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그 곳에 간 이유는 안산시 시민운동 단체들의 네트워크 중 하나인 <지방자치 개혁 시민연대(?)>가 이 토론회의 주관을 덥석 받아들였기 때문입니다. 실은 행정이나 의회 측에서는 기존 통장들이 거세게 반발하는 통에 정치적 부담을 갖고 있는 사안이어서 시민단체 측에 부탁을 한 것이지요. 그 후 시민연대 측에서는 자신들이 직접 이야기하기에 좀 부담스러우니 지역에 연고가 없는 내가 와서 발표해 주면 좋겠다는 요청을 했고, 그 정도는 도와주어야 겠다는 생각에 전문가인척 하며 발제를 하게 되었습니다.
결론적으로 그 날 욕(?) 많이 먹었습니다. 통장들은 자신들의 봉사정신을 왜곡하고 마치 수당 등 때문에 일하는 것 같이 매도당했다고 흥분했습니다. 그런데 제 발제문에서는 그런 요인 때문에 통장을 하려는 사람이 과거보다 많아졌다는 것이었을 뿐입니다. 저로서는 억울하죠. 그보다도 왜 통장의 임기를 제한하려는 것에 기존 통장들이 이리도 심하게 반발하는 지 잘 모르겠습니다. 글쎄요. 순순한 봉사정신만으로만 그런 것이라 생각하기는 힘들더군요.
그리고 담당 행정 과장은 저의 선출제 논리를, 글쎄요 제 생각에는 논리적 개연성이나 근거가 부족한 채로 선출제가 어렵다며 제 주장을 반박하더군요. 하나하나 그대로 반박하고 싶었으나 시간도 많이 흐르고 해서 참고 있으려니 속이 답답해서 미치는 줄(?) 알았습니다. 게다가 대부분의 사람들이 제가 제안한 통장 '선출제'를 '선거제'로만 이해하고 현실적 어려움을 이야기 해 더욱 답답했습니다.
하지만, 토론회를 하면서 저도 다시 한번 말단 행정조직인 통반장의 문제가 중요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현재는 행정 말단조직이지만, 그렇게만 활용되는 것은 아깝다는 생각입니다.
아무튼, 그날의 발제문을 올립니다.
안산시 통・반 설치조례 개정에 대한 의견
이 호(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 소장)
1. 개정의 쟁점에 대한 의견
○ 현행 조례를 개정하려는 핵심은 통장의 임기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는 것으로 보임
- 통장에게 주어지는 실비 지급과 자녀 학자금 혜택이 경기가 어려운 때에 큰 인센티브로 작용하므로, 과거와 달리 통장에 지원하고자 하는 주민들이 늘어나고 있으나
- 현행 통장의 임기가 규정되어 있음에도 횟수 제한 없는 연임이 가능토록 되어 있어 장기 재임자가 늘어나고 있으므로
- 연임 제한 규정을 두어 보다 다양한 주민들이 공평하게 통장의 직무를 수행토록 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
○ 그러나 연임이 가능하다고 하는 규정이 반드시 연임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고 통반장의 위촉권한이 동장에게 있는 바, 즉 동장의 임명에 의해 통장이 위촉되는 바, 임기가 끝난 후 동장이 주위의 의견을 들어 다른 이를 위촉하면 연임에 의한 문제가 불거질 이유가 하등 없다고 여겨짐
○ 다만, 법적으로 연임이 가능한데 동장이 새로운 주민으로 통장을 임명하려 할 때 기존 통장직을 수행하던 주민이 자발적으로 통장직을 고사하지 않는 한 반발 또는 불만이 제기될 우려가 있다는 점을 고려할 수 있겠으나, 그렇다고 현행 행정의 말단 업무 일부를 분담하여 처리하고 있는 업무의 성격상 현행 통장의 직을 수행하는 이가 별다른 허물 없이 적절히 업무를 처리하고 있음에도 굳이 연임의 근거를 들어 그 직을 박탈하는 것이 적절한가 하는 것에 대해서도 의문이 있음
- 이는 반장의 경우와도 형평성의 문제가 있음. 개정안에 의하면, 반장의 경우에는 횟수 제한 없이 연임이 가능하다고 되어 있는 바, 이는 반장이 통장에 비해 주민들에게 인센티브가 적은 점 등으로 인해 인기가 없기 때문에 장기 재임을 용인하고, 통장은 인센티브 등으로 인기가 있어 장기 재임을 방지하려는 것은 임명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이들의 지나치게 편의적 발상이라 여겨짐
○ 따라서 통・반장 설치조례의 개정을 통해 통장 직 수행 기간에 제한을 두고자 한다면, 기본적으로 통장의 업무 범위와 그 위촉 과정에 대한 개정이 함께 맞물릴 때 그 정당한 명분이 갖추어진다고 볼 수 있음
- 예를 들어 군포시의 통반장설치조례에 의하면, 안산시와 달리 통장의 업무범위를 자치적 활동으로까지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통반장을 임명제가 아닌 선출제로 운영
안산시 통반장 설치조례 |
군포시 통반장 설치조례 |
