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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9.28 주민발의제도의 이해와 활용 방안
*  출처: 한국도시연구소, [도시와 빈곤] 81호 pp.5-16
 

주민발의제도의 이해와 활용 방안1)


김현(시민자치정책센터 상근 운영위원)


1. 주민발의 제도의 의의


지방자치단체의 정책을 대변하는 것은 조례와 예산이다. 특히 조례는 지속적인 정책을 입법화한 것이기 때문에 지역문제의 해결이나 대안의 모색을 구체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따라서 지역운동의 성과로 부각되는 것 중에 상당수가 조례의 제ㆍ개정 견인한 것들이기도 하다. 물론 주민발의제도가 도입되기 전에도 조례 제ㆍ개정운동은 활발한 편이었다. 그러나 제도가 도입되기 전의 조례 제ㆍ개정운동은 주민들의 참여에 한계가 있었고 즉자적인 운동에 그쳤으며, 무엇보다 법적 구속력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행정부나 지방의원들이 주도권을 쥘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특별한 여건이 갖춰져 있지 않는 한, 주민 청원은 주민들을 조례 제ㆍ개정의 객체 수준에 머무를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1999년 8월, 지방자치법이 개정되면서 주민발의제도가 도입되었다. 이 주민발의 제도는 소위 직접민주주의제도라고 불리는 주민발의, 주민투표, 주민소송, 주민소환 중 가장 먼저 도입되었다. 주민발의제도 도입의 가장 중요한 의의는 청원에 국한되었던 주민의 권리가 조례 제ㆍ개정 주체로서의 권리를 부여받았다는데 있다. 물론 조례제정 및 개폐청구가 이루어진 이후에도 조례가 실제로 지방의회를 통과하려면, 지방의회 내의 다수가 동의를 해야 한다. 그러나 상당수의 주민들이 적극 찬성하여 서명한 조례를 부결시키는 것은 지방의회로서도 상당한 정치적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다. 또한 주민들이 원하는 조례에 대해 부결을 시킨 지방의원들에 대해서는 다음 번 선거 때에 정치적 책임을 물을 기회가 있기 때문에, 주민발의가 가지는 의미는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또 하나, 주민발의제도는 ‘주민참여’를 근간으로 하기 때문에 광범위한 주민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는 운동의 방법이기도 하다. 실제로 여러 지역에서 진행된 주민발의운동을 관찰해보면, 지역의 의제나 새로운 주체를 발굴하는데 상당한 역할을 하기도 했다.


2. 주민발의제도의 개념과 대상 및 절차


1) 개념

주민발의제도는 「지방자치법」 제13조3에 명시되어 있다. 법에는 이를 ‘조례의 제정 및 개폐청구’로 규정한다. 「지방자치법」은 그 내용에 대해 아래와 같이 명시하고 있다.


제13조의3 (조례의 제정 및 개폐 청구) ①지방자치단체의 19세 이상의 주민(「공직선거법」 제18조의 규정에 의한 선거권이 없는 자는 제외한다. 이하 이 조 및 제13조의4에서 "19세 이상의 주민"이라 한다)은 시·도 및 제161조의2의 규정에 의한 50만 이상 대도시에 있어서는 19세 이상 주민 총수의 100분의 1이상 70분의 1이하, 시·군 및 자치구에 있어서는 19세 이상 주민 총수의 50분의 1이상 20분의 1이하의 범위 안에서 당해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정하는 19세 이상의 주민수 이상의 연서로 당해 지방자치단체의 장에게 조례의 제정이나 개폐를 청구할 수 있다.(2006.5.24 개정)


이 법 제13조의 3을 요약하면 ① 19세 이상의 주민들이, ② 연서를 통해 조례의 제ㆍ개폐 청구를 할 수 있는데, ③ 시ㆍ도 및 50만 이상의 대도시는 1/100 ~ 1/70, 시ㆍ군ㆍ자치구는 1/50 ~ 1/20 범위 안에서 주민들의 연서가 필요하며, ④ 이를 조례로 정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지방자치법」이 개정되기 전에는 주민 수의 20분의 1의 범위 안에서 주민발의 청구권이 허용됐었으나, 이번 개정안으로 청구 주민 수가 다소 완화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기존 법은 주민 청구인 수를 조례로 위임하지 않고 인구 범위에 따라 정하였으나, 위 박스에서 보는 바와 같이 시ㆍ도 및 50만 이상 대도시에 있어서는 19세 이상 주민 총수의 100분의 1이상 70분의 1 이하, 시ㆍ군 및 자치구에 있어서는 19세 이상 주민 총수의 50분의 1 이상 20분의 1 이하 범위 안에서 조례로 정할 수 있도록 개정되었다.


