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놓고 얘기합시다! - 활동가 집담회
- 중견활동가들의 고민은 무엇인가 -
■ 일시 : 2007년 10월 8일 월요일
■ 사회 : 이호
■ 참가
김기연(미래를 열어가는 시민모임) /
박인규(희망을 만드는 사람들)) /
송재봉(충북참여자치연대) /
신윤관(푸른경기21실천협의회)
(참석자 소개)
이호 : 어떻게 시작하면 좋을까 고민했는데 자기 경험부터 말씀해주시면 도움이 될 것 같다.
신윤관 : 부담 없이 오라고 해서 왔다.(웃음) 오늘의 핵심단어는 ‘중견’인 것 같다. 사실, 우리와 다른 일반 직장생활 사람들에게서 통용되는 ‘중견’이라는 의미는 권한, 권위, 여유와 같은 그런 느낌일 것이다. 그러나 운동판에서의 ‘중견’이라는 의미는 권한과 권위보다는 책임이 더 강하게 다가오고, 여유보다는 불안에 가까운 그런 심리상태가 아닌가 싶다.(웃음) 저는 93년부터 지역운동을 해왔다. 처음에 학생운동 정리하고 나와서, 민주청년회 사무국장으로 시작했고, 청년회장까지 갔다가, 안산에서 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하다가 지방의제로 갔다가, 지금은 푸른경기21로 갔다. 저 같은 경우는 옮기는데 있어서는 큰 어려움은 없었다. 나름대로 안산지역은 지역운동이 활성화 돼있어서 개인의 결단이나 결심 보다는, 일정한 논의 풀이 있었기 때문에 그 논의 틀 속에서 나의 진로가 고민되었던 것 같다.
그런데 문제는 지금이다. 경기의제 사무처장이 3년 임기제이고, 3년 후에는 안산지역에서 다시 활동 할 것이지만, 이젠 녹록치 않다. 또 하나는 경제적인 문제도 있다. 예전에는 내가 옮기는 것에 경제적인 문제가 큰 변수는 아니었는데, 이제는 절대적인 빈곤이라고 볼 수 없지만, 자리를 옮기는 것에 있어서 수입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또 하나는 흔히들 40대가 불혹의 나이라고 한다. 오히려 저 같은 경우는 그런 유혹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웃음) 아무도 날 유혹하지 않는다.(웃음) 일도 사람도 딱히 나를 유혹하지도 않고, 지금 심리상태에서도, 현재 하고 있는 일을 정리하고 다른 무엇인가를 해봐야겠다는 유혹을 느끼지 못한다. 유혹을 간절히 원하고 있지만 유혹이 없다.(웃음) 어쨌든 최근은 심리적 공황 같은 그런 상태인 것 같다. 오늘 그런 고민을 같이 얘기하면서 나누고 싶다.
송재봉 : 저는 고민이 깊지 못해서, 누가 고민을 하라고 했을 때만 고민을 하는 것 같다. 생각해보니까, 사무국장을 한 지가 97년부터였으니까 벌써 10년 쯤 됐다. 처음 시민운동 시작한 것은 93년부터다. 저는 옮겨 다닐 능력이 없어서 한 군데에서 지금까지 일을 해왔다. 10년 쯤 됐을 때 제일 고민됐다. 재작년이었다. 일하는 데 재미가 없어졌다. 누군가 옆에서 “쟨 왜 이리 오래하냐”며 핀잔은 주는 소리도 환청처럼 들린다.(웃음) 일이 힘들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게 10년 차쯤이었다. 일이 내게 떨어지는 게 두려웠을 정도였다. 그래서 단체 내에 준비가 안 됐지만 무작정 1년을 쉬었다. 6개월 동안은 주변에서 놀았고, 나머지 반년은 필리핀 'NGO센터'에서 놀았다. 한국에 귀국할 때쯤 또 이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안 들었다. 이 기회에 떠야 했는데, 막상 다른 일을 선택지가 많지 않았고, 준비가 안 돼 있었다. 나름대로 시민운동 조직 틀 속에서 이런 저런 일 할 수 있지만, 이 틀 밖에서는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었다. 쉬운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싫었지만, 복귀할 수밖에 없었던 측면이 있었다. 그래서 복귀하면서 뭔가 준비해야 한다는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막상 일을 다시 시작하다보니까 그런 고민을 할 여유가 없었다. 그냥 톱니바퀴 일상처럼 굴러갔다. 어쨌든 뭔가 새로운 것 해야 한다는 고민은 있다.
한편으로 생활인으로서 살아가야 할 고민이 있는 것 같다. 규모를 떠나서 일정한 수입구조를 전혀 생각하지 않고 뭔가를 시작할 수는 없을 것이다. 내 주변의 안정적인 직장을 다니는 동료들이 있는데, 가끔 가족끼리 모임을 가질 때면 참 부담스럽다. 예전에는 차이를 몰랐다. 지금은 가족끼리 어울리는 게 어려워졌다. 특히 아이들의 눈치를 보게 된다. 이를 테면, 자동차부터 비교가 된다. 생활인으로서의 나에 대한 준비가 없는 것이 가장 현실적 고민이 한 축에 있다.
지역 내에서도 어쨌든, 같은 얼굴 10년 보는 것이 지겨울 테고, 그런 측면에서 뭔가 돌파구를 열어놔야 되는데, 위로 보니 선배는 다 없어졌고, 어떻게 하다가 내가 최고참 선배가 돼 있었다. 어찌 보면 내가 후배들의 미래일 테고, 그들에게 꿈과 희망을 줘야 하다는 고민을 늘 가지고 있다.
신윤관 : 중견활동가의 공통된 고민 같다.(웃음)
박인규 : 내 삶의 변화로 보면, 그다지 변하진 않았는데, 내용적으로 변화가 있었던 것 같다. 전에 제가 활동했던 인천참여자치연대를 2005년 말에 그만두고, 후배에게 물려주었다. 저는 2000년까진 노동운동을 했고, 총선연대 이후 시민운동에 뒤늦게 진입했다. 시민운동에 발 딛고 있지만 몸은 노동현장에 가 있고, 정서와 정신은 항상 현장에 가 있었다. 주제넘을지 모르지만, 남 밑에서 같이 하려는 마음이 적어서 그런지 몰라도, 선배나 후배들에게 얘기할 때 나는 나를 괴롭혀야 사는 맛을 느끼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뭔가 새로운 것을 해야 에너지가 충전되는 스타일이라 조직도 많이 깨먹으면서 새로 만들기도 했다. 지금도 그런 속성이 있는 것 같다. 그런 식으로 참여자치연대를 만들었다. 40대에 뭔가를 만들었다가, 쉽게 관두는 일은 이젠 안 먹히는 나이가 된 것 같다. 진지하게 새롭게 고민할 나이가 된 것이다.
고민은 두 가지인 것 같다. 하나는 2000년도 이전의 노동운동에서 내 모습과 2000년 이후의 시민운동으로 가는 길에서 내 모습의 차이는 무엇인가. 차이 없는 듯해도 나의 사고나 만나는 사람들과의 관계나, 일에 대한 태도나 방식이 굉장히 많이 바뀌어 있었다. 지금도 내 또래나 후배들이나 선배들은 아직도 민주노총이나 지역 노동자들과 활동하는데, 몇 년 지나니까 알게 모르게 이 분들과 거리가 생겼다. 어디부터 거리가 생기는 걸까? 지역운동하면서 노동운동의 가치나 지향을 다르게 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면서 좀 멀어지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동전의 양면처럼, 노동운동 판에서 노동운동 보는 시각과 시민운동 판에서 보는 노동운동에 대한 시각이 다른 것 같다, 그게 뭘까? 과거 노동운동 떠난 선배들과는 다르겠지만, 내가 하는 고민을 한발 물러서서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 외의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볼 것인가? 혹은 우리 운동을 어떻게 보는가를 객관적으로 보자는 생각이 2004년도에 들기 시작했다. 힘들고 고달프다는 것 보다는 뭔가 해명이 되지 않는 그런 느낌을 받았다. 그러다 보니까, 깊이 있는 고민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런 차제에 당시 주변에서 공부하려는 사람이 많았는데, 나도 공부 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83년에 대학에서 짤렸기 때문에 학벌의 장벽에 막혀서 대학원을 갈 수가 없었다.(웃음) 그로부터 20년이 넘었는데, 다시 학교에 복학해서 작년에 마치고 올해 대학원에 진학했다.
나를 괴롭혀야 사는 느낌을 받듯이, 저는 뭔가 하지 않으면 인생의 느낌을 받지 못한다. 그래서 나도 남도 귀찮게 하면서 살아왔고, 그 와중에 대학원을 가게 됐다. 그러다보니까 자연스럽게 대학가면서도 시간을 쪼개다 보니까, 내가 책임을 못 지는 것 같기도 하고,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세 살 밑 후배에게 직책을 물려주고 그만 두려했는데, 그 친구는 나보다 더 깊게 그런 고민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그 친구가 먼저 그만둘까봐, 내가 먼저 그만뒀다.(웃음) 사무처장 안 하고 그만두는 건 좀 그렇지 않느냐 라고 꼬셨다.(웃음)
어디 가야 하는 것에 대한 고민, 누가 날 받아줄 것인가란 고민 보다는 내 역할을 다한 시점에서, 무엇을 갖고 해나가야 될 것인를 고민하는 상태에서 더 내공을 쌓아서 평생 갈 수 있는 새로운 것을 고민해보잔 생각이다. 20년 넘게 달려왔는데, 지금은 돌아볼 시기이다. 내다보면서 준비할 시기가 아닌가 생각한다.
