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하승우 운영위원의 글입니다. 최근 브라질 참여예산제와 관련된 글을 번역하면서 읽어볼만한 내용을 정리해서 보내주셨습니다. 첫 번째는 현재 포르투알레그레 참여예산제가 가지고 있는 위기에 대해, 두 번째는 브라만사의 어린이참여예산제에 대한 내용입니다.
브라질, 새로운 실험과 도전
이제 참여예산제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에게 브라질의 포르투알레그레라는 도시는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이 글은 참여예산제에 관한 원론적인 내용보다 지금 현재 포르투알레그레시의 사람들이 부딪치고 있는 새로운 상황을 다루려 한다. 2004년 노동자당이 선거에서 패배하면서 포르투알레그레의 참여예산제는 새로운 상황에 부딪치고 있다. 현재 새로운 시장이 참여예산제를 계속 시행하고 있지만 그 의미를 변질시켰다는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그리고 이와 함께 다룰 글은 국내에 거의 소개되지 않은 어린이 참여예산제에 관한 내용이다. 브라질 리오데자네이로주에 위치한, 인구 17만명 규모의 바라만사라는 도시에서는 9~15세의 어린이들이 어린이참여예산평의회(CPBC)를 만들어 참여예산제를 시행하고 있다. 그 구호가 참 멋지다. “시민은 나이를 가리지 않는다(Citizenship knows no age)” 여러 운동을 얘기하면서도 언제나 아쉬웠던 건 왜 미래의 시민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는데, 어린이참여예산제는 그 가려운 부분을 아주 잘 긁어주고 있다.
1) 포르투알레그레의 새로운 도전: 참여예산제의 미래는?
브라질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경제적인 불평등이 심하고 여러 가지 사회적인 문제가 산적한 곳이다. 가난한 사람들은 길거리에 방치되어 있고, 부자들은 요새화된 동네에서 자기들끼리 뭉쳐서 살아가고 있다(한국도 서서히 그렇게 블록화되고 있지만). 급속한 산업화는 많은 사람들을 도시로 끌어들였지만 그들이 살아갈 공간을 마련해 주지 않았다. 그래서 브라질에는 공유지를 무단으로 점거하고 사는 사람들이 많다.
바이오치가 자신의 글(“The Citizen of Porto Alegre)에서 묘사하고 있는 마르코는 브라질의 가난한 사람들을 대표한다. 마르코는 도시로 이주한 지 8년 정도 된, 잡역부로 살아가는 가난한 빈민이다. 마르코는 초등학교 교육만을 받았고 고향마을에서 버스비를 빌려 포르투 알레그레로 들어와 빈민가에 살고 있다. 그러다 마르코는 이웃 사람의 손에 이끌려 우연히 주민총회에 참여하게 된다. 당연히 그도 처음에는 회의적이었다. 이런 것이 얼마나 내 삶을 변화시킬까? 그러나 그 첫걸음이 마르코의 삶을 실제로 변화시켰다. 마르코는 총회에서 얘기되는 대부분의 문제를 자세히 알지 못했지만 조금씩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건 자기가 살고 있는 동네의 문제와 직접 연관이 되었으니까. 그리고 마르코는 대의원으로 선출되었고 참여예산제의 진행과정과 그 규칙에 관해 배우기 시작했다. 이런 과정에서 마르코와 동료 대의원들은 자기 동네에 도로를 놓고 하수도를 설치하는데 예산을 쓰도록 했다.
그 뒤 마르코는 점점 더 열심히 참여했고 동네모임들을 만들면서 자신의 꿈이었던 무단점거지를 법적으로 인정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예전에 한번도 사회운동에 참여하거나 단체에 가입한 적이 없었던 마르코는 이제 매주 총회에 참석하고, 때로는 새로 온 참여자에게 참여예산제를 설명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평범한 주민이 능동적인 활동가로 변신한 셈이다.
이런 성과가 있었기에 이제 참여예산제는 전 세계 200여개의 도시에서 실시하는 유명한 제도가 되었다. 2004년에는 포르투 알레그레에서 약 2만 명의 주민이 주민총회에 참여했다고 한다. 그리고 1980년대 말에 마르코의 지역에는 힘있는 정치인과 연계된 2개의 단체만이 있었는데, 이제는 참여예산제와 관련되어 활동하는 단체가 거의 20개나 된다고 한다. 그리고 포르투알레그레 전체로 보면 그 수가 1989년보다 2배 정도 늘어났다고 한다. 참여예산제는 개인을 능동적으로 만들 뿐 아니라 새로운 단체가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그러나 이런 참여예산제도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 보통 참여예산제를 브라질 노동자당의 성과로 알고 있지만 그건 사실과 다르다. 1985년부터 포르투알레그레의 마을단체들이 시 예산에 개입하기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급진적인 민중교육자와 성직자들이 많은 역할을 했다. 그러니 참여예산제를 어떤 한 정당의 성과물로 볼 수는 없다.
