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저도 잘은 알지 못하지만, 자료와 인터넷을 보고 나름대로 한번 정리해 보았었는데요. 그 중에서 주민조직화(Community Organizing)에 관한 부분을 발췌해서 올립니다. 관심있는 분들은 한번 보시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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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발레리 벨(Valerie Bell)은 미국 볼티모어(Baltimore)시의 Southern High School에서 청소ㆍ관리 일을 하며 시간당 4.25 달러를 받고 있었다. 그녀는 1964년에 볼티모어로 이사를 온 후에 과부가 되었고, 1994년까지는 지역사회 조직(Community Organization)이나 시민단체에는 전혀 참여한 적이 없었다. 그녀가 일하는 Southern High School은 공립학교였지만, 그녀는 볼티모어시가 아니라 민간기업에 고용되어 있었다. 볼티모어시가 비용을 줄이기 위해 학교 청소ㆍ관리업무를 민간기업에 아웃소싱(outsourcing)했기 때문이다.
1994년 그녀는 볼티모어에 있는 교회들에 기반을 둔 지역사회 조직인 BUILD(Baltimoreans United In Leadership Development, 인터넷 홈페이지 : www.buildiaf.org)에서 활동하게 되었다. BUILD는 볼티모어시를 모든 주민들이 살기 좋은 도시로 만들고자 노력하는 당파와 종파, 인종을 초월한 단체임을 표방하고 있었다. BUILD는 주거 개선, 고용증대, 교육, 청소년과 관련된 활동들을 해 온 단체였다.
당시에 BUILD는 미국 최초로 생활임금 캠페인(living wage campaign)을 시작했다. BUILD는 볼티모어시와 계약을 맺고 있는 민간기업들로 하여금 그들의 피고용인들에게 생활임금을 지급하도록 하는 조례를 채택할 것을 볼티모어 시의회에 요구했다. 발레리 벨은 그녀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다른 사람들을 ‘생활임금 캠페인’에 참여시키기 위해 조직하려 했다. 그러다가 그녀는 해고당했다. 볼티모어 시의 시장 Kurt Schmoke는 그녀가 시에 직접 고용이 된 다른 일자리를 얻을 수 있도록 했지만, 그녀는 BUILD의 조직활동에 계속 참여했다. 그녀는 시 공무원들을 만나고 다른 청소ㆍ관리인들이 캠페인에 참여하도록 격려하고 집회에서 발언했다. 1994년 12월에 Kurt Schmoke시장은 그가 반대해 왔던 미국 최초의 ‘생활임금 보장 조례’에 서명했다. 이 조례에 의해 볼티모어 시와 계약한 기업에 고용된 노동자들은 시간당 6.1달러를 받게 되었다.
발레리 벨은 BUILD에의 참여와 생활임금캠페인을 통해서 눈을 떴다. 그녀는 “BUILD는 내가 눈을 뜨게 했다. 사람들은 개미는 나무를 움직일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개미들이 조직되면 나무를 움직일 수 있다. 마찬가지로 사람들은 스스로를 조직할 수 있고 그 힘으로 산을 움직일 수도 있다”고 말한다. Bell은 1999년까지 BUILD에서 활동했고, 2000년 10월에 59살의 나이에 심장병으로 사망한다. 그가 사망한 후에 볼티모어 선(Baltimore Sun)지는 그녀가 캠페인의 지도자였다고 평했다.
미국 전역에 걸쳐 이루어지고 있는 Community Organizing
위의 이야기는 브라운 대학(Brown University) 교수인 정치학자 Marion Orr가 2007년에 편저한 책인 『Transforming the City -Community Organizing and the Challenge of Political Change-』의 서문에 소개된 이야기이다. 이 책에 따르면, Bell의 경험은 그녀만의 것이 아니라, 미국 각지에서 ‘지역사회 조직화(Community Organizing)’에 참여하고 있는 수천 명의 사람들이 경험하고 있는 것이라고 한다. 그들은 지역사회조직화를 통해 그들의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가난한 지역들에서 사람들을 조직하고(organize) 참여시키고(engage) 역량을 강화시키는(empower) 활동을 하고 있는 지역사회조직들은 6,000개가 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조직들은 직업적인 조직가를 두고, 헌신적인 지역주민들을 발굴하고, 그들을 집단적인 행동으로 결집시키고, 그들에게 지역사회 역량강화의 효과적인 방법들을 가르치고 있다. 이 조직들은 유색인종, 그리고 저소득층들의 지역에서 주로 활동하고 있으며, 전국적인 네트워크에 가입되어 있기도 하다.
