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2005년 1월6일 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 홈페이지에 게시된 나일경 박사의 연재 글 중 9회째 글을 옮긴 것입니다.
국가통치형 정치문화를 탈피하지 못한 사회운동 그룹들은 사회적 권력을 형성하고 그 권력을 정치적으로 행사하는 방법에 관해 관심이 높지 않거나 아예 없기 쉽다. 그런 그룹들은 생활현장에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그 문제와 관련된 지식들을 동원하여 곧장 정치가나 정부에게 그 문제의 해결을 촉구하는 운동을 일으킨다. 정치가나 정부가 자신들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게 되면, 운동은 더욱 더 과격해지고, 한편 운동이 과격해질수록 시민들로부터 운동방법에 대한 동의를 둘러싼 지지를 잃게 됨으로써, 어느 새 썰물과 같이 사라지는 운명을 밟곤 한다.
저자는, 이러한 운동그룹들이 지속적이지 못한 까닭을 생활현장을 기반으로 하는 ‘생활ㆍ운동과정’과 ‘정책형성 (운동)과정’을 생략한 채, 곧장 ‘정치ㆍ행정과정’에서의 운동단계로 나아가는 운동의 전개방식에서 찾고 있다. 그리고 이와 같은 운동방식을 저자는 ‘풀잎 운동’(草の葉)이라는 개념을 통해 표현하고 있다.(요코다 카쓰미(横田克巳),『「まァー, 良いか」しながらオルタナティブ(다 그런 거지 하면서 실천하는 올터너티브)』가나가와 네트워크 운동, 1998년, pp. 78-79를 참조.)
그러면 저자가 말하는 풀잎 운동이란 무엇인가. 풀잎 운동이란, 어떤 사회적 문제가 발생하게 되는 경우, 그 문제가 생활현장에서 왜, 어떻게 발생하게 되었는가, 그 문제의 당사자들은 어떤 문제점을 안고 있는가,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정책이 필요하며, 당사자들의 참가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운동방법이 필요한가의 문제를 현장에서 검증하는 단계를 거치지 않는 운동방식을 가리킨다. 그럼, 왜 그와 같은 운동방식을 취하게 되는 것일까. 이는 생활세계를 기반으로 한 운동과정을 통해서만이 생활자ㆍ시민의(of), 생활자ㆍ시민에 의한(by) ‘사회적 권력’이 형성될 수 있다고 하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저자는 풀잎 운동의 리더들이 “자신은 생활자를 위한(for) 운동의 대리인이며 사회적 정의를 대표하는 사람”이라는 착각에 빠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즉 문제해결수법이라고 하는 관점에서 보면, 그들은 청부형 문제해결수법의 대리인(해결사)에 지나지 않으며, 따라서 기본적으로는 기성 정치인들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 풀잎운동에 대치되는 ‘풀뿌리 운동’이란 무엇인가. 풀뿌리 운동은 “생활ㆍ운동과정->정책형성과정->정치ㆍ행정과정”의 절차를 거치는 가운데, 각각의 단계에서 ‘참가’와 그에 따른 ‘책임’을 수행하는 것을 소중히 여기는 운동이다(보다 자세한 내용은 역자 후기를 참조). 따라서 풀뿌리 운동의 리더는 생활현장에 문제가 발생하면,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리인으로서 위임받는 것을 거부한다. 풀뿌리 운동의 리더 역할은, 당사자들이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과제를 정리하고, 해결방법을 모색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토론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으로 한정되기 때문이다. 즉 풀뿌리 운동의 리더에게 중요한 활동지침이 되는 것은 참가형 문제해결수법을 통해 문제해결능력을 발휘하는 주민들의 수를 늘리는 것이며, 그러한 개인들의 네트워크를 촉진시키고 그 규모를 확장시키는 것이다.
이와 같이 풀뿌리 운동의 리더는 현장에서 사회운동과 정치운동의 일련의 과정을 통해 ‘시민자치능력’을 신장시키는 것을 활동의 기본으로 삼는다. 풀뿌리 운동의 리더는 생활운동과정을 통해 문제를 발견하는 능력을 향상시키고, 정책형성과정을 통해 과제를 정리하고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형성 능력을 향상시키며, 정치행정과정을 통해 정책을 실현시키는 전략적인 능력을 향상시키는 기회를 주민들에게 제공하는 것을 활동의 기본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풀뿌리 운동은 주민들의 마음의 근육을 운동시키는 정책들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반해 풀잎 운동의 리더는, 생활운동과정과 정책형성과정에서의 운동을 생략하기에, 정책을 만들어 내도 그것은 작문으로서의 정책으로 끝나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렇기에 풀잎 운동에서는 동원되는 주민들은 있어도 자발적으로 참가하는 주민은 적기 마련이다. 또한 풀잎 운동에서는 요구를 하고 저항을 하는 주민의 모습은 발견돼도, 대안을 제시하며 참가에 따른 책임을 짊어지는 주민들의 모습은 좀처럼 발견되지 않는다.
