약하기도 쉽다. 지구촌 어디에선가는 대안다운 대안이 나타나야 하지 않겠는가? 우리 자신이 가진 역동적 잠재력에 눈 돌릴 것을 다시 한번 권하고 싶다.

3) 초록정치의 주체

정치에 의해 체계적으로 배제된 사람들, 정치를 그들의 일이 아닌 우리의 일로 이야기하는 것을 혐오하던 사람들이 바로 초록정치의 주체다. 개발독재의 정치, 가부장주의 정치, 반생명적 정치에 몸담을 수 없었던 사람들이다.
대안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우리 사회 곳곳에서 실천해온 사람들과 더불어, 자신의 고유성과 자치능력을 박탈당하며 정치적 동원의 대상으로 여겨지던 ‘지역’, 생활 현장의 주인이면서도 거래관계로 얽힌 지역정치에서 배제되었던 ‘여성’, 낡은 권위주의 정치에 대해 탈정치적 태도로 반응하고 있는 ‘청년’, 다수의 논리가 폭력적으로 관철되는 사회에서 최소한의 시민권조차 보장받지 못했던 ‘사회적 소수와 약자’, 그리고 지금까지 어떤 정치에 의해서도 보호받지 못한 ‘미래세대와 자연환경’ ― 정치로부터 가장 멀리 있는 이들이야말로 대안 정치의 주체이다.

․환경․생명운동
․여성운동
․지역․풀뿌리 운동
- 이들 운동은 스스로의 가치를 정치적으로 실현하려는 강한 지향을 갖고 있으며 새로운 차원의 운동에 나설 전국적인 역량을 형성하고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이들 운동이 초록정치가 추구하는 다양한 가치를 일관성 있게 엮어주고 흔들림 없이 실천하도록 할 기반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다. 가부장주의, 성장주의, 중앙집권을 극복하겠다는 태도는 평화와 인권, 통일, 문화, 경제운영, 정치원리 등 다양한 정책 영역에도 깊이 있고 일관된 시각과 방향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다른 삶을 갈망하는 사람들

4) 여성․여성운동․여성주의의 역할

여성운동은 운동 과제의 제도화라는 면에서 가장 성공적인 운동으로 꼽히며 기성 정당을 활용하여 여성의 정치적 진출을 확대해 오기도 했다. 지방선거에서 일정한 성과를 거두기도 했으며 올해 총선에서는 비례대표 국회의원의 수가 확대되고 그 절반이 여성에게 할당될 것으로 예상되어 중앙정치의 극심한 남성 편중도 다소 개선될 것으로 예견된다. 여성운동은 성평등의 제도화와 끼어들기를 통한 정치진출을 추진하면서도 여성의 시각으로 정치의 틀 자체를 바꾸는 “새판짜기”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이미 2002년 지방선거에서 한국여성민우회는 기성정당의 힘을 빌지 않고 독자적으로 여성지방의원을 배출한 바 있다. 여성의 권익 향상과 여성정책의 개선을 넘어서는 전략이라는 점에서, “새판짜기”는 여성의 시각으로 정치와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한 포괄적 실천이며 따라서 대안정치의 가장 중요한 주체인 여성정치세력을 형성하는 것일 수밖에 없다. “새판짜기”란 초록정치의 다양한 가치를 실현할 가장 중요한 주체를 형성하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다소 긴 다음의 인용문이 이러한 시각을 잘 대변한다.

“남성 중심적 정치의 모순…의 극복은 여성들이 단순히 기존의 정치에 끼어드는 것만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정치의 틀을 바꾸는 것을 통해서만이 가능한 것이다. 이것이 바로 여성이 정치를 해야 하는 궁극적인 목적이라고 할 수 있다. … 틀 바꾸기를 전제하지 않는 여성의 정치는 기존의 남성 중심적 정치와 다를 것이 없(다). … 이처럼 페미니즘의 정치학은 … 특히 한국에서 직업 정치인들이 독점해 온 정치를 생활자 각자의 일상적 삶으로 되돌리는 것, 가부장적 권위주의와 권력 정치에 의거한 엘리트 정치를 여성을 위시한 사회적 약자들이 주체가 되는 정치로 만드는 것, 중앙 집권적 정치에 압도되어 온 지역 정치를 살려내는 것과 같은 새로운 정치를 말한다. … 녹색의 관점에서 추구하는 정치가 특별히 페미니즘의 정치학과 친화적일 수 있는 근거는 어디에 있는가? 그것은 녹색 정치와 페미니즘의 정치가 다 같이 국가주의․자본주의․인종 차별주의․성 차별주의와 같은 기존의 지배 구조와 지배 문화로부터의 해방을 추구하는 저항적 성격이 매우 강하다고 볼 수 있는데, 그러한 해방의 정치는 여성들이 적극적인 정치적 주체로 나서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는 점에 있다. 즉 남성적 삶과는 다른 조건과 관점에서 체험되는 여성적 삶을 정치화하고, … 여성적 가치를 재발견․재평가하기 위해서는 여성들 스스로가 이를 위한 새로운 정치 주체로 나서야 하는데, 이는 또한 녹색 정치의 필요 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이영자, 1999, “새로운 정치 지평으로서 페미니즘의 정치학”, 계간 ꡔ환경과생명ꡕ 22호


이영자 교수의 지적처럼 여성운동과 여성주의는 그 이념과 가치지향에서 초록정치의 소중한 자양분을 제공하고 있다. 예를 들자면, 필자의 섣부른 생각으로, 여성주의의 평등 개념은 정치경제적, 민족(인종)적, 지역적 평등에 국한되었던 개념을, 생활정치적 평등으로 심화시키고 있으며, 특히 에코페미니즘의 평등 개념은 성장․개발론의 따라잡기 식 평등, 가부장주의를 근본적으로 극복하지 못하는 평등 개념을 넘어, 나눔과 생명존중, 공존에 입각한 평등을 제시하고 있다. 여성의 시각과 경험은 과거 정치이념이 도달하지 못한 급진적인 민주주의의 지평을 열어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여성이 초록정치의 주체로 부각되는 가장 중요한 현실적인 이유는 여성이야말로 풀뿌리 생활정치의 주체라는 것이다. 어느 지역을 살펴보더라도 풀뿌리의 중요한 문제인 교육, 육아, 환경, 먹을거리, 복지 등의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참여하는 주체는 여성들, 특히 주부들이다. 더구나 앞서 지적했듯, 여성운동은 지역에서 꾸준하게 의정감시, 예산분석, 정책제안 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이는 여성의 지방자치 참여가 중앙정치의 민주화를 넘어서는 풀뿌리 기반의 새로운 정치를 열 가능성을 갖고 있다고 믿는 근거가 되고 있다.
필자와 같이 활동하는 사람들은 초록정치는 여성이 참여하는 정치가 아니라 그 자체로 여성의 정치, 혹은 여성성의 정치라고 믿고 있다. 그 아무리 번듯한 이념과 정책을 갖추어도 대다수 여성의 삶의 조건에서 발생하는 생활적인 문제의식을 담아내지 못하면 표피적인 윤택함과 평등을 넘어서기 힘들다고 믿기 때문이다. 필자의 이와 같은 생각은 현장 환경운동에서 아주머니들의 역할, 생활 환경이슈에서 여성들의 태도,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주부들의 참여, 진보적인 남성과 여성 지방의원들의 활동 사례 등을 관찰하면서 더욱 굳어지고 있다.



3. 전국 차원의 전망 ― 2006년 지방선거를 염두에 두고

․초록정치는 내용과 형식만이 아니라 그 과정도 초록이어야 한다. 좋은 정책을 가진 훌륭한 인사들이 중앙정치와 대결하여 국회의 일각을 차지하는 통상적인 정치세력화 과정과는 다른 과정을 겪는다. 초록정치는 국가 단위의 조직보다 지역/풀뿌리 정치운동이 정치적 실체, 말하자면 지역정당이 되고, 이들의 수평적 연대, 혹은 네트워크가 위계적인 전국 정당을 대신한다. 한국 초록정치를 실현할 이정표도 이와 같은 원리에 입각하여 그릴 수 있다.