김기연 : 오늘 집담회에 잘 왔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 초청받으신 분들이 다 남자이고 나 혼자 여자다. 영역도 다른 것 같다. 저는 복지운동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됐다. 결혼했기 때문에 자녀양육의 문제도 가지고 있다. 그런 것이 여기 계신 분들과의 차이다. 또 지역적 차이도 있다. 우리는 고민이 뭐냐면, 사람이 없다는 거다. 미치고 환장하겠다.(웃음) 이 바닥을 뜨고 싶어도 사람이 없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 천안이 50만이 됐다. 제가 처음 왔을 때 18만이었다. 10년 사이 이렇게 많이 성장했다. 서울에서도 가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 찾기 어렵다.
고민의 차이가 있다. 저는 기본적으로 YMCA를 통해서 시민운동에 대한 생각이나 마인드를 받고 ‘복지세상을 열어가는 시민모임’에 가서 복지적으로 풀려는 시야를 갖게 되었다. 그때는 간사였다. 내가 맡고 있는 영역의 덩어리를 확산하는 것이 과제였고, 단체를 새로 만들면서 사무국장이 되었다. 활동하는 그 사이에 두 번의 출산이 있었다. 둘째는 쌍둥이였다. 애 셋 키운다. 지금은 어떤 상황이냐면, 복지단체에서 사무국장으로서 해야 할 역할이 뭔가, 지역사회가 어떤 것을 필요로 하고, 그것을 위해 무엇을 해야 건강하겠는가? 이런 고민이 진짜 깊다. 그런 일을 하고 싶은데 복지 쪽에서 아동복지다 보니까 사업량이 너무 많아서 그런 역할을 못 한다. 공부도 하고 싶고 이사회를 변화시키고 싶기도 하고 그런 일을 하고 싶은데 내가 맡은 게 너무 많다. 재정파트도 담당한다. 회사로 따지면 기획, 회계, 행정, 인사까지 해야 하는데, 조직이 커지면서 그 모든 것을 내가 고민하고 있다. 그러면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못하면서 사업에 집중할 수밖에 없고, 사람이 없는 상태에서 일을 보면, 그런 고민을 하기 쉽지 않다. 앞 뒤 안 가리고 맹목적으로 사업 하는 것이 문제가 아닌가 싶다.
우리 조직과 내 상황에 대한 것들을 정확하게 가늠하지 않고, 있던 방식대로 밀고나가고 확장시켜야 하기 때문에 어렵다. 그 짐을 조직 안에서 같이 질 사람이 없기 때문에 굉장한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면서 에너지를 소진했다.
그래서 지금은 생활의 문제나, 생계를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문제보다는, 내가 아동복지 운동을 함에도 불구하고, 당장 어린 내 아이들의 처지를 생각하면 굉장한 빈곤하기 그지없다. (웃음) 한 달 평균 2~3회 회의를 저녁에 하는데, 친정이 가까이 있는 게 아니라서 여기저기에 아이를 맡긴다.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제 아이들 상황에 대해 어떻게 할래, 라고 묻기도 한다.(웃음) 지금은 내가 해야 될 역할을 하고 싶은데, 이 체제 안에서 그럴 수 없는 한계를 느끼고, 그 대안으로 어디로 갈 것인가를 생각하면, 사실 갈 데가 없다. 갈 곳이 있도록 만드는 게 우리의 역할이 아닐까? 주변에 뭘 만들어야 마음 편한 분이 계신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지역사회 전체를 놓고 보면, 사람을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이런 것을 고민하는 그룹이 있다. 그 쪽에서 지금 자신이 하고 싶은 일 하려고 해도 다시 일으키는데 어려우니까, 장기적으로 보고 일을 정리할 필요 있지 않느냐 조언한다. 그래서 일을 정리할 수 있도록 저는 떠나고, 다른 데로 보낸 후배를 다시 데려오기도 했는데, 그 과정에서 힘들었다. 불안한 마음 있었다. 일단은 쉬면서 애들 양육도 해야 하는데 공부를 한다면 무엇을 공부해야 하나? 내가 관심 있는 게 한국에 있나? 어디 가서 어떤 공부를 해야 하는가? 여러 가지 생각이 많다.
나도 밑에 사람을 키워야 하는데, 이런 조직에서 과연 사람을 키워낼 수 있을까? 만약 키워내는 조직이라고 치면 그 사람들한테 모델이 되어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내가 길게 보기 때문에 계속 쭉이 아니라, 잠시 중간에 쉬더라도 그 과정이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본다. 그러기 위해 나는 지금 쉬어야 한다.
이호 : 공통점도 있고 차이점도 있다. 말씀 듣고 든 생각은, 모두들 새로운 일을 찾아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끼는 것 같다. 그렇다면 하고 싶은 일이 진짜 있는가? 현재적 조건 때문에 못 하는 건가? 한편으론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없는 조건이기 때문에 못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김기연 국장님도 말씀하셨지만, 지금 우리를 4, 5년 공부에 투자하기엔 나이가 많기도 하고, 많은 문제가 겹쳐있는 것 같다. 또 한 가지 궁금증이 뭐냐면, 운동판에서 10년 20년 있다 보면, 선택할 여지가 별로 없다. 사회적으로 무능력자가 된다.(웃음) 10년 전에만 하더라도 내가 돈 벌려고 마음만 먹으면 못하겠냐 했는데, 이제는 여기를 떠나면 여기만큼 못 받을 수도 있겠다(웃음), 하는 생각이 든다.
주제를 바꿔서 질문을 드리고 싶다. 우리 나이 또래 사람들, 경력이 비슷한 사람들의 비슷한 고민에는 경제적 문제가 항상 포함돼 있다. 내가 10년 여기서 일하면 비전이 필요하고 지겹기도 한데, 새로운 것을 준비하려고 해도 돈이 필요하다. 그런 조건에서 박인규 위원장께서 공부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계신지 궁금하다. 저도 이음에 올 때 두 가지 망설임이 있었다. 하나는 월급이 팍 줄여든다는 게 하나였다.(웃음) 또 하나는 선거 때 되면 직업 찾아보려는 사람들이 있는데, 국가인권위 국민고충위원회, 청렴위원회 등등으로 경력 있는 사람들을 우대해서 뽑는 것 같다. 실제로 그런 데로 많이 가는 것 같다. 이런 현상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박인규 : 저는 정부기관으로부터 스카웃 제안을 받아본 적이 있었다. 지금도 누구 부르는 사람이 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좀 과한 것 같았다. 마음에 안 들어서 안 간 것도 있다. 먹고 사는 문제는 40대 만의 문제가 아니고 30대부터 해온 문제였다. 우리 나이 때는 공교롭게도 30대가 90년대 초반을 넘어선 때였고, 20대에서 30대 초반이 격변의 운동적인 시대였고 막차 타고 떠난 사람들이 있었는데, 저는 90년대 들어서면서 먹고 사는 것에 대해 고민했다. 평생 어떻게 할지를 당시에 집사람과 고민했다. 그러나 결혼하면서 현실이 달라졌고, 고민도 바뀌었다. 그 때만 하더라도 돈 주고 단체 활동하는 게 거의 없었다. 오히려 저보다 윗 선배들이 1-20만원 돈 챙겨주면서 애들 꼬시는 단계였다. 그 땐 젊었으니까. 그걸 못 견디는 사람들이 떠난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최소 10년 먹고 살 수 있는 것으로 장사를 하자, 그래서 장사를 시작했고, 돈을 꽤 모았다. 돈을 벌면서 활동을 하는 게 당시엔 일치 되지 않았다. 돈 버는 것만큼 활동이 줄어드니까. 부부가 뭘 같이 하면 여자가 손해 보게 되어 있다. 남자는 밖으로 나가려고 하고 여자는 유지하려는 관성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저도 아내와 3, 4년 같이 하다가 활동을 줄였다. 그러면서 나는 뛰쳐나가고 부인은 몇 년 더 했다. 그렇게 해서 2000년까지 버텼다. 그때가 넘어서니까 가진 밑천 다 떨어지고, 먹고 사는 문제를 누가 해결해주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런 상황에서 인천참여자치연대를 만들었다. 먹고 사는 문제에 대해선 사람마다 다른데, 공통점이 있긴 하다. 아내가 생계를 책임진다는 것이다.(웃음) 늘 미안하다. 제 나이 또래 대기업 친구들은 부장급까지 가 있고, 연봉이 3, 4억 정도 되는 친구들도 있다. 그 친구들을 만나면, “너 아직도 운동하냐”라며 농담하는데, 좀 좋은 친구들은 “뭐 좀 도와줄까” 하는데, “아직도 그거 하냐”라고 구박 주는 친구도 있다.
