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유문종 사무처장(푸른경기21실천협의회)
제한된 행정부의 인원만으로 복잡한 지방자치단체의 살림은 꾸려나가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각 영역별로 파트너가 있기 마련이다. 전문가 집단일 수도 있고, 경제인이 될 수도 있고, 관변단체나 시민단체가 될 수도 있다. 각종 이익집단이나 개발업자, 지역의 토호세력들도 어떻게 보면 공생을 위한 조건으로 서로 파트너를 형성하기도 한다. 행정부의 필요에 의해서, 또는 각 집단들의 필요에 의해서 얼기설기 파트너 관계망이 중앙 못지않게 지역에서도 형성되어 있는 것이다. 이런 파트너십은 행정부가 정책을 입안할 때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곤 한다. 공식적이고 공개적인 파트너십이라면 몰라도, 비공식적이고 은밀하게 유지되는 파트너십 관계는 종종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며 지저분한 뒷거래가 드러날 때도 있다. 그래서 시민들의 생각과는 무관하게 잘못된 정책이 횡횡함으로써 시민의 혈세가 바닥에 뿌려지기도 한다. 잘못된 ‘악어와 악어새의 관계’가 지방자치를 좀먹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공식적이고 공개적이며 이를 제도적으로 보장한 파트너십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민관협력기구로 불리는 ‘지방의제21’사업이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92년, 유엔이 권고한 이후 우리나라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가 협의회를 구성하여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10여년의 역사를 지닌 우리나라 지방의제21 사업은 파행을 겪었던 몇 몇 지역을 제외하고 한국적 의제의 모양새를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물론 ‘한국적’이라는 평가 잣대는 옳고 그름의 가치판단은 아니다. 유럽이나 미국, 또는 일본과 다른 한국식의 모델이 어느 정도 정착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할 뿐이다. 그렇다면 한국식 모델의 현재적 좌표는 어디일까? 행정부의 입장에서, 또 민간단체의 입장에서 서로 다른 견해를 보일 수도 있고, 지역에 따라 평가의 지점도 다를 수 있다. 그래서 정답을 내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지난 10년 동안 협의기구를 통해 행정과 민간의 거리 폭을 줄였다는데 커다란 이견은 없어 보인다. 더구나 이제는 단체장이 바뀌거나 담당 공무원이 바뀐다고 해서 의제의 경로가 확 바뀌는 체제는 아닌 듯싶다. 그래서 지방의제21의 역할에 대한 기대가 어느 때보다 높아 보인다. 이런 시점에 푸른경기21실천협의회의 유문종 사무처장을 만났다. 유문종 사무처장은 오랫동안 지방의제 사업에 관여해왔고 누구보다 이 사업을 잘 이해하고 있는 활동가 중에 한 명이다. 그가 최근 고민하고 있는 부분, 앞으로의 계획 등에 대해 정리해보고자 한다.
일단, 푸른경기21실천협의회가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 같다며 말을 꺼냈다.
“푸른경기가 98년도부터 해서 99년도에 시범사업을 발표했죠. 그리고 제 기억에는 99년도 6월 5일에 아마 푸른경기21이 선포됐을 거예요. 그 때 1월 달부터 한참 서둘러서 의제 만들고, 8개 분야로 만들었죠. 6월 환경의 날 전후로 선포한 것으로 기억하고, 당시 저는 수원의제21에서 경기의제 참여를 했죠.......뭐 여러 가지 면에서 경기도가 한국의 지방의제21을 선도하고 있다고 보면 틀린 말은 아닐 거예요. 지방자치단체 규모도 그렇고요, 인구도 그렇고, 31개 기초지자체를 거느리고 있는 곳이, 서울이 25개인가요, 경북이 23개인가 되는 것 같더라고요. 그리고 전남이 18개, 이렇게 경기도가 가지고 있는 규모가 있는 것 같고요. 또 규모도 규모지만 지방의제21의 추진 속도나 활동 내용을 보면 굉장히 왕성하고요. 대부분 경상남북도나 전남을 보면 지방의제21 보고서를 만들고 그냥 끝낼 필요가 있는 상태인데 지금 다시 끄집어내서 추진기구도 만들고 조례도 만들고 이런 흐름이 있는데 경기도는 시작부터 경기도 시군들이 제대로 의제21을 지부도 만들면서 또 지방정부와 토론을 하면서 진행을 했기 때문에 나름대로 체계도 그나마 잡혀 있는 편이죠.”