․이제 2년이 채 남지 않은 2006년 지방선거가 한국 초록정치의 첫 시험대가 될 것이다. 그 배경은 다음과 같다.

․2002년 지방선거에서는 한국여성민우회와 환경운동연합, 그리고 몇몇 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이 독자적인 후보를 낸 바 있다. 그 전에도 지방자치 참여 시도는 많았지만 2002년에는 기성정당을 통해서가 아니라 독자 후보로 참여했다는 점(민우회의 경우), 주로 외부 인사를 추천하던 방식에서 내부의 활동가를 진출시켰다는 점(환경연합의 경우)에서 진일보했다고 할 수 있다.

․2002년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지방의원들의 일부는 새로운 정치적 대안을 모색하는 데 중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으며, 현재 아홉 명의 수도권 기초의원이 초록정치연대 의원단에 참여하고 있다.

․2006년 지방선거에 독자 후보를 내겠다는 움직임은 거의 일반적이라고 할 정도로 광범위하다. 서울의 경우, 각 구나 권역에서 가장 활동력 있는 시민사회단체들 ‘모두’가 지방선거에 직접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도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전국적으로도 필자가 만남을 가진 거의 모든 지역에서 지역정치의 변화를 일으키기 위해 직접 참여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전국 규모 단체들의 참여 폭도 훨씬 커질 것이 분명하다.

․광역 차원의 지역운동이 거의 없었던 서울에서는 이명박 시장의 활약(?)을 계기로 지역의 대안적 정치주체 발굴까지 의제에 올린 시민사회 연대기구가 결성되는 중에 있고, 지방자치 참여를 염두에 둔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이미 지방선거 참여를 경험한 지역은 과거에 비해 진일보한 고민을 하고 있다. 선거가 닥쳐서 조급하게 참여하지 않기 위해 착실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느끼는 것은 물론, 개별 단체나 부문(환경, 여성 등)의 당선자를 내었을 때 겪은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지역정치에 참여할 독립적인 주체가 필요하다는 인식도 확대되고 있다. 한 단체의 활동은 한 분야에 초점을 맞추지만 당선자는 지역의 모든 문제에 책임 있게 응해야 된다는, 서로의 처지가 다름으로서 빚어지는 문제들을 극복하기 위해 시민사회의 입장에서 지역정치에 참여할 새로운 주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올해 5월 19일 개최된 시민자치정책센터 주최 토론회 “2002년부터 현재까지 지역운동단체의 지방정치 참여 중간 평가 그리고 2006년...”에서 지금까지 지방자치 참여를 평가하면서 ‘지역정치참여네트워크’의 필요성이 본격적으로 제기되었고 그 이후 여러 자리에서 이러한 논의가 확산되어 왔다. (하승수, ‘지역정치 참여의 모델 정립을 위한 몇가지 생각’)
또한 지역적 정치주체는 특정 부문의 가치를 대변하기보다 (지역) 시민사회의 포괄적 대안 가치를 감당하게 되고, 지역의 다른 정치주체와 구별된 정책대안과 가치를 지향한다는 면에서 ‘초록’의 정치주체여야 한다.

․2006년 지방선거를 앞둔 지역 시민사회의 고민은 결국 단체와 개인을 넘어서는 <지역적 초록정치주체> 형성으로 집약되고 있다.

․이를 두고 시민사회의 지방자치 참여 양상이 ‘부문에서 지역으로’ 전환된다고 지적하기도 한다.(우석훈 박사) 부문 시민운동의 참여에서 지역 정치주체의 참여로 전환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해당 지역에서 지방자치 참여의 협력 틀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 고민하는 일을 더 미룰 수가 없다.

․안타까운 것은 상당수의 지역에서 지방자치 참여와 관련한 논의가, 소그룹, 친밀집단, 단체 내에서만 비공식적으로 논의되고 있다는 점이다. 좁은 지역사회에서 정치참여 이야기를 꺼내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기초의원 한 사람을 만들어내는 일도 온힘을 다하지 않으면 상처만 안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지금 같은 상황이 계속되면 준비 없는 졸속 참여가 예상되며, 전국적으로 졸속적인 지방자치 참여가 이뤄진다면 시민사회가 가진 잠재력을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훼손할 수도 있다.

․지방자치 참여의 방향을 모색하는 공론의 장이 필요하다. 지역 사이의 토론과 네트워킹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지역별로 지방자치 참여를 겨냥하는 포럼 등이 생겨나고 있는데, 불분명한 가치지향을 가진 채 참여하여 기성정당에 흡수된 과거의 참여 방식을 극복해야 한다는 요청도 높아지고 있다. 지역의 기득권 정치집단, 개발연합/성장연합과 구별되는 것은 물론, 자치, 분권, 개혁이라는 구호를 넘어서는 적극적인 자기표현이 있어야 한다. 물론 이것은 초록정치의 전제조건이다.

․지방자치 참여 준비는 다양한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어떤 지역은 풍부한 경험을 가진 선배 활동가들이 단체를 넘어서 지역적 정치주체를 준비하고 있고, 어떤 지역은 시민사회단체 출신의 지방의원들이 주축이 되어 직접적으로 후보 발굴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 어떤 지역은 주민활동가들이 주축이 되어 단체를 넘어서는 풀뿌리 활동과 예산 감시 등의 활동을 펼치면서 새로운 주체를 만들고 있기도 하다. 광역 수준에서 논의가 진행되는 지역도 있고 기초 수준에서 준비하는 지역도 있다. 어떤 방식으로 지역적 정치주체를 만들 것인지는 정답이 있을 수 없고 지역의 조건에 따라 효과적인 방법을 찾을 수밖에 없다.

․초록정치연대는 창립 과정에서 환경, 여성, 평화, 풀뿌리지역운동지원 등등, 우리 시민사회운동에 포함된 대부분의 흐름, 그 중 상당수의 단체에서 짧지 않은 경험을 쌓은 사람들이 회원으로 참여하게 되어 부문 면에서는 모든 부문을 포괄하는 정치운동조직이 되었고, 모임의 운영에 직장인, 주부, 학생 등 생활인 회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기풍을 만들어가고 있다.

․초록정치연대는 주로 서울과 경기 지역에서 초록정치운동을 구체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필자는 2005년 중반까지는 서울, 경기 각각에 초록지역정당의 꼴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올해 내에 2006년 지방선거 참여 방향을 모색하는 시민사회의 전국적 토론모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초록정당은 초록정치연대 같은 조직이 산하 지역조직을 만들어가는 방식을 택하지 않는다. 초록정치연대는 여러 지역의 초록정치운동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되, 수도권에 든든한 초록지역정당을 만드는 일에 전념할 것이다. 대전을 비롯한 각 지역에서 2006년 지방자치를 준비하며 형성될 정치주체들이 토론을 통해 서로의 공감대(초록정치의 가치 지향 등)를 확인하고 전국적인 정치운동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역 시민사회의 정치참여와 초록정치를 실현을 뒷받침하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노력도 본격화 하고 있다. 초록정치연대의 풀뿌리정책지원단은 지방자치 교육 프로그램 개설, 지역운동의 지방자치 참여를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전문적 네트워크 형성 등을 위해 노력하고 있고, 정책위원회는 정책개발을 목표로 하는 부설 연구소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대화문화아카데미는 녹색정치의 1세대 활동가를 양성한다는 목표로 교육과정을 기획하고 있으며, 그밖에 여러 단체와 전문가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지방자치 참여를 지원하는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4. 대전초록정치를 위하여

․대전 지역정치의 변화가 필요하며, 이러한 변화를 이끌 새로운 정치주체가 필요한가? 정당과 까다로운 가치지향(생태주의나 여성주의 등) 따위는 접어두고 좋은 사람을 진출시키는 것으로 충분한가?