어쨌든, 그런 면에서 나를 지탱한 것은 나만의 독특한 조건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나이에 아무것도 안 벌고 살 순 없다. 다른 형식으로 수입 받는 약간의 구조가 있다. 밝히기 어렵다.(웃음) 학비문제는 누가 돈 대준다고 해서 장학생으로 갔다. 환경재단 장학생으로 다니고 있다. 지금 학교 다니면서 아는 선배를 통해 프로젝트 도와주고 생계를 유지하고 있고, 공부를 마치고 오면 어떻게든 먹고 사는 문제를 준비를 해야 한다. 이 문제를 보면서 내 경우엔 독특하다고 생각한다. 일반화하긴 어렵다. 문제는 새로운 것을 하려고 하더라도 먹고 사는 것 때문에 힘들도 답답하기만 하다. 이 나이 되면 해야 할 것도 많고 요구되는 것도 많다. 그러나 한편으로 40대에 접어드는 중견 활동가들은 몇 가지 좋은 점을 갖추고 있다고 본다. 지역사회 인적관계를 가지고 있기도 하고 시민단체에 있기 때문에 프리미엄도 있다. TV에 가끔 나가면서 잘 하고 있구나, 하는 소리도 듣고, 연수도 가고, 공무원에게 싫은 소리도 할 수 있다. 알게 모르게 그 속에 안주하는 게 있었던 것 같다. 그런 면에서 보수화되고 있다는 측면도 있다. 그런 조건이 개인의 새로운 선택과 경험들을 새롭게 운동할 수 있는 것을 못 만들어주는 지역 혹은 시민사회운동의 전체적인 판이 해결돼야 한다. 문제는 이런 고민들이 개인의 영역으로 떨어지게 된다. 악순환을 끊어야 되는데 어떻게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신윤관 : 저 같은 경우는 와이프도 여성노동운동을 하고 있다. 저는 청년운동을 했었는데, 양면이 있는 것 같다. 내가 정말 먹고 살만하고 생계가 해결됐으면 현재의 나의 힘이 유지될 수 있었을까? 어떻게든 지역운동에 헌신하려고 하고, 쭉 밀고 가는 에너지가 아이들 문제와 고용문제, 주택 문제가 해결됐을 때, 그게 유지될 수 있을까를 반문하게 된다. 사실은 일정정도의 빈곤은 또 다른 나의 에너지다.(웃음) 그리고 또 다른 한 가지는, 요새 자활후견기관이 많이 생겼다. 가만히 보면, 우리 활동가들이 당장 생계가 막막하거나, 절대적 빈곤에 놓인 사람은 거의 없다. 이는 상대적 빈곤이다. 대개 어려운 분들을 보면, 돈이 없어서 막막한 것보다는 관계망이 떨어져서 망막한 경우가 많다. 도움 청하면 해결될 문제인데 관계망 없어서 고립되고 죽어나간다. 운동하는 사람들은 관계망이 정말 풍부하다. 내일 아이가 죽게 생기면 내 관계망 안에서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선후배, 지역 동료가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 비해 좋은 조건이라고 본다. 최근 40을 넘으면서 그 문제로 내가 해결하고 들이는 노력보다는, 또는 그 동안 내 직장에서 운동하기 위해 거기에 안정적 재정 구조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면, 가정에서도 계획적인 운동이 필요하다는 입장으로 선회를 했다. 와이프와도 합의를 했다. 우리가 몸담고 있는 조직을 잘 만드는 게 중요한 것처럼, 경제적 만족은 가족에게 드리지 못해도 우리가 진행하는 프로그램과 같은 또 다른 만족을 줄 수 있다고 본다. 이를 테면, 나와 내 와이프가 진행하는 각종 캠프 등을 진행하게 되면 자녀들이 참석하게 된다. 그런 식의 만족을 줘가면서 우리 가정을 지속가능하게 유지하는 쪽으로 가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 그렇게 하면서 공동의 노력으로, 공동 운동을 지속해나가는 에너지를 이끄는 게 우리의 생계가 아닌가 싶다. 어쨌든 경제적인 문제가 불편하긴 해도, 우리의 어려움을 절대적으로 가로막는 변수로 작용하고 있지 않다고 본다.
다만, 제가 40을 넘으면서 이호 소장님 말씀대로, 진짜 하고 싶은 일이 많다. 개인적인 프로젝트가 필요하다고 본다. 나를 충전하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저는 필리핀 이주노동자와 함께 하는 작은 프로그램이 있다. 단체에서 하는 일이 아니라 제가 개인적으로 뜻 맞는 몇이, 안산 민주노동당 있는 분들과 돈을 모아서 필리핀 현지에 조그마한 연수원을 짓고, 협동조합 만드는 일들도 한다. 이것은 내가 평생 해야 되겠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휴식 속의 충전소가 된다. 힘들 때 필리핀에 가기도 한다. 그런 일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내가 그 동안 쌓아온 관계망을 활용한 거다. 내가 공식적으로 열정과 시간을 투자하는 일 말고, 내가 자발적으로 우러나서 하는 프로그램을 한 편에 만들어놓는 것, 기왕이면 같이 사는 사람과 함께 하면 좋다고 본다. 그런 프로그램이 우리에게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가 너무 삶터와 일터가 구분이 안 되는 직장이 많다. 요즘에 USB가 좋아져서(웃음) 다들 집에서도 24시간 늘 그 일을 하면서 쉽게 피곤해지는 것 같다. 내가 책임지지 않아도 되지만 보람 있는 일로써 그런 필리핀 프로그램을, 앞으로 내 인생을 밀고나갈 충전할 수 있는 에너지원으로써 그런 것을 확보해놓는 작업이 생계만큼이나 중요하다고 본다.
그런 생각이 든다. 제가 93년에 안산에 와서 민주청년회 창립을 했는데, 그때는 보통 회장이나 사무국장 둘 중에 하나를 하게 되는데, 제가 사무국장을 하고, 10년 뒤에 환경연합 사무국장을 했다. 90년대 초에 사무국장을 한 것과 2000년도에 사무국장을 한 것에 차이가 있는 것 같다. 90년대 그 당시 운동한 사람들은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일했다. 오로지 헌신과 열정과 사명감으로 일을 해왔을 뿐이다. 그런데 2000년에 들어와서 의제나 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하면서 내 개인의 사명감으로만 되는 게 아니라 한 조직 내에서 그 자리가 해야 될 역할들, 위아래 의사소통의 문제, 조직의 비전 문제 등, 내가 과연 이 자리에 잘 맞출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엔 형식적인 사무국장이었다면, 2000년 이후는 내가 정말 이 조직을 위해 잘 훈련되고 적합한 인물인가, 라는 고민을 많이 하게 되었다. 제가 민주청년회 할 때 간부 수련회 가면 맨 먼저 하는 게 정세 분석이었다. 그런데 요즘 활동가 간부 수련회 보면 그런 거 없어졌다. 물론 자기 관련된 분야 별로 토론을 하거나 의사소통 훈련 등이 주요 프로그램인 것 같다.
그게 결국은 우리가 80대, 90년대 초까지 자리와 형식에 상관없이 사명감으로 일했다면, 2000년 오면서, 자리라고 하는 게 권위를 누리기 위해서 자리에 앉는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와도 관련 돼서, 내가 몸담은 조직을 얼마나 민주적으로 잘 운영하는 데, 내 위치가 어떻게 기능할 것인가라는 진전된 고민을 하는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중견활동가들은 일복이 터진 사람들이다.(웃음) 독립운동이나 70-80년대 운동은 우리의 적이 분명했다. 87년 이후 불과 20년 사이에 그런 거대한 중앙정부와 싸우는 것보다, 생활의제와 싸우는 것에 적응해야 한다. 내가 몸담은 조직도 생활의제에 대응할 체계와 그에 따른 변화도 해야 한다. 그래서 40대 중견활동가들 훨씬 머리도 빠지고 일복 터진 위치에 있지 않나 싶다.
김기연 : 저는 그런 의미에서 이런 고민들이 유의미하려면, 일 외에 계속 자라고 성장해야 하는데, 그런 책임을 한 조직이나 단체에게 주어진다는 것은 너무 힘겨운 일이라고 본다. 요즘엔 워크숍도 많이 하는데, 작은 조직은 일 쪼개서 가는 게 아니라, 트레이닝될 수 있는 그런 지원해주는 조직이 분명히 있어야겠다고 생각한다. 복지 분야는 조금 다르다고 생각하는데, 요즘 대학생들은 예전과 많이 다르다. 예전엔 자원봉사로 오던 학생들이 활동가로 성장한 사람도 많았는데, 요즘엔 그런 퍼센티지가 확 떨어졌다. 뜻을 가지고 같이 할만한 사람을 우리 조직에 어떻게 남기느냐가 너무나 중요한 숙제가 돼버렸는데, 어쨌든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지속가능한 체계가 되어야 한다. 그런 시스템 없이 여기 오면 성장할 수 있다고 얘기하는 것은 퀘스쳔이다. 경제적 고민과 내용을 갖고 가게 하는 일터와 현장 그리고 내 개인의 삶을 되돌아볼 여유도 없는 곳에서는 보석 같은 사람이 남을 수는 없는 것 같다. 그래서 그렇게 되지 않도록 서포터 해주는 단체가 필요하다.
이호 : 지역이나 사회운동 진영에서 지원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게 필요하다는 말씀이었다.