2) 대상

현행 「지방자치법」은 주민발의 대상을 명시하고 있지 않고, 제외되는 청구 대상만 명시하고 있다. 법 내용은 아래와 같다.


(「지방자치법」 제13조의3)........ 다음 각호의 사항은 청구대상에서 제외된다.

1. 법령을 위반하는 사항

2. 지방세, 사용료, 부담금의 부과ㆍ징수 또는 감면에 관한 사항

3. 행정기구의 설치ㆍ변경에 관한 사항 또는 공공시설의 설치를 반대하는 사항


위 내용에 따르면 지방의회의 조례제정권에 속하는 모든 사항은 청구의 대상이 된다고 볼 수 있다. 지방의회의 권한에 속한 사무란 자치사무를 일컫는데, 단체위임사무나 기관위임사무는 법률의 위임을 받아야 한다.


3) 절차

이미 여러 지역에서 주민발의를 진행한 경험이 있고, 연구보고서 등을 통해 절차를 상세히 소개한 자료가 있으므로 여기서는 짤막하게 소개하고자 한다.


1단계

조례안 작성과 청구대표자 선정

- 현행 제도는 조례 제ㆍ개정의 내용을 미리 작성해야 한다.

- 청구할 대표자를 선정한다.

2단계

청구서 제출 및 대표자증명서 교부

- 청구서를 제출하고 대표자증명서의 교부를 신청한다.

- 지방자치단체는 대표자증명서를 교부한다.

3단계

수임인의 선정 및 신고

- 대표자와 함께 서명을 받을 수 있는 수임인을 선정한다.

- 이를 지방자치단체에 신고하고 위임 신고증을 교부받는다.

4단계

서명운동

- 대표자와 수임인은 서명운동을 전개한다. 서명 방식은 성명/주민등록번호/주소/서명일자/서명․날인을 반드시 해야 한다.

- 광역은 6개월, 기초는 3개월간 서명을 받는다.

5단계

청구인 명부의 제출

- 필요한 숫자 이상의 서명을 받으면 청구인 명부를 제출한다.

- 지방자치단체는 이를 공표한다.

6단계

청구인 명부의 열람 및 청구 수리

- 지방자치단체는 청구인 명부를 비치․열람할 수 있도록 한다.

- 이의신청이 없으면 지방자치단체는 청구의 수리 여부를 결정한다.

7단계

조례(안)의 의회제출

- 단체장은 청구수리한 날부터 60일 이내에 주민발의안을 부의한다.

- 단체장은 주민발의안에 대하여 의견을 덧붙일 수 있다.



3. 주민발의 활용 방안


올해부터 시행된 주민소송제도나 최근 도입된 주민소환제도는 주민들의 청구에 의해 활용된 사례는 거의 없다. 다만 주민소송의 경우, 몇 군데 지역에서 소송을 위한 감사청구를 진행한 바 있고, 그에 따라 2006년 안으로 몇 개의 사례가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주민투표제는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의지에 의해 실시된 사례는 있지만 주민청구에 의해 실시된 사례는 없다. 활발하게 활용할 시간적 여유가 없기도 했지만, 활용 절차가 매우 까다롭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에 비해 주민들의 접근성이 용이한 주민감사청구나 주민발의의 활용 빈도는 상당히 높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주민발의제도는 주민들에 의해 조례가 제ㆍ개정됨으로써 가시적인 성과를 남기기도 했지만, 지역운동의 역량증대에도 큰 역할을 했다.