풀잎 운동과 풀뿌리 운동
나일경
국가통치형 정치문화를 탈피하지 못한 사회운동 그룹들은 사회적 권력을 형성하고 그 권력을 정치적으로 행사하는 방법에 관해 관심이 높지 않거나 아예 없기 쉽다. 그런 그룹들은 생활현장에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그 문제와 관련된 지식들을 동원하여 곧장 정치가나 정부에게 그 문제의 해결을 촉구하는 운동을 일으킨다. 정치가나 정부가 자신들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게 되면, 운동은 더욱 더 과격해지고, 한편 운동이 과격해질수록 시민들로부터 운동방법에 대한 동의를 둘러싼 지지를 잃게 됨으로써, 어느 새 썰물과 같이 사라지는 운명을 밟곤 한다.
저자는, 이러한 운동그룹들이 지속적이지 못한 까닭을 생활현장을 기반으로 하는 ‘생활ㆍ운동과정’과 ‘정책형성 (운동)과정’을 생략한 채, 곧장 ‘정치ㆍ행정과정’에서의 운동단계로 나아가는 운동의 전개방식에서 찾고 있다. 그리고 이와 같은 운동방식을 저자는 ‘풀잎 운동’(草の葉)이라는 개념을 통해 표현하고 있다.(요코다 카쓰미(横田克巳),『「まァー, 良いか」しながらオルタナティブ(다 그런 거지 하면서 실천하는 올터너티브)』가나가와 네트워크 운동, 1998년, pp. 78-79를 참조.)
그러면 저자가 말하는 풀잎 운동이란 무엇인가. 풀잎 운동이란, 어떤 사회적 문제가 발생하게 되는 경우, 그 문제가 생활현장에서 왜, 어떻게 발생하게 되었는가, 그 문제의 당사자들은 어떤 문제점을 안고 있는가,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정책이 필요하며, 당사자들의 참가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운동방법이 필요한가의 문제를 현장에서 검증하는 단계를 거치지 않는 운동방식을 가리킨다. 그럼, 왜 그와 같은 운동방식을 취하게 되는 것일까. 이는 생활세계를 기반으로 한 운동과정을 통해서만이 생활자ㆍ시민의(of), 생활자ㆍ시민에 의한(by) ‘사회적 권력’이 형성될 수 있다고 하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저자는 풀잎 운동의 리더들이 “자신은 생활자를 위한(for) 운동의 대리인이며 사회적 정의를 대표하는 사람”이라는 착각에 빠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즉 문제해결수법이라고 하는 관점에서 보면, 그들은 청부형 문제해결수법의 대리인(해결사)에 지나지 않으며, 따라서 기본적으로는 기성 정치인들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 풀잎운동에 대치되는 ‘풀뿌리 운동’이란 무엇인가. 풀뿌리 운동은 “생활ㆍ운동과정->정책형성과정->정치ㆍ행정과정”의 절차를 거치는 가운데, 각각의 단계에서 ‘참가’와 그에 따른 ‘책임’을 수행하는 것을 소중히 여기는 운동이다(보다 자세한 내용은 역자 후기를 참조). 따라서 풀뿌리 운동의 리더는 생활현장에 문제가 발생하면,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리인으로서 위임받는 것을 거부한다. 풀뿌리 운동의 리더 역할은, 당사자들이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과제를 정리하고, 해결방법을 모색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토론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으로 한정되기 때문이다. 즉 풀뿌리 운동의 리더에게 중요한 활동지침이 되는 것은 참가형 문제해결수법을 통해 문제해결능력을 발휘하는 주민들의 수를 늘리는 것이며, 그러한 개인들의 네트워크를 촉진시키고 그 규모를 확장시키는 것이다.
이와 같이 풀뿌리 운동의 리더는 현장에서 사회운동과 정치운동의 일련의 과정을 통해 ‘시민자치능력’을 신장시키는 것을 활동의 기본으로 삼는다. 풀뿌리 운동의 리더는 생활운동과정을 통해 문제를 발견하는 능력을 향상시키고, 정책형성과정을 통해 과제를 정리하고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형성 능력을 향상시키며, 정치행정과정을 통해 정책을 실현시키는 전략적인 능력을 향상시키는 기회를 주민들에게 제공하는 것을 활동의 기본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풀뿌리 운동은 주민들의 마음의 근육을 운동시키는 정책들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반해 풀잎 운동의 리더는, 생활운동과정과 정책형성과정에서의 운동을 생략하기에, 정책을 만들어 내도 그것은 작문으로서의 정책으로 끝나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렇기에 풀잎 운동에서는 동원되는 주민들은 있어도 자발적으로 참가하는 주민은 적기 마련이다. 또한 풀잎 운동에서는 요구를 하고 저항을 하는 주민의 모습은 발견돼도, 대안을 제시하며 참가에 따른 책임을 짊어지는 주민들의 모습은 좀처럼 발견되지 않는다.
'생활협동조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자료] 한국 생협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제안 -이대수 (0) | 2007.10.26 |
---|---|
생활자 정치와 연동하는 公과 私와 共의 긴장 (0) | 2007.09.28 |
생활자 정치와 참가형 정치 (0) | 2007.09.28 |
사회적 권력=문제를 정리해서 과제를 설정하고 정책을 제시해서 해결하는 힘 (0) | 2007.09.28 |
정치생활 용구로서의 대리인 운동=의원의 ‘공동구입 운동’ (0) | 2007.09.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