경기도에는 31개 시․군이 있고, 인구도 이미 서울을 따돌렸다. 푸른경기21이 이런 쉽지 않은 조건에서도 의제사업에 대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건, 그만큼 의제의 방향성을 잃지 않았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현재 푸른경기 상근자는 특화업무 담당자를 포함해 총 7명이다. 상근자 규모도 전국에서 제일 크다. 두 번째 질문으로, 지난 10년간의 의제사업에 대해 어떤 평가를 하고 있는지 물었다.
“그런 생각을 참 많이 하는데, 지방의제21과 관련해서는 지역의 특성이나 여건을 살려서 지방마다 자율적으로 진행해야 하는 것이 정답이긴 한데, 어떤 일이든 간에 큰 틀의 흐름이나 방향 설정들은 또 다른 차원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예컨대, 우리 사회에서 지방의제21사업이 각 지역에서 자발적으로 진행하다보니까 지방의제21에 대한 이해가 굉장히 다른 것 같거든요. 공무원들이 받아들이는 거라든지, 또는 초창기에 지방의제21을 받아들여서 보고서를 끝냈던 경우, 또 몇몇 지역에서는 시민사회운동으로서 바라보고 접근해서 지방정부와 협력해서 프로그램화해서 진행했던 경우, 또 그냥 환경담당자가 평가나 이런 것 때문에 마지못해 수동적으로 했던 경우도 있고요. 그러다보니까 현재의 지방의제21에 대해서는 이해에 대한 편차들이 많이 있는 것 같아요. 시민사회운동이 활발한 지역 같은 경우는 사회운동으로 하나의 활용방식으로 접근하는 곳도 있고요, 또 어느 지역에서는 지방정부가 중심적으로 시민사회를 포섭하는 과정으로서 지방의제21을 활용하는 경우도 있고, 또 안 좋은 경우지만 지방의제21이 어떤 일정한 제도화나 정착이 되는 과정에 하나의 사회운동의 기득권으로서의 폐해들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요.(구체적인 사례를 들었지만 이 지면을 통해 소개하지는 않기로 한다)......지방의제21이 그렇게 지역적으로 진행되는 과정들이 한편에서는 중앙정부나 한국사회의 시민단체들의 일정한 정치적 힘을 갖고 있는, 또 정치적 관점을 갖고 있는 연구소나 기관에서 이 부분에 대한 정리를 해서 확산을 시켰으면 지난 10년이 지금보다는 좀 더 많은 성과들 가지고 갈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평가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질문을 좁혀, 지방의제의 내용을 근거로 그 동안 진행된 우리나라의 의제사업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물었다.