인천 부평구의 미군기지구민투표조례 제정운동, 과천, 여주, 부산 등의 보육조례 제ㆍ개정운동, 광주의 주민소환조례 제정운동, 제주, 서울, 경기 등의 학교급식조례 제정운동 등은 지역사회에서 주요 화두가 되었고, 지역에 따라 조례를 제ㆍ개정에 성공하는 성과도 남겼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최근 지방자치법 개정을 통해 주민발의 청구인 수가 다소 완화되었기 때문에 주민발의제도의 활용 빈도가 더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이미 많은 지역에서 이를 경험한 바 있지만, 지금까지 여러 지역에서 경험한 사례를 바탕으로 주민발의운동의 활용방안을 간단히 소개하고자 한다.


1) 주민참여 전략 수립과 경험 교류

주민발의제도의 활용은 주민참여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한다. 그래서 사전에 일련의 과정에 대한 전략을 짤 수 있다면, 주민발의제도가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꽤 클 것이다. 이를테면, 주민발의를 통해 ‘보육조례’를 제ㆍ개정한다고 했을 때, ‘보육조례’를 제ㆍ개정하는 것 자체가 목적이 될 수도 있지만, 시민의 관점에서 조례 내용을 어떻게 채울 것인가, 지역적 특성을 어떻게 반영할 것인가, 주민을 어떻게 참여시키고 협의하고 소통할 것인가 등등 일련의 과정에 대한 밑그림을 그릴 필요가 있다. 또한 조례 제ㆍ개정이 일단락되면서 끝나는 운동이 아니라 이후까지 지속성을 얼마나 담보할 수 있을 것인가도 중요한 지점이다.

이렇게 주민발의제도를 활용하기 전에 그 제도를 활용코자 하는 목적과 목표를 명확히 세우고 실천 전략과 주민참여 활성화 방안 등을 미리 세워볼 수 있다. 한편으로 성공한 사례든, 실패한 사례든 앞선 경험을 교류하고 그 의미를 찾아내는 사전 준비도 필요하다. 어떤 제도든 그 제도의 내용과 절차를 충분히 숙지할 필요가 있으며, 그래야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고 체계적으로 운동을 전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임인을 어떻게 조직하고 활용할 것인가, 수임인과 어떻게 소통할 것인가, 3개월(기초)간의 서명운동 기간 동안 어떤 전술을 수립할 것인가, 지방의원ㆍ공무원에게 정치력을 어떻게 발휘할 것인가, 지역언론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타 지역의 사례와 오류, 그리고 성공의 요인들을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 등등은 사전에 고민될 필요가 있다.


2) 주민발의 ‘과정’의 다양한 프로그램 전개

경험에 의하면, 주민들이 주민발의제도를 활용하려는 목적은 크게 두 가지가 있는 것 같다. 첫째, 시급히 처리해야 할 지역적 현안에 대해 주민들의 의견을 대변하는 창구로 활용하기 위해, 둘째 제도를 활용하는 ‘과정’에 주민들이 만나서 소통하고 협의하고 협동함으로써 주민참여 활성화를 목표하는 것 등이 그것이다. 이 두 가지 목적은 개별적 독립변수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흔히 범하기 쉬운 문제 중 한 가지는 직접민주주의 제도를 활용하면서 달성된 성과, 이를테면 주민발의제도를 활용해 조례를 제ㆍ개정 시켰다면, 그 성과 자체만을 최종적인 목적으로 삼는 것이다. 주민발의안을 통과시키는 자체도 상당한 의미를 지닐 수 있지만, ‘과정’ 속에 방점을 찍고 시민사회가 활발하게 그 사안에 대해 토론하는 문화가 형성되고 의미부여를 한다면 주민발의제도의 성과를 판단하는 방향은 달라질 수 있다. 주민발의안을 청구하고 서명을 받고 부의하고 의회의 심의하는 ‘과정’이 주민발의안의 가부(可否)보다 더 중요할 수 있는 것이다. 타 지역의 사례 중에는 아래와 같이 주민과 소통하려는 노력이 있었다.


① 미니포럼(설명회) : 주민발의운동을 전개한다고 했을 때, 제기된 사안, 또는 제도(주민발의제도 등)와 관련된 이해와 의견 교류를 위해 소규모 인원이 모이더라도 다양한 미니포럼(‘설명회’의 의미)을 전개할 필요가 있음.