그 점을 증명이라도 하듯 2004년 지방선거에서 브라질 노동자당은 패배를 당했다. 상대편은 포르투알레그레가 더 이상 한 정당의 소유물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고 일당지배를 끝내고 민주적인 대안을 제시하겠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상대방 후보 역시 참여예산제에 참여하고 활동했던 사람이었다. 좋은 것을 유지하되 그렇지 않은 것을 개혁하겠다는 상대 후보의 전략이 중산층들을 움직였고 표를 확보하게 했다. 그리고 당연히 선거 이후에도 참여예산제는 계속 실행되고 있다. 그런 점에서 바이오치는 참여예산제가 일으킨 변화를 아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2004년 이후 참여예산제의 성격이 변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우루과이의 인류학자 샤베즈(Daniel Chavez)는 “참여의 초석: 포르투알레그레에서 대중권력의 약화(Participation lite: the watering down of people power in Porto Alegre)”라는 글에서 대중권력의 약화를 우려하고 있다. 바이오치가 참여예산제가 계속 실행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면서 지속성을 강조한다면, 샤베즈는 제도가 지속되고 있지만 그 본질적인 의미가 변질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2004년 선거 이후 참여예산제의 성격은 조금씩 변하고 있다. 2004년 선거에서 노동자당은 의회에서 47%를 차지하며 다수당을 유지했지만(선거 패배 이유는 여러 가지로 제기되고 있다. 1990년대 말 좌파는 점점 관료주의화되었고 정치적인 부패에 휘말리면서 약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좌파는 재정적인 안정성과 늘어나는 행정적인 문제들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또한 중산층과 참여예산제의 수혜층들에 대한 정치적인 헤게모니를 잃기 시작했다), 사회주의민중당(PPS)의 후보인 포가샤(José Fogaça)가 근소한 차이로 시장에 당선되었다. 현재 포가샤는 지역연대책임거버넌스(local solidary governance)를 제안하며 세계은행과 유럽연합의 찬사를 받고 있지만 시역의 시민단체나 시민사회 단체, 참여예산제의 적극적인 참가자들 대부분은 이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새로운 정부 구성 후 1년이 지난 2005년 12월 도시정치 영역에서 가장 활동적인 지역 시민단체인 Cidade가 발생하는 잡지인 『예산을 감시하자』는 지난 1년의 참여예산제를 다음과 같이 평가했다. “그 틀은 유지되었지만 직접적인 참여의 실질적인 내용이 없다.” 참여예산평의회의 평의원들은 정부가 더 이상 적절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공무원들이 총회에 참석하지 않아서 책임성이 떨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리고 정책결정권한이 다시 공무원의 수중으로 돌아가고 있다. 실제로 사회활동가인 루이시(Felisberto Luisi)는 “예전에 여러 해 동안 투자해야 하는 계획은 참여예산평의회에서 토론되었지만 2005년에는 계획이 이미 정부의 승인을 받았고 우리는 겨우 두 번 토론을 위해 회의를 열었을 뿐이다. 시당국과 시의회가 대중에게 돌아간 권력을 되찾으려 시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포가샤 정부 하에서 참여예산제의 의제는 더 이상 시의 예산으로 제한되지 않고 시민사회단체나 시의 기업단체 등이 제안하는 ‘사회적 예산’을 포함하게 되었다. 그리고 기존에 참여예산제 과정에서 배제되었던 사기업이나 재단, 대학, 교회 등도 과정에 개입하게 되었다. 자연히 주민 단체는 여러 단체들 중 하나의 단체가 되었다. Cidade는 이런 점이 포르투알레그레에서 참여예산제를 특징짓던 인민주권의 원리의 중요성을 갉아먹는다고 비판한다.
