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끝나지 않은 꿈 - 포르뚜알레그리 참여예산 ④
“우선순위에 대해”
작성 : 김현(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
예산배정에 있어서 우선순위를 정할 때 기준이 되어야 할 사항은 무엇일까? 포르뚜알레그리 참여예산은 몇 가지 지표들을 혼합하여 사용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우선적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것은 주민들의 요구사항이다. 참여예산을 처음 실시한 PT당의 두뜨라 전 시장은 한 언론사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다. “나는 시장이 된 이후에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를 나름대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참여예산을 통한 주민들의 요구는 내가 생각하는 것과 같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주민들이 요구하는 것에 우선순위를 두어 예산을 투자했다.” 이런 예산배정의 기준은 지금까지 지켜지고 있는데, 크게 두 가지 단계로 나뉘어져 있다.
첫 단계는 ‘다수결 지표’라고 할 수 있다. 지구별 요구, 주제별 요구, 그리고 시정부의 투자계획, 이렇게 세 가지 지표에 의해 1단계 예산배정의 모형이 결정된다. ‘지구별 요구’는 참여예산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지구총회’에서 결정된다. 주민들이 참석 등록을 하면 2장의 쪽지를 받는데 하나는 예산평의원을 선출하는 투표용지, 다른 하나는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쪽지이다. 이 우선순위 투표용지는 16개의 항목 중 가장 중요한다고 판단되는 4개의 항목을 선택해, 각각의 주민들이 1순위부터 4순위까지 기표하는 방식이다. 우선순위를 주민 개개인이 결정하는 것이다.
이때 주민이 결정한 우선순위는 각 순위에 따라서 가중치가 부여되는데, 1순위는 4점, 2순위는 3점, 3순위는 2점, 그리고 4순위는 1점의 가중치가 적용된다. 주제별 요구사항은 ‘주제별 총회’에서 제시된 요구사항이고, 시정부의 투자계획이란 시정부가 장기적인 계획 하에 중요하다고 판단하는 우선순위를 말한다. 이렇게 1단계 예산배정의 모형은 주민들과 시정부의 주관적 판단에 의해 결정되는 지표이다.
두 번째 단계는 보다 객관적이고 ‘기술적인 지표’를 기준으로 결정되는 과정이다. 이 지표에는 3가지 기준이 있는데 인구규모, 공공서비스와 인프라의 부족 정도, 그리고 우선순위가 그것이다. ‘인구규모’의 경우 네 가지 기준으로 설정되어 있는데, 가장 적은 지역은 1점, 가장 많은 지역은 4점을 배정받는다. 인구 가중치는 2점이다. 예컨대, 어떤 지역에서 인구 점수를 3점을 받았다면 가중치 2를 곱해 6점의 점수를 받게 된다. ‘공공서비스와 인프라의 부족 정도’는 말 그대로 그 지역에 물적 인프라가 얼마나 갖춰져 있는가에 달려 있다. 이 지표의 경우도 네 가지 기준으로 설정되어 있는데, 가장 부족한 지역은 4점, 가장 인프라가 많은 지역은 1점을 받게 되고, 이때 가중치는 3점이다. 즉 어떤 지역의 ‘공공서비스와 인프라 부족 정도’의 점수를 3점을 받았다면 가중치 3을 곱해 9점이 되는 것이다. 우선순위의 경우는 가중치가 5점으로 가장 높은 가중치를 부여 받는다. 합산방법은 앞 단락의 점수에 곱하기 5를 하면 된다. 이렇게 결정된 두 번째 단계는 실질적으로 사용 가능한 자원의 배분과 지구별 할당될 예산이 결정되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이런 모형에 의해 결정된 점수에 의해 자원은 어떻게 배분되는가? 16개 지구별로 최종적인 우선순위와 점수는 모두 다를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보자. 첫 번째 단계에 의해 2008년에 도로포장을 10km로 결정했다고 치자. 