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인큐베이터, 행복한 복지세상을 꿈꾼다!" - 복지세상을 열어가는 시민모임
일시 : 2002년 9월 19일(금)
인터뷰 : 윤혜란(사무국장)
정리 : 김현(시민자치정책센터 상근 운영위원)

김대중 정부가 밝힌 “생산적 복지 구현”은 소외계층이 더 이상 수혜자가 아니라 당연한 권리자라는 것을 인정하고 복지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단순히 복지 재원을 넓히거나 일시적인 프로그램만으로 소외계층과의 간극을 좁힐 수 없다는 인식이 그 밑바탕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나라의 복지예산은 OECD 국가 중 최하위를 달리고 있고, 더 밑으로 내려가면 중앙 정부의 정책과 지방정부의 정책에 상당한 간극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사회복지는 일정한 재원을 필요로 하는 소비의 영역이기 때문에 재정이 열악한 지방자치단체의 재량권에 많은 한계가 있음을 인정한다. 또한 단순히 예산배정의 수치만으로 사회복지 수준을 평가하는 잣대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 사회복지운동가들의 일반적인 인식이기도 하다. 그러나 사회복지가 점점 우리사회의 중요한 테마로 자리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예산배정의 절대적인 취약성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나아가 사회복지를 어떻게 바라보고, 서비스 시스템을 어떻게 바꾸고, 질적 내용과 시민참여를 어떻게 이끌어 낼 것인가가 사회복지의 핵심이라고 한다면 지방자치단체가 이런 것에 더 많은 관심과 투자를 해야 한다는 것은 두 말한 여지가 없어 보인다.

“......2001년 한해 동안 복지세상을 위해 귀한 시간을 내어주신 분들은 모두 218명입니다. 우리들의 순수한 땀방울이 영근 결실을 맺게 되는 그 날까지 파이팅!!”

이 글은 “복지세상을 열어 가는 시민모임(이하 ‘시민모임’)”에서 발행한 ‘2001 Annual Report'에 나온 첫 페이지 글귀다. 민간복지영역은 자원봉사자의 참여를 전제로 하고 있다. '시민모임'도 자원봉사자가 없으면 힘을 발휘하기 힘든 조직이다. 또한 자원봉사자가 단순히 자신의 노동을 위탁하는데 그치지 않고 사회참여의 길을 넓힘으로써 발전적 형태로 지속된다면 사회복지의 지원하는 자원들의 생명력은 길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2001년 한해 동안 218명이 활동했죠. 잘 아시다시피 일반 시민들이 시민운동단체에 자원봉사로 참여할 수 있는 영역이 상당히 제약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사회복지는 사람들이 쉽게 접촉할 수 있는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단체에서 추진되는 방과후 교실의 경우, 초창기에는 시민들이 일시적인 자원봉사로 참여하다가 시간이 지나면 지역 아동의 실태문제에 관심을 갖게 됩니다. 나중에는 아동복지 포럼 등을 통해 운영위원으로 참여하는 식으로 참여의 단계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런 점을 상기한다면, 사회복지 분야는 일반 시민들과 접촉할 수 있는 충분한 매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윤혜란 사무국장이 사회복지에 관심을 가졌던 이유도 어떻게 하면 사회적인 자원을 끌어낼 수 있을까를 고민하면서부터다. 지역 시민운동 단체가 중앙의 운동단체의 운동형식과 비슷하게 당위적인 주장에만 그치고 있을 뿐, 시민들의 욕구를 채우지 못하고 있는데서 오는 고민 때문이었다. 작년 한해 동안 200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참여했던 것은 적어도 시민적 관심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윤국장의 해석한다. 그러나 이런 관심을 담기엔 시민운동진영의 운동방식이 시민들의 접근을 어렵게 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지역에서의 운동이 당위적인 주장에 흐를 경우, 일정한 시간이 흐르면 판명난다는 것이 윤국장의 지적이다. 시민들의 눈 높이가 상당히 높아졌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물론 시민의 권리를 제대로 대변할 마땅한 시민단체조차 없는 지역이라면 이러한 당위적 주장의 방식이 의미 있는 운동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러한 당위가 얼마나 지역에서 현실화될 것인지가 시민들의 관심이 된 이상은, 시민들과 호흡할 수 있는 운동의 전환을 필요로 한다. 시민들의 관심에 부합하고 참여시키는 일은 곧 시민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기도 한다. 따라서 지역운동이 스스로의 벽을 걷어치우기 위해서는 지역이 실제로 필요한 것, 그리고 이를 현실화시킬 수 있는 전략을 제시하는 것이 대안이라고 말한다. 윤국장의 문제의식도 여기에 있었기 때문에 천안YMCA를 창립하고 오랜 기간 이 단체에 몸담아 오면서 목말라 했던 것은 당위적 주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활로 모색이었다. 사회복지 분야가 시민들과 접촉할 수 있는 최 일선의 영역이라는 것을 깨닫고 ‘시민모임’을 만들었던 것이다. 그렇게 5년여의 시간이 지난 지금, 감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이 그녀의 설명이다.

