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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9.28 또 하나의 노동방식과 사용가치의 사회경제학적 의미
* 이 글은 2004년 11월2일 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 홈페이지에 게시된 나일경 박사의 시리즈 글 중 4번째 글을 옮긴 것입니다.


또 하나의 노동방식과 사용가치의 사회경제학적 의미 


나일경

 현대사회에서는 고령화와 핵가족화, 그리고 여성의 사회진출 등의 진행으로, 가족생활의 내부에 있었던 식사, 육아, 교육, 노인간호 등의 부분이 외부화 되고 있는 중이다. 여기서 문제는 이와 같이 외부화 되는 생활공간을 누가 짊어질 것인가 하는 것이다. 워커즈 콜렉티브는 이 문제에 대한 생활클럽 운동그룹의 대안을 모색하는 가운데 발전된 것이다. 워커즈 콜렉티브를 통해 가정생활 안에 묻혀 있었던 ‘생활기술’을 조직화하고, 지역사회 안에 묻혀 있었던 ‘개인자원’들을 조직화하는 대안운동을 전개하는 것이다. 여기서는 대안운동으로서의 워커즈 콜렉티브의 사회경제학적 의미를 세 가지 점에서 정리해보자.

 첫 째, 워커즈 콜렉티브는 ‘또 하나의 노동방식’을 추구하는 것을 지향한다는 점이다. 사적 기업의 집합체인 산업자본섹터에서의 노동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등의 집합체인 세금자본섹터의 노동은 관료제 조직에 의해 위로부터 지령을 받는 노동이며, 노동의 질을 평가하는 기준은 생산성과 효율이다. 따라서 산업자본섹터와 세금자본섹터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인격은 비인격화되기 쉬우며, 노동은 화폐와 권력에 의해서 소외되기 쉬운 특성을 갖고 있다.

 이에 반해 시민자본섹터를 구성하는 워커즈 콜렉티브의 조직구조는 관료제적ㆍ피라미드형의 종적 구조가 아니라, 권력과 화폐로부터 자유로운 대화적 커뮤니케이션을 기반으로 네트워크형의 횡적 구조에 의해서 특징지어진다. 이와 같은 구조가 가능한 것은, 자신들의 힘으로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모으고, 자신들이 직접 노동과 분배의 규칙을 정하며, 사업목표를 정하여 일하는, 즉 자신들이 관리하고 운영하는 시민사업체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자기자본과 직접 민주주의에 기초한 노동자 자주관리의 시민사업체이다. 따라서 워커즈 콜렉티브에서 자본과 노동의 대립도, 경영과 노동의 대립도, 고용하고 고용되는 고용관계도, 관리하고 관리되는 지배관계의 관계도 존재하지 않는다. 바로 이 때문에, 워커즈 콜렉티브의 활동은 ‘또 하나의 노동방식’(alternative work)을 추구하는 노동운동으로 자리 매김 되는 것이다.

 둘 째, 워커즈 콜렉티브의 노동(커뮤니티 노동)은 ‘교환을 위한 생산’이 아니라 ‘사용을 위한 생산’으로의 회귀를 지향하는 경제운동이기도 하다는 점이다. 워커즈 콜렉티브는, 상품, 서비스 등을 ‘화폐’로 환산하는 ‘교환가치’가 아니라, 실제로 얼마만큼 생활에 도움이 되는가 하는 ‘사용가치’(생활가치)에 입각해 노동의 가치를 결정하는 사회경제적 섹터(시민자본섹터)의 확장을 지향한다. 워커즈 콜렉티브의 노동은 시장에서 ‘교환가치’를 창출하지는 않지만, 사람들이 생활 속에 실제로 필요로 하고 있는 서비스나 생산물을 제공하는 것을 통해 ‘사용가치’를 우리들의 생활 속에서 복권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워커즈 콜렉티브의 활성화는 교환가치와 사용가치를 경쟁시킴으로써 교환가치 그 자체를 ‘상대화’시키는 기능을 지닌다. 워커즈 콜렉티브 운동은, 고용하고 고용되는 관계를 지양하는 것을 통해, 시장의 임금노동이라고 하는 노동형태를 상대화시켜, 비시장적인 경제권(시민자본섹터 혹은 시민적 경제권)을 생활협동조합과 더불어 확대시켜나가는 사회적 경제 운동이기도 한 것이다. 

 셋 째, 워커즈 콜렉티브는 위와 같은 운동의 활성화를 통해 공동체적 사회관계의 회복을 지향하는 커뮤니티 운동의 주체이기도 하다는 점이다. 워커즈 콜렉티브가 만들어 내는 사회관계는 시장의 화폐와 상품관계와는 기본적으로 상이하다. 워커즈 콜렉티브의 노동과 그 대가(즉 커뮤니티 노동과 커뮤니티 가격)는, 상부상조하는 공동체적 인간관계를 만들고 지속해 나가기 위한 것이지, 기업과 같이 이윤의 극대화를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워커즈 콜렉티브 운동은 여성운동으로서의 의미도 지니고 있다. 워커즈 콜렉티브의 활동에는, 지금까지 교환가치를 낳지 않기 때문에 언페이드워크, 쉐도우 워크(shadow work), 혹은 비생산적인 노동으로 간주되어왔던 가사노동(육아노동, 간호노동, 가사노동)이 실은 ‘생명의 재생산 노동’이라는 사회적 주장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사토 요시유키(佐藤慶幸),『여성과 협동조합의 사회학-생활클럽의 메시지』文真堂, 1996년, 85-93쪽을 참조.)
Posted by '녹색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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