샤베즈는 이를 참여민주주의의 전망과 가능성을 둘러싼 국제적인 갈등으로 풀이한다. 즉 세계은행과 유럽연합을 비롯한 국제기구들이 주장하는 발전과 민주주의는 효율성에 주목하고 참여예산제를 효율적인 통치를 위한 또 다른 관리기술 정도로 본다. 따라서 2004년의 선거패배 이후 포르투알레그레는 적대적인 정치전략이 날카롭게 충돌하는 전장이 되고 있다. 샤베즈는 시에서 발생하고 있는 갈등에 대한 분석이 ‘시민참여(citizens' participation)’와 ‘공동체 역량강화(community empowerment)’라는 지구적인 흐름의 수사와 현실을 설명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바이오치와 샤베즈의 논의를 통해 참여예산제가 풀어야하는 새로운 과제를 알 수 있다. 즉 참여예산제라는 제도만이 아니라 그 제도가 지향하는 목적과 가치를 분명하게 밝히고 사회적 합의를 얻어야 한다는 점이다. 단지 효율적인 예산편성을 위해서라면 시민의 능동적인 참여는 지역적인 대안을 구성하는 선까지 나아갈 수 없다. 효율성의 추구가 아니라 지역사회의 권력구조를 바꾸고 새로운 의제를 제시하며 소외되었던 시민을 지역의 주인으로 만들 때 참여예산제의 의미는 충족될 수 있다.
세계화의 흐름과 함께 지방정부의 권력을 분산하는 것은 하나의 흐름이 되고 있다. 그러나 그 흐름은 분산된 권력을 주민이 아니라 개발세력이나 기업의 손에 나눠주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따라서 참여예산제는 이런 흐름과 맞서 주민의 손에 권력을 넘겨주려는 의도를 더 강화시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참여예산제라는 제도는 잘못된 정책에 정당성을 제공하는 빛 좋은 개살구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를 위해 참여예산제는 시민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보장할 뿐 아니라 지역사회 내에 여러 가지 형태의 시민단체를 형성시키는 인큐베이터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고 생각된다.
2) 바라만사의 어린이참여예산제: 시민은 나이를 가리지 않는다
바라만사(Barra Mansa)는 브라질 리오데자네이루와 상파울로 사이에 위치한 인구 17만의 작은 산업도시이다. 어린이참여예산평의회(children's participatory budget council: CPBC)는 1998년에 9~15세의 청소년들에게 시민의식을 높인다는 취지로 처음 시작되었다. 이 평의회는 약 12만 5천 달러에 달하는 시예산의 우선순위를 결정할 권한을 가지고 있다. 바라만사의 시장과 시의회가 함께 준비한 이 계획은 시민참여를 촉진할 뿐 아니라 아이들이 한 개인이자 시민으로서 자신들의 역할과 중요성을 깨달을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이를 위해 시의 교육담당공무원과 교사, 마을단체, 교회, 성인들이 참여하는 참여예산평의회의 대의원과 평의원들이 어린이참여예산평의회를 지원한다.
왜 이런 제도를 고민하게 되었을까? 1992년 브라질에서는 뇌물 스캔들이 터져서 대통령이 사임을 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 브라질 전역에서 청소년들이 참여를 하게 된다. 이를 계기로 청소년들의 생각과 활동에 대한 사회의 관심이 커지고, 탄핵운동이 끝난 뒤에도 청소년들의 에너지와 창조성을 지속시키려는 관심이 모아진다. 그래서 어린이참여예산제 이전에 적극적인 사회참여활동을 하던 거리의 아이들(street children)이 조직한 단체와 운동이 시작되었고, 여기에 아이들과 거리의 상황을 바꾸려는 사람들이 결합하면서 새로운 흐름이 만들어졌다. 어린이참여예산제는 이런 영향을 받아 시작되었다(역시 하루 아침에 갑자기 이루어지는 일은 없다).
1997년에 어린이참여예산제를 실시하려는 움직임이 구체적으로 드러났고 각 구단위에서 아이들의 참여를 촉진시킬 어린이 간사들이 선출되었다. 어린이 간사들은 8~13세의 아이들로 5명의 남자아이와 7명의 여자아이들로 구성되었는데, 이 아이들은 “나는 내가 사는 도시를 얼마만큼 아는가”라는 주제로 글을 쓰고 경쟁을 해서 선출되었다.