송재봉 : 그런 고민이 있다. 제 개인적으로 충주라는 작은 도시에서 14-5년을 일했는데, 지금은 너무 알려져서 부담스럽다. 나름대로 지역에서 역량 있는 단체의 책임자로 있으니까 언론에 많이 노출되었다. 지금은 어느 술자리를 가더라도 아는 사람이 나타난다. 사생활이 없어진다. 내 의지와 무관하게 길거리 가다가 인사하는 사람도 많다. 어느 날 내가 정치인인가? 하는 생각도 들고.(웃음) 그러다보니까 선택할 수 있는 곳이 더 어려워졌다. 아무 일이라도 할 수 있다는 마음은 먹지만, 어딜 가도 지역 내에선 날 받아줄 곳은 없다. 과도하게 날 의미 있는 것으로 몰고 가는 현실이 나를 힘들게 한다.
하나의 원인 중에는 우리 지역에 언론이 너무 많은 편이다. 우리 지역 언론들은 시민단체에 호의적이다. 아무튼 나를 필요로 하는 곳과 내가 필요로 하는 곳이 일치해야 과감히 갈 수 있을 텐데, 그것이 일치하지 않는다.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은 언론매체나, 또는 주변에서 “너 왜 출마 안 해” 란 말 많이 듣는다. 철만 되면 준비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제가 1년 동안 쉬면서, 주변에서는 정치를 준비하기 위해 쉰다는 소문도 돌았다.(웃음) 그래서 아직 내가 선택하고 싶은 마음이 거기에 없다는 것이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은 현장의 시민운동을 하고 싶은데, 그렇다면 우리 단체 내부에서 보자면, 물론 구멍가게지만, 이걸 끌어가면 주변에서 뭐라 하든 아무 문제가 없을 텐데, 현재의 정치적, 사회적 영향력과 제가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를 다 가지고 갈 수는 있다. 그러나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하고 우리의 숙제인, 미래 세대, 즉 새로운 인물들이 어떻게 커 올라올 것인가? 특정한 한 단체가 과도하게 크면 나머지가 다 죽잖은가? 조직 내에서도 한 두 명만 살아남지 모든 인력이 균등하게 다 같이 가지는 못하는 것 같다. 우리의 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대체로 그런 측면이 있다. 그래서 뭔가 새로운 선택을 해야 되는데, 그래서 제가 공부해야겠다고 해서 대학원을 졸업한 이유가 거기에 있다. 대학원은 많은 사람들이 나오는 곳이라서 추가적 메리트가 없다. 제가 대학에서 강의도 해봤는데, 아무리 열심히 해야 학생들이 시민운동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웃음) 내가 강의를 잘 못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웃음) 그러나 한 측면에서 보면, 공부를 더 할 수밖에 없는 조건이다. 선택의 여지가 없으면 미래를 위해 해 놓으면 꼭 쓸 일이 생길 것이다. 그래서 올해는 박사과정 등록할 생각으로 있다.
아무튼 현재 갖고 있는 알게 모르게 누릴 수 있는 기득권이 있다고 생각한다. 현실적 기득권이 존재한다고 보고, 그것을 과감하게 버리고 밑바닥부터 다시 시작하자는 게 운동가다운 모습이라고 보는데, 저는 그런 선택이 어려운 것 같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의해 보조금을 받으면서 살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것은 아무런 대책이 아니라고 본다. 그리고 그것은 개인적 결단으로 선택할 구조이지, 지역사회가 합의해서 생계를 책임져주고, 도와주는 프로그램이 있는 것도 아니라서, 그런 것들은 어쩌면 선택해야 할 시점이 온 것 같다. 그리고 현재는 지속가능한 운동이 아니라는 고민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선택을 하는 데 있어서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 현실적으로 있는 것 같다.
(10분 간 휴식)
이호 : 아까는 전반적인 얘기였는데, 그렇다고 주제를 한정할 의도는 전혀 없다. 자유롭게 나온 얘기를 통해서 몇 가지 주제에 맞춰 대화를 나눠볼까 한다. 사실은 내가 어떻게 할 것인가, 라는 고민도 있지만, 또 한 편에서는 내가 시민운동의 발전을 위해 해야 할 역할이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도 있을 수 있다. 두 가지가 같은 것일 수 있는데, 후임자를 어떻게 키우냐 등등. 우리의 역할은 물론 우리에 대한 기대도 있는 것 같다. 나도 그런 일을 하고 싶은 마음도 든다. 근데 왜 잘 안되는가. 안 되는 건지 못하는 건지 그런 고민이 있지 않나 싶다.
김현 : 덧붙여 말씀드리면, 내 입장에서 궁금한 질문인데, 후배의 입장에서는 가야할 길을 먼저 선배를 통해 보는 것이 아닌가 싶다. 저 선배들이 과연 어디로 갈 것인가? 예전엔 고민 없었는데 선배 따라 가다보니까 그 길이 매우 너무 좁았다. 범위가 한정돼 있다. 이쪽 판에 계속 있거나 정치판으로 가거나 등등. 예전보다 더 좁아진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 주 초짜 중책을 맡은 활동가들의 공통점이 뭐냐면, 그들도 경력이 꽤 되었는데, 여전히 지역사회에선 막내라는 것이다. 저 역시 10년이 넘었는데, 아직도 막내다. 그래서 재생산 문제를 어떻게 할 거인가, 이 고민을 지금 세대가 하지 못하면 선배 나이가 되면 또 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싶다. 물론, 이 문제는 개인의 문제와 조직 문제가 맞물려 있지만, 그런 문제를 떠나서 운동판에 새로운 길을 어떻게 열어 줄 것인가가 가장 큰 고민과 관심이다. 그런 얘기 듣고 싶다.
박인규 : 무엇을 요구하는지 구체적으로 요구하면 좋을 텐데(웃음)
이호 : 뭔가 기대감이 있다. 나의 출로를 열어줬으면 좋겠다고 하는 그런 기대다. 하나는 공적으로 후배를 일할 여건 만들어 주는 것과 개인적으로 선배가 어떤 모습을 보여주는지가 비슷하면서도 다른 문제다. 김현 씨 얘기는, 그래 나도 저 나이 되면 저리로 갈 수 있구나! 하는 그런 고민인 것 같다.
신윤관 : 선배들을 봐도, 우리 운동이 너무 스타중심성이 있는 것 같다. 특히 정치로 진출하는 사람들을 보자면, 그 분들이 마치 그 세대를 대표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데, 그들이 운동해서 그렇게 된 것도 아니지 않는가. 그러다보니까 지역을 보면 시의원을 안 하면 왠지 무능력하게 보는 경향이 있고, 일반인들이 보더라도 그 다음 수순이 정치권에 진출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알게 모르게 후배들이 요청하는 경우도 있다. 일반적인 선입견이 많은 것 같다. 그걸 깨야 한다.
저는 지역 차원에서, 저도 마찬가지고, 선배들이 끝까지 잘 사는 모습을 보이면 된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정치권 진출문제보다 가정이 잘 안 되는 경우가 너무 많다. 양쪽이 활동가거나 한쪽이 활동가거나, 주변 동료들과 선배 후배를 보면, 제일 중요한 가정이라는 사회가 유지 안 되고 뿔뿔이 갈라서는 것을 보면 개인적으로 힘이 빠진다. 정치권에 가지 않더라도, 꾸준히 운동 판에서도 모범적이고, 일상적인 삶에서도 모범적인 삶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나중에 지표로 삼을 만한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아직은 지금 단계에서 나를 따르라, 나같이 살아라, 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없지만, 좀 더 나이 먹고 후배들이 봤을 때 일상 등에서도 인생의 선배로, 생활의 선배로 존경할만한 사람으로 평가를 받았으면 좋겠다. 그걸 늘 염두에 두고 있다.
그리고 재생산 수혈구조를 보면, 저는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지역운동에는 사람이 많지 않다. 그렇다고 지역운동이 종 칠 것인가? 저는 그렇지는 않을 것이라 본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은 대학생이나 지역에서 우리가 원하는 의식적인 프로그램에 의해서 커오는 활동가들이 체계적으로 들어오는 건 어려울지 몰라도, 지역 풀뿌리 단체들을 보면, 예를 들어 소비자 단체들 보면 아주 나이 드신 분들, 즉 실버 인력들이 와서 1, 2년 하면서 단체 대표도 되고 중심적인 활동을 하시는 것을 보고 있다. 그리고 직업 선택기준이 변하고 있는데, 소위 말하는 시민운동이 그렇게 매력 없는 직업이 아니라고 본다. 왜냐하면 예전엔 직업이 생계와 연결되는 사회였는데, 이젠 사회가 넓어지면 생계를 위한 직업 선택보다는 개인 삶의 보람 쪽으로 큰 틀로 이동하지 않을까 싶다. 그런 측면에서 향후 1-20년은 어려울지 몰라도, 그런 것을 선택하는 친구들이 있을 거란 생각이다. 내가 그 토록 공을 들였던 지역 대학의 강좌를 나가든, 자원봉사를 했던 친구들 중엔 이쪽으로 오는 친구들이 한 명도 없었지만(웃음), 그런 친구들 중에 우연히 환경의 날 행사 때 왔다가, 안산에 살면서 서울로 학교 다니다가, 졸업하고 해보고 싶다고 오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 친구들이 지역의 운동단체를 지켜보고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지금 당장의 눈에 보이는, 급하니까 수혈구조 만드는 것 보다, 중요한 것은 그 사람들을 어떻게 맞이할 준비를 할 것인가가 중요하지 않나 싶다.
