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내 칼럼>
과천지역과 풀뿌리운동
이호(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 소장)
어느 날 과천에 있는 지인으로부터 모임에 와달라는 부탁을 받은 적이 있었다. 그것은 직전에 과천에서 실시한 빈곤층 실태조사의 내용을 소개해 달라는 것이었다. 그 모임에 참석한 이후 얼마 후에 다시 과천에서 저소득층 자녀들을 위한 공부방을 만들려고 하니, 그에 관해 전에 조사했던 내용을 발표해 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다. 그래서 몇몇 뜻있는 사람들이 저소득층 자녀들을 위한 공부방을 만들려고 하는구나 하는 반가운 생각에 흔쾌히 참석하겠다고 답하였다. 그런데 당일 무척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주최 측에서도 예기치 않았던 듯 문원동의 한 집에서 열린 모임에 사람들이 너무 많이 참석해, 발표를 하는 필자마저도 방 한구석에 쭈그려 않아 있어야만 했었기 때문이었다.
저소득층들을 위한 공부방을 만들겠다는 몇 사람의 의도는 이렇듯 과천에 뜻하지 않은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물론, 이 모임을 추죄한 이들은 이에 관한 적극적 홍보를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자신들의 이해와 크게 상관되지 않는, 이웃들을 위한 이러한 계획에 많은 과천시민들이 적극적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후 공부방 공간마련을 위한 일일주점에 과천시민의 1% 이상이 참석했다는 것 역시 첫 번째 모임 못지않은 감동을 안겨주었다.
풀뿌리운동이란 정치적 권력으로부터 소외된 일반 대중들이 주체가 되는 운동이라 할 수 있다. 특별히 지역사회에서의 풀뿌리운동이란 그 지역에 거주하는 시민대중들이 자신들의 지역사회를 보다 살기 좋은 곳으로 변화・발전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벌이는 운동이다. 그러다보니 풀뿌리운동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그 지역에 거주하는 시민들이 자신들의 지역사회를 변화・발전시키고자 하는 욕구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발전은 집단적인 노력을 통해 가능하다.
집단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은 단순히 변화와 발전을 지향하는 힘이 커야 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오히려, 그 변화와 발전의 내용이 개별적 이해를 충족시키기보다는 그 지역사회에 거주하는 시민들 다수의 공동체적 이해를 충족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개별적 이해의 충족을 위한 노력은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것이지만, 특히 도시지역 거주민들의 다양하고 때로는 상충된 이해들이 모두 같은 공간에서 제기될 때에는 지역사회의 발전이 아니라 극심한 이해충돌로 인한 혼란이 가중될 뿐이다.
풀뿌리운동은 또한 지역사회의 주인인 시민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나가는 운동이기도 하다. 그것은 주인으로서의 자기 권리와 책임을 충실히 하자는 것에 다름 아니다. 따라서 풀뿌리운동에 있어 그 주체인 시민들의 역할은 누군가에게 무엇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 스스로 살기좋은 지역사회의 대안을 마련하고 실천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앞서의 맑은 내 공부방 설립 과정은 매우 풀뿌리운동적 방식에 충실했던 사례라 볼 수 있다.
얼마 전 신문을 통해 과천지역의 부동산 가격이 서울 강남지역의 그것을 추월했다는 보도를 접한 바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과천의 특징이 과연 자랑스러운 과천시민의 훈장이 될 수 있을 것인가? 그보다는 앞서와 같은 과천시민들의 공동체적 이해 달성을 위한 노력의 과정이 더욱 자랑스러운 훈장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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