이런 간사들을 뽑는 것 외에도 바라만사 프로그램(아이들이 생태계를 보존하고 작은 하천과 산림을 복원하기 위한 의식캠페인), 회계영수증 콘테스트(청소년과 그 가족들에게 소비자의 권리와 시예산에서 세금징수의 중요성을 알리고 간접세의 의미를 알리는 것을 목적으로 삼음), 공공예산교육안도입(공공재정에 관한 내용을 초등학교 학습계획에 포함시키는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이 어린이참여예산제는 유엔이 진행하는 라틴아메리카와 캐러비안국가의 도시관리프로그램(UMP-LAC)의 지원을 받고 있다. 이 계획을 진행한 파넬도(Inês Pandeló) 시장은 노동자당 후보로 리오데자네이로주의 첫 번째 여성시장이다. 1998년에 바라만사의 지방의원들이 이미 어린이 간사를 두고 있던 프랑스의 몇몇 지방자치단체를 탐방했다. 그리고 같은 해 어린이참여예산평의회의 평의원들이 최초로 선출되었다. 2000년 11월의 지방선거 때 브라질사회당이 바라만사 시의회의 다수파가 되고 시장이 바뀐 뒤에도 어린이참여예산제는 계속되고 있다.
구에라(Eliana Guerra)는 어린이참여예산제에서 촉진자(facilitator)와 조정자(coordinator)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본다. 촉진자는 다른 사람의 참여를 돕고 자신의 능력을 다른 사람에게 전수하는 사람들로 조정자에게서 훈련을 받는다. 아이들과 부모의 참여는 촉진자의 역할이 없다면 거의 불가능하다. ‘조언자’ 집단과 헌신적인 자원봉사자들의 지속성과 강인함은 어린이참여예산제를 계속 유지시킨 동력이었다. 조정자는 촉진자에게 개입과 훈련, 동기부여를 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청소년들과 확고한 관계를 맺으면서 서로간의 신뢰를 쌓아간다. 그 구체적인 과정을 살펴보면, 지역의 청소년들은 마을총회에 참여할 수 있고, 그곳에서 토론을 하고 마을대의원들을 선출한다. 이 대의원들은 지역총회에 참여하고 지역대의원을 선출한다. 그리고 이들은 남녀 18명으로 구성된 36명의 어린이평의원을 선출한다. 9~15세의 모든 아이들은 총회에 참여하고 후보자를 지명하거나 후보자로 나설 수 있다. 9세 미만 또는 15세 이상의 청소년은 과정에 참여할 수 있지만 투표하거나 후보자로 나설 수 없다.
아이들은 다음과 같은 권한을 가지고 있다.
- 이용가능한 재정적, 기술적, 물질적 자원을 가지고 각 계획을 검토한다.
- 욕구와 주요성, 이용가능한 자원이라는 요소들에 우선순위를 매기면서 어떤 활동이나 프로그램을 먼저 할 것인지, 각기 다른 의견을 고려할 감성과 능력을 기른다.
- 아이들의 이상과 시각을 지지하는 프로젝트를 함께 준비한다.
- 아이들 모임을 대표하고 이상과 요구안을 제안할 대변인을 둔다.
- 공적인 활동을 벌이는데 장벽이 되거나 제한요소가 되는 것들을 밝힌다.
어른들의 참여예산제 활동이 다른 마을과 동네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듯이, 아이들의 평의회도 다른 마을을 이해하고 공동체 의식을 높이게 한다. 한 아이는 “우리가 다른 마을을 방문했을 때 낯선 느낌을 덜 받았어요.…다른 마을을 방문하면서 우리는 그들이 우리보다 더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걸 알 수 있었어요.…방문하는 동안 우리는 물탱크도 없는 학교를 봤지요.”라고 말한다. 또 다른 아이는 “다른 마을을 방문하는 동안 우리는 가끔 굉장한 무기력함을 느꼈어요. 그곳에는 해결책이 없었어요. 그러나 우리는 우리가 해결책이라는 걸 깨달았죠.” 한 어린이 평의원의 엄마는 “아이들은 다른 마을의 더 어려운 상황을 이해할 기회를 가진 셈이죠. 그것은 자기 마을이 더 나은 편이고 다른 마을이 그렇지 않다는 걸 깨닫게 했죠.”
이 외에도 어린이참여예산제는 많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매년 6천 명이 넘는 청소년들이 총회에 참석하고 세 개의 위원회가 만들어졌다. 한 어린이 평의원은 “우리는 어른들만이 우리 도시를 운영한다고 말하는 걸 상상할 수 없어요.”라고 말한다. 다른 어린이 평의원은 “예전에는 시장님이 도시의 예산을 사용할 방법을 결정하고 사람들이 그것을 받아들여야만 했지요.…이제 우리는 돈이 어디로 쓰이는가를 알고 싶고…실천을 통해 시민권리에 대해 배워요.…어린이참여예산제에서 우리는 예전에 알지 못했던 시의회에서 나오는 돈이 사용되는 방식을 배우죠.”