‘시민모임’은 크게 두 가지 사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조직활동’과 ‘사회복지인큐베이터 활동’이 그것이다. 전자는 말 그대로 복지서비스를 누려야 할 소외계층을 조직하고, 그들을 사회에 드러내는 작업이다. 사회의 소외계층은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마저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힘이 약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에게 힘을 길러주는 일, 결국 약자들의 연대를 통해 자생적인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지원해 주는 일을 가리킨다. 초기부터 관심을 기울였던 ‘충남장애인부모회’는 이미 ‘시민모임’의 도움으로 독립해서 이제는 당당하게 복지네트워크에 참여하고 있다. ‘여성장애인연대’나 ‘지역사회정신건강을 생각하는 사람들의 모임’도 이런 성격으로 만들어졌다.

후자, 즉 ‘사회복지인큐베이터 활동’은 소외계층이 필요하고 욕구가 있는 프로그램을 계발하고 자생적인 운영이 될 때까지 지원하는 활동을 말한다. 저소득가정의 아동들을 위한 방과후교실과 사랑의 밑반찬 나누기 프로그램은 이렇게 해서 만들어졌다. 방과후교실의 경우, 총 6군데를 운영해 오던 것을 3군데가 독립했고, 지금은 나머지 3군데를 자체 운영하고 있다. 이에 반해 사랑의 밑반찬 나누기 프로그램은 자원봉사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자원봉사로 참여할 수 있는 지역의 자원들을 발굴하고 자체 운영이 되면 독립시키는 일을 하고 있다. 이런 일들은 지역 주민들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또한 사회복지인큐베이터 활동은 지역의 지도력을 키우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방과후교실의 경우, 인큐베이터 사업 중에 잘 된 사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데, 5년이 지난 시점이다 보니, 졸업한 학생들을 많이 배출하였고, 이들과 함께 청소년프로그램을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시점이 되었습니다. 물론 전부 저소득계층의 아이들입니다. 처음에는 방학 때 한시적으로 두 군데서 시작했는데, 지역사회에서 중요한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해서 외부의 지원을 받지 않고 전부 뜻 있는 사람들의 후원을 통해 운영되었죠. 부분적으로 프로젝트를 받기도 하구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도 중요했지만, 이런 것을 하면서 내부 인력들이 많이 뭉친 것 같아요. 지금 방과후 교사들만 하더라도 10명이 넘고, 물론 교사들의 조건은 열악하지만, 후원자 중심으로 운영위원이 꾸려지고 하면서, 적어도 지역사회의 아동문제를 대변할 수 있는 사람들이 생긴 겁니다. 아무튼 인큐베이터 사업이든 조직활동이든 근원적인 지향은 지도력 계발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시민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사회복지관을 중심으로 한 공공복지 영역은 여전히 소외계층과 멀리 떨어져 있는 느낌이다. 이를테면, 앞서도 말했듯이, 작년 한해, '시민모임'에 문을 두드린 자원봉사자는 200여명을 넘는다. 이것이 뜻하는 것은 사회복지 영역이 소외계층 이외의 사람들의 손발을 필요로 하는 특수한 분야이기도 하지만, 최소한 시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는 분야라는 것을 말한다.

“저는 시민들보다 지방정부가 관심이 없다고 생각해요. 이를테면, 저희 같은 단체에 2-300명이 참여하잖아요. 이런 것은 시민적 관심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또 얼마든지 끌어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렇게 시민들을 끌어내는 것은 지방정부의 역할이라고 생각하는데, 지방정부는 관심이 부족한 거죠. 그리고 어쨌든 사회복지의 일차적 수혜자들이 지역사회의 소외 받고 어려운 분이잖아요. 이런 분들을 위한 지원체계나 내용이 있어야 하는데, 공공복지 쪽은 이런 것이 없습니다. 특히 천안지역 같은 경우, 장애인 등록자가 10,000명이 넘거든요. 이런 분들은 밖으로 나오기 꺼려합니다. 그 이유는 지방정부의 장애인 복지 서비스가 열악하기 때문이죠. 이 사람들이 지역에서 사회생활 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체계가 아예 없습니다.”

생계지원이 1차적 목표였던 장애인 운동의 흐름이 이젠 이동권(보행환경의 문제)과 취업의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공공복지는 여전히 생계지원 마저도 그 체계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 공공복지와 민간복지가 칼로 무 자르듯이 그 역할이 딱 나눠지는 것은 아니지만, 공공복지가 1차적인 생계지원 서비스 체계조차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윤국장의 생각이다. 특히 공공복지는 민간복지운동단체에 대한 마인드가 희박하다고 한다. 더구나 사회복지분야는 두 영역이 확실한 역할분담이 이루어질 때만이 가능한데, 현실적으로는 지방정분의 실무자들이 민간복지를 바라보는 위상이 현저히 낮다. 이를테면 환경 관련 부서는 환경단체를 파트너로 삼고, 느슨하지만 서로 역할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사회복지분야는 협력파트너로서의 역할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렇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담당 공무원들이 여전히 복지운동 시민단체를 수직적 상하 관계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시민모임’의 활동이 5년여를 지나고 있어, 어느 정도 관계가 정립되고 있고, 동등한 파트너로 자리매김 하고 있지만, 여전히 민간 파트를 껴안으려는 마인드가 부족하다는 것이 윤국장의 지적이다.