② 간담회 : 대상에 따라 다양한 간담회를 전개할 수 있음. ‘보육’과 관련된 주제라면, 보육시설 관계자 또는 학부모와의 간담회, 행정을 집행하는 공무원과의 간담회, 입법기관인 지방의원과의 간담회, 언론과의 간담회 등 ‘미니포럼’보다 더 확대된 개념의 포럼. 주민발의제도를 활용하려는 이유와 내용 등을 자세히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됨.

③ 교육프로그램 전개 : 일반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전개할 수 있음. 지방자치단체의 예산, 조례, 주민참여, 행정시스템 등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음.

④ 홈페이지를 통한 정보 교류 및 축적

⑤ E-mail 발송 :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들에게 E-mail을 발송함으로써 운동의 내용을 홍보하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음.

⑥ 주민 직접 접촉 : 서명 받는 과정에 주민들과 직접 접촉하면서 내용을 알릴 수 있음.


3) 지역의 주요 파트너들과 협조

주민발의제도는 ‘협동작업’에 의해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많은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다양한 파트너들의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점은 직접민주주의 제도 활용 운동의 특징 중 하나이다. 시민단체뿐 아니라 지방의원, 전문가 등의 공동 참여가 없이는 성공하기 힘든 것이 직접민주주의제도의 특징이기도 하다. 그 동안 여러 지역에서 전개된 주민발의운동을 보더라도 다양한 파트너와의 협동 작업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지방의원은 의회 의사일정과 같은 단순한 정보에서부터, 예산이나 정책과 관련된 내용, 또는 공무원들의 마인드나 특성과 같이 오랜 기간 함께 지내면서 터득한 정보를 제공하기도 했으며, 조례 조문과 관련해서는 전문변호사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진일보한 조례안을 만들어내지 못했을 것이다. 또한 시민단체의 목소리를 잘 대변해주는 지역신문과의 연대도 중요한 성공 비결이기도 했다. 제주도 학교급식의 경우엔 관변단체나 지역의 오피니언 리더들을 설득하고 참여시키는 과정이 있었다.

직접민주주의제도 활용은 절차의 까다로움으로 인해 지역사회의 일정한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하는데, 그러한 특성으로 인해 어느 특정한 집단의 참여만으론 많은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초기부터 다양한 지역사회 구성원들의 참여는 각 파트너들의 차이를 인정하고 접점을 찾아나가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 지방의원, 공무원, 전문가, 시민단체 및 각종 자생모임, 지역언론, 공공시설, 자원봉사자 등이 주목할 만한 파트너들이다.


4) 생활의 주제로 더 많은 주민들의 참여 확대

생활과 동떨어진 주제로 주민발의제도를 활용하는 것은 쉽지 않다. 지금까지의 경험을 보면 보육, 학교급식, 주민참여, 아동의 안전, 판공비 공개 등의 주제가 많은 주민들의 호응을 얻고 성공을 거둔 사례들이다. 주민들의 참여와 호응을 얻기 위해서는 피부로 느끼는 현안에서부터 출발할 필요가 있다. 특히 자녀와 관련된 문제라면 부모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데 용이하다. 생활의 문제는 일상적인 삶을 살아가는 주민들에게 현안이기도 하며, 이들이 누구보다 그에 대한 해결 방안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더 많은 주민들의 참여는 매우 중요하다.

주민발의 운동의 과정은 합리적 토론과 대안적인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도출되는 경로이기도 하다. 특히 사회적 약자, 여성, 장애인, 아동, 청소년, 노인 등의 참여와 관심을 높이고 그들의 시각으로 문제해결 방안을 지역사회가 함께 고민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초기 계획단계에서부터 그들과 소통하는 고리가 매우 중요하다. 직접민주주의 제도 활용 운동이 몇 몇 활동가나 단체만의 참여가 아니라 사회적 약자를 비롯한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공간을 여는 것은 매우 필요한 과정이다. 브라질 포르투알레그레시의 참여예산제가 제 기능을 다할 수 있었던 것은 토호들의 영향력이 상쇄되게끔 참여자를 제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4. 조례 제정권의 한계와 주민발의제도의 문제