‘지역사회 조직화’와 관련된 전국적인 네트워크로는 크게 두 종류가 있다. 한 부류는 기존의 조직, 특히 종교단체에 많이 의존하고 있다. 이러한 네트워크로는 IAF(the Industrial Areas Foundation), PICO(Pacific Institute for Community Organization), the Gamaliel Foundation, DART(Direct Action and Research Training)가 있다. 또 다른 부류로는, ACORN(Association of Community Organizations for Reform Now), CTWO(the Center for Third World Organizing) 등이 있는데, 이 부류는 기존 조직들을 기반으로 하는 방식이 아니라, 개인들(특히 가난한 지역의 빈곤층들)을 조직기반으로 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물론 특별히 네트워크에 속하지 않은 많은 독립적인 지역조직들도 존재한다(Orr, 2007).
첫 번째 부류에 속하는 대표적 조직이 알린스키가 설립한 IAF이다.
그러나 알린스키의 조직이론은 많은 비판을 받기도 했다. 특히 알린스키의 조직이론은 교회, 노동조합 등 기존의 조직을 기반으로 하는 것이었고, 백인남성들 중심으로 흐를 위험이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래서 알린스키 사후에 여러 새로운 조직들이 나타난다. 1980년에는 유색인종 활동가들에 의해 설립되고 운영된 최초의 조직인 CTWO가 설립되었다. CTWO는 수천명의 유색인종 조직가와 리더들을 훈련시켜 왔다(Sen, 2003).
또 하나의 특별히 주목할 만한 조직은 ACORN(www.acorn.org)이다. ACORN은 사회정의와 지역사회 역량강화를 위해 일하는 미국 최대의 저소득-중산층 지역사회조직임을 표방하고 있다. ACORN은 1970년에 설립되어 3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지고 있고, 미국의 100개 도시와 아르헨티나, 페루, 멕시코, 도미니카공화국, 캐나다의 도시들에 850개의 지부를 두고 있으며, 35만명의 회원을 가진 조직이다. 이 조직은 지역에 기반을 둔 상향식(bottom-up) 조직이면서도 전국적으로 조직화되어 있다. ACORN은 가가호호 방문(door to door)을 하며, 가난한 사람들을 조직하는 조직방식으로 유명하다. ACORN은 주거, 의료, 학교교육, 치안, 고용조건 등과 관련된 캠페인들을 성공적으로 진행해 왔다. 또한 ACORN은 볼티모어시에서 시작된 생활임금캠페인을 다른 여러 도시들로 확산시키면서 전국적으로 조직화하고 있기도 하다. ACORN의 중요한 특징 중에 하나는 지역사회 조직화를 기본으로 하되, 지역에서 풀기 힘든 이슈들은 주(state)나 연방 정책(federal policy)을 변화시킴으로써 풀어나가겠다는 전략을 취하고 있는 점이다.
이러한 조직들에 의해 이루어지는 지역사회조직화는 지역에 가시적인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앞서 언급한 볼티모어시의 ‘생활임금 보장 조례’에 의해 볼티모어 시에 있는 4000-5000명의 저임금 노동자들(수위, 관리인, 구내식당 종사자 등)의 임금이 상향조정되었다. 또한 그 이후에 100개가 넘는 도시들에서 ‘생활임금 보장 조례’가 채택되었다. 그것 역시 지역사회 조직에 참여하고 있는 주민들에 의해 이루어진 결과이다. 그 외에 여러 도시에서 지역사회조직들은 공립학교를 개선하기 위해 주민들을 조직하고 있고,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데 성과를 내고 있다. 그래서 Von Hoffman은 도시근린지역(urban neighborhoods)을 성공적으로 재건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요소는 좋은 풀뿌리 조직(good grassroots organizations)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Orr,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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