․초기 주체의 문제
        - 특정 단체나 개인이 주도하는 방식보다는, 여성생태주의 등 초록 가치에 관한 공감대를 가진 인적 네트워크가 초기 주체 형성 역할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예를 들어 필자는 민우회나 환경연합처럼 지방선거 참여 경험이 있는 전국 단체들이 지방선거를 염두에 두고 지금 해야 할 일은 전국적인 프로그램이 아니고 각 지역에서 지방선거에 참여할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데 기여하는 일, 다양한 참여주체들 사이의 신뢰와 공감대를 형성해가는 것이라고 조언하고 있다.
        - 지역 생활정치를 감당할 여성들이 먼저 나선다면 더욱 바람직하고, 새로운 정치의 가치를 충분히 이해하는 활동가들이 주축이 된다면 최상이라고 생각한다.
        - 지역시민사회의 폭넓은 지지와 참여, 생활인들의 참여를 어떻게 이끌어낼 것인가?
        - 이를 테면 ‘대전초록정치연대’ 같은 것을 구체적으로 기획해야 하지 않을까?


․지역에서 마련할 수 없는 것이 있다면?
        - 지역 차원의 활동이 본격적으로 추진된다면, 정책, 교육, 행정․예산 관련 활동, 실제 지방선거 준비 등과 관련한 경험과 지식을 지원하는 움직임도 한결 빨라질 것이다.
        - 지원하고자 하는 사람들도 있고 실제 준비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지금은 서로 연결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대전, 혹은 대전 내 어떤 지역의 대안적인 비전과 정책을 보여주는 지방자치 참여일 것인가?
        - 여성주의나 생태주의라는 가치지향이 구체적인 지역 전망과 정책을 대신할 수 없다.
        - 지역 시민사회와 시민들이 지역의 새로운 전망을 마련하는 과정이 선거 참여에 선행되는 것이 바람직. 지역적 정치주체는 이와 같은 노력이 이끌기 위해 필요하다.
        -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소요되는 일이므로 지금 시작한다고 해도 충분하다고 할 수 없다.

Posted by '녹색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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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료는 2004년 7월 7일 여성환경연대에 올려져 있는 자료입니다.
참고하세요..

WANG Yongchen (왕용첸)


요약

1. 여성의 지구에 대한 사랑
자연과 생물종 다양성에서 관련한 것에서부터 시작하여 마지막 생태적 하천을 보호.

2. 강변에 거주하는 사람들과 관련한 것에서부터 시작하여, 여성의 생활환경에 대해 요구.
생물다양성과 문화적 다양성 간의 상호적 관계를 인식함으로써, 원주민의 삶의 방식 및 전통적 문화뿐만 아니라, 그들이 의존하고 있는 자연환경을 보호.

3. 중국의 반댐건설운동에서 보이는 여성의 끈기와 지속적 노력에서 분명히 보듯, 정부의 환경에 대한 인식을 촉진하고 공공의 이익을 유지하는 데 있어 환경영향평가에 관한 법률이 권위를 가지도록 하기 위해 어떤 식으로 여성들이 대중매체와 비정부단체를 활용하는지를 알 수 있다.


사례연구1
두지안관(Duijiangyan) 댐보호운동의 이면에는 무엇이 :

일반주민이 어떤 식으로 건설에 관한 결정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가?

2003년, 시츄엔 두지안관(Sichuan Dujiangyan) 정부는, 세계 문화 유적지로부터 불과 350미터 떨어진 두지안관 댐 근처에 양리우후 댐을 건설할 계획을 세웠다. 지원을 얻어내기 위하여, 두지안관 정부는 각 학계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조사팀을 4월 말에 결성하였다. 그러나 조사 후 다양한 의견이 표출되었다. 양리우후 댐 건설에 강하게 반대하는 목소리가 전문가 및 지방관리들로부터 들려왔다.

6월에, 10인 이상의 고고학자들이 두지안관 정부에 의해 소집되었다. 이들 과학자들의 승인으로 댐건설이 진행될 것이었다. 이 중대한 시점에, 중국 라디오(China Radio) 기자 왕용쳰과 중국 청년 일보(China Youth Daily) 기자 짱 케지아가 본 댐건설에 대해 보도하기 시작하였다. 짱 케지아가 양리우후 댐건설에 관한 상세한 보도를 구성하였고, 이는 7월 7일자 중국청년일보에 보도되었다. 이는 즉시 국민 및 대중매체에 반향을 일으켰다. 180개 이상의 국내 및 국제 매체들이 지속적으로 본 건설에 대해 보도하였으며, 이중 99.9%는 댐건설에 반대하였다. 용쳰씨는 말한다, “대중이 건설에 관한 결정과정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 경우는 중국 역사상 이번이 처음입니다.” 즉 댐건설에 반대하는데 있어 대중매체가 대중의 의식을 성공적으로 고양시켰다. 본 논쟁은 8월 말까지 지속되었고, 양리우후 댐 건설은 결국 시쳔 지방정부에 의해 거부되었다.


사례연구2
중국과 세계를 위해 자유롭게 흐르는 강, 누지앙(Nujiang)을 보존하자

쟁점

세계자연유산 (2003년 6월 유네스코에 의해 지정됨)의 하나를 조성하고 있는 세계의 큰 강-세 개의 평행한 강(the Three Parallel Rivers) - 중 하나인 누지앙 (살윈강으로도 알려져있다)은 세계 유명한 많은 협곡들을 능가하는 가파르고 거대한 협곡으로 유명하다. 국경을 가로지르는 이 강은 Quinghai지역의 당굴라 산맥의 남쪽에서 발원하여 티벳 및 유난 지역을 통과하여 버어마의 아다만해로 흘러나간다. 그러나, 이 독특하고 아름다운 강은 세계에 그리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지구상에서 가장 가파른 지역으로서, 이 누지앙 계곡은 여전히 원시 그대로의 생태계를 유지하고 있다. 아직 대규모 건설이 침투하지 않았다. 그러나 불행히도, 이 모든 것들은 곧 과거의 기억이 되어버릴 것이다. 중국전력공사 하의 북중국 전력회사(The North China Power Company)는 13단 발전소를 강을 따라 건설함으로써 대규모 수력발전시설을 건설할 계획에 있다. 본 계획은 2천1백만 킬로와트의 전력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연간 1000억 킬로와트 이상의 전기를 생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각 학계의 몇몇 저명한 중국의 과학자들 및 자원보호론자 (conservationist)들은 지난 몇 달간(2003년 9월에서11월) 베이징 및 근밍에서 열렸던 몇 개의 심포지움에서 하나같이 이 프로젝트에 강하게 반대하여왔다. 이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경제개발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는 여러 대안들을 제압하였다. 프로젝트에 대한 많은 반대 의견들 중, 이 프로젝트의 부정적 영향에 대한 주된 논의는 다음의 세 가지 측면에서 이루어진다:

• 누지앙 계곡을 따라 분포하는 생물다양성에 끼치는 돌이킬 수 없는 영향;
• 환경영향평가(Environment Impact Assessment (EIA))의 과정이 적법성이 부족하며 철저함 및 투명성이 결여;
• 지역경제 발전이라는 명목 하에 고통 받아야 하는 지역 주민들을 위한 사회경제학 및 공정성의 쟁점, 그리고 그에 상응하는 조치들에 대한 적절한 고려가 부족.

One of the Last Two Eco-rivers Will Be Gone!
(마지막 남은 두 개의 생태의 보고 중 하나가 사라진다!)

중국은 지금까지 세계에서 가장 많은 댐을 건설한 나라이다. 1949년에서 1990년까지, 86,000개 이상의 댐이 건설되었고, 이중 22,000개는, 세계 댐 위원회에 따르면 세계 대규모 댐의 45%를 구성하고 있다. 따라서, 오로지 두개의 대하만이 댐의 방해를 받지 않고 흐르고 있다: 양룽 장보 Yalung Zangbo (혹은 ‘브라하마프트라(Brahamaputra)’로 이름. 티벳에서 시작하여 인도로 흐른다)와 누지앙. 누지앙 계곡의 식물동물의 풍족함 및 특유성 때문에, 남서중국의 산맥 (Mountains of Southwest China)이라 불리는 생물다양성 위험지대 (Biodiversity Hotspot-멸종위기의 귀중한 생물들이 많이 서식하는 곳)의 한 중요 부분이다 (현재 세계에는 25개의 hotspot이 있다. www.biodiversityhotspots.org참조). 남서중국산맥은 세계 온난화지역에서 생물종다양성이 가장 풍부한 곳으로 생각된다. 이 지역의 수많은 식물 및 동물종은 이 지역을 세계급 생태계로 꼽히게 하였는데, 만약 댐건설이 승인된다면, 이는 아마 사라질지도 모르며, 혹은 심각하게 위협 받을 것이다.

