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구로삶터자활후견기관이라는 곳에 가서 지방선거 관련된 강의를 했습니다. 주로 4-50대 여성들이 많으셨는데요. 살기가 팍팍한 분들이 많았지만, 제 얘기를 듣고 대부분 투표하시겠다고 했습니다.
제가 얘기한 핵심은 '참여하지 않으면 무시당한다'라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투표율이 특히 낮은 사람들이 20대와 서민들, 그리고 비수도권 지방의 경우에는 외지에서 들어와 사는 사람들입니다. 이런 분들은 살기가 힘들고 누가 누군지 몰라서 투표를 잘 안합니다. 그러다보니 정치의 영역에서 이 분들의 삶의 문제는 바깥으로 밀려나 있습니다.
힘들어서 참여하지 않다보니, 정치에서 소외되고 배제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정부는 내게 해 주는 게 없고 살기는 계속 팍팍하고 힘든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입니다.
저는 40대입니다만, 황송하게도 얼마전에 20대 청년들의 모임에 2번 초대받았습니다. '청어람아카데미'와 '지속가능 청년모임'이라는 자리였는데요. 그 중에 '지속가능 청년모임'에서는 20대가 지방선거에 관심가져야 하는 이유에 대해 주로 이야기했습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20대들의 투표율이 얼마나 나올 지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20대에게 이런 얘기를 하고 싶습니다. "참여하지 않으면 무시당한다"라구요. 저는 정치인들을 이해하는 방법은 단순하다고 생각합니다. 투표를 열심히 하는 사람들에게 정치인들은 쩔쩔 매지만, 투표를 하지 않는 유권자들에게는 별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것이 정치인들의 속성입니다.
왜 지방선거 후보자들의 공약에서 20대들의 이야기들은 별로 보이지 않고, 그나마 나오는 공약도 현실성없어 보이는 수준일까요? 이것은 매우 단순한 이치입니다. 20대들이 투표하지 않기 때문에 20대들은 '정치'라는 공간에서 무시당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살기 힘들어서 참여하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참여하지 않기 때문에 살기 힘든 것이다"라고도 말해 주고 싶습니다.
바쁜 것은 20대나 30대, 40대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국 사회는 사람들로 하여금 허덕이며 살게 합니다. 그래도 투표는 해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 삶이 조금이라도 나아질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10대들을 생각해 보십시오. 10대들은 투표권도 없습니다. 투표권도 없는 10대들, 그리고 본인들의 10대 시절을 떠올린다면 10대들을 위해서라도 투표를 제대로 해야 합니다. 뭔가 희망을 가질 수 있는 방향으로 투표권을 행사해야 합니다.
누가 청소년들의 삶을 나아지게 할 수 있는 사람인지를 생각하고, 투표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20대 여러분들이 40대가 되어서 후회하지 않습니다. 40대가 되어 20대 여러분들에게도 아이들이 있다면, 여러분의 아이들이 여러분과 똑같은 어려움을 반복해서 겪어야 하겠습니까? 그렇지 않으려면, 그동안 세상이 조금이라도 나아지려면 여러분들은 지금부터 투표를 해야 합니다.
여기까지가 제가 20대들에게 하고 싶었던 얘기의 핵심이었습니다.
지난 2008년 국회의원 선거에서 20대 투표율은 30%가 안 되었습니다. 이번에는 좀더 많은 분들이 투표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더 적극적으로는 자기 목소리를 냈으면 좋겠습니다.
아래의 글은 '지속가능 청년모임'에서 나누었던 얘기입니다. ------------------------------------------------------------------------20대가 알아야 할 10가지 진실
1. 정치, 20대의 입장에서 본다면
만약 지금 당신이 만 20살이라면 만 60살이 될 때까지 지방선거 11번, 국회의원 선거 10번, 대통령선거 8번을 하게 된다.
이처럼 앞으로 당신의 일생에서 남은 선거 횟수는 많다. 그리고 이 수많은 선거는 여러분들의 삶에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문제는 언제쯤 정치가 ‘좋은 방향’으로 바뀔 수 있을 지이다.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에 정치가 변해야 여러분들의 삶에 도움이 될 것이다.
2. 정치와 20대의 삶
지금 당신이 만 20살이라면 만 60살이 되면 2050년이다. 2050년까지 여러분들의 삶에는 무수히 많은 문제들이 도사리고 있다.