“사실, 그런 내용들로 평가하기는 상당히 어려운 것 같아요. 지금 현재 220여개 정도 의제가 작성이 돼서 보고가 되어 있는데, 거의 제가 보기에는 100%가 다 활용하지 못하는 지방의제21이 작성이 되었다고 생각이 들거든요. 물론 몇몇 지역에서 시민운동 차원에서 실천하고자 하는 노력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물론 그런 측면에서 의미는 있을 것 같고요, 실질적으로 지역사회를 바꾸려고 하면 행정이 그 계획을 수용을 해서 반영해서 집행을 해야 하는데, 그런 의제는 아직 우리 사회에서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현재 경기도도 재작성 하고 있고, 또 서울시에서 의제를 수정하고 있는 것 같아요. 핵심을 그런 것 같아요. 지방의제21 활동이 제대로 가기 위해서는 지속가능한 지역 발전 계획들이 행정과 연계되거나 또는 행정으로 통합되거나 이런 과정이 되지 않으면 본래 지방의제21 의미의 반쪽 정도, 시민사회운동, 민관협력운동으로서의 의미만을 갖는, 물론 그것도 우리 사회에서는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런데 본래 취지에서는 상당히 후퇴하거나 자칫 잘못하면 왜곡될 수 있는 요소도 있고 해서, 하나는 한국사회 지방의제21을 제대로 작성할 필요가 있겠다는 고민이 하나 있고요, 또 하나는 지방의제21 추진기구가 올바른 관점을 가지고 지역사회의 폭넓은 그런 지역역량을 통합해 나가는 힘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고요. 그걸 바탕으로 해서 지방정부와 협력하고 할 수 있는데, 그렇지 않고 부문적인 통합력을 갖다보니까, 지역의 다른 요소에 의해서 지방의제21 활동이 중단되거나 또는 파행을 걷는 곳이 참 많이 있고요, 올바른 민관렵력 지방정부와 협의 조정, 타협하는 이런 역할들이 상당히 진행되지 못하는 이런 경우를 많이 보거든요. 그래서 앞으로 이런 과제들은 지방의제21을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인가가 과제 같고요, 민관협력이라는 측면에서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효율적으로 민관협력을 해나가기 위해서는 양쪽이 다 올바른 관점과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하는 거고, 또 하나는 그것을 행정은 행정대로 운영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나가는 거고, 시민사회는 시민사회 나름대로 민관협력에 대한 올바른 과점을 세울 뿐만 아니라 그것을 운영할 수 있는 실무 능력이나 조직적 운영 경험이나 역량을 키워나가는, 그런 우수한 인력들을 확보하는 문제들, 이런 문제가 현재의 과제가 아닌가 생각해요.”
유문종 사무처장은 ‘활용할 수 없는 의제’를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그래서 경기도나 서울시의 지방의제 추진기구가 의제를 새롭게 작성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 같다. 민간의 참여로 만들어진 지역의 의제가 선언적인 의미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행정부가 이를 받아 안아 지역발전계획의 중요한 축으로 가동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 양자가 조금씩 변해야 한다고 유문종 처장은 진단한다. 어려운 과제지만 의제가 실효성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필히 거쳐야 할 과정인 것 같다. 의제를 바라보는 공무원들의 시각도 많이 변한 것을 보면 좋은 징조로 보인다.
"공무원들의 이해도가 많이 나아졌어요. 일정하게는 지방의제21 추진기구는 자율적으로 운영되어야 한다는 합의, 전에는 많은 간섭과 개입들을 하려고 했는데, 지금은 의제21 자율성을 많이 보장하고 지원도 많이 하는 것 같은데, 또 한편에서 보면 지방의제21이 협력, 협의기구인데, 지방정부가 오히려 불필요하게 발을 빼는 방관자적 위치로 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이런 두려움도 있거든요. 그래서 한편에서는 예전에 불필요한 개입과 왜곡된 간섭들이 아니라 올바른 개입, 올바른 간섭, 합리적 토론, 이런 것이 과제인 것 같아요. 그래서 지방정부가 모든 것을 다 추진기구에 맡겨서 추진기구가 자율적으로 한다고 해서 좋은 것이 아니고, 그것은 민관협력은 아닌 것이죠. 일반 NGO 단체나 자율적 기관으로서의 역할은 될 수 있어도 의제21은 그것은 아닌 것 같고요. 그래서 여하이 지방정부 행정의 참여와 그 역할을 어떻게 규정할 것이고, 또 시민사회의 참여와 역할을 어떻게 규정하고 서로 어떻게 협의, 협력할 것인가가 여전히 남아 있는 것 같아요.”