이호 : 사람이 없다기 보다는, 그들을 어떻게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가 더 중요하다. 개인적인 문제도 있고, 잘 사는 것도 필요하지만. 내가 어떻게 잘 살까. 우리 윗 세대는 개인적으로 어떻게든 찾아갔다. 잘 되든 도태되든. 우리 때에는 그런 것을 비판하며 자란 세대였다. 40대 중반이 되니까 이건 비판 할 게 아니라, 내가 지금 보여줄 때가 된 게 날 억누르기 시작했다. 준비와 기반을 어떻게 할 거냐. 어떻게 잘 살 거냐. 나름대로 이런 고민이나 생각이 필요하다고 본다.
신윤관 : 경기 지역에 몇 개 지역을 보면, 지역재단 등을 고민하시 시작했다. 안산도 마찬가지로 고민 중이다. 최근 몇몇 선배그룹과 제 또래 등이 지역 여러 자원과 지역 풀뿌리 운동이 자랄 수 있는 재단 설립에 대해 고민을 나눴으면 좋겠다. 그런 측면에서 작년부터인가, 유행한 희망제작소를 비롯한 이런 종류에 대해서 부정적인 시각을 한편으로 가지고 있다. 그나마 있던 인적자원을 다 뽑아가고, 후원할 수 있는 자원도 빼갔다. 물론 다 훌륭한 분들이긴 하지만. 그런 결심이라면 희망제작소가 한 지역을 택해서 거기서 자원과 자생순환구조를 개발하는 게 더 필요한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최근의 씽크탱크 생기는 것을 보면, 경기도에 있는 저도 그런 느낌인데, 수도권 이외 다른 지역은 그런 느낌을 더 가질 것이다. 모든 자원이 서울에 중심되고 그 분들 중심으로 언론에 부각되는데, 오히려 지역운동에서 커온 역량을 북돋아주지 못할망정, 설사 그런 취지로 만들어졌다 하더라도 제가 볼 때는 별로 실효성이나 진실성을 못 느낀다. 그런 것에 대한 문제제기도 필요하다. 그런 것은 후배들의 몫이 아니라, 선배나 중견 활동가들이 문제제기를 해야 하는 게 아닐까,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
박인규 : 뭔가를 시도하려고 해도 시간이 필요하고 내공을 쌓아야 하는데 환경이 그렇게 좋지는 않은 것 같다. 저와 같은 나이에 잘못 뛰어들었다가 무리수가 될 수도 있다. 한 개인이 먹고 살면서 운동하겠다 싶으면 난 할 수 있다. 하지만 누구나 일반화할 수 없다. 그럼 내가 돈 많이 벌어서 나눠줄 것도 아니고. 후배들에게 줄 수 있는 것은 돈을 주는 게 아니라고 본다. 우리가 힘들고 어렵지만 최소한의 활동할 수 있는 정도의 경제적인 것을 만들어준다면 좋다고 본다. 인간의 욕심은 상승하지만, 최소한 필요 부분이 아닌가 싶다. 돈과 활동의 관계는, 대체로 돈이 있어야지 뭔가를 할 수 있다는 사고와 사람과 일이 있으면 돈을 만들 수 있다는 사고가 있다고 본다. 우리가 어느 순간 미래의 경제적인 것을 고민하면서, 돈이 있어야 뭔가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이 있는 것 같다. 물론 현실적인 생각인 것 같다. 그러나 내가 이상적인 생각을 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우리가 언제 돈이 없어서 일을 못했는가? 아니다. 일을 하면 돈이 들어올 수 있다고 본다. 지금 상황이라는 것이 활동할 사업비의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활동가를 어떻게 먹여 살릴 것인가가 문제라고 본다. 선배들이 해야 할 것은 일자리 창출이라고 보지 않는다. 운동한다고 하는 것, 활동한다는 것은 활동가가 활동에서 보람과 의미를 찾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본다. 따라서 선배들이 무엇인가 만들어준다는 것은 선배의 훌륭한 모범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과, 또 하나는 뭐냐면, 적어도 네가 있는 자리를 박차고 나오면 최소한 너는 우리 동네와 우리판을 먹여 살릴 수 있다는 믿음과 확신을 줘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러나 그런 믿음을 주지 못하는 것이 문제가 아닌가 싶다. 그래서 어느 순간 개인적으로 미래를 고민하게 되는 것 같다. 그래서 최근에 재단 문제 많이 얘기하는 것 같다. 저는 사실, 바람직하면서도 그것이 해결해줄 것인가? 저는 지역에서는 못 한다고 본다.
김현 : 그게 어떤 모습인가? 김기연 국장님도 모델을 말씀하셨는데, 어떤 모습으로 후배들에게 줄 수 있는 것인가?
박인규 : 현재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정리돼 있지 않다고 본다. 우리는 현재 지역사회 네트워크 갖고 있을 것이다. 게 중에는 돈이 있는 사람도 있고 전문 직업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있다. 그들을 우리 지지자로 확보할 수 있는 인적 네트워크 역량을 갖고 있다고 본다. 이걸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가? 지난번에 윤혜란 선생님의 사례를 들었는데, 그 사례를 듣고 느낀 것은, 우리가 뭔가를 만들면 돈 갖고 올 수 있다는 거다. 그런데 그것을 하려면 지역차원에서 고민해야 하는데, 자기 단체에 빠져 있는 활동가들이 자기단체 고민만 하고, 지역 문제를 고민하기 어렵다. 그런 측면에서 중견 활동가가 보수적이라고 말씀드린 이유가 그것 때문이다. 운동이 발전하는 것과 그 지역의 시민운동이 발전하는 것은 현재를 뛰어넘는 새로운 무엇인가를 개척해나가고 기획하고 많이 만들어내야 하는데, 그런 것이 없다. 아까도 ‘희망제작소’ 얘기를 했는데, 제가 보기에도 부정적인 측면이 많다고 본다. 그러나 방식에 있어서는 새로운 것을 시도하려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본다. 지역에서 인력을 빼가는 것은 문제지만, 지역에서도 ‘희망제작소’와 같이 똑같은 발상을 할 수 있다고 본다.
그래서 저희는 지역의 선배들과 학습모임을 비공식적으로 준비 중이다. 그 모임에서 지역문제를 고민한다. 그래서 뭔가 필요하면 하려고 한다. 그러기 위해 사람과 돈을 필요로 할 텐데, 정형은 없다고 본다. 정형은 그 지역에서 고민하는 사람들이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 그런 것을 고민하는 집단이 필요하다고 본다. 기획과 네트워크를 갖고 뭔가를 할 수 있는 고민하는 집단이 필요하다. 물론 ‘희망제작소’가 그런 정형이라고 볼 수 없다. 그런 사고와 발상이 필요하고 마찬가지로, 지역 차원에서 지역의 규모와 역량에 따라 다르겠지만, 기본적 발상은 다르지 않다고 본다. 그래서 저는 돈이 있어서 운동하는 게 아니라 사람과 일이 있어서 운동을 하면 돈이 따라온다고 생각한다. 대신 후배들에게는 너희가 무엇을 하든지 간에 우리 지역에선 돈을 만들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주는 게 선배들의 몫이라고 본다.
송재봉 : 성공한 운동가의 삶과, 성공한 조직이 어떻게 가능한가? 우리 운동이라는 것이 사람과의 관계를 잘한다고 발전할 건가? 그 사람이 훌륭한 운동가인가? 시대가 요구하는 바를 제대로 지적해내고 그것에 대해 적절한 역할을 할 때 조직과 사람이 성장하는 것이지, 그 관계를 떠나서, 우리가 동문회를 하는 것도 아니고, 여기에 있는 사람을 어떻게 잘 키울 것이냐, 여기 속에서 논의를 하는 것이 얼마나 의미 있는 결과가 나올 것인가가 고민이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에서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정확히 답하고 만들어가는 게 부족한 게 아닌가 싶다. 저희 단체도 비전에 대해서 굉장히 많이 모여서 논의했지만, 결국은 지금 하는 구멍가게를 조금 더 잘 키워보자, 이렇게 되더라. 조직이라는 것이 아닐 때는 뭔가를 깨야 새로운 것이 생기는데, 못 깬다. 이 상태에서 뭔가 해보자는 게 어렵다. 후배들이 모범적인 선배를 보고, 저 선배가 사회적으로 명망성을 얻고 유명해진다고 해서 훌륭한 선배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자기희생을 통해 새로운 것을 만들어가는 선배를 후배들이 대단하다고 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 그런 측면에서 고민하다보니까 길 찾기가 쉽지 않다. 어쩌면 자기 것을 과감히 버리고 가면 쉬운 문제인긴 한데, 그러지 못하는 것에 한계가 있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요즘 유행처럼 회자되는 것이 시민센터의 문제인데, 이런 것을 개인이 아니라 지역사회가 논의해서 해결해보자는 식으로 나온 대안이 현재는 두 가지인 것 같다. 하나는 시민센터와 지역재단이다. 저는 우리 지역에 시도해볼까 고민했는데, 오갈 데 없는 선배 활동가 몇 명의 직업 찾아주는 역할을 할 수 있을지언정, 그것이 과연 지역운동이 성장할 수 있는 새로운 것을 만드는 건은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필요하긴 하지만 중요한 기준은 아닌 것 같다는 고민을 한다. 그렇다면, 그것이 아니라면 뭐냐라는 문제에 대해서 답을 못 갖고 있다. 저는 개인적으로 하고 싶은 일은, 기금을 좀 모아서 장학사업을 하고 싶다. 활동가들이 공부할 수 있게 돕고, 활동가 자녀들 교육비라도 지원해서 제대로 지역사회에서 도태되지 않도록 갈 수 있는 그런 구조로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게 솔직한 나의 고민이다. 그러나 단체 일을 병행하고 하는 것이 안 된다. 후원자가 겹치기 때문이다. 재단 만들어놓으면 어차피 인적 네트워크가 겹치게 되는데, 여기가 잘 되면 개별단체가 어려워진다. 그래서 서로 상승구조를 만들기가 어려운 구조다. 그렇지만, 다른 영역으로 확장되는 효과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애초 기획의 목적성대로 갈 수 있느냐의 문제를 보면 어려움이 있다. 한편으로 그것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은 하지만, 현재 하고 있는 일을 정리해야 뭔가 바닥에서부터 다시 시작할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있다. 그런 고민을 계속 하고 있다. 그리고 조직에서 중견 활동가에 대한 요구가 있을 것이다. 조직을 나가면 사람이 성장해서 저절로 클 것이라는 측면도 있겠지만, 다른 한편으로 무책임하게 조직을 떠나면 유지도 안 되고 더 이상하게 되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 그 두 가지를 잘 준비하고 조화롭게 이끌 것인가의 문제에서 저는 길지 않은 시간 내에 그 작업을 빨리 하고 고민하고 있는 수준이다.