장기적으로 보면, 기후변화-피크오일의 영향을 본격적으로 받는 세대가 될 것이다. 또한 고령화사회로 인한 여러 사회적 문제와 부담을 안고 사는 세대가 될 것이다. 지금처럼 국가채무가 늘어난다면, 앞으로 국가재정은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 국가재정이 어려워지면 교육, 복지 등과 관련해서 국가가 해야 할 일을 제대로 못하게 된다. 주거와 관련해서도 큰 변화가 있을 수 있다. 지금 엄청나게 지은 아파트들이 노후화하면 어떻게 될 것인지? 그리고 사회적 양극화는 당분간 더욱 심해질 것이다. 양극화로 인한 사회적 영향도 지금의 젊은 세대가 고스란히 받게 될 것이다.
이렇게 많은 문제들이 있지만, 이 문제들을 해결할 뾰족한 방법은 없다. 해결책을 찾고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데는 정치의 역할이 크다.
한가지 중요한 것은 ‘투표일 하루에만 주인이 되는’ 선거만으로는 이 문제들을 제대로 풀지 못할 것이라는 점이다. 이런 어려운 문제들을 풀어나가려면, 일상적인 참여가 중요하다. 일상적인 참여를 통해 공론(公論)의 장을 마련하고 토론하면서 해답을 찾아나가야 한다. 물론 이런 일이 가능하려고 해도 선거가 중요하다. 선거로 뽑힌 대표자가 이런 공론의 장을 마련하고 진행하는 역할을 해야 하고, 최소한 방해는 하지 말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공론의 장은 인터넷에서, 지역에서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런 공론의 장을 만들 주체는 누구보다도 지금의 10대, 20대들이다. 가장 절박한 문제의 당사자들이기도 하고, 그렇기에 이 문제들을 풀어나갈 숙제를 안고 있기도 하다. 그리고 이런 문제들을 잘 푼다면, 그 혜택도 가장 많이 누릴 세대이기도 하다.
3. 참여하지 않으면 무시당한다
이런 현실에도 불구하고 20대들은 정치에 무관심하다. 투표율도 낮다. 2008년 국회의원 선거에서 20대 전반의 투표율은 32.9%, 20대 후반의 투표율은 24.2%에 불과했다. 반면에 가장 투표율이 높은 층인 60세 이상 투표율은 65.5%, 50대 투표율은 60.3%였다.
정치현실에서는 참여하지 않는 주체는 무시당한다. 자기 자신의 처지와 무관하게 지역감정이나 분위기에 휩쓸려 투표하는 주체도 무시당한다. 20대가 무시당하지 않으려면 투표를 해야 한다. 그냥 하는 것이 아니라 20대의 목소리를 내고 20대의 목소리를 조직하고 그 목소리를 받아들이는 정치세력에 투표해야 한다. 그런 정치세력이 없으면 새롭게 만들 필요도 있다. 그래야먄 20대가 무시당하지 않는다.
4. Grassroots와 Netroots가 되라
사람들이 목소리를 내는 방법은 다양하다. 개인적으로야 인터넷을 통하든 1인시위를 하든 지역에서 사람들을 만나든 목소리를 낼 수 있다.
그렇지만 정치적으로 의미가 있는 목소리가 되려면 조직된 힘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 힘을 만들 수 있는 공간으로는 지역과 인터넷이 있다. 인터넷이라는 공간은 지역만큼이나 일상적인 공간이 되었다. 인터넷이 가진 강점( 개방, 공유가 손쉽다는)은 지역에서의 풀뿌리활동의 한계를 넘어설 수있게 한다.
Internet과 Grassroots의 결합어인 Netroots는 최근 미국 정치변화에서 가장 주목할만한 주체이다. Netroots들은 미국에서 대중들이 참여하는 정치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오바마 대통령 당선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평가되는 주체이기도 하고, 지금도 미국정치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의 20대가 이 시대 정치와 사회의 주체가 되려면 스스로 할 수 있는 일들을 자기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시간과 노력’을 들여 지역과 인터넷에서 하면 된다.
5. 20대는 단일한 집단이 아니다.
