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저래 마음 쓰이는 문제들이 많지만 교육 문제는 너무 심각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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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육의 위기는 심각하다는 말로 묘사가 어렵다. 교육에 만연된 승자독식과 적자생존의 논리, 성적 때문에 자살하는 아이들, 심각한 학벌주의, 늘어나는 사교육비와 무너진 공교육, 학생들의 인권을 유린하는 교사와 선생님을 고발하는 아이들, 사학재단의 비리와 비민주적인 운영 등 다양한 원인들이 서로 뒤엉켜 교육의 근본을 무너뜨리고 있다. 그래서 ‘총체적 난국’이라는 말도 한국의 교육현실을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교육은 그 사회를 지속시키는 원리에 관한 가장 기본적인 합의이고 시민을 기르는 과정이기 때문에 교육의 위기는 우리 사회의 근본적인 위기이기도 하다. 그래서 과거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육개혁은 중요한 의제로 떠오를 수밖에 없었다. 지금 집권을 앞두고 있는 이명박 정부의 중요한 의제도 교육개혁이다.
하지만 여느 정부처럼 이명박 정부의 교육개혁도 문제의 원인을 제대로 짚지 못하고 해괴한 말들만 쏟아내고 있다. 제 말도 올바로 쓰지 못하는 시대에 영어교육을 강화시키겠다는 생각은 문제를 잘못 짚어도 한참 잘못 짚었다. 그리고 경쟁력 강화란 이름으로 학벌과 치열한 생존경쟁을 강화시키겠다는 발상은 어리석음 그 자체이다.
언어란 인간과 세계의 다양성을 배우고 이해하는 기본적인 수단이다. 새로운 단어의 기원과 그것이 뜻하는 바를 배우고 익히는 과정은 지적인 탐험이고 세계의 다양성을 체험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정확한 발음의 구사나 기계적으로 암기한 단어들은 그런 탐험이나 방법과 거리가 멀다. 그것은 다른 세계와 소통하고 이해하기는커녕 다양성을 파괴하고 남과 나를 구별 짓는다. 이것이 교육의 진정 역할일까?
더구나 내가 발 딛고 있는 세계의 언어적 뿌리가 살아 있어야 그 다양한 줄기가 뻗어나갈 수 있다. 내가 사는 세계와 소통하지 못하고 그 세계의 의미를 파악하지 못한 채 다른 세계와 소통하고 그것을 이해할 수는 없다. 글로벌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를 버리겠다는 생각은 빈대 하나 잡으려고 초가삼간을 다 태우는 어리석음이다.
50년 전에 함석헌 선생은 교육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교육의 혼이 ‘어버이’의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어버이를 대신한 존재이기에 교육자는 우등생, 열등생을 구별하지 않아야 하고 각각의 아이들에게 맞는 나름의 방식을 찾아야 한다. 남보다 뒤떨어진다고 해서 그 아이를 추려내고 벌준다면 그것은 더 이상 교육이 아니요, 어버이의 마음도 아니다. 만일 그런 교육자가 있다면 그는 자신의 무성의와 무능함을 숨기기 위한 협잡꾼이라고 함석헌 선생은 지적했다.
더구나 그런 교육은 아이들도 교활하게 만든다. 교사는 지식을 파는 사람이고 학생은 그 지식을 사는 소비자이기 때문에 그 사이에는 인격적이거나 윤리적인 관계를 맺을 여지가 없다. 이런 세계에서 교육은 출세를 위해 학벌을 따는 과정이지 존경과 신뢰를 배우고 배움에 감사하는 과정이 아니다. 선생이 학생을 때리고 학생이 선생을 때리는 것은 교육이 출세의 수단으로 변질된 현실을 반영할 뿐이다. 그리고 이런 현실은 강자와 이긴 자가 약자와 패한 자를 짓밟고 욕보이는 교육을, 경쟁과 이익이 지배하는 교육을 정당화하고 있다. 왜곡된 교육과 비정한 현실이 강력한 동맹관계를 맺고 인간성을 짓밟고 시민의 출현을 막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깊은 고민이 필요할 때이다. 교육의 위기와 사회의 위기를 극복하려면 이제 저 바닥의 근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단순히 제도를 바꾸는 것만으로는 불가능하다. 교육의 근본마음을 회복하지 못하고 교육개혁을 얘기하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겠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그런 혼이 회복될 사회적인 조건을 마련하지 않고 교육혼의 회복을 애기하는 건 모래로 탑을 쌓는 것과 같다.
아이 한 명이 바르게 자라나려면 한 마을이 필요하다고 한다. 교육의 위기를 극복하는 방안은 정권이나 몇몇 교육단체의 몫일 수 없다. 이제 마을의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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