이호 : 내가 나가면 잘 유지될까라는 기우와 실제 어려움이 있는 것 같다. 어쨌든 선배 역할에의 부족한 점이 있다. 사람을 키워놓는 게 선배의 몫이니까. 공통된 것은 선배들의 역할이 조직을 어떻게 성장시킬 것인가 보다는 지역사회의 시민운동, 사회운동 진영의 전망 등을 어떻게 성장시킬 것인가 등이 공통된 과제인 것 같다. 김 국장도 그런 고민인 것 같은데, 내가 해야 할 역할을 하지 못하고 일상 실무에 바쁜 게 문제가 아닌가 싶다. 우리가 생각해도 그렇고 우리 단체를 어떻게 움직일 것인가도 문제다. 어쨌든 제 생각은 답을 찾아야 된다는 고민 하지 말았으면 한다. 답이 나올 리가 없다. 답을 찾으려는 집담회가 아니기 때문이다.
신윤관 : 그래서 한 말씀드리면, 오늘 오지 않은 우리 또래의 중견활동가들이 많이 있을 것 같다. 우리보다 반 세대, 또는 한 세대 앞선 선배와 뭐가 달라야 하느냐를 생각하면, 공교롭게도 제가 올 해 6.10항쟁 20주년에 미국에 있었다. 그 때 한국판 중앙일보가 나왔는데, 87년 주역 선배들이 지금 뭐하나? 라는 특집을 다뤘다. 그 뒷면에서 빌게이츠 창조적 자본주의를 다뤘다. 그 두 가지가 신문 기사를 식당에서 우연히 봤다. 한땐, 존경받던 여러 선배들이었고, 물론 지금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나름대로 다 구구한 이야기가 있고 국가에 이바지하고 있다고 하는데, 제가 보기엔 ‘변절의 역사’였다고 본다.(웃음) 어쨌든, 그 분들의 선택에 있어서 지역은 없었다는 것이다. 개인이 있었고 개인이 속한 그룹은 있었지만, 진정한 의미에서 지역운동, 또는 한국 사회운동은 없었다고 본다. 그렇다면 현재 내 위치에서 보면 나도 내가 결단하고 주변 몇하고 결단해서 시장이나 시의원을 결정한다면, 또 우리 운동이 안 된다고 보는 것이다. 지금 딱히, 센터나 재단 모델이 없지만, 우리 정도의 중견 활동가가 같이 고민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고, 경계를 넘은 협력이 필요하다. 예전에는 내가 속한 청년회 잘하고 조직을 어떻게 할까, 고민했는데, 40을 넘고 나서, 지역운동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재단이 있다면 후배 활동가들이 상향평준화가 이뤄졌으면 좋겠다는 꿈도 생겼다. 이런 고민을 잘 나누고 체계화하면 지역으로 관심을 돌리게 된다. 경계를 넘어서 내 단체를 넘어서 지역, 지역을 넘어서 한국 사회, 그리고 아시아 등의 경계를 넘는 협력구조를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가 고민이다. 거기서 일정정도 답을 찾을 수 있다면 중견활동가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있지 않을까 한다. 단순히 우리단체 비전도 중요하지만, 1차적으로 지역에 대한 관점이 우리에게 중요하고, 향후 우리 스스로가 뭔가 결단을 해내는 순간에 있어서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게 현실에서 고려해야 될 법칙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이호 : 경계 넘는다는 것은 구축이란 활동가들의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것도 포함되는가?
신윤관 : 우리에게 과제가 조만간 올 것이다. 지역에서 조직을 통화하든 분화하든. 물론 지역마다 무슨무슨 연대같이 있는데, 내 경험에 의하면 별반 역동적으로 잘 돌아가진 않는다. 단체에 갇혀있으면 그런 것이 잘 안 보인다. 앞으로 빠른 시기에 비슷한 놈들은 통합하고 거대한 놈들은 분화하고 할 것이라고 본다. 그런데 이런 것을 누가 설계할 것인가? 개별단체가? 연대가? 없을 것이다. 연륜이 있고 신뢰가 있는 중견활동들이 지역운동의 전략적 논의할 수 있는 틀이 필요하고, 중견활동가의 네트워크도 그런 의미에서 중요하다고 본다. 이슈를 가지고 뭉치는 연대보다 이런 논의를 할 수 있는 네트워크나 그룹이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이호 : 안산은 그런 네트워크가 잘 되어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지역에 내려가면 그런 중견활동가 있나?
송재봉 : 아직 수혈 안 당해서 없다.(웃음) 많지는 않지만 논의할 만한 사람은 있다.
신윤관 : 안산은 선거 때는 잘 안 된다.(웃음) 공식적이지는 않았지만 조찬모임이 있었다. 사무국장급들 조찬모임 5~6인으로 모인다. 그런 것들을 책임감 갖고 할 필요 있다.
이호 : 인천에 두 단체가 통합했는데, 통합은 그런 차원 아닌가. 양 사무처장들이 사람 설득했다고 들었는데........
박인규 : 술자리에서 얘기했다가 양 쪽에서 찐빠를 먹었다. 저지른 놈이 있고, 수습하는 놈 있는데 선배 역량 발휘해서 마무리했다.
송재봉 : 통합하려면 술자리?(웃음) 울산도 술자리에서 한 것 같은데........
박인규 : 술자리에서 나왔지만 오랜 기간의 고민이 응축되다가 술자리에서 폭발한 것이다. 운동이 정체된 게 아니라 계속 변화되어 가는 거니까 비슷한 단체들끼리 모여지기도 하는 것 같다. 한편으로 보면 우리가 인위적으로 사명감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것에서 오는 어려움들이 생기는 것 같다.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가야 되는 건데, 막 흘러가는 걸 억지로 막으면 멈추게 되고. 그래서 나이를 먹었다는 것의 장점은 좀 여유롭게 볼 수 있다는 점인 것 같다. 극단적으로 예를 들면, 후배들이 술자리에서 대책 없이 터트린 것들이 있는데, 그에 따른 문제가 너무 많은데, 그것과 관련해서 소문이 돌기 시작한다. 아무 준비도 안 돼 있는데. 단체들 잘 될까, 이런 얘기도 있고, 실무자가 많은데 먹여 살릴 수 있냐는 식의 별별 얘기 다 나온다. 그러다보니까, 저는 개인적으로 굉장히 고민했다. 안 된다고 생각했다. 결국엔 됐지만. 제가 보기엔 흘러가는 게 지역에서 보인다. 돈 잘 버는 친구가 한 명 있는데, 법무사다. 그 친구는 돈이 흘러가는 곳이 보인다고 한다.(웃음) 흐름을 캐치하는 거 중요하다. 초보적인 활동가들은 잡기 어렵다. 잡아도 하지 못한다. 그것을 선배들이 할 수 있는 몫이다. 재빨리 캐치하는 것이 중견활동가들의 몫이다. 그것을 세팅하고 포장하고 때로는 윽박지르기도 하고 구슬리면서 뭔가 되게 만드는 역할이 중견활동가들의 역할이 아닌가 싶다.
송재봉 : 중견활동가가 너무 많이 하려는 게 문제 아닌가? 세계적으로 훌륭한 혁명가들을 보면 대체로 다 20대 때 했다.(웃음)
박인규 : 사실, 제가 단체 대표가 된 것은 30대 후반에 됐다. 그런데 불과 3, 4년 선배들은 20대 후반이나 30대 초반에 단체 대표를 한다. 조금 조로해졌다고 본다. 폄하하려고 하는 얘기가 아니라, 이들이 지역에서 대접을 받고 있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지역의 선배들이 우리가 고민하고 있듯이, 선배에 대한 고민을 얼마나 하고 있는가? 대부분 그렇지 않다고 본다. 너무 일찍 대표가 되니까 고민이 부족한 것 같다.