「지방자치법」(15조)은 법령의 범위 안에서 조례를 제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원칙적으로 조례는 상위법을 위반할 수 없으며, 권리제한ㆍ의무부과ㆍ벌칙 등은 법률의 위임이 있어야 가능하다. 이것은 곧 조례가 지방자치단체의 권한 범위 안에 있어야 한다는 것을 뜻하며, 법령을 위반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조례 제정권은 헌법적 권리이므로 법률에 별도의 위임이 없더라도 자치사무에 관한 한 조례를 제정할 수 있다는 데는 이견이 별로 없다. 그러나 단체ㆍ기관위임사무의 경우는 법률의 위임 없이는 제정이 불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주민발의의 대상적 범위도 근본적으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지역에서부터 특색 있고 상상력이 가미된 조례를 만들고 싶다 하더라도 이러한 근본적 한계에 갇힐 수밖에 없는 것이다.

조례 제정권의 근본적 한계뿐만 아니라 주민발의제도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도 많이 드러나고 있다. 최근 법 개정으로 연서주민의 수가 다소 완화되긴 했지만 여전히 청구 주민수가 과도한 측면이 있다. 주민발의의 본래 취지가 ‘주민참여’에 의한 ‘입법 활동’을 보장하는 것이라면 주민참여를 확대시키는 방향으로 청구 주민수를 더 완화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지역에 대한 관심을 갖게 할 수 있다. 또한 주민투표에서는 외국인에게도 투표권을 인정하면서 주민발의에 있어서는 허용하지 않는 것도 합리적인 이유가 없으므로 재고되어야 한다. 영주권과 상관없이 ‘주민의 권리’적 측면이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한편 수임인이 선정되면 지방자치단체장은 즉시 위임신고증을 교부해야 하는 것으로 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는 수임인의 자격 요건을 확인한다는 미명 아래 상당한 시간이 지난 뒤 신고증을 교부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에 대한 적절한 조치가 요구된다. 또 조례안의 지방의회 부의 후 의회에서 조례안을 상정하지 않고 장기간 계류시켜 의원임기 만료로 자동폐기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어, 의회 부의 후 자동적으로 다음 회기에 표결을 거치도록 하는 법개정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의회에 상정된 주민발의안마저도 의회에서 부결되는 사례가 늘어난다는 데 있다. 주민발의안이 현실성이나 지방재정에 과도한 부담을 주는 것이라 하더라도 충분한 토론 절차와 협의 과정이 있어야 한다. 상당한 비율의 주민들이 동의한 조례안을 공론의 과정 없이 의회가 독선으로 처리한다면 지방의회가 왜 필요한지조차 의심스러운 부분이다.


5. 맺으며


주민발의제도는 자발적 주민의 참여를 근간으로 하고 있다. 지방의회 입법 활동의 빈틈을 주민들의 창의적 상상력으로 메움으로써 지역의 독창적인 입법에 활기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지방자치의 본질이 주민들의 자치적인 활동을 보장하는데 있다면, 주민발의제도는 ‘자치의 감수성’을 부여하는 데 손색이 없는 제도다. 그래서 주민발의운동을 주도하는 세력은 치밀하게 ‘과정’과 ‘이후’를 준비할 필요가 있다. 지방의회가 가ㆍ부를 결정할 때에도 탄탄한 ‘과정’을 거쳤다면 지방의회 선택권의 폭을 좁힐 수 있고, 주민의 뜻에 반한 결과가 도출되더라도 ‘과정’을 바탕으로 하였다면 운동적 성과를 남길 수 있는 것이다.

물론 현재의 제도는 개선되어야 할 틈새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지방의회에 부의하는 과정도 그리 만만치 않다. 상당한 주민들의 참여가 있었더라도 지방의회라는 장벽에 부딪힐 수도 있다. 이렇게 주민발의운동을 준비하고 결실을 맺는 것 자체가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그러나 주민발의안을 가결시키는 것 이상으로, 주민의 정당한 권리에 대해서 토론하고 민주주의를 연습하고 참다운 지방자치에 대해 지역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면, 그 이상의 성과를 얻을 수도 있다. 이것은 주민자치운동에 있어 ‘과정’의 중요성을 의미하기도 하고 동시에 운동의 중요한 목적이기도 하다.


1) 이 글은 ‘주민참여가이드북’의 ‘주민발의 편’을 뼈대로 새롭게 재구성하였습니다.


Posted by '녹색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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