이 결정에 의해 2008년 포르뚜알레그리 시내에 공사될 도로는 모두 10km이고, 10km 범위 안에서 16개 지구별 점수에 따라 구체적인 도로의 길이가 나오게 된다. A라는 지역의 우선순위 중, 도로포장이 2순위를 기록했다고 하면 점수 3점을 얻을 것이다.(1순위는 4점, 2순위는 3점........) 여기에 가중치 5를 곱하면 15점. 그리고 인프라 부족정도에서 가장 높은 4점을 얻었다면 가중치 4를 적용해 점수 16점을 얻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인구규모에서 비교적 많은 3점을 받았다면 가중치 2를 곱해 6을 얻을 것이다. 이 점수를 모두 합치면 37점이다. 따라서 A라는 지역은 도로포장과 관련해서 37점을 얻었고, 다른 16개의 지역별 점수를 모두 합친 점수에 얼마나 비례하는지를 판단하여 도로포장 길이가 나오게 된다. 가령, 16개 지역 모두 합친 점수가 200점이라면 37을 200으로 나눠 나온 비율은 18.5%이다. 전체 10km 도로 중 18.5%, 즉 1.85km의 도로포장이 A지구에 깔리는 것이다.
다소 복잡한 구조를 띄고 있지만 20여 년간 쌓인 노하우라고 할 수 있다. 실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은 주민들의 요구사항이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된다는 점이고, 이러한 요소 때문에 주민들의 참여가 촉진되기도 한다. 참여하지 않고서는 자신의 요구사항을 반영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포르뚜알레그리 참여예산 시스템을 적용하면서, 우리나라 여건에 맞게 우선순위를 고려한다면 어떠한 형태로 구현될까? 추측컨대, 우리나라는 이보다 조금 더 복잡한 지표들이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포르뚜알레그리 주민들이 선택한 우선순위 사항들을 보면, 대부분 사회적 인프라와 관련된 것들이다. 위생의 문제, 도로포장의 문제, 상하수도의 문제, 주택의 문제 등등인데, 여전히 기초적인 도시기반에 대한 요구가 강하다.
<표>주민들의 요구사항은 사회적 인프라에 집중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선택되는 주제나 그 내용에서 많은 차이를 보일 수 있다. 예컨대 포르뚜알레그리 주민들은 교통, 레저, 문화, 환경, 경제개발 등은 거의 선택하지 않는다. 또한, 교육이 비슷한 비율로 선택됐다 하더라도 포르뚜알레그리 주민들은 청소년의 마약 문제나 재교육에 더 관심을 보인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즉, 주제의 범위와 질적 수준에서 차이가 있음은 명확하다고 할 수 있다. 사회․경제적 상황으로부터 기인되는 이런 차이로 인해 우리나라가 좀 더 다양하고, 좀 더 개인적 욕구에 기반 한 선택들이 전개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포르뚜알레그리 참여예산의 우선순위 원칙들은 사회․경제적 토대 위에서 오랜 역사를 통해 진화해온 룰이다. 그 룰도 주민이 결정했고, 우선순위도 주민들이 선택한다. 바로 이런 점이 포르뚜알레그리와 우리나라의 가장 큰 차이가 아닐까? 주제와 내용이 다르더라도 ‘주민들이 결정된 룰과 우선순위’라는 원칙은 참여예산 전체를 흐르는 맥락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풀내음 팀블로그 > 김현의 "잡동사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친환경상품 구매촉진 조례" 시안 (0) | 2007.07.20 |
---|---|
보육시설운영위원회 회칙 비교 (0) | 2007.07.20 |
[가족일기]녹색어머니, 깃발을 들다 (0) | 2007.07.07 |
[칼럼] 끝나지 않은 꿈 - 포르뚜알레그리 참여예산 ③ (0) | 2007.07.05 |
[칼럼] 끝나지 않은 꿈 - 포르뚜알레그리 참여예산 ② (1) | 2007.07.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