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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4.11 진보는 분열해서 망한다? - 군포의 의미 있는 실험 1

‘연대’가 어떤 것인가를 잘 설명해주는 영화가 있다. 켄 로치 감독의 <루킹 포 에릭>를 보라. 도저히 풀리지 않을 것 같은 문제를 통쾌하게 해치운다. ‘이웃’과 ‘연대’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연합정치가 어떤 것인가를 잘 설명해주는 사례가 있다. 지난 4월 9일 군포에서 있었던 시민사회진영과 진보정당 간 단일화 합의가 바로 그것이다.

연대는 약한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전술이다. 그것을 통해 서로의 약한 부분을 보완하는 것이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내가 가지고 있는 무엇인가를 포기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래서 연합정치는 어려운 것이다. 불필요한 것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정말로 필요한 부분까지 버릴 수 있을 때, 연합정치는 가능하다. 그러하지 못했기 때문에 소위 ‘5+4협상’은 난항은 겪은 것이다. 내가 가진 기득권을 더 세게 움켜쥐려는 자세를 버리지 않고선, 연합정치는 불가능하다.

그래서 군포는 성공할 수 있었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창조한국당과 국민참여당이 정당의 기득을 포기함으로써 시장후보 단일화를 이뤄낸 것이다. 그것도 아무런 힘이 없는 무소속에게 말이다. 물론 그 과정에 갈등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이러다가 진보․시민사회가 분열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었다. 그러나 서로 참으며 기다렸고, 결국 해내고 말았다.

무소속 정금채 후보와 민주노동당 송재영 후보는 지난 3월 중순, 비슷한 시기에 군포시장 예비후보를 등록했다. 이미 무소속 정금채 후보는 시민사회단체로부터 지지선언을 받은 상태였다. 진보신당과 국민참여당, 그리고 창조한국당도 지지선언에 동참했다. 문제는 무소속 정금채 후보와 민주노동당 송재영 후보 간의 단일화였다. 경선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솔솔 나왔다. 그러나 시기적으로 경선은 어렵다는 의견도 팽팽했다. 설왕설래 이야기가 오갔고, 무소속 정금채 후보는 민주노동당에서 제안한 경선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러나 경선을 어떻게 할 것인가? 2006년 과천의 사례가 그렇고, 최근 관악에서 진행된 경선의 과정이 그렇듯이, 경선 룰을 정하는 것에서부터 사람을 모으는 일, 선거법을 비껴가는 일 등등 여러 차례 고비를 넘지 않으면 안 되었다. 경선 룰을 정하기로 한 첫째 날, 정금채 무소속 후보 캠프의 3인, 송재영 민주노동당 후보 캠프의 3인, 그리고 시민단체 대표 3인이 마주앉았다. 민주노동당 관계자가 첫 마디를 꺼내는 순간부터 긴장감이 흘렀다. 시간이 흐르면서 진솔한 이야기가 오갔다. 마침내, 정금채 무소속 후보 진영이 제안한 방안을 민주노동당이 받아들였다. 이야기는 급물살을 탔고, 모임을 가진 날로부터 3일 후, 단일화를 위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하게 된다. 그 날이 바로 4월 9일이었다.

이 날 민주노동당의 송재영 후보는 정금채 후보를 지지한다고 선언하게 된다. 준비해 온 문건을 읽으면서 “정금채 후보만이 진보․시민사회 진영을 단결시킬 수 있다”는 뜻을 분명히 전달했다. 이로써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진행된 단일화의 과정은 마무리되었다. 이제 그 뜻에 당선으로서 화답하는 일만 남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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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정치를 바라보는 시선은 다양할 수밖에 없다. 인위적인 화학결합이 숭고한 가치를 훼손시킬 수 있다는 비판에서부터 새로운 길을 개척해나가는 의미 있는 실험이라는 평가까지 그 폭은 넓다. 중요한 것은 무엇이 됐든, 함께 오랫동안 활동해왔던 지역 시민사회의 판단일 것이다. 아귀가 맞지 않음에도 억지로 끼어 맞추려 한다면 지역 시민사회의 냉랭한 반응은 피할 수 없다. 그러나 손을 맞잡을 수밖에 없는 절박함이 존재한다면 그들의 선택을 비판만 할 수 없다. 여러 정당이 기득권을 포기하면서까지 왜 연합하려 했던가? 어쩌면 군포 시민사회가 ‘새로운 정치’에 대한 절박성이 있었는지 모른다. 연대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시대적 요청을 몸으로 받아들이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군포의 실험은 그 동안 각종 정치세력이 보여준 ‘낡은 연합정치’의 모습은 아니라고 믿는다.

‘지금 우리가 걸어가는 길이 새로운 정치의 씨앗이 되어야 한다’는 정금채 후보의 일성은 ‘왜 우리가 연합하려 했는가’에 대한 대답이다. 그것이 6월 2일에 멈추지 않고, 계속 움직일 때, 그때부터 진정한 군포의 실험은 시작될 것이다.

(군포는 시장후보를 비롯해 4개의 기초의원 지역구 중, 3군데에서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국민참여당이 각각 1인씩 후보자를 내놓은 상태다. 이 4명이 진보시민사회 진영 단일 후보다.)

Posted by '녹색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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