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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지난 2003년 8월21일 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의 홈페이지에 게시된 글을 옮겨 온 것입니다.


출산율 저하를 생각하며

김현(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 연구위원)


우리나라 출산율이 세계 최저의 수준에 도달했다. 1.17명. 70년대 4.5명 수준임을 고려한다면 경제성장의 속도만큼이나 급격한 하락을 보이고 있다. 그래서 난리다. 왜냐하면 출산율 저하는 단순히 ‘아동인구의 감소’만으로 끝나지 않기 때문이다. 출산율 저하가 당장의 사회변화를 주도하진 않지만 장기적인 변화를 고려할 때, 문제의 심각성이 사회 전반을 강타할 것이다.

많은 이들은 보육정책의 후진성을 이유로 든다. 최근까지 보육문제에 있어 직장을 다니는 여성이나 저소득층 가정의 욕구를 충족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더 나아가 여성의 사회참여를 확장시키기 위한 전제로서의 접근이 많았다. 그러나 최근의 동향은 아주 보편적인 접근이 주류를 이룬다. 최업모든 그렇지 않든, 저소득층이든 그렇지 않든 아이를 중심에 놓고 보육의 공공성이 강조되고 있으며, 아이들의 기본적인 권리 보장이라는 측면이 더 우세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니까 누구를 위한 보육이냐 라고 했을 때, 아이들을 중심으로 봐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보육정책은 전자의 측면에도 못 미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여전히 “아이를 어디에 맡길 것인가”와 같은 원초적인 물음에 허덕이고 있다.

최근 경기도의 통계를 보면 24세부터 34세까지 여성의 경제인구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보육에 대한 여성의 부담이 얼마나 무거운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렇게 보면 보육정책의 후진성이 출산율저하를 부채질 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여성이 직업을 갖는다는 의미는 그들의 능력이 사회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는 측면도 있지만, 무엇보다 자아실현을 위한 개인의 의지라고 할 수 있다. 그 무엇도 개인의 의지를 꺾을 수는 없는 일이다. 그것이 누구보다 아끼고 사랑스런 자식 때문이라도.

그러나 그 동안 보육정책이 후진성을 탈피하지 못하고 있는데, 왜 출산율은 최근 짧은 기간 동안 급속한 하락을 보일까? 상지대 조석곤 교수는 이를 두고 기존의 남성 우월주의 사회나 가족제도에 대한 이유 있는 반격으로 보고 있다. 가부장적 가족제도의 코드가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한 여성들은 의식적이건 무의식적이건 출산을 거부할 것이고, 남성들도 원하든 원치 않든 거기 공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성불평등 사회에 대한 일종의 반격이며 보복인 셈이다.(관련기사) 일견 타당한 논거다. 보육정책이 크게 작용했을지 모르겠으나, 억눌린 여성들의 이유 있는 반격인 것이다.

따라서 출산율 저하를 육아문제만으로 한정해서 바라볼 수는 없을 것 같다. 우리 사회를 근본적으로 개조하지 않고서는 이 문제에 대한 접근도 어려울 것이다. 소수집단을 제외하고 호주제 폐지의 정당성을 인정하는 흐름이나, 헌재의 동성동본 금혼의 위헌 판결 등도 어찌 보면 우리 사회가 최소한의 상식을 찾아가려는 몸부림일지도 모른다. 그렇더라도 출산율 저하가 보여주듯, 여성들의 삶의 무게는 여전히 무겁다.

그렇다면, 남성중심의 가족제도가 안고 있는 기본적인 불평등의 요소 중 가장 적나라한 것은 무엇일까? 역시 보육문제가 아닐까 싶다. 강조하건데, 출산율 저하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면 보육문제 해결이 전제로 깔려야 한다는 것이다. 선후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여전히 아이를 낳으면 여성에게 책임이 돌아가야 하는 우리 사회에서 보육문제는 그 어떤 문제보다 앞에 나와야 한다.

최근 여성부로 이전하는 것을 골자로 한 보육의 문제가 우리 사회의 최대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관계 부처 사이에서 잡음이 나온다. 소위 밥그릇 싸움에 휘말려 영유아보육법 개정도 뒤로 미뤄지고 있다고 한다. 어이없고 한심한 일이다. 다른 문제를 다 접더라도, 미래 세대를 볼모로 한 밥그릇 싸움만은 그만두어야 한다. 정 그 싸움을 지속하고 싶다면, 제발 1.17명이라는 수치에 호들갑 떨지 마라. 그대들의 아귀다툼이 큰 공헌을 하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아이들과 여성들은 최대의 피해자가 되어갈 것이라는 사실, 이를 잊지 말기를..
Posted by '녹색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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