긴 말 하지 않아도 알겠지만, 20대가 단일한 처지에 있는 집단은 아니다. 같은 세대로서 공유할 수 있는 점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점들도 많다. 경제적ㆍ사회적 처지는 천차만별 일 것이다. 물론 사람을 경제적인 부나 소득에 따라 절대적으로 편가르기를 하는 것은 잘못이다. 경제ㆍ사회적으로 형편이 아주 좋은 20대라고 하더라도 자기 세대의 문제, 주위의 소외된 사람들의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같이하고자 하는 사람은 ‘좋은 사람’이다. 이런 ‘좋은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은 너무나 필요하고 좋은 일이다.
그렇지만 20대라는 세대 내에서도 다양한 처지, 다양한 생각이 존재한다는 것은 인식해야 한다. 참여가 더 절박한 사람들은 20대 내에서도 상대적으로 열악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일 수밖에 없다. 본래 정치란 ‘어려운 사람들의 문제를 공동체적으로 풀어내기 위해’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현실을 보면, 정치가 없어도 잘 살 수 있는 사람들은 정치에 관심이 큰데, 정치없이는 살기 힘든 사람들이 정치에 무관심하거나 자기 중심을 못 잡고 있다.
6. 지금의 정부는 그냥 나온 정부가 아니다.
지금의 10대, 20대 중에 현 정부에 대해 불만이 많은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솔직히 현 정부같은 정부가 나오게 된 것은 그동안 앞서 활동해 온 사람들의 잘못이 크다. 소위 민주화세력이라고 불리던 사람들, 시민운동ㆍ사회운동을 해 온 사람들의 잘못도 크다.
물론 신자유주의 세계화라는 세계적인 흐름도 영향을 미쳤다. 97년 IMF경제위기 이후에 우리 사회는 급속하게 미국화의 길을 걸어 왔다. 미국이 표준이 된 세계화의 바람 속에서 우리 사회는 미국식 사회ㆍ경제모델을 추종해 왔다. 이 점과 관련해서는 앞선 두 정부(DJ정부, 참여정부)도 자유롭지 못하다.
한편 우리 사회의 밑바탕에는 일본이 있다. 우리 사회의 밑바탕에는 일본과 유사한 권위주의적이고 표준화ㆍ획일화를 강요하는 학교, 경직된 관료주의 행정시스템, 권위주의적인 기업리더십, 그리고 토목건설 중심의 경제체질 등이 남아 있다.
이런 흐름들이 민주화 이후에도 지속되었고, 이런 흐름은 현 정부같은 정부가 집권하기에 유리한 조건이었다. 경제성장과 시장(市場)지상주의, 개방지상주의에 빠져 허덕이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그것을 극도로 밀어붙이겠다는 현 정부는 표를 모으기가 쉬웠던 것이다.
7. 우리 동네4대강이 4대강사업을 만들었다.
지금 4대강 사업이 자연을 파괴하고 엄청난 예산낭비를 초래하고 있다. 이런 사업을 어떻게든 막고 중단시킬 수 있다면 좋겠지만, 현 정부의 불도저식 사업태도를 보면 이런 소망은 실현되기 어려워 보인다.
4대강 사업을 반대하면서, 한가지 생각해야 할 것은 ‘어떻게 이런 식의 사업이 가능하게 되었을까’라는 점이다. 이 점에 대해 생각해 보려면 지역과 우리 건설업계를 볼 필요가 있다. 우리 사회의 토목건설의존 경제의 뿌리는 지역에 있다. 지역에서는 무수히 많은 토목사업들(우리 동네 4대강 사업이라고 부를 수 있겠다)이 반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지역에 있는 중소건설업체들은 그런 토목사업으로 유지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지역적 토목건설의존 경제를 통해 토목건설 중독 정치가 만들어진다. 토목건설에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들이 지역정치와 지역언론을 장악하고 있다. 그리고 토목건설에서 검은 돈들이 정치권으로 흘러들어간다.
민주당같은 야당도 이런 토목건설 의존 경제, 토목건설 중독 정치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호남 지역정치를 지배해 온 민주당은 호남에서 이런 토목건설 의존 경제를 키워왔다. 국회에서 민주당 정치인이 하는 말은 가식이고, 호남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 진실이다.
이처럼 토목건설 중독 정치는 지역에서부터 중앙에까지, 여야를 막론하고 퍼져 있다. 그리고 새만금 사업, 4대강 사업과 같은 대형 국가사업들은 이런 토목건설의존 경제의 결정판이다. 어쩌면 지금 4대강 사업을 하는 목적은 이런 토목건설경제를 지탱하기 위한 토목건설 중독정치의 마지막 결단인 지도 모른다.