제5조(통·반장의 위촉) 제6조(임무) 통·반장은 동장 또는 통장의 지도 감독을 받아 다음 각호의 업무를 수행한다. |
제5조(통장의 선출 및 위촉) 제9조(통·반장의 임무) 통장은 동장의, 반장은 통장의 지도 감독을 받아 다음 각호의 임무를 수행한다. |
- 즉, 기본적으로 여러 주민들에게 골고루 기회를 준다는 취지에 부합하기 위해서는 그 업무가 단순한 행정 보조기능이 아니라 군포시의 조례에서와 같이 주민들의 자치적 활동으로까지 확대될 필요가 있으며, 또한 행정의 편의에 의한 임명이 아니라 주민들이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함
2. 선출직 전환의 어려움에 대하여
○ 통장의 역할 확대와 선출직으로의 변화 제안 중 특히 선출의 방법에 있어 현실적 어려움을 들어 반대하는 경우가 많은 경향이 있음. 군포시의 경우에도 개방적 선출제도를 운용하고 있으나, 총 선거권자의 15% 정도만 투표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또한 단독 출마의 경우 투표의 필요성이 제기되지 않는 등 활성화되어 있는 편은 아님. 하지만, 이러한 개방적 절차는 주민들의 자율적 활동을 이끄는 통장의 역할에 정통성을 부여할 뿐만이 아니라, 그 과정 자체가 풀뿌리 민주주의를 활성화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음
○ 또한 선출직이라는 것을 항상 선거와 연동시킬 필요도 없다고 봄. 민주주의의 근본 원리는 선거를 통해 자신들의 대표자 등을 뽑는 것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그러한 직을 수행할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라 할 수 있음. 따라서 통장을 선출하는 방법 역시 다양하게 고려할 수 있음
- 직접 민주주의의 원형으로 지금도 교과서 등에서 배우는 고대 그리스 아테네라는 도시국가의 지도자 선출방법은 일군의 후보자들 가운에 ‘추첨’을 통해서 지도자를 선출하였음. 이는 일정한 자격조건을 갖춘 이들은 모두가 언제든 그 직책을 수행하는 경험을 가지도록 하는 것이 진정한 민주주의의 원리임을 보여주는 것. 따라서 이와 비슷한 다양한 방법으로 ‘선출’ 하는 것에서도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를 충실히 지킬 수 있음
○ 예를 들면, 통장 모집 공고에 응한 후보자들에 대해 반상회별로 참여한 이들이 지지 후보를 선출하여 이를 취합하는 방법도 있을 수 있고, 반장들이 모여 투표할 수도 있음. 또한 통장선출 모임을 갖고 참여한 수가 10명이든 5명이든 이들의 투표로 통장을 선출할 수도 있음. 이는 참여한 이들에게 선거의 권한을 준다는 민주주의의 원리에 적절한 방법이라 할 수 있음. 그도 아니면, 아파트 입구나 동사무소 등에 간단한 후보자의 약력을 적은 입간판을 세우고 각 가구별로 하나씩 분배된 지정된 스티커를 붙이는 등의 이벤트 형식으로 선출하여도 민주주의적 선출제로서의 원칙과 명예를 전혀 손상시키지 않는다고 봄
○ 이렇듯 선거라는 방법 이외에도 다양한 방법을 통해 민주주의적 선출을 행할 수 있으며, 현실적으로 통장선거가 시민들의 참여를 활성화시킬 만한 유인요소가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보다 현실적이고 주민들이 재미있게 참여할 수 있는 방안들을 고안할 필요도 있다고 봄
○ 또한 이러한 선출직이 유용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행정의 말단 업무를 대행해주는 역할로 그쳐서는 안 되고, 그 역할이 주민들의 대표성을 갖는 사람으로서의 그것까지 확대될 필요가 있는데, 그런 점에서 군포시 조례에서 언급하고 있는 ‘지역주민의 화합단결과 복리증진에 관한 사항’, ‘통・반의 발전을 위한 자율적 업무처리’ 등을 참고할 필요가 있음
3. 안산시 조례개정안에 대한 의견
○ 앞에서 설명하였듯이, 단순히 동장의 위촉권한과 행정의 말단 업무 대행의 역할이라는 근거를 그냥 두고 연임 횟수를 2회로 제한하고자 하는 것은 행정의 편의 또는 정치적 편의에 불과할 뿐 합리적 명분을 찾기가 어렵다고 사료됨
○ 따라서 기왕에 보다 많은 시민들에게 그러한 기회를 부여하려는 취지로 조례를 개정코자 한다면, 통장의 선출제와 역할 확대를 포함할 때 그 명분이 살아날 수 있다고 사료됨
- 선출제는 당연히 임기를 전제로 함
○ 따라서 이번 조례개정의 취지를 풀뿌리민주주의의 발전과 주민자치 활동의 활성화에 두고 앞서 제기한 두 가지의 변화를 통해 통장 임기 제한을 실시할 것을 적극적으로 제안하는 바임
<참고자료>
<군포시 통반설치조례> 중 일부 관련 조항
제5조(통장의 선출 및 위촉) ⓛ통에 통장을 둔다.