북중국전력회사는 누지앙 강의 상류지역인 마지(Maji)에 큰 저수지를 건설할 계획에 있다. 이 저수지를 위해 300미터에 달하는 세계최고의 댐을 만들 것이라 공언한다. 이 저수지에 최대용량의 물이 차 오르면, 오랜 세월 자라온 원시 그대로의 숲의 상당 부분이(우리가 그 높이를 어림짐작으로 추산하여 보아도, 그 범위는 엄청난 것이다) 침수된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이 지역의 생물학적 자원과 생태계에 대한 어떠한 조사도 이루어지지 않았거니와, 환경적 영향에 대한 이해 역시 없음은 말할 것도 없다. 마지막으로 매우 중요한 것은, 누지앙 계곡은 진도6에서 8의 지진이 일어나기 쉬운 곳이다. 이처럼 지리적으로 불안정한 지역에 댐을 건설하는 것은 그 지역 및 하류의 지역공동체에 끔찍한 재앙을 불러들이는 것과 같다.

수력전기로부터 우리는 얼마만큼의 이익을 취할 수 있는가? 이는 진정 환경 보호적(Green)인가?

뼈아픈 과거로부터의 교훈에서, 대규모 수력발전소는 애초 계획할 때 주장되었던 것만큼 그렇게 생산적이지 않음이 증명되었다는 것에 대해 오늘날 세계는 점점 더 합의점에 다다르고 있다. 특히 지대한 환경적 사회적 영향을 습득한 뒤 그러한 경향이 더욱 두드러졌다. 댐 건설로 인한 환경손실 중 몇몇은 되돌릴 수 없으며, 사회적 영향은 인간생활의 다양한 측면에서 가시화되고 있으며 오래 지속되고 있다. 따라서 대다수 국가들은 가동중인 발전소의 설정 용량을 축소하여 왔으며, 심지어 운전을 중단시키고 기존 시설을 다시 해체시키기도 하였다. 중국에서는 현재 황하강의 샌멘샤(Sanmenxia) 댐을 제거하는 것에 관한 뜨거운 논쟁이 진행 중이다. 이 논쟁은 부분적으로는 이 댐의 허술한 구조로 인해 최근 발생한 상류에서의 홍수에 의해 촉발되었다. 장기적 관점에서 바라보았을 때, 대규모 댐은 세계 곳곳의 발전회사에 단기적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 준다기보다는 대체적으로 사회에 재앙을 가져올 것으로 증명되었다. 심지어 중국에서도, 인근의 농촌지역의 엄격한 경제적 의미에서의 빈곤을 줄이는 데에 기여한 수력발전 댐의 성공적 사례가 하나도 없다. 불행히도, 중국의 하천시스템에 관한 총체적 계획과 장기적 생태학적 관점의 부재로 인하여 수자원의 무분별한 개발이 이루어졌으며, 심지어 누지앙 강과 같은 생태학적으로 민감한 지역의 개발에까지 이른 것이다.

한 때, 수력발전이 환경친화적 에너지로 생각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수많은 발전에 관한 비교연구가 보여주듯, 화력발전이 생산방식을 공해방지규범(pollution control codes)에 부합하도록 하는 환경친화적 조치를 취하는 경우, 수력발전이 되려 생태계에 더욱 장기적 손상을 입힐 수 있다. 저수지에 의한 침수는 삼림, 초지, 야생(수중 및 육지)의 손실을 야기하며, 동시에 해당 생태계의 생태적 기능이 전체적으로 마비되며 이는 돌이킬 수 없다. 이는 더 나아가 생태적 퇴화를 가져올 수 있다. 이 사실은 댐 건설을 계획하기 전에 보통 예측되지 못한다. 물흐름의 변화는 불가피하게 수질오염에 더욱 노출되도록 한다. 결국 수질은 저하되고, 댐은 또한 하류지역의 농지의 염류화를 가중시킨다.

사람들은 한때 화력발전에 비교할 때 수력발전의 큰 장점 중 하나가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를 훨씬 덜 배출한다는 것이라 믿었다. 이는 잘못된 것임이 증명되었다. 브라질의 한 수력 프로젝트에 대해 연구한 결과, 삼림파괴 및 저수지에 침수되어 부패되는 식물들에 의해 유발되는 탄소총량이 화력발전에 의해 유발되는 총 이산화탄소의 양보다 훨씬 더 크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대규모 댐은 생태계 및 생물종다양성에 끼치는 긍정적 영향보다는 부정적인(종종 되돌릴 수 없는) 영향을 더 많이 가진다.

Environment Impact, Assessment of Arbitration? (환경영향, 중재의 평가?)

중국의 새로운 환경영향평가 법안이 2003년 9월1일부로 발효되었다. 당시, 대다수의 환경보호가들은 진정한 참여적 환경영향평가 및 결정과정에 있어서의 획기적 사건이라 생각하였다. 그러나, 누지앙의 경우에서 밝혀졌듯, 투명하고 강제적인 기제 및 대중의 참여를 위한 여지가 마련되지 않고서는 환경영향평가에 관한 법률은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다. 누지앙의 경우에서, 중국전력공사(National Power Company) 하의 검증된 평가기관에 의해 환경영향평가가 이루어졌다. 분명한 이해 대립의 경우: 선수가 게임의 심판처럼 행동하는 우스꽝스러운 게임. 누지앙 건은 환경영향평가법의 발포이래 최초의 대규모의 프로젝트이자 논쟁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대규모 댐건설에 반대하는 강력한 주장이 적절히 수용되고 있지 못한 상황에서, 이 법률이 참여적이고 투명한 결정 과정을 촉진시킬 수 없다면, 이 법은 민감한 자연환경지역인 서부의 여러 지역들에서 점점 융성하고 있는 개발프로젝트에 대해 책임을 질 것으로 기대되는 상황에서, 앞으로 생겨날 수백 수천의 개발계획에 대한 선례와 어떤 추세를 결정짓게 된다. 환경영향평가법은 무턱대고 이러한 개발계획들을 가능케하는 것이어서는 안될 것이다.

국가의 보고인 우리 강의 운명을 누가 결정하는가?

중국의 수력발전은 최근까지도 정부에 의해서만 주도되었다. 최근 수력발전에 대한 통제가 느슨해지면서 민간투자가 시작되었고 국영 발전회사들이 더 많은 자유를 가지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지난 몇 년간 국영수력발전회사들은 중국의 수자원 체계를 일련의 수력발전소들로 개발하기 위한 새로운 영역과 면허를 얻기 위해 경쟁했다. 자연 본래의 모습인 누지앙 강이 대서부개발전략 (Greater Western Development Strategies (Xi Bu Da Kai Fa))의 기치(지역경제를 개발하고 서부 지역의 생태계를 회복한다) 아래 수력을 향한 사악한 침략의 먹이로 전락하는 것은 오직 시간문제이다.

중앙정부 및 관련 과학자들은 오랫동안 경고하여 왔다. 서부개발정책이 서부 지역을 파괴하여서는 안된다고 주장하여 왔다. 1970년대로부터 벌목반대정책이 이행되었던 1998년까지, 대규모 벌채가 중국 서부 지역의 방대한 무성한 삼림지역을 파괴하였다. 또한 이는 1998년의 양쯔강의 어마어마한 범람의 주된 이유가 되는 것으로 사료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토지보존프로그램을 비롯, 벌목금지, 삼림복원이 지속적이고 바람직한 생태적 기여를 지역 경제와 환경에 제공하도록 보장하기 위하여 대단한 노력과 재정적 자원을 쏟아 부어 왔다. 그러나, 과열된 댐건설 경쟁은 생태학적 회복에 대한 요구와 상치되고 있으며, 생태계 파괴를 더욱 부추기는 파괴적 힘이 되어가고 있다.