옳은 지적인 것 같다. 행정부의 지나친 간섭이나 불필요한 방관도 민관협력의 취지에는 맞지 않는 것 같다. 최대한 자율성을 보장하되, 적당한 개입(물론, 말처럼 쉽지 않지만)으로 긴장감을 유지하는 것, 민간협력기구의 모양새가 아닌가 싶다. 한국의 지방의제21은 조금씩 변화․발전되어 왔다. 지역에 따라 의제를 재작성할 정도로 의지도 강한 것 같다. 그래서 물었다. 모델을 내세우긴 힘들겠지만, 추구하는 모델이 있는지, 또는 국내외적으로 소개할만한 의제사례가 있는지.......
“음.......그런 질문 받을 때마다 저도 좀 아직 계속 그런 고민 중이긴 한데, 예컨대 인천 의제 같은 경우가 정기적인 평가 계획을 애초부터 세워서 그것을 나름대로 성실히 진행을 하고 있고요, 그리고 인천 의제가, 정확히 확인을 더 해봐야 하는데, 의제의 여러 내용들이 행정이 많이 활용을 하고 있다고 그래요, 참고도 하고 있고, 그런 사례를 저도 구체적으로 확인해볼 필요가 있고요, 인천의제의 보고를 들으면서 또 얘기 나누면서 느꼈던 건데, 작성된 인천의제가 정확히 행정 개입과는 결합은 안 돼 있어도 나름대로 행정도 많이 참고하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있거든요. 그런 것도 구체적으로 사례를 보고 싶고요, 그리고 적지 않은 인천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고 있으니까, 인천의제가 활동하는데 여러 가지로 발전되고 있지 않나 생각되거든요. 의제로 봐서 지방의제21의 본래 목적이나 가고자 했던 방향으로 봐서는 인천의제가 나름대로 굉장히 좋은 모델이 될 수 있을 것 같고, 앞서 있는 성과를 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고요. 또 다른 측면에서 지방의제21 민관협력을 추구하는 것을 생각하면 경기도 사례도 나름대로 의미는 있을 것 같아요. 경기 지역 시민사회의 중요한 그룹이 들어와 있고, 나름대로 논의대로 경기도의 정책에 상징적으로 반영된 경우도 있거든요. 지속가능발전위원회의 구성 과정이라든지 또는 경기도정 환경교육센터나 이런 것들은 어쨌든 NGO의 의견들을 경기도가 받았다는 생각은 들거든요. 물론 장소 문제에 대해서는 경기도도 포기하지 못했던 것은 있는데, 추진 과정들에 관해서는 나름대로 많은 변화들이 있었고, 경기도도 민관협력도 그린환경교육센터 추진협의회를 만들어서 같이 토론도 많이 했거든요. 그런 지점들은 경기도 지역의 의제들이 지방의제21 고유의 지속가능한 발전계획을 행정과 연계시켜서 협력해 나가는 부분들은 취약한데, 그것은 푸른경기21이 갖고 있는 한계였죠. 당시 98년, 99년도에 초기 작성했던 의제21이라는 것이 행정보다는 상징성들을 많이 가졌던 측면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행정이 받아서 정책에 반영하기에 어려운 점이 있었거든요. 그런 지방의제21이 본래의 내용과 달라도 경기 지역에서는 민간협력이 사회운동으로서는 나름대로 의미 있게 발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고요, 그리고 이런 부분들은 기초로 내려가도 안산의제를 보면 상당히 지역사회에서도 의제21이 갖고 있는 영향력이나 통합력을 갖고 있는 것 같고요, 그리고 의제21을 통한 안산시정의 변화나 참여, 개입력 이런 것들도 다른 시군보다 월등히 높은 것 같기도 하고요. 그런 측면에서 경기지역의 지방의제21이 다른 측면에서의 평가들은 축적해가고 있다는 생각은 들어요.”
지역에 따라 의제사업이 조금씩 뿌리내리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공식, 또는 비공식적으로 의제사업에서 나온 좋은 아이디어들을 행정부가 소홀히 다룰 수 없다는 시대적 조건이 어느 정도 갖춰진 느낌이다. 그렇지만 실제로 공무원들이 NGO를 대등한 파트너로 여기도 있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그 점에 대해 물었다.