8. 세대간의 연대를 통해 희망을 만들자
이렇게 어려운 현실을 만든 책임은 앞서 산 세대에 있다. 물론 이런 흐름을 막으려고 노력해 온 사람들도 있지만, 어쨌든 막지 못했다. 그래서 지금의 젊은 세대를 보면 미안하다.
앞으로의 희망은 청년들에게 있고, 지금 성장하고 있는 10대들에게 있다. 앞선 세대들에게는 청소년, 청년들이 성장하고 목소리를 내고 힘을 갖도록 돕고 협력할 책임이 있다고 느낀다.
앞으로 풀어가야 할 어려운 문제들을 청소년, 청년들과 앞선 세대들이 협력해서 풀어갔으면 좋겠다. 청년들이 정치와 사회에 참여하는 주체로 우뚝 서는 것과 관련해서도 앞선 세대가 할 역할이 있을 것이다.
9. 이번 지방선거를 어떻게 볼 것인가?
이번 지방선거는 과거에 얽매여 있는 측면이 있다. 민주주의를 퇴보시키고, 4대강사업같은 어처구니 없는 사업을 벌인 현 정부 때문에 우리는 미래를 모색할 기회를 많이 잃어버리고 있다. 그래서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쟁점이 positive한 쟁점보다는 ‘반대’가 중요한 쟁점이 되고 있다.
그리고 지방선거임에도 불구하고 지방선거로서의 성격이 없어지고 있다.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이 강해지고 있다. 이런 성격규정은 기득권을 가진 여당과 야당에게 유리한 구도이다. 이런 구도 속에서는 새로운 정치세력, 정치적 흐름이 나올 수 없다. 최악과 차악이 서로 나쁘다고 하는 것이 쟁점이 되고, 유권자들로 하여금 그 중에 선택하도록 강요하는 구도이기 때문이다.
지방선거는 ‘사람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변화’, ‘새로운 모색’이 이루어져야 하는 선거이다. 지역이라는 구체적인 공간에서부터 여러 문제들을 풀어가는 대안들이 모색될 수 있고, 그런 얘기들이 논의되어야 하는 것이 지방선거이다. 기후변화에 대해 지역에서부터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양극화는 지역에서부터 어떻게 해소해 갈 수 있을 것인지?, 토목건설 의존체질을 지역에서부터 어떻게 바꿀 수 있을 것인지? 등등이 지방선거를 통해 얘기되고 풀려야 한다.
그렇지만 지금 상황은 그렇게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이해는 된다. 워낙 현 정부가 잘못하는 것이 많다보니, 일정정도는 현 정부에 대한 심판이 될 수밖에 없다. 유권자들의 마음도 그렇다.
그렇지만 상당히 많은 유권자들은 투표 자체를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 유권자들은 ‘이도저도 싫다’거나 ‘정치에는 신물이 난다’거나 ‘정치와 내 삶이 무슨 상관이냐’는 마음들일 것이다. 이런 유권자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희망을 가지고 함께 투표하고 행동하게 만드는 것이 어떻게 보면 가장 중요한 일이다.
10. 청년 유권자로서 주체적으로 행동했으면
이번 지방선거에서 청년 유권자들은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움직였으면 좋겠다. 다른 주체로부터 조언을 듣는 것이야 필요할 수 있지만, 스스로 판단하고 움직였으면 좋겠다.
이리저리 휩쓸려서는 활동이 지속가능하지도 않고 미래 전망을 찾기도 어렵다. 스스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는 것이 좋겠다. 어떤 정책을 요구하는 것도 스스로 판단해서 하고, 어떤 후보자를 지지할 것인지도 스스로 판단하면 좋겠다.
서울시장 선거에 개입하는 것이 좋을 지, 아니면 풀뿌리 기초선거를 중심으로 청년들의 목소리를 낼 것인지? 아니면 둘 다 할 것인지? 아니면 정책적인 목소리를 내는 것에 주력할 것인지? 20대들의 목소리를 조직하는 데 주력할 것이지? 등등도 스스로 판단하면 좋겠다. 어떻게 보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게 맞을 수 있을 것이다.
스스로 고민하고 판단하는 청년에게 희망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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