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번 의정비 인상은 너무 어처구니가 없는 행태여서 이 문제를 그냥 덮고 넘어가서는 안 될 것같습니다. 명분도 없고 실정법상의 규정도 무시하고 이루어지는 것이고, 현재 지역정치의 현 주소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래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해 진보정치에 썼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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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멋대로 의정비 인상’,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요즘 여러 지역의 단체들로부터 메일이나 전화를 많이 받는다. 지방의원 의정비를 기준도 없이 제멋대로 인상하고 있는데,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까?라는 내용들이다. 어느 한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전국적인 문제이다. 광역의회는 평균 14%, 기초의회는 평균 39%가 올랐다고 한다. 불행한 것은 대선시기이기 때문에, 이 문제에 대한 여론의 관심이 덜하다는 것이다.
실제 사례들을 보면, 지방자치법 시행령에 나와 있는 내용도 완전히 무시되고 있다. 지방자치법 시행령에서는 의정비를 정할 때에 “지역주민의 소득수준, 지방공무원 보수 인상률, 물가상승률, 지방의회의 의정활동 실적, 지방자치단체의 재정능력” 등을 고려해서 정하도록 되어 있지만, 여러 지역에서 이러한 원칙은 무시되었다. 공청회나 주민의견조사를 거치도록 되어 있지만, 그런 결과들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의정비 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하지만, 그것도 형식적으로 이루어졌다. 지방자치단체장 및 지방의회 의장이 각각 5명씩 선정한 심의위원들 대부분은 애초부터 주민의 입장에서 심의를 할 뜻이 없었다.
그래서 여러 지역에서 분노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지방의원 유급제 자체에 대해서도 납득이 잘 되지 않는 마당에, 1년만에 이렇게 의정비를 대거 인상하고 있으니, 지역단체나 주민들이 분노하는 것도 당연하다.
지방의원 유급화는 지방의원의 의정활동 향상과 함께 이루어질 때에만 정당성이 있다. 그런데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유급화가 되자마자, 막무가내식 의정비 인상만 추진할 뿐 의정활동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 물론 민주노동당 의원 등 일부 의원들이 노력하고 있다. 그렇지만 대다수의 의원들은 그렇지 않다. 게다가 다른 영리업무에 종사하는 의원들도 많다. 겸직금지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의정비 인상은 명분이 없다. 더구나 법이 정한 기준과 절차도 지키지 않고 이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막무가내식 의정비 인상이 가능한 것은, 한국의 지역정치가 수구적 면모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방의회 의원들은 지역주민들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어차피 정당공천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평소에 의정활동을 엉망으로 해도, 그것은 다음에 재선되는 것과는 무관하다. 그것을 경험으로 알기 때문에, 지역단체가 뭐라고 하든 간에 의정비 인상을 밀어붙일 수 있는 것이다.
문제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이다. 의정비 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일사천리로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지금 상황으로 가면, 의정비 문제는 그냥 덮일 가능성이 높다. 올해만 넘기면 내년부터는 기정사실화가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주민들은 무관심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그렇게 가서는 곤란하다.
물론 지역에서는 많은 노력들을 하고 있다. 주민감사청구같은 것을 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역별 움직임만으로는 문제를 풀기 어렵다. 그것과는 별개로 다양한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 법제도를 개선하는 부분, 그리고 이번에 부당하게 의정비가 인상되더라도 내년 이후에 의정비 삭감운동을 이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법제도와 관련해서는, 의정비 심의에 관한 지방자치법의 규정들을 고칠 필요가 있다. 지금은 의정비 심의에 관한 기준과 절차를 지키지 않는 경우에도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 그래서 앞으로는 법령상의 기준을 지키지 않는 의정비 인상에 대해서는 주민들이 견제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주민소송의 대상으로 포함시키는 방법도 생각할 수 있다). 그리고 의정비 심의위원회의 구성도 바꾸어야 한다. 당사자인 지방의회 의장의 위원추천권은 삭제하고, 위원들 전부를 지역시민단체의 추천이나 주민공모를 통해 위촉해야 한다.
이런 제도개선과 병행해서 지역적ㆍ전국적 행동을 조직해야 한다. 그럼으로써 의정비 인상 문제를 지역정치 개혁의 계기로 삼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하승수, 제주대 법학부 교수/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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