“그런 부분들은 이미 정상되어 있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어느 분야든 간에 시민사회가 이제는 필연이다, 선택적으로 받아들이고 이런 것이 아니고 요구하면 받아줘야 한다, 아직까지는 귀찮은 것도 있지만 가급적이면 조용히 넘어갔으면 좋겠고, 이런 생각은 있는데, 지금 그것을 피해갈 수 있는 방법이나 아니면 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은 아닌 것 같아요. 여러 가지 일로 경기도 각 부서 담당자들을 보면 푸른경기21에서 사무처장이라고 인사를 하면 대부분 많이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려고 하고 있고, 물론 내심은 모르죠, 어떤지는. 그래도 도움은 되려고 노력하고 협력하려고 하는 태도는 있는 것 같아요.”
정확한 지적일지 모르겠다. 지방의제21 추진기구가 싫든, 좋든, 함께 가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회적 조건. 껄끄럽기도 하고, 등 떠밀려 마지못해 동참하는 민관협력일지언정, 어느 특정한 파트너가 독단적으로 파토낼 수 없는 그런 조건. 민간단체의 노력에 의한 결실이기도 하고, 행정부의 자기혁신 과정의 결과이기도 할 것이다. 아무튼 외부적인 지시(유엔)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추진된 의제사업이 서로를 필요로 할 정도로 발전해온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그렇지만 아직까지 의제사업은 애매한 위치라는 지적에 자유로울 수 없을 것 같다. 시민들의 참여가 활발한 것도 아니고, 지방자치단체의 정책을 생산하는 역할도 아니고.......그래서 의제사업의 정체성이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 궁금했다.
“말씀대로 요즘 그런 식의 고민에 많은 집중을 하고 있어요. 지방의제21이 실천 단위로서 주민사업을 많이 하고 하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본연의 역할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한편에서는 우리 한국사회의 주민운동이 열악하니까 어쩔 수 없이 맡는 역할이라는 생각이 들고, 그게 어쩌면 외국하고 다르게 한국형 지방의제21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는데, 지방의제21은 세계적인 운동인데, 한국형이라고 붙이는 것은 수식어가 잘못된 건데, 그런 것은 한국적 상황을 반영하는 과정에서 필요하겠다는 것을 인정하는 거거든요. 그런데 본연의 지방의제21 일은 지역사회의 행정시스템, 아니면 정책수립과 집행과정, 집행 후의 평가, 이런 모든 흐름들을 바꿔나가는 것이 지방의제21의 궁극적인 목표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사실 이런 지점들이 공무원들과 많은 괴리가 있어요. 공무원들은 시스템의 변화나 소위 인식의 변화를 받아들이기 어려운 거고, 그리고 사업 지원 예산 당 효과를 추출하는데 있어서는 거의 불가능한 영역이기 때문에 공무원들한테는 상당히 어려운 거죠. 그러니까 요번에 재작성 사업 같은 경우는 공무원들이 작년에 상당히 반대했거든요. 굳이 있는데 재작성을 또 하느냐, 거기에 돈을 쓰느냐, 해봤자 주민들이 몇 명이나 알 거며, 무슨 효과가 있느냐 했거든요. 우리로서는 상당히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이런 작성 과정을 통해서 행정과 NGO가 그 분야만큼은 서로 협력할 수 있는 틀을 만들어내고 비록 제한된 영역이지만 그것만큼은 시민사회가 폭넓게 지켜보겠다, 그리고 함께 참여해서 같이 노력하겠다, 이런 것이 의제 재작성의 과정이라면 상당히 중요한 변화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런 지점들, 그리고 지방의제21이 애초에 가졌던 지속가능한 지역발전 전략이라면 그것을 행정이 지속가능성을 전제로 모든 중장기 계획을 세우게 하고 각 실국, 부서별로도 지속가능성을 반영하게 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생각이 드는 거죠.”
