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를 어려서부터 유심히 관찰해보면 이성보다 동성에 대한 애정과 애착이 더 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를 테면, 엄마와 성이 같다는 강한 동질감 때문에 아빠를 소수자로 여긴다거나, TV 오락 프로그램을 보면서 남성보다 여성을 더 응원한다거나, 복도에 있는 친구들과 놀 때도 같은 동성끼리 한 패를 이룬다거나 하는 등등, ‘우리 여자’라는 인식이 딸아이의 뇌리에 박혀 있는 듯하다. 아마도 이런 현상은 성에 대한 인식이 뚜렷하다기보다는 ‘나와 비슷한 성에 대한 동질감’에서 기인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지 않을까 싶다.
그러는 딸아이에게 ‘엘렉트라 콤플렉스’ 현상이 발견될 때가 있는데, 그럴 때 우리 부부는 한바탕 웃음을 터뜨리곤 한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이를 테면 심하게 다퉜다거나 불가피하게 각방을 써야 할 일이 없는 한, 결혼한 후부터 줄곧 내 팔은 아내의 베개가 되어 주었다. 이불 속에선 팔베개가 자연스러운 모드가 된지 오래된 것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딸아이 앞에서 팔베개를 자제하게 되었다. 왜냐하면 그 모습을 본 순간, 딸아이는 서럽게 울면서 “왜.......엄마 아빠만.......엉엉” 한다. 자기만 빼놓고 둘만 좋아하냐는 뜻이리라.
이 정도에서 그친다면 굳이 ‘엘렉트라 콤플렉스’를 붙이지도 않았을 것이다. 더 웃기는 일은, 딸아이가 엄마의 행동을 그대로 따라 한다는 것이다. 엄마가 없으면, 아빠 옆에 붙어서 오른 다리를 내 배위에 얹고, 오른쪽 팔은 내 가슴에 얹으면서, 엄마가 하듯이 얼굴을 내 목에 파묻는다. 나무랄 때 없는 엄마의 자세다!!! 이럴 때 딸아이가 좀 징그럽다는 느낌마저 든다!! 허걱!!
아내와 살짝 포옹을 하고 있으면 딸아이는 눈을 부라리며 큰 소리로 외친다. “엄마!!” 웃기는 것은 대게 ‘엄마’만 부른다는 것이다. 이것은 나에겐 각별한 의미다. 왜냐하면 딸아이가 누군가를 나무란다고 하는 것은 늘 그 대상이 아빠였다. 담배 피우려 하면, “아빠!!”, 맥주 한 캔 하려고 하면 “아빠!!”, 방귀 뀌면 “아빠!!”........담비 피우지 말고 맥주 마시지 말고 방귀 뀌지 말라는 단호한 딸아이의 호령이다. 내 기억에 ‘엄마’를 호령하듯이 부른 적은 거의 없었다. 그런데 포옹을 하는 모습을 보고 외치는 단어는 ‘엄마!!’가 단연 많다. 아빠에 대한 애정을 품기 위해 엄마를 경쟁상대로 여긴다는 ‘엘렉트라 콤플렉스’, 딸아이가 여기에 해당되는 걸까?
아홉 살 초등학교 2년생이 여태껏 엄마 아빠의 사랑을 질투한다는 것이 꽤나 우스웠던지, 아내는 부러 딸아이가 보는 앞에서 다정한 모습을 취하곤 한다. 그러면 딸아이는 여지없이 울음을 터뜨린다. 프로이트의 ‘엘렉트라 콤플렉스’의 시기가 보통 유아기(4-6세)라고 한다면, 딸아이는 조금 오버한 셈이다. 여하튼, 딸아이 앞에서 아내와의 애정 표현은 금물이다. 그것이 아빠에 대한 애정 때문인지, 아니면 엄마에 대한 애정 때문인지 확인할 수 없지만, 딸아이가 깨어 보고 있는 한, 아내와 딸아이는 ‘등거리 사랑’이 유지되어야 한다. 그런데 꼭 이것만은 딸아이에게 얘기해주고 싶다.
“다빈아! 한 쪽 다리를 아빠 배에 올리면서 ‘거시기’ 좀 차지 좀 마라! 많이 아프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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