물론 어린이참여예산제가 완벽한 것은 아니다. 한 참여자는 “어린이참여예산제가 매년 점점 향상되고 있어요.…각 단계는 아주 민주적이고 우리는 바뀌지 않는 것들에 도전하지요.” 그 예로 대의원이나 평의원에서의 성비가 평등해지고 있다. 그리고 매년 아이들은 학교시설을 고치고 시설을 보완하도록 우선순위를 정하고 저소득 지역의 안전과 놀이터를 확보하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상하수도를 고치고 나무를 심기도 한다.
어린이참여예산제에 참여하면서 겪은 변화를 15세의 실바(Wanessa da silva)는 이렇게 얘기한다. “처음에는 이것이 하나의 게임이라고 생각하면서 평의회에 참여했죠. 그러나 계속 참여예산제를 즐기고 싶어서 게임을 즐기는 걸 그만뒀어요. 나는 이 프로그램을 결코 잊지 못할 겁니다.” 오늘날 모든 아이들은 “이것은 게임이 아니예요.…그건 책임감이죠.…우리는 도시를 다루고 있기에 진지하게 참여예산제를 고민해야 해요.”라고 말한다.
다른 중요한 결과들도 나타났다.
- 참여자들은 공공예산과 그 중요성을 이해했다. 자기 자신의 예산(아이들의 쌈짓돈)에서 시작해 가족의 예산, 지역의 예산, 어린이참여예산평의회에 할당된 예산 순으로 아이들은 의식을 확대시켰다. 이런 방식은 아이들이 어떻게 우선순위를 정해야 하는지를 알려주었다.
- 어린이 평의원들은 공공제도와 도시의 관리과정, 시의 재정에서 세금의 가치와 역할을 더 잘 이해했다.
- 아이들은 지리적인 분포와 사회관계(가정, 마을, 지역사회, 도심과 농촌지역 등)를 이해했다.
- 도시의 다양한 사회경제를 더 많이 이해했다.
- 관련된 의제들(투표, 법적 책임연령, 아이들의 지위)에 관한 토의를 통해 시민권의 주제에 관해 더 폭넓게 이해했다.
- 아이들의 자기신뢰가 강화되었다.
또 다른 중요한 변화는 어린이참여예산평의회에 참여하는 아이들의 개인적인 발전을 바라보는 교사들의 태도가 바뀌었다는 점이다. 참여예산제에 참여하는 추가적인 활동에 부담을 느꼈지만 어린이들은 학업을 포기하지 않으려고 노력했고, 교사들도 아이들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학부모들도 바뀌었다. 아이들은 총회에 참여하라고 부모들을 설득하기 시작했고 대의원이나 평의원으로 활동하라고 권유했다. 한 어머니는 이렇게 얘기한다. “딸아이와 함께 어린이참여예산평의회 활동에 처음 참여했어요. 시청에서 열리는 총회에 몇 번 참여했죠.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들이 시청에 갈 수 있다는 점을 알지 못했는데, 이제 사람들은 평범한 사람들도 그럴 수 있다는 점을 알게 되었죠. 어린이참여예산평의회에 참여하면서 저는 도시의 문제들을 더 많이 알게 되었죠.”
물론 여러 가지 문제점들도 나타났다.
- 어린이참여예산평의회를 만든 지역법은 평의회에 지속성과 안정성을 제공할만큼 충분히 포괄적이지 못했다.
- 어린이 평의원들이 제안한 계획들을 다루거나 실행하는 과정이 너무 늦을 뿐 아니라 학업에 방해가 된다는 참여자들의 불만이 나타났다.
그래서 구에라는 어른과 청년의 공적 참여를 촉진하고 지원하는 시의회의 역할이 어린이참여예산평의회의 운영과정에서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어린이참여예산평의회는 참여의 폭을 넓히고 어린이를 지역의 주체로 세우려는 시도로 보인다. 자료를 볼 때, 남미에서는 아이들을 미래의 시민으로 성장시키려는 진지한 고민을 하고 있고 여러 가지 지원책을 고민하고 있는 듯하다. 한국사회에서도 이런 고민을 받아들여 지역의 아이들을 시민으로 성장시키는 구체적인 고민을 진행해야 한다. 자치는 지금 우리를 위한 것만이 아니라 미래세대를 위한 것이기도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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