결국 행정시스템의 변화, 행정부의 적극적 참여가 관건처럼 보인다.
“그런 거죠. 행정의 변화가 전제되지 않으면 이것은 한편에서 보면 또 여전히 시민사회운동적 측면에서 강조가 되면 오래 못 갈 것 같아요. 그것은 굳이 지방의제21 틀을 가지고 민관협력을 꼭 가야 하는 것은 아니고 지속가능성의 가치의 기반 하에서 민관협력을 하는 거지, 지방의제21이 민관협력의 모든 대변체가 돼서 해도 안 되는 거죠. 그래서 아까 말했던 그런 시스템의 변화나 지속가능성에 대한 행정의 담보가 전제되지 않으면 자칫 잘못하면 지방의제21이 왜곡될 것 같아요, 그러니까 모든 민관협력 사업이 다 이리로 와서 여기서 통과하거나 여기서 통합하려는 유혹에 빠지는 거고요.”
지역이든, 전국협의회든 지방의제21사업의 정체성에 대한 진지한 토론의 경험은 없었다고 한다. 물론 쉽지도 않을 것이다. 세밀하게 들어가면 각 지방자치단체 추진기구 사무국장들 간에도, 각종 위원회의 위원들 간에도, 공무원 간에도 지방의제를 이해하는 수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유문종 사무처장의 경우는 ‘지속가능성의 가치’를 중요한 푯대로 삼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지속가능성의 가치’에 기반한 거버넌스 시스템. 그렇다면 유문종 처장이 생각하는 ‘지속가능성’은 무엇이고 바람직한 거버넌스는 무엇일까?
“저도 어떤 부분에 있어서는 명확하게 정치적 술어라는 생각이 들고요, 어쩌면 우리로서는 우리가 가진 위치에서 최소한의 훼손들을 위한 노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거고요, 그것을 근본적 입장에서 현재의 흐름에 대항해서 바꾸려고 하는 노력은 소중한 것이지만, 한편에서는 전체적은 주류적 흐름 속에서 안에서 이런 노력들도 필요할 거라는 생각이 드는 거고요, 그것은 분명히 철학적 관점의 차이인 것 같아요. 그것을 절대 선으로서 고집해서 지속가능 발전이 모든 것들에 집중해서 다른 모든 사회운동들도 이런 체계로서 확산하려고 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거든요.......그리고 거버넌스는.......글쎄요, 참 쉽지 않은 것인데, 저도 녹색거버넌스 라는 말을 쓰곤 하는데, 일정하게 머리 속에서 뱅뱅 돌고 있는 개념일 수도 있고, 정리를 하려면 여러 가지 고민을 해보는데, 이런 노력들이 그냥 일시적으로 특정한 시기에 특정한 사람들의 관계에서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지속할 수 있고 변화되지 않은 방향으로서의 규정들, 법제화나 제도화, 또는 여러 가지 경험이 쌓여서 관례화 하는, 이런 모든 것들이 앞으로 과제일 거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랬을 때는 한편에서는 현재까지 이루어진 부분들에 대해서 후퇴하지 않게끔 일정하게 못을 받고 가는 과정들은 어떨까 이런 생각은 드는 거고요, 뭐, 조례가 됐든, 위원회가 됐든, 이런 것을 지속적으로 하나씩 높여나가는 과정들과, 또 한 가지는 지방 차원에서의 활동들이 가지고 있는 한계가 분명히 있는 것 같거든요. 지방 차원의 노력들이 같이 결합이 되지 않으면 분권화라고 하는 것이 아직은 많은 부분들이 중앙에 있는 거고, 또 관행도 많이 남아 있는 것이기 때문에 거버넌스의 발전을 위해서도 중앙 차원에서의 고민들이나 노력들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이 들고요, 솔직히 저도 많이 공부해야 할 부분인 것 같아요.”