이들 대규모 댐 건설 프로젝트는 환경을 파괴할 뿐만 아니라, 지역공동체에게 사회적으로 무책임하고 불공정한 처사를 행하는 것이다. 생태학자들과 지역 주민들 모두 댐 건설 기획단계에 충분히 개입되지 못하고 있다. 국가적 보고인 강들에 대한 핵심적 결정들이 소수의 수력 발전 회사들에 의해 비밀리에 이루어지고 있으며, 충분한 투명성과 대중에 의한 감시 없이, 공정한 환경 및 사회영향 평가 없이 자행되고 있다. 환경문제에 관한 중앙 당국은 노력하였으나 이익추구집단 앞에서는 맥없이 무너지고 만다.

과거로부터의 교훈, 지역 주민들의 목소리.

그러나 남은 일생에 영향을 줄 이 같은 프로젝트로부터 지역 주민들은 얼마나 많은 이익을 얻을 것인가? 과거를 돌이켜 보건데, 란캉강에서 일어났던 일은 누지앙 강의 경우와 같이 좋은 본보기가 된다. 또한, 세 개의 평행한 강 지역(Three Parallel River area)의 일부인 만완(Manwan) 수력발전소는 유난성(Yunnan Province)의 란캉강(메콩)의 중류에 위치해 있다. 이 수력발전소는 유난성에서 최초의 메가 킬로와트 수력 발전소였으며, 란캉강 주류 상의 최초의 대규모 발전소였다. 건설은 1986년도에 시작되었고, 댐 건설로 1987년 10월 강은 봉쇄되었다. 첫 번째 발전기는 1993년 6월 30일 첫 가동되었다. (누군가의 판단에 따르면) 중국의 5개의 전형적인 수력발전소 중 하나로서, 만완 프로젝트는 7,500명가량의 이주민에게 아마도 가장 낮은 보상금-일인당 3,000위안(미화 350달러) 이하-지불함으로써 최소의 투자액을 유지하였다. 국가 평균 20,000위안(미화 2,500달러)과 비교해보라. 그 재무부에 연간 1억 위안, 지역기금에 5천만 위안 이상을 공급하는 것 외에, 만완 프로젝트는 관련 4개 주에도 5천만 위안을 제공하며 해당 전력회사에 1천2백만 위안의 이익을 가져다 준다. 그러나, 지역주민의 생활환경 개선을 위해 돌아가는 것은 없다. 이주민들에 대한 보상은 필요 수준에 턱없이 모자란다. 전력회사는 가능한 최저 보상금으로 그들의 이익을 최대화 했다. 이주민들을 위한 발전 및 지원 기금은 일인당 일년에 단지 400 위안(미화 50달러 이하)에 불과하며, 이는 중앙 정부가 요구하는 최소량이다. 댐건설 이전에 전력회사는 농민들에게 밝은 미래를 약속했으나, 그 약속들 중 어느 것도 지켜진 것이 없다. 만완 지역 주민들의 삶은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오히려 더 피폐해졌다. 많은 이주민들은 결국 자원이 희소한 지역에 살게 되었다. 그들의 고향을 잃어버린 것이다. 그들이 이주하여 간 지역의 자원들, 예를 들면, 토지, 삼림, 목초, 어장, 그리고 수자원 등은 모두 전보다 못했다. 사람들은 취업의 기회도 잃었다. 비극적이게도, 그리고 기가 막히게도, 댐에서 불과 몇 걸음 거리에서 살고있는 주민들이 도시의 전기료보다 3배나 높은 전기료를 부담할 수 없어 희미한 촛불에 의지하고 있다는 소문이 있었다. 그 전력회사는 3에서 5%의 발전 전기를 목재를 태우는 것을 대신할 수 있도록 지역주민에게 제공할 것이라 약속했었다. 그러나 전송사업소를 건립하기 위한 어떠한 기금도 할당되지 않았다.

만완 프로젝트에 의해 삶이 상당히 바뀌어버린 지역주민과 관련하여, 배울 수 있는 많은 교훈들이 있다. 중심 쟁점은 지역주민이 의사결정과정에 참여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들의 목소리는 희미하게나마 전달은 되었으나, 프로젝트 완료 후 그들의 기본 생활권은 침해되었다. 누지앙 프로젝트에서도 이와 같은 참여의 부족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기획단계에서 지역주민과의 어떠한 사전 논의도 없었다.

행동을 취하라. 책임 있는 시민이 되라 그리고 책임 있는 국가가 돼라!

중국은 이미 최근 50년간 많은 삼림과 초원을 유실했다. 정부와 국민은 현재 삼림과 초원을 복원하기 위해 수십억 달러의 돈을 지불하고 있다. 우리는 역사에서 이미 충분히 교훈을 얻지 않았는가?

누지앙 강에 계획되고 있는 대규모 건설은 이 지역이 세계유산에 될 수 있게 한 평가 기준인, 강의 진수와 완전함을 망쳐버릴 것이다.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자연유산의 터, ‘세 개의 평행한 강’의 명예로운 지위는 위협 받을 것이다. 동시에 이 국제적인 하천에 댐을 건설하는 것은 불가피하게 바람직하지 않은 영향을 강 하류에 위치한 국가들에 끼칠 것이며, 결국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이미지를 부정적이 될 것이다. 책임 있는 국가로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당신이 단순히 한 사람의 시민이든, 혹은 환경단체의 운동가이든, 아니면 어떤 계층의 사람이든, 목소리를 내고, 누지앙 강을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십시오. 누안강이 중국과 세계를 자유롭게 흐르게 만듭시다!. 중국 혹은 동히말라야 지역이 조만간 자유로이 흐르는 하천을 잃게 된다는 그 사실을 참을 수 있습니까? 또한 결정의 중대한 시기에, 책임 있는 시민으로서 행동의 요구 그리고 행동의 결여를 가만히 보고 있을 수 있습니까? 한 사람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기에 부족하다고 생각하지 마십시오. 우리가 함께 소리를 낸다면 충분히 들려질 수 있습니다!

Posted by '녹색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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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료는 성공회대NGO자료관에서 가져 온 자료입니다.
참고하세요..



사회운동포럼 2007
'노동자운동과 페미니즘의 결합을 위하여'
1차 사전워크샵

"노동조합 내 페미니즘 실천의 현황과 과제"


발제; 노동조합 내 페미니즘 실천의 현황과 과제
(사회진보연대 여성위원장 호성희)

토론1; 노동조합 내 페미니즘 실천의 현황과 과제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민주노총 부위원장 김은주)

토론2; 공공노조의 여성위원회 활동을 고민하면서
(전국공공서비스노동조합 부위원장 현정희)

토론3;‘노동조합 내 페미니즘 실천의 현황과 과제 발제문’에 대한 단상
(노동자의 힘 여성활동가모임 유현경)

토론4; 서울본부 여성위원회 건설의 문제의식
(민주노총 서울본부 사무처장 박승희)

토론5; 여성노동권 확보를 위한 노조의 역할 - 증권노조 사례를 중심으로
(증권노동조합 교선실장 김은아)

Posted by '녹색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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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료는 2004년 대전 여성환경포럼에서 김연순 (전 동북여성민우회 대표)님께서 발표하신 자료입니다. 여성환경연대에서 가져왔습니다
참고하세요..


2004 대전 여성환경포럼]

                                                          여성은 지역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


                                                                               김연순(前 동북여성민우회 대표)




전제> 왜 하는가?