이호 : 제가 30대 후반에 집행위원장을 했는데. 그때 위 선배들 보면, 그렇지 못한 경우 많았다. 일찍 대표되고 관두고 나면 할 게 없다. 그 당시 밑으로 갈 수도 없고. 오갈 데가 없어서 좀 비하해서 말하면, 무능력한 선배로 남아 있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
송재봉 : 그래서 일찍 출세하지 말라는 얘기가 있다.(웃음)
이호 : 천안은 같이 고민할 그룹들이 있나? 젊은 사무국장급 모임은 있는 것 같은데.
김기연 : 확실한 지역 차이가 있는 것 같다. 물론 그런 모임은 있다. 지역의 고민과 내용을 만드는. 하지만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그것을 만들기 위해 각자의 현장에서 터를 닦는데 그 자체가 의미가 있었다. 문제는 그렇게 하면 다 알아서 성장하리라고 믿은 방식이 딱 맞아떨어지진 않았다. 조직이 갑자기 확산되면서 새로운 사람들이 들어오기도 했지만, 검증되지 않은 가운데 역할과 직책을 맡게 된다. 이를 테면 대표나 이사장 등을 맡는데, 이 자리는 권한이 있는 자리잖는가? 그 자리에 없을 땐 좋은 사람이었는데, 그 위치가 되면서 문제가 되기도 하는 사람이 있다. 사무국 안에서도 일을 잘 하고 성장할 거라 했는데, 그 역할로 올라서면서 그가 갖는 단점이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도 있다. 그런 부분에서 어려움이 있었다.
지금은 진짜 지역을 생각한다면, 우리지역 전체에 대한 비전과 생각이 1, 2년이 아니라 5년 10년 20년 100년을 생각하고, 지금 내 위치에서 생각하고 움직여야 된다고 본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그런 고민할 수 있는 사람들의 그룹과 모임이 우리에게 필요하다. 그게 현장에서 녹아져가는 과정도 필요하다. 그러나 그럴만한 사람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너무 소진했다는 것이 문제다. 그리고 현재 그것이 필요한 시점인데, 그 시도를 하려고 보니까, 진짜 그럴 것인가를 되짚어 보게 되는 상황이다.
김현 : 일을 줄여야 되는 거 아닌가요?(웃음)
김기연 : 그래야 된다.(웃음) 간사들이 불안해한다. 초치듯이 일을 만드니까. 길게 보고 준비할 수가 없다. 그 시간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다. 그 정도로 바쁘게 일이 많았다. 그런 문제점을 느끼고 있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다. 그래서 길게 보고 다 할 수 없다는 것, 그러나 필요하다면 천천히 가기 위해서 사람도 쉬어야 하고, 조직도 어쩔 수 없으면 문 닫을 준비도 해야 하고, 이런 여러 가지 생각을 하고 있다.
이호 : 그렇다면, 그런 속도 조절을 누가 할 수 있는가? 우리 같은 사람이 하지 않으면, 누구도 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 현재 조건은 다들 바쁘다. 바쁜 곳에 매몰되면 지금 하는 얘기는 그냥 머릿속 생각일 뿐이다. 하지만 그것을 스톱 하고, 방향을 바꾸려고 하면, 문제는 우리를 대신할 사람이 없다는 것이 또 문제다. 후배들이 해줄 수 없다. 우리가 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우리가 하면 되고, 안하면 안 된다. 이것이 선배들의 비애가 아닌가 싶다.
신윤관 : 일 줄여야 한다고 본다. 저는 올해 경기의제 사무처장이 정년이다. 이거 하고 그만할 거다. 나는 지역에 있으면서 그 다음에 할 꿈과 계획을 다 정했다. 첫 번째는 유기견을 안장시켜주는 것이다.(웃음) 두 번째는 제가 안산에서 후배 활동가들과 만나는데, 다 휴식이 필요하다고 얘기한다. 그러나 휴식과 놀이를 기획하지 않는다. 놀고 싶다 쉬고 싶다고만 한다. 그런데 아무도 그것을 기획하지 않는다. 그래서 안산에 몇 분과 사단법인이 아닌 ‘사단법인 사람과 놀이’(웃음)를 만들어서, 안산 여행 프로그램을 했다. 예산이 없으니까 지방의제 등을 활용해서 연초든 연말이든 활동가들 데리고, 자전거 하이킹이나 섬 여행 등도 한다. 지역 중견 활동가들이 그런 것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프로젝트 내는 것만큼의 노력만 하면 된다. 지역에서 중견활동가들 몇 분이 모여서 그런 역할을 해야 한다. 비공식적으로라도.
진경아 : 얘기를 들으면서 든 생각은 선배들이 자기모순에 빠져 있구나.(웃음) 김기연 국장님을 보면, 본인이 일을 못 줄인다. 일을 끊임없이 만들어서 과부하가 되는 순간에도 일을 만든다.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선배들 얘기 들으면서 느낀 건, 이전에는 본인이 자발적으로 사명감을 느껴서 일을 만들고 일 속에서 돈도 만들고 사람도 만들었지만 이것을 후배들에게 심어주기 전에 본인들이 이미 탈진하고 소진해서 그래서 떠나고, 후배들에겐 돈을 주는 게 아니라, 지역에서 어떤 것을 할 것인가에 대한 희망과 비전을 주면 후배들은 움직일 것이다. 하지만 그런 희망을 맛보기도 전에, 선배들이 지쳐서 나가떨어지면 지속가능하지 않은 모델이다. 중간 지원체계는 여러 가지 모습일 수 있다. 오히려 경계해야 하는 것은 천편일률적으로 ‘지역 센터’ 등을 동시다발적으로 논의해서 하는 게 문제가 아닐까. 어떤 지역은 학습모임일 수도 있고, 재단일 수도 있고, 센터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이것을 통해서 지역사회가 변화할 수 있는 지향점을 같이 공유하고, 그 속에서 어떤 형태든 간에, 그런 논의가 쌓여야만 양질의 변화가 있다고 본다. 지금은 너무 파편화되어 있다. 지역의 선배 활동가들은 논의하는 체계를 만드는 것에 대한 고민이라는 연장선상에서 진행되어야 한다고 본다.
송재봉 : 모이면 일을 만들게 된다.(웃음) 제가 두 가지 경험이 있는데, 하나는 쉬겠다고 했는데, 놀 방법을 못 찾았다.(웃음) 노는 것도 훈련이고 경험이잖는가. 놀아본 사람이 잘 논다고.(웃음) 제가 필리핀 갔을 때도 1달 이상은 시간이 자유로웠는데, 수영을 못해서 수영장도 못 가고, 여행도 못 다니고, 그런 것이 훈련되어 있지 않았다. 그러나 일을 만들라고 하면 일은 잘 만든다.(웃음) 지역 중견 활동가들 모여서 술을 마시면 그 다음날 일이 많이 생긴다.(웃음) 이 구조를 깨야 하는데 그 구조를 벗어나지 못한다. 다시 복귀하면서 그러지 말아야지 했는데 나 또한 그렇게 살고 있다.
이호 : 여행이 좋지 않은가. 제가 이음에 와서 하고 싶은 것 중에 하나는, 현장의 풀뿌리 활동가들과 그냥 필리핀으로 놀러가는 것이다. 일과 관련 없이 살아가는 얘기를 하면, 환경을 바꾸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런 것을 실제로 시도함으로써 훈련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박인규 : 일주일에 한 번씩 아침에 논어를 공부한다. 6개월 공부하면서 중국도 다녀왔다. 그런 식으로 역량 있는 활동가들이 다양한 방법들을 찾았으면 좋겠다. 결론적으로 놓고 보면 개인의 결단의 문제로 귀결될 수도 있다. 누가 나를 책임지지 않고 내가 판단해야 할 문제이다. 그런 두려움이 있는 것 같다. 나이가 들고 보수적으로 변한다는 것이 다른 문제가 아니다. 뭔가 줄을 땡기면 못 나가는 게 보수적인데, 이걸 뚫고 나가는 게 어렵다.
재단이든 싱크탱크의 문제는 누군가 할 사람이 있어야 한다. 누가 총대매고 나가야 된다. 그래야 지지해주고 지원할 수 있다. 제가 공부를 하고 있는데, 공부하는 것 그 자체는 의미가 없다고 본다. 제가 자주 하는 얘기가 하나 있다. 가마구찌 낚시라는 것이 있는데, 가마구찌는 물고기를 잘 잡는다. 가마구찌 목에다 줄을 묶어 놓는다. 그러면 가마구찌는 그 물고기를 잡고 삼키지를 못 한다. 줄로 묶어 났기 때문이다. 어부는 그냥 가마구찌가 잡은 물고기를 빼서 올리기만 하면 된다. 거꾸로 얘기하면 삼키지도 못하는 공부를 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우리 활동도 마찬가지다. 그 활동을 소화시켜야 하는데, 소화를 못 시킨다면 문제다. 그런 측면에서 보자면 활동가들이 의욕과 운동에 대한 미래, 시민운동에 대한 헌신성으로 무엇인가를 만들어내는데, 어느 순간 극단적으로 말하면, 부질없다는 생각도 든다. 나도 나를 괴롭히는 스타일인데, 좀 현명하게 남들과 스스로를 괴롭혀야 하지 않는가 싶다. 공부라고 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조금 여유롭게 보고, 다른 시각에서 볼 수도 있고, 그런 눈을 가질 기회를 제공하는데, 이것이 마치 유행처럼 돼서 다 공부를 하려고 한다. 공부를 하려고 하는 것은 크게 두 가지 유형이 있는 것 같다. 활동에 보탬이 되는 그런 공부가 있는 것 같다. 또 하나는, 정말 힘들고 지쳐서 공부라도 해보자는 그런 유형이 있는 것 같다. 저는 후자가 되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데, 그러나 그것도 우리 후배들의 모습이고 우리선배들의 모습이라면, 그것도 받아들여야 한다. 그들에게 아무리 사명감을 얘기한다고 해서 해결되지 않는다. 사람과 운동에 대해 여유를 가졌으면 좋겠다.