지금 ‘시민모임’에서 한창 고민하고 있는 사업은 정신장애인을 위한 지원 프로그램이다. 정신장애인 프로그램은 상당한 전문성을 요한다. 그래서 민간이 접근하기가 수월치 않다. 지역사회의 정신장애인들을 스크린 해서 통합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정신복원센터’의 설립은 그래서 절실한데, 재원이나 역량을 고려해, 선뜩 인큐베이터 활동 사업으로 선정하지 못하고 있다. 올 해 말 열리는 토론회를 통해 그 방향을 잡을 생각이다. 정신장애인의 문제뿐 아니라 사회복지 분야는 이에 걸맞는 전문요원을 필요로 한다. ‘시민모임’의 경우도 윤국장을 비롯해 실무자 대부분이 자격증을 소지하고 있다. 또한 각 프로그램마다 일정한 교육은 물론 상시적 학습과정을 마련하고 있다. 사정이 이러다 보니 사회복지학을 전공하는 대학생들과의 연대활동도 필요한 실정이다. 그래서 ‘시민모임’은 천안에 주재한 대학의 사회복지 전공자들을 중심으로 모임을 결성해서 운영하고 있다. 특히 전문성을 요하는 정신장애인 모임의 경우, 의도적으로 대학생과의 네트워크를 꾸리고 있다. 이 모임은 올 10월에 창립해서 연합체의 형식을 띨 예정이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이들은 시민운동적 마인드가 부족하다는 것이 윤국장의 지적이다. 그래서 이번 달부터 이 학생들을 중심으로 학교에서 담보하지 못한 사회문제 영역을 이 곳에서 풀어나가려고 한다.

“그러나 물론 쉬운 것만은 아닙니다. 보통 사회복지과를 졸업한 학생들은 사회복지관을 중심으로 공공복지를 바라보는 경향이 많거든요. 아무래도 공공복지기관은 월급을 비롯해 상대적으로 노동조건이 민간복지보다 우월합니다. 그래서 오는 갈등이 존재합니다. 이런 것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그들에게 시민운동이나 사회활동에 대한 마인드를 갖게 하기 위한 다양한 교육과 경험을 제공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 위해 이번 달부터 정기적인 내부 교육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고, 학교에서 경험하지 못한 사회문제를 이 프로그램을 통해 해소할 계획입니다.”

사회복지운동의 주요 과제 중에 하나는 네트워크 구축이다. 사회복지 전공자들과 소통의 창구를 마련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복지분야는 워낙 광범위한데다, 동일한 대상자에 대해 서비스를 제공하더라도 서로 연계가 돼있지 않으면 효율성을 찾기 어렵다. 그래서 사회복지기관 또는 단체의 실무자간의 네트워크, 또 단체간 네트워크, 그리고 기관과 단체간 네트워크 구축은 통합적인 복지서비스를 위해서도 중요한 과제다. “살고 싶은 복지도시 천안 네트워크”는 그런 이유에서 만들어졌고, 현재 15개의 단체가 들어와 있다. 공공복지기관의 참여도 점차 늘릴 계획이다.

인터뷰를 하면서 ‘시민모임’의 당면 과제가 참 많다는 것을 느꼈다. 그 동안 우리 사회가 복지분야에 너무 소홀했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는 듯 하다. 지속적인 조직활동, 사회복지인큐베이터 활동, 그리고 교육사업과 자원봉사 참여 확대, 네트워크 활성화 등과 같은 내부 과제뿐 아니라, 공공복지의 서비스 확대, 복지정책 대안 제시 등 지방정부의 수평적 파트너로서 역할을 위해 가야 할 길이 멀다. 특히 그 중에서 필자의 관심을 끌었던 것은 ‘천안시 사회복지 정책제안집’이라는 부제가 달린 “천안을 복지세상으로 만드는 33가지 방법”이라는 자료집이었다. 보육, 청소년, 여성, 노인, 장애인, 빈곤과 실업, 그리고 보건 등 그야말로 복지세상을 위한 기본적인 정책들을 제안하고 있다. 지 자료집이 소외되고 어려운 일상의 삶을 꿋꿋하게 견뎌내며 힘차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희망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만들어졌지만, 이렇게나마 지역사회가 꿈을 꿀 수 있었던 것은 지역운동가들의 눈부신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33가지 방법”을 위해 지속적인 관심을 갖겠다는 윤혜란 사무국장의 다짐처럼, 어두운 그늘 속에 살아가는 이들에게 희망이 주어지길 간절히 빌어본다.
(2002년 시민자치정책센터 김현 운영위원 작성)
Posted by '녹색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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