근대 이래 지배해온 양육강식, 적자생존의 논리는 ‘하나의 진리’라는 통일성을 추구함으로써 통제와 지배를 용이하게 하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근대적 방식은 각기 다른 영역, 자연과 인간, 남성과 여성, 이성과 감성, 정신과 물질, 주체와 객체가 서로 대립하고 갈등하는 것을 전제로 함으로써 인간에 의한 자연수탈을 가져왔으며 남성에 의한 여성 지배, ‘저급한’ 감성의 통제를 위한 이성을 대두시켰다. 그러나 전체화하고 중심화하고 절대화하는 것은 하나로의 획일화를 조장해왔고, 획일화는 사회적 인간관계에서 투쟁과 갈등을 불가피하게 만들어왔다. 전쟁, 기근, 증오, 빈부격차 등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이제 이성과 주체의 중심성을 해체하고 중심을 다양화하며 타자에 대한 인정을 통해 다양성을 추구함으로써 상대가 존재하고 다른 의견이 있음을 자각해야 하는 시점이다. 자기성찰과 ‘더불어 살기’에 대해 훈련하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오랫동안 한국사회에서 정치는 부정적 이미지로 존재해 왔다. 즉 정치란 권력의 획득이며 이를 위해서는 온갖 방법을 가리지 않기에 권모술수와 비리의 온상으로 여겨져왔다. 따라서 가능한 한 정치인을 멀리하고 정치판에 몸담아서도 가까이 해서도 안된다고 생각해 왔다. 정치는 정치꾼들이나 하는 것이고 시민들은 그저 방관자로 있다가 연일 터지는 부도덕한 일에 대해 비난하는 것이 일상이었다. 지금도 상당수가 ‘정치’를 거론하면 ‘여의도 정치’가 생각나고 자연스럽게도 정경유착이나 불법, 탈법 자금조성들을 떠올리게 된다.

그러나 한국사회는 최근들어 정치에서 새로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중앙의 정치 중심에서 벗어나 지역이 정치의 새로운 무대로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지역정치가 삶의 구체적 요구를 아젠다로 등장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삶의 현장이 정치의 이슈로 전면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대의명분을 위한 투쟁에 일사불란한 동참이 아니라 각자 자기자리에서 자기의 요구를 드러내는 것이 주목받고 있다. 각기 다른 생명체를 인정하고 다양성, ‘다름’에 대해 인지하고 받아들일 때, 비로소 공존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훌륭한 사회복지안전망의 체계를 갖춘 스웨덴의 자살율이 세계2위임을 생각해보면 국가 차원의 체계마련과 동시에 공동체 정신과 문화를 복원하는 것이 진정한 인간의 행복과 자율을 추구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

1. 주체가 누구인가?

시민사회 영역이 공동체 정신을 추구하되 개인의 영역을 배제한 것 일 수 없다.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의 명확한 구분이 아니라 공사영역의 넘나듦에 주시해야 하며, 오히려 사적영역에서 출발한 것이야말로 동기, 과정에서 진정한 자발성이 발현될 수 있다.
기술되지 않으면 역사가 아니듯이 기록되지 않으면 아무도 기억하거나 주시하지 않는다. 삶의 현장에서 활동하는 여성들의 활동이 주목받지 못해 왔지만 사실, 그동안 수많은 전업주부 여성들은 각기 자기자리에서, 갖고 있는 욕구을 실현하는 방식으로 지역운동을 벌여왔다.
일상의 생활과제는 다분히 삶을 영위하면서 우연히 발견되었으며, 활동은 자발적으로, 여러 형태로 이루어져왔다. 즉 여성, 학부모, 주부라는 여러 형태의 정체성을 가지고 동시다발적으로 활동함으로써 지역사회를 바꾸어 왔고, 이들이 활동한 장이 바로 삶의 정치 현장이다.
직장에 나갔다 저녁이면 거주지역으로 돌아오는 반일(半日)시민이 아닌, 지역에서 아침부터 밤까지 24시간을 거주하며 살면서 마주히는 온갖 종류의 사건들과 관심사들이 있다. 음식물쓰레기를 어떻게 버려야 할지, 적은 비용으로 질좋은 탁아가 가능한지, 수입농산물을 밥상에서 어떻게 몰아낼지, 다이옥신 배출하는 소각장 건설에 어떻게 대응할지, 수십년된 나무들 베어내고 골프연습장 들어서는 것에 대해 어떻게 할지 당장에 닥친 눈앞의 현실이다. 저렴한 가격으로 자신의 정신를 풍요롭게 교육하는 곳 찾기, 공교육에서 배제되고 사교육에서 다루지 않는 아이들의 ‘삶을 가꾸는 교육’ 찾기, 교통사고 빈번한 통학로에 대한 걱정과 해결책 모색 등은 대개 전일(全日)시민이라 할 수 있는 전업주부 여성들이 담당해왔다.
이들의 활동은 오랜기간 동안 임금이 지불되는 생산노동과는 달리 무보수 부불노동이었기에 우리 사회는 무직으로 여겨왔으며 스스로도 ‘특별히 하는 일 없는’ 것으로 말해져왔다. 가사노동과 육아가 무보수로 취급받는 것처럼 여성들이 주로 담당하는 지역을 지키고, 살기좋은 환경으로 바꿔내는 활동들마저도 시간여유 있는 사람들의 여가활용으로 여겨져 왔던 것이다.

2. 무엇을 할 것인가?

반일시민이 아닌 전일시민인 전업주부 여성들은 가사노동, 육아 이외에 지역사회의 문제 해결(소각장문제, 쓰레기정책에 대한 문제제기-재활용, 감량, 골프연습장 반대운동, 안전한 통학로 만들기, 안전한 급식체계만들기 등)의 일을 담당해왔다. 이들의 보살핌 노동은 경제적 가치는 물론, 제대로 된 사회적 인정에서도 미미했다. 그러나 ‘하면 표 안나고, 안하면 표나는 가사노동’과 같이 ‘동네만들기’의 활동들은 모두가 관심을 갖지 않을때 문제가 생기고 그 피해는 주민들, 특히 온종일을 동네에 거주하는 아이들, 여성들, 노인들에게 미친다.
학교운영위, 복지관 자원활동, 부녀회, 녹색어머니회, 주민자치위원회 등등 부불노동자의 활동이 없었다면 모두 사회복지 비용으로 지출되어야 마땅한 비용이다. 한국의 경제성장은 저임금의 노동자와 함께 무임금의 전업주부 시민노동자들로 인한 것임을 명확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한 지역사회 안에서 교육, 환경, 복지, 먹거리, 육아 같은 문제를 주체적으로 해결하되, 그것이 지역사회 문제를 넘어, 국가, 지구사회와 연결되어 있음을 인지하고 동시에 전 지구적으로 진행되는 세계화에 대응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WTO에 항의하는 집회에 참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회성 시위에 참여하는 것만큼 꾸준히 국내산 곡물, 유기농 쌀을 구매하는 것이 지속적으로 세계화에 대항하는 방식인 것이다.

비로소 자율적인 사회를 만드는데 기여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여성들의 진정한 empowerment가 가능하지 않을까?

3. 어떻게 할 것인가?

-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 지식인들끼리, 활동가들끼리 고민하는 것을 넘어 동네의 일반주민들을 만나야 한다. 그들을 ‘교육시키는 것’에서 그들이 말하는 것을 들어야 한다. 그들이 원하는 일들이 실제 일어날 수 있도록, 스스로 만들 수 있도록, 조력자의 역할을 해야 한다.  

- 의사소통훈련을 통해 운동의 방식에서 수평적 리더쉽과 파트너쉽을 발현해야 한다.  