송재봉 : 지쳐서 그만두려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지칠 나이도 아니고 의지가 떨어지는 것도 아닌 것 같다. 그러나 새로운 역할에 대해서 분명한 감지는 있는데, 어떻게 찾아갈 것이냐, 라는 것이 현실적인 고민이고 이에 대한 답을 못 찾는 것이 문제인 것 같다. 솔직히, 나는 계속하고 활동 하고 싶다. 재미가 있고, 일하는 것 자체가 즐거우면 된다고 본다. 지금하고 있는 일이 보람도 있고 즐겁고 재밌다. 그러나 그것이 재미있다고 계속 자리에 앉아 있다 보면, 나도 나쁜 놈이 된다.(웃음) 주변에 그야말로 젊은 활동가들을 가로막고, 지역사회의 지체현상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웃음)
그리고 자기가가 꼭 뭘 선택해서 가야 된다는 강박관념이 큰 것이 아닌가 싶다. 쉬고 있으면 누군가 데려갈 수도 있지 않는가?(웃음) 저희 지역에서 시민운동을 하면서 제가 존경하는 저희 단체 대표하신 분이 있는데, 이 분은 문화원도 만들고 예총도 하시고, 거의 60대 돼서 시민단체 대표가 됐다. 그 분은 한 번도 돈 버는 직업을 가진 적이 없다. 본인이 뭘 하겠다고 한 적이 없다. 자기주장을 한 적도 없다. 자리에 앉아서 서로 어울릴 수 있도록 하는 것뿐이다. 그런데 서로 모셔가려고 한다. 그 분이 돌아가셨는데, 돌아가신 후에도 그에 대한 믿음이 높다. 그래서 저희 지역에서 고민을 하다가 이 분의 호가 ‘동범’인데, 저희가 ‘동범상’을 제정을 했어요. 매년 1월 초에 지역 운동가 선정해서 심사해서 2명씩 시상을 한다. ‘동범상’을 진행하면서 기금이 조금씩 모이고 있다. 앞으로는 그 상을 받는 사람에게 해외연수 기회 주자는 얘기까지 한다. 매년 기일에 지역 활동가들이 매년 추모행사도 한다. 연락을 안 해도 한 사오십 명 정도가 모인다. 아무튼 이 분처럼 무엇인가를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버려야 하지 않을까 싶다.
김기연 : 그런 의미에서, 우리한테 요청되는 것이 있다. 활동에 대한 정리와 의미가 요구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렇게 할 시간이 없다.(웃음) 우리 세대에게 요구되는 것을 준비해야 되는데, 그럴 때 꼭 필요한 것이 진단과 평가라고 본다. 우리를 되돌아보는 것일 수도 있고, 우리 안을 되돌아보고, 지역을 되돌아보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런 것을 다 할 수 없지만, 정확하게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평가하고 그러면서 고민하는 것들을 준비라는 것이 우리에게 필요하다. 최근 상황을 보면, 지역에서 정책은 앞서가는 것 같다. 그러나 현장에 가면 사람이 없다. 그래서 왜곡되는 경향도 있다. 그래서 그런 준비를 어떻게 할지를 고민하는 사람이 필요하다. 지역의 문제와 단체의 문제를 넘어야 한다고 본다.
이호 : 시간이 다 돼서 정리해야 할 것 같다. 제 개인적으로는, 공부를 한다는 것은 여러 의미가 있을 것이다. 활동가가 30대까지 공부한다면 좋다고 본다. 그러나 40대 이후 활동가가 공부한다면 좋아 보이지 않는다.(웃음) 왜냐하면, 40대 이후의 활동가들은 20년 이상의 경험과 노하우를 우리사회에 풀어야 할 때인데, 그것을 가지고 다시 학교로 가서 공부한다는 것은 좀 문제가 있지 않은가 싶다. 우리사회는 이 분들의 노하우를 활용해야 한다. 이 부분은 중요하다고 본다. 희망제작소 같은 곳에서, 중견 활동가들을 1년 정도씩 위촉연구원으로 모아서, 그들의 경험을 모아서 정리할 수 있도록 자원을 제공한다면, 아주 훌륭한 내용들이 나올 것이라고 본다. 3,4년을 진행한다면 우리사회가 필요한 훈련 내용들을 생산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우리들의 경험들을 우리 스스로 정리하고 그것을 사회에 내놓을 필요가 있다. 그러나 스스로 정리할 시간적 여유를 아직도 못 갖고 있고, 우리사회가 그들의 노하우를 전수받으려고 하지 않는 사회라면 희망이 있는 사회인가 라는 생각도 한다. 그런 것을 위해서라도 지역사회에서 중견활동가들이 모여서, 놀 수 있는 모임이라든지, 아무생각 없이 함께 모여서 이야기들을 할 필요가 있고, 비행기 타면 stop over라는 것을 할 수 있잖는가? 필요하다면 stop over라도 해서 잠깐 쉬기도 해야 한다.
끝으로 마지막 발언의 시간을 드리겠다. 말씀하고 싶은 분들만 얘기하면 된다.
신윤관 : 이음이 계기가 돼서 만났는데, 저희 말고도 곳곳에 훌륭한 분들이 많을 텐데. 이음이 계속 이런 분위기를 이어갔으면 좋겠다. 서울이 아니더라도 일 년에 한 번이라도 이어갔으면 좋겠다. 오늘 얘기와 관련해선, 후배들이 우리에게 요구하는 것은, 오래 있으니까 나가라는 것이 아니라(모르겠다, 저만의 생각인지(웃음)), 아마도 후배들은 따라가고 싶고, 함께 하고 싶은 선배로서 남기를 바랄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한국의 시민운동이나 지역운동도 결국은 그것을 제어할 수 있는 힘은 우리가 조직화되지 않았지만, 우리가 작심하면 오늘 나눈 얘기들을 할 수 있지 않겠는가? 물론 우리에게 그런 대표성은 없지만, 우리 운동의 희망이 향후 몇 년간은 중견활동가 손에 있을 테고, 오늘 나온 얘기들을 지역에서 좀 더 역동적으로 대처해 나갈 필요가 있을 것이다.
송재봉 : 지금의 우리가 하고 있는 운동이 지역사회 내에서 대안 세력으로 인정받고 있는가? 라는 것에 대해서 고민하는데, 아직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주변에 있어서 일정한 비판적 견제세력 정도의 역할로 머물러 있다. 지역사회를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변화시키기는 어렵지 않은가 싶다. 그렇다면 장기적으로 시민사회 영역에서의 다양한 인적자원들이 큰 틀 속에서 교류하면서 새로운 대안의 세력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조급하게 대처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그런 것을 같이 고민할 수 있는 큰 틀을 만들어가는 게 숙제라고 본다. 후배 중에 건방진 활동가가 있는데, 30대 중반 정도 됐으면서, 후배 키운다고 물러난다고 한 후배가 있었다. 제가 혼내킨다.(웃음) 너도 못 컸는데, 누굴 키우냐고(웃음). 네가 더 커라, 지역사회에서 신망 받고, 너의 얘기만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이 먼저 되라, 그것이 후배를 키우는 것이고 운동도 키우는 길이다, 그렇게 스스로가 성장하기 위한 자기 플랜을 잘 세워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사실, 저도 그런 것을 못 해서 지금까지 있는데,(웃음) 그런 것을 만들어가려는 스스로의 노력이 중요하다고 본다.
박인규 : 오늘 든 생각은, 내가 정말 정리를 잘 하고 있는가? 잘 안 되는 것 같다. 끊임없이 운동에 대한 전망이나 저 개인의 진로 등에 대해 생각하면 이 두 가지가 분리된 문제는 아닌데도 불구하고 자꾸 분리시키려는 내부의 욕망이 있다. 저 스스로의 문제도 있지만, 주변 환경이 그렇게 만들기도 한다. 어쨌든, 지금 내가 선택하고 가려고 하는 것이 맞는지에 대해 다시 한 번 고민하는 시간이었다. 지금까지 후지게 살진 않았지만, 아쉬움이 많긴 하다. 앞으로 더 잘해야 한다. 더 치열하게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이런 고민을 나눌만한 사람들이 없었는데, 요즘엔 많이 생겼다. 그런 분들과 소통이 되는 관계를 만드는 것도 필요하리라 본다.
김기연 : 혹시 저한테 기회가 되면 저 스스로를 정리하면서 인적 네트워크나 활동 경험을 정리하는 것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호 : 오늘 장시간 토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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