어쩌면, 그 동안 ‘지속가능성’의 개념이나, ‘거버넌스’의 개념에 대한 논의는 전문가나 특정 집단의 전유물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생활인의 입장에선 낯설기도 하고 생활과 동떨어진 개념일 수도 있다. 중요한 건, 실제로 생활에 적용이 되어야 하는 것이고, 시민들의 참여를 바탕으로 해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공중에서 회자되는 언어였다면, 이제는 지상으로 내려와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생활인이 그의 이름을 불러주지 않았을 때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이겠지만, 생활인이 그의 이름을 불러줄 때, 그는 생활인에게 꽃이 되는 것이다. ‘지속가능성’과 ‘거버넌스’의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생활인의 꽃. 그것은 ‘삶터 가꾸기’일 수도 있고, ‘시민참여’일 수도 있고, ‘마을만들기’일 수도 있고, ‘소외된 사람들을 위한 사회’일 수도 있다. 어느 것이든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어야 한다. 유문종 처장의 말처럼, ‘절대 선’이라는 아집을 버릴 때, 그런 사고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끝으로 민관협력의 바람직한 방향과 그를 위한 과제에 대한 대답으로 오늘의 인터뷰를 대신한다.
"아까 계속 말씀하셨듯이 국민의 정부 이후로 상당히 많은 문호가 개방됐던 거고요, 거의 무차별적인 지원들이 시민사회에 쏟아졌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우리가 주체할 수 없을 정도에 이런 변화였던 것 같아요. 그리고 지금쯤이면 그런 변화를 차분히 되돌아보면서 평가도 해보고 새로운 모색도 있는 것 같고요, 당연히 그런 시기라는 생각도 들고요, 한편에서 보면 시대의 변화라는 것이 늘 준비된 것만큼 변화되는 것이 아니라, 역사가 그런 것 같아요. 어느 정도 현명한 사람은 그런 변화들을 얼마나 내공 있게 준비해 나가느냐가 문제인 것 같고요, 지금으로서는 시민사회단체들도 좀 각각의 영역에 집중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거든요. 너무 많이 사업의 영역이나 활동들이 확대되었다는 생각이 들고요, 자기 조건들보다는 월등하게 확장되어 있어서 사실은 수습이 잘 안되는 경우도 많이 발생하는 거고요, 그리고 시민사회 내에서도 지역사회에서 상호간의 역할분담이 전문화, 이런 것들도, 사실 전문화나 역할분담도 독자적으로 안 되는 거거든요. 시민사회의 연대와 협력 속에서 가능한 거고, 그럴 때만이 의미가 있는 거고요, 그래서 시민사회운동들도 지역사회에서도 그런 노력을 통해서 발전되지 않으면 시민사회운동도 그렇고, 마찬가지로 민관협력도 같은 선상에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시민사회가 얼마만큼 자기 역량들을 키우고 실력을 갖고 접근하느냐에 따라서 이루어지는 것이지, 행정은 어쨌든 큰 틀에서 여러 가지 계속 변화될 거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가고 있고 이미, 바꿀 수 없는 거고, 또 행정의 변화의 모습들도 부분적으로 차별이 많이 될 거예요. 어떤 부서는 많은 개방성과 적극성이 있고, 또 어떤 부서는 여전히 폐쇄적이고 여전히 이럴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어쨌든 큰 흐름을 봤을 때 지역시민사회의 준비나 역량에 따라서 바뀔 거고, 그래서 어쨌든 민간에서 사업들도 특정 분야에 특정 사업에 집중을 해서 자꾸 모델을 만들고 확산시켜나가는 방향으로 가면 좋겠다, 이런 생각이 들고요, 의제21도 전반적인 통합력과 지방정부의 협력이겠지만, 전술적이라도 특정분야나 사업에 아이템을 집중을 해서 거기서 성과를 남기고 확산시키는 이런 전술적 접근도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 푸른경기21실천협의회 홈페이지는 http://www.ggag21.or.kr/입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