- 운동이 지향하는 가치와 방식의 변화
  공정성, 투명성, 형평성 요구에서 삶의 의제로 확대
  동원하는 방식에서 참여의 방식으로(네티즌, 촛불집회, 삼보일배)

  ‘000를 위한 궐기대회’ ‘000는 물러가라’ ‘000를 위한 국민대회’
               ↓↓
  ‘반딧불이가 살아 있는 초안산’(초안산골프연습장 반대운동),
  ‘도룡뇽을 살려주세요’(천성산관통도로반대운동)
  피스몹 방식

- 단체 중심에서 지역을 중심으로 한 네트워크 방식으로

- 새로운 가치를 실현하는 방식으로(반세계화를 넘어 대안사회에 대한 꿈을 실현)

- 대안사회 실현을 위한 제도화 방식 채택(2006년 지방선거를 기점으로)


* 서울동북여성민우회 지역자치운동 사례

1. 지방의회 방청 및 의회진출 활동

- 바른의정을 위한 여성모임 구성 및 의회방청활동
93년 지역운영위원 워크샵에서 참다운 지방자치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주민참여가 필수라는 합의가 이루어진 후 [바른의정을 위한 여성모임](현재의 지역자치위원회)을 구성했다. 지방의회와 지방자치단체의 기능 및 역할에 대한 이해, 국내외 사례들을 통한 참여정치 실현과 여성의 정치참여에 대해 관심을 갖고 활동을 해왔다. 지방의원 간담회, 여성정책토론회와 의회방청을 통해 참여정치의 필요를 절실히 느꼈고 이를 기록한 방청보고서 <지역살림은 우리손으로>를 3년간 발간했다.

- 후보발굴과 선거참여
이와 같은 활동에서 더 나아가 적극적인 참여의 방법으로 여성, 복지, 환경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해 보자는 의지는 우리의 대리인으로 조합원을 의회에 내자는 결론에 이르렀다. 이에 95년 기초의회 선거에 3명의 회원이 출마했고 온갖 노력 끝에 모두 큰 표차로 당선되었으며 98년엔 기초 1인, 광역 1인의 의원을 당선시켰다. 2002년 선거를 맞아 지난해부터 지속적으로 후보를 발굴하려 노력했지만 정치에 대한 회의와 여성으로서 부여되는 제 역할, 가족의 동의로부터 자유롭지 못해 불가능했다. 그러던 중 환경운동연합과 공동후보로 1명의 회원을 선정하게 되었다. 많은 어려움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지역의 다른 시민단체(한살림, 참교육, 도봉시민회)들도 긍정적으로 받아주고 도움을 주었다. 지난 10년간 지역운동을 하며 쌓아온 신뢰가 큰 바탕이 되어 매우 무소속 시민후보라는 어려운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당선되었고 현재 도봉구의 유일한 여성의원으로 활동중이다.  

- 성과 및 과제
95년 기초의회 선거에는 오랫동안 야당이었던 한 당의 내천을 받아 출마했고, 98년 광역의회선거에는 기초의원으로 임무를 훌륭히 수행한 사람이 광역으로 출마하게 되었다. 당의 공천이 필수적이었으나 공천과정 뿐 아니라 선거과정에서도 당의 지원이 거의 없었기에 민우회가 전력을 다해 도왔고 당선되었다.
의원이 배출되자 방청하는데 자료를 쉽게 구할 수 있었고. 의회와 지자체 내부 사정을 파악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주민계도지 예산 삭감, 구금고 특위 같은 활동을 통해 의회 내에서 압력으로 작용하는 동시에 의회 밖의 주민들, 단체들에게 현황을 알리고 대응하는 일들이 활발히 벌어졌다. 위 사안에 대한 공청회, 토론회 등을 통해 제도권을 변화시키는데 큰 힘을 가져왔다.
그러나 단체는 배출한 의원들을 지속적으로 지원하거나 조언해 줄 만한 역량과 위치에 있지 않았고 의원들은 당의 소속이 우선일 수 밖에 없었다. 의회 내에 시급한 사안이 벌어지고 있어도 단체는 고유의 해야할 일들이 밀려있고, 정보와 역량 면에서도 의원들과 중요사안을 매번 논의하기 어려웠다. 시간이 지날수록 서로 무슨 일을 하는지조차 잘 모르게 되는 안타까운 일들이 벌어졌다.  
2002년 선거는 시민사회 역량의 성숙과 10년간의 지역운동을 바탕으로 처음으로 무소속 후보를 냈다. 어렵사리 당선된 유일한 여성의원은 지역운동의 경험이 없는 사람이었다. 초창기엔 지역운동을 바라보는 관점, 의원의 역할 등에 대한 시각의 차이, 단체와의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어 여러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그러나 서로 여러 시행착오를 거치며 상대에 대한 인정과 애정을 기반으로 인간관계가 형성되면서 자료의 협조나 예산분석, 조례안 발의 등의 활동들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후보를 내어 의원으로 당선시키는 것 이후에도 시민사회가 원하는 대안을 어떻게 의원을 통해 실현시킬 수 있는지를 함께 고민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것은 배출한 어느 한 단체,    배출된 한 의원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단체를 넘어 그 지역에 위치한 시민사회 내에 일정한 그룹이 형성되어야 가능하다. 또한 의회에도 한 사람이 아니라 여러사람이 의원으로 자리하고 있어야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활발한 의견개진과 대안들을 마련해 갈 수 있다.. 이를 통해 기존 제도권에 흡수되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새로운 가치와 대안세력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2. 주민자치센타 관련 활동

주민자치센터가 단순한 지역의 문화, 복지 수여 기능의 기관이 아니라 주민들 스스로 지역의 문제를 발굴하고 자치적으로 해결하는 구심체 역할을 하는 곳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는 취지로 이 활동을 시작했다.

- 조례안 검토, 제안서 제출
도봉구의 주민자치센터 조례안을 검토한 후 제안서를 제출하였으며 이를 심의하는 구의회 방청을 통해 우리의 요구안이 받아들여짐을 볼 수 있었다. 주로 주민자치위원의 선임문제와 관련해 15-25인으로 구성될 주민자치위원회 30% 이상이 지역의 살림을 책임지는 여성인력으로 구성될 것을 요구하는 등 주민자치위원의 구성에 동 자문기관 성격을 탈피할 것을 요구하였다.

- 주민자치센터 홍보. 욕구조사, 워크샵
주민자치센터홍보를 위한 음악회를 개최하였다. 동사무소의 기능전환에 관한 주민들의 인식이 결여된 채로, 주민의 적극적 참여가 전제로 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관주도로 주민자치센터의 설립이 추진되고 있었다. 따라서 주민들이 쉽게 모일 수 있는 장소에서 친근한 클래식음악회를 개최해 홍보판 전시. 전단 등을 통한 주민자치센터 개소 사실과 그의 역할, 시범실시 동들의 사례 등을 홍보하였다.    
  아울러 동사무소기능전환으로 이루고 싶은 주민자치센터 기능에 대한 주민욕구조사를 방학3동을 중심으로 실시하였다. 이는 주민의 욕구조사를 한다는 목적 외에 주민자체센터의 개소가 임박했음을 지역에 홍보함으로서 지역민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적극적 참여를 유도하려는 목적이었다. 설문조사 작업 후 도출된 결과는 방학3동에 주민자치위원으로 결합해 주민자치센터 사업계획을 세울 때 반영되었다. 이로서 이후 방학3동은 청소년 사업이나 주부를 위한 프로그램에 대한 욕구를 반영하기 위해 청소년 독서토론, 연극보기 등을 기획하였고, 자녀독서지도, 자연건강법 등의 주부대상 교육이 이루어졌다.
  위와 같은 일련의 준비작업을 거친 후 주민자치위원으로 구성된 도봉구내 15개동 주민자치위원과 관련공무원을 대상으로 워크샵을 개최했다. 각 동마다 구성된 주민자치위원회가 주민자치의 주최로서 활동할 수 있도록 센터운영에 필요한 교육을 실시했다. 주민자치위원과 담당공무원, 시민단체회원이 서로의 생각을 조율하고, 마을을 위한 비젼을 세워볼 수 있는 워크샵이었다.. 동북민우회의 이 워크샵은  민관이 함께 참여했던 교육으로 내용도 관주도의 형식적인 교육이 아닌 참석자가 직접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토론을 하고 바람직한 센터 운영에 대한 제안들이 도출되었던 성공적인 교육으로 평가받았다. 이 토론회의 결과를 가지고 도봉구청장 간담회를 진행했고, 주민자치센터 운영 자금문제, 자치위원의 선임시 동장의 독단우려, 담당공무원 및 위원에 대한 교육 등에 관한 문제들에 관해 의견을 교환했다.
1년 후 방학3동 주민자치위원으로 활동했던 위원을 대상으로 다시 한번 워크샵을 개최했다. 두번째 워크샵에서는 1년간 주민자치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어려웠던 점을 서로 토로하고 그 대안을 전문가의 조언을 통해 풀어보려 하였다. 특히 여러 지역운동 사례를 통해 주민자치사업에서 가능한 다양한 영역을 교육하였다. 이 워크샵을 통해 위원들의 변화된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마을의 문제점을 스스로 발견하고, 새로운 사업제안들이 이어졌다. 이를 통해 특수사업내용이 구상되었고 그 중 하나가 매달 열리고 있는 벼룩시장이다.

