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뿌리 자치 불모지 부산에 희망을
'주민 속으로' 운동이 성과 일궜다
부산의 ‘정상적’인 PK지역정서에서 이 동네에선 벌어지고 있는 일들은 생각하기 어려운 것이다.
조선일보에서 신빈곤층 지역의 하나로 반송동을 지목해 도시빈민가로 표현하며 동네를 ‘매도’했을 땐 ‘사상’, ‘세대’ 구별 없이 ‘떼거지로’ 항의 전화를 했다.
“늘 부대끼고 사니가 편견을 버리고 생각을 달리한다”
2005년 부산APEC에서 지역이 모두 APEC을 성공기원했을 때 APEC 'NO' 현수막을 내걸고, 남북정상회담까지 하는 상황에서 북녘 수해를 도와야 하지 않겠냐며 ‘자유총연맹’등 보수단체의 지부장에게 모금함을 내밀 수 있는 곳이 바로 반송이다. 희망세상은 ‘우리 동네’라는 울타리 안에서 갈등보다는 이해를, 시기보다는 사랑으로 마을을 만들어가고 있다.
어려운 사람들이 모이다보니 주변의 상황에 대해서도 더 관심을 갖고 동네에 대한 애착도 크다. 이미 베드타운으로 변한 다른 지역에서는 생각하기 어려운 모습이다.
'희망세상 주부활동가 3인방'인 김혜정 사무국장(사진 왼쪽)은 희망세상의 창단 멤버로 98년부터 함께했다. 기획 등을 맡고 있다. 3명 가운데는 가장 나이가 어리지만 희망세상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비중을 차지한다. 석연실 총무(사진 가운데)는 희망세상의 전신인 ‘반송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그린 벽화그림을 보면 우리 동네에도 이런 모임이 있구나 생각을 했다. 이후 성교육까지 하는 것을 보면서 신뢰를 하게 됐고, 친구가 희망세상활동하면서 인연을 맺게 됐다. 희망세상의 ‘안방마님’이다. 정화언 팀장(사진 오른쪽)은 어린이날 행사를 보고 반해서 함께하게 됐다. 이전 동네에서 살 땐 사직운동장 개최하는 부산시 주최 어린이날 행사나 교육대학의 이벤트 만을 생각했는 데 신선한 충격이었다. 아이도 엄마가 ‘희망세상’에서 일하는 것에 자부심을 가져 더 보람을 느낀다. 희망세상은 민주시민 교육, 리더십교육 등 교육 프로그램부터 결손가정 아이들 몸 씻겨주기까지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 회원들은 200여명이지만 참여도가 높다. 중고물품을 기증받아 지역의 결손가정청소년, 노인 등을 돕는 ‘행복한나눔가게’를 직접 회원들이 돌아가며 운영하고 주부 회원들의 남편들은 2000년부터 ‘좋은 아버지회’를 만들었다.
희망세상은 지역공동체를 지향하며 1998년 ‘반송을 사랑하는 사람들’로 창립해 1999년 어린이날 놀이 한마당을 개최하면서 동네 사람들과의 만남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아동센터 등 아동관련 사업에 집중했다. 매년 개최하는 어린이날 행사는 참가자가 늘어 이젠 1만 명 정도가 꾸준히 참여해 동네잔치 수준을 넘었다. 부녀회, 청년회, 자유총연맹부터 구청장, 지역의원까지 나서는 잔치다.
“워낙 규모가 커지다보니 준비는 힘들지만 주민들이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는 행사인 만큼 매년 기쁜 마음으로 치러낸다.”
1998년 창간호를 발행한 마을 신문 ‘반송사람’들은 지난 7월로 127호를 발행했다. 6천부를 발행한다. 배포는 모두 주부 3인방의 몫. 이뿐 아니라 2002년부터는 주민자치역량강화 교육 등을 하면서 본격적인 풀뿌리 자치 운동을 시작했고, 민주시민교육, 야외탐사, 환경교육 등의 사업도 지속적으로 진행한다.
이렇게 몇 년을 지나면서 지역에서 필요한 존재가 되어 있었고 폐기물처리장 반대, 보육조례 재정 등 지역현안에 대한 대응도 지속적으로 하면서 무관심했던 동네사람들이 직접 참여는 하지 않더라도 ‘좋은 일하는 단체’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
이젠 1세대들이 물러나고 2세대들이 ‘희망세상’을 만들어 가야하는 데 그것이 걱정이다. 몇 년을 지나면 지금 상근자들이 50대 줄을 들어선다. 후속세대 이월은 여느 시민단체나 겪는 고민이지만 반송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사람을 찾아야 한다는 부담은 크다.
하지만 ‘지역자치’ 불모지 부산에서 지금까지 이들이 이룬 성과를 생각한다면 이들의 걱정이 그리 우울해 보이지만은 않는다.
심재훈 기자 cyclo201@ingopres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