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뿌리'라는 단어는 여러 의미로 쓰일 수 있지만, 저는 주로 '권력을 가지지 못한 평범한 사람'이라는 의미로 씁니다. 풀뿌리운동은 이런 사람들이 참여해서 사회를 변화시키고자 하는 운동이겠지요.

그런데 풀뿌리운동과 관련해서 최근 나오는 이야기들중에 두가지 정도 경계해야 할 경향들이 존재하는 것같습니다. 저는 그런 경향을 '풀뿌리 환원론'과 '탈정치화'로 보고 있습니다.

모든 시민사회운동이 풀뿌리운동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식의 주장을 '풀뿌리 환원론'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이런 분들은 풀뿌리운동이라는 단어를 주로 지역사회에서의 운동을 의미하는 말로 씁니다). 그러나 그건 아니라고 봅니다. 사회가 바람직하게 변화하려면 다양한 시민사회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될 필요가 있을 겁니다. 지역사회에서의 운동 뿐만 아니라 전국적인 운동도 필요하고, 조직화(Organizing)방식의 운동 뿐만 아니라 대변형(Advoicacy) 방식을 쓰는 운동도 필요하지요. 이런 운동들이 다양하게 발전하면서 서로 소통해 나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모습이라고 봅니다. 지금의 문제는 전국적 운동이 지역을 모르고 지역과 소통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한다는 것에 있고, 대변형운동을 해온 중앙조직이나 활동가들이 조직화에 대해 무관심하거나 경험이 전혀 없다는 데에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현실에 발딛지 못한 '그들만의 리그'식의 운동이라는 비판을 받는 것이라고 봅니다. 그러나 저는 지금 하는 운동을 포기하고 지역으로 가라는 식의 논의는 잘못되었다고 봅니다. 저는 그런 식의 논의보다는, 서울의 단체에서 일하는 활동가들이 가능하다면 자기가 사는 동네, 또는 자기 단체가 위치한 인근 지역에서 이루어지는 풀뿌리운동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려는 노력을 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봅니다. 단체에서는 그런 것을 보장하고 장려해 줘야 하겠지요. 활동가들에게 또다른 짐을 지우는 방식이 되어서는 안 될 겁니다. 저는 서울 중앙조직에 있는 활동가들이 그런 경험들을 쌓아가면서 풀뿌리운동과의 소통이 점차 가능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한편으로 '시민운동의 정치적 중립성'과 연결해서 풀뿌리운동은 정치와 무관해야 하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도 듣게 됩니다. 그러나 풀뿌리운동은 가장 정치적인 운동일 수밖에 없습니다.
풀뿌리운동은 사람들의 정치적 관심을 끌어올리고 정치적 참여를 확대하려는 노력을 할 수밖에 없고, 또 해야 합니다. 외국의 사례들을 보아도, 지역사회에서 풀뿌리조직화 방식으로 운동을 하는 조직들은 대의정치에 무관심한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지방선거에 직접 후보를 내는 방식으로 참여하는 경우도 흔히 볼 수 있지요.

어쨌든 최근 시민운동의 위기와 관련해서, 풀뿌리운동을 강조하면서 나타날 수 있는 두가지 정도의 경향은 시민운동의 미래담론과 관련해서 경계해야 할 경향들인 것같습니다.

Posted by '녹색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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