②통장의 선출은 제6조의 자격을 가진 자 중에서 주민이 직접 선출한 자를 동장이 위촉한다. 다만,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주민이 추천한 자중에서 동장이 위촉할 수 있다.〈개정 1999. 02. 27〉
1. 통장의 잔임 기간이 6월 미만인 경우, 그 잔임기간에 한하여 위촉한다.<신설 1999.02.27>
2. 선거를 실시함이 동의 발전과 동민의 화합을 저해한다고 동장이 판단한 경우<신설 1999.02.27>
③통장의 선출방법 및 절차는 동장이 그 지역실정을 감안하여 정한다.〈개정 1999. 02. 27〉
제6조(통·반장의 자격) ⓛ통·반장은 책임감이 투철하고 주민의 신망이 두터우며 활동력이 있는 자로 한다.
②통·반장은 당해 통에 주민등록이 되어 있는 자로 한다.
③통·반장은 연령은 25세이상 65세이하로 한다.〈개정 1999. 02. 27〉
④제11조제3호 내지 제5호의 규정에 해당되어 해촉된 자는 해촉일로부터 5년간통장에 다시 위촉될 수 없다. <신설 1999. 02. 27>
제7조(통장의 임기) 통장의 임기는 3년으로 하되, 연임할 수 있다.〈개정 1999. 02. 27, 2001. 04. 27〉
제8조(통장의 복무) ⓛ통장은 법규를 준수하고 임무에 성실하여야 하며 주민의 참된 봉사자로서 통 발전을 선도하여야 한다.
②통장은 제9조의 임무를 성실히 수행하여야 한다.
③통장은 질병 또는 3개월이상 타 지역 장기출타등으로 임무를 수행할 수 없을때에는 동장에게 보고하고 그 직무의 대행자를 미리 지정받아야 한다.
제9조(통·반장의 임무) 통장은 동장의, 반장은 통장의 지도 감독을 받아 다음 각호의 임무를 수행한다.〈개정 1999. 02. 27〉
1. 지역주민의 화합단결과 복리증진에 관한 사항
2. 통·반장의 발전을 위한 자율적 업무처리
3. 행정시책의 주민홍보 및 여론, 건의사항 보고
4. 주민계몽
5. 〈삭제 1999. 02. 27〉
6. 기타 법령에 부여된 임무 및 동행정 수행에 필요한 사항
제10조(반장의 선출방법 및 등록) ⓛ반에 반장을 둔다.
②반장은 제6조의 규정에 의하여 해당되는 자를 반상회에서 주민이 직접선출하고, 통장의 확인을 받아 동에 등록하여야 한다. 다만, 주민의 직접 선출이 어려울 때에는 통장의 추천으로 동에 등록한다.〈개정 1999. 02. 27〉
③제2항의 반장선출 방법 및 절차는 반상회를 거쳐 통장이 정한다.〈개정 1999. 02. 27〉
④반장의 임기는 2년으로 하되, 1회에 한하여 연임할 수 있다.〈개정 1999. 02. 27〉
(*군포시도 선출제를 폐지한 조례개정안을 입법예고한 상태임. 전반적으로 주민들의 자치적 참여의 분위기 역시 제도/행정적으로 계속 후퇴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하나의 증거라 볼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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