- 주민자치위원으로 결합
  동북여성민우회가 소재한 방학3동의 주민자치센터에 7명의 회원이 주민자치위원으로 결합하였다. 일반 회원뿐 아니라 활동가들도 결합해 주민자치센터의 활성화와 주민이 자치적으로 지역의 일을 고민하고 해결하는 바람직한 모델을 만들기 위한 활동을 벌여 왔다. 관주도로 매사를 처리하던 관변단체회원 중심으로 구성된 주민자치위원들과 호흡을 맞추면서 일을 하는 것은 어려움도 많았다. 그러나 단체의 성격을 주장하지 않으며 그동안 쌓아왔던 교육, 문화활동의 역량을 지역에 확산하려 노력하고 있다. 민우회의 각별한 애정과 노력으로 주민자치위원들의 의식에 느리지만 변화가 일어나고 있어 조금씩 자치적으로 사업계획을 세우고 추진하는 적극성이 늘고 있다. 예로 가요경연대회 일색인 마을행사에 남녀노소 다양한 사람의 참여를 가능하게 하는 대동놀이를 결합시켰으며, 수준높은 클래식 음악을 동네에서 감상할 수 있도록 지역의 음악인을 섭외 해 한여름밤의 음악회를 기획, 추진했으며, 여성영화보기, 어린이 영화감상, 어머니 자녀독서지도, 중학생독서토론, 어린이 동화구연 등을 기획, 추진하였다.  
  특히 2002년 3월부터 벼룩시장을 한 달에 한 번 개최하고 있다. 처음엔 반대하던 주민자치위원들이 지금은 그 성과를 보고 흐뭇해하며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어린이들이 이제는 작아져서 사용할 수 없는 자신의 물건을 소중히 손질해 다시 파는 행위를 통해 환경의 중요함과 경제개념을 배우고, 중고생 청소년들은 자원봉사를 통해 지역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되는 계기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일회성 자원봉사가 아니라 연속적인 활동거리를 제공하는 것이 형식적으로 봉사시간만 때우는 현 관행을 탈피한 봉사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이는 환경과 경제를 지키기 위한 활동임과 동시에 새로운 지역공동체 운동으로 이 곳을 중심으로 주민이 모여 물건을 교환함과 동시에 지역의 문제를 이야기하는 장이 되어가고 있다. 주민자치센터가 지역자치의 말단 뿌리가 되기 위해선 민우회의 지속적인 결합과 교육이 필요하며, 이를 통한 여성인력의 성장은 시간을 요하는 일로 민우회 고유의 일과 주민자치센터 사업을 병행하는 일에는 지역자치위원들의 다각도의 고민이 필요하다.  

3. 지방자치단체 예산분석

지방자치체 재실시 이후 10년이 흐르면서 주민자치를 이루려는 다양한 시도속에 지역여성들이 풀뿌리민주주의를 실현할 핵심세력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그러나 지자체의 여성정책은 성평등실현과 삶의 질을 고려한 시각이 부족하며, 여성관련사업내용과 예산이 부족하다는 인식하에 성인지적관점에서의 지역여성정책과 예산을 편성하는 새로운 개념을 만들고자 지자체 예산분석을 시도하였다.  
  이 과정을 통해 지역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여성이 생활자의 입장에서 공적인 영역에서의 결정과정에 참여하고 감시하는 직접적 참여자가 되고자 하였다. 이는 분권과 자치를 완성해 가는 과정 속에 주민의, 특히 공적영역에선 배타적인 존재로 인정 받아오던 여성의, 관심과 참여를 불러일으킬 수 있고 이것이 주민자치를 키워내는 주된 힘이 되리라는 생각으로 여성예산분석이 진행되었다. 지역여성예산과 예산분석능력을 키운 여성들이 구체적인 대안제시를 하는 세력이 되고, 이는 여성의 정책능력향상과 여성의 리더쉽 개발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포함하고 있었다.
예산분석의 경험이 누구도 없는 상태에서, 예산서 보는 방법부터 분석틀에 대한 고민까지 많은 어려움이 뒤따랐다. 도봉구청의 정보 협조는 타 지자체에 비하면 호의적이었으나 공무원의 이 운동에 대한 이해부족으로 형식적인 자료협조에 응해 어려움이 많았다. 그러나 여러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여성이 주체가 되어 여성예산을 분석해 내는 단초를 마련했다는 점, 그리고 이 과정을 통해 지자체 여성정책과 예산의 부족을 파악해 대안을 제시를 했다는 점은 큰 성과물이라 할 수 있다. 특히 타 지역시민단체와의 연대를 제안해 각기 부문별로 종합적인 예산분석을 시도해 환경, 주민자치센터 관련 예산도 분석한 후 대안을 마련해 지자체에 요구한 일은 연대를 통한 더 큰 성과를 확인하는 자리가 되었다.
또한 분석결과를 단체장과의 간담회나 토론회를 통해 의견을 교환, 예산으로 반영시키고 사업으로 확정시킴으로써 여성주간행사, 여성위원회 구성, 공무원들에게 성인지적관점 확산 등 그 내용에 있어 상당한 성과들을 가져왔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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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료는 성공회대NGO자료관에서 가져 온 자료입니다.
참고하세요..


사회운동포럼 2007
'노동자운동과 페미니즘의 결합을 위하여' 2차 사전 연속워크샵
<일 ․ 가정 양립 논의에서 한국사회 노동자운동의 한계와 과제>

발제: 일·가정 양립 논의에서 한국사회 노동자운동의 한계와 과제
- 민주노동당 정책위원회 여성정책연구원 김 원 정

토론1: 민주노총 여성위 일과 가족 양립 기획팀 활동
- 전교조 여성위원장 김 복 희

토론2: 남성의 여성주의적 주체화를 위해 노동운동과 사회운동은 무엇을 해야 하나?
- 민주노동당 중앙연수원 교육국장 강 상 구

토론3: 노무현 정부의 사회서비스 확충 전략 비판 - 여성의 재생산 권리에 대한 새로운 사고와 운동을 기획하자
- 빈곤사회연대 정책교육팀장 최 예 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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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회 풀뿌리시민운동 사례공모 : 울산지역 여성장애인과 함께하는 “장애를 넘어 여성으로 공감하다”
응모단체 : (사)의회를사랑하는사람들


여성의 생활정치참여 프로그램을 중점적으로 진행해온 의회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삶의 기본권에서 소외되고 있는 장애여성과의 만남을 통해 여성이라는 공감대를 형성, 이를 토대로 상호 인식전환의 계기를 마련하고 울산광역시 관내 문화시설물 실태조사를 통하여 장애여성이 느끼는 문제점을 발견, 이용시설에 대한 기초자료를 마련하는 ‘장애를 넘어 여성으로 공감하다’ 사업을 기획하게 되었다. 상호간의 진솔한 대화의 시간, 비장애인 뿐 아니라 장애인 본인도 모르고 있는 장애인의 성 관련 강좌, 양성평등의식 교육, 정책대안을 위한 워크숍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감을 회복하고 새로운 관계개선을 도모하여 ‘차별이 아닌 차이’를 인정하는 시간을 가졌다. 또한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인 교류와 협력을 위해 자매 결연을 맺고, 장애 여성 시설물 실태조사를 통해 장애여성의 자립적인 삶이 가능한 토대를 마련하기 위한 기초 자료 확보 및 구체적인 정책적 방안을 마련코자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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