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된 아이들에게 사랑의 손길을" - 안양시민대학

인터뷰 : 김동영(청소년부장)
작 성 : 김현(상근 운영위원회)

한국사회에서 저소득가정, 결손가정, 맞벌이 가정의 삶은 안녕한가? 이들 가정의 미성년 자녀들은 어떠한가? 21세기가 그리 밝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소외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어두운 그림자가 더욱 짙어지고 있다는데 있다. 과연 빈부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우리 사회의 대안은 있는가? 아니, 그럴 의지가 있는지 조차 모르겠다. 그러나 이런 어두운 그늘에 사랑의 손길을 보내는 이들이 있다. 80년대 이후, 공단이나 빈민 지역 내에서 부모들이 맞벌이로 출근한 후 집과 골목에 방치되고 있는 아이들이 안전하게 보호받을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시작된 공부방. 최첨단을 살아가는 21세기에도 그들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가난한 아이들이 많다. 저소득 가정의 아이들과 결손 가정의 아이들까지 그 폭도 다양하다. 가난한 아이들과 청소년에게도 교육을 받을 권리와 건강하게 자라날 권리가 있고, 우리 사회는 그들에게 그런 환경과 교육을 제공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한 달에 수천 만원이 넘는 사교육비를 지출하면서 자식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보이고 있는 부자들이 있는 반면, 과외비는커녕 부모의 애정이 미치지 못하는 골목길의 아이들도 있다. 어쩌면 이 간극을 좁히는 일은 요원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안양시민대학은 안양 1번가에서 약간 떨어진 상가 지대에 위치해 있다. 3층에 오르자 할머니들의 왁자지껄한 웃음소리가 들린다. 뭐가 그리 신이 나셨는지,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원래 시민대학은 제도교육에서 소외된 성인들에 대한 문자해독교육과 그것을 통하여 지역 사회 발전에 참여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 공동체 건설을 목표로 두고 시작했다. 그러니 이 곳을 찾는 이들은 문해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노인들이 대부분일 수밖에 없다. 1996년 첫 강의를 시작했으니까 벌써 6년의 세월이 흘렀다.

“저희는 원래 문해교육단체라서 성인 문해를 기본으로 처음 시작했는데, 문해 대상자가 성인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고 영역도 다양해지면서 청소년에 대한 문해도 실시해야겠다는 판단을 했습니다. 97년부터 했으니까 한 5년 지난 셈이죠. 지역에 있는 아동들 중, 기초학력이 부진해서 학교 생활을 적응하지 못하거나 제도권 교육 내에서 소외 받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시작했습니다. 시민대학에서 운영하는 공부방 명칭은 ‘청소년 배움터’라고 합니다. 세 가지 프로그램으로 운영되는데, 주중의 무료공부방, 주말에 있는 기초배움터, 그리고 기초배움터가 운영되지 않을 때는 주말배움터라고 해서 문화유적 탐사, 견학 같은 것을 위주로 하고 있습니다. 그 외, 졸업생들을 대상으로 해서 ‘진로교육’도 하고 있습니다. 이후에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 상담합니다.”

김동영 청소년부장의 말이다. 올 초, 교육인적자원부가 초중고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읽기와 쓰기, 셈하기를 못하는 기초학력부진 학생이 10만 여명이 되는 것으로 나왔다. 그러니까 이들은 거의 까막눈 수준이다. 또 국가에서 설정한 학업성취 목표 최저기준에 미달한 학생이 약 35만 명으로 집계돼 교육의 문제점이 드러났다. 성인뿐만 아니라 기초학력부진 아이들에 대한 문해교육도 국가 차원에서 세밀하게 지도할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 시민대학은 97년부터 ‘청소년배움터’라는 공부방을 운영하고 있다. 기초학력부진 학생들이 늘어나는 현상에 대해 김동영 부장은 개인적인 차이보다는 ‘구조적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한 학급에 콩나물처럼 들어찬 아이들에게 선생님의 손길이 미치지 못한데서 비롯된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교사들은 공평하게 관심을 보인다고 생각하겠지만, 40명이 넘는 각각의 학생 입장에서는 그것이 같을 리가 없다. 기초학력 부진 학생이 발견된다고 하더라도 그 아이에게 쏟을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한 것이 교사들의 현실이다. 그래서 시민대학은 어려운 상황에서 기초학력 부진 학생들을 폭 넓게 모집해서 교육하는 것이 목표다.

“맞벌이 부부 중 저소득 아동과 결손 아동을 기준으로 뽑습니다. 이번 학기에는 열 명 정도 교육을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모집하는 것이 그렇게 수월치만은 않습니다. 무엇보다 학교와 연계해서 학력부진 아이들을 선별해서 모집해야 하는데, 학교에서는 이런 아이들을 치부로 생각하고 있어서 협조가 잘 안 되는 편입니다. 또 시민대학이 위치한 곳이 주택가가 아니라 상가 밀집 지역이라서 근처 아이들보다는 안양 지역 전체에 퍼져서 오는 아이들이 많습니다.”

상근자 1인이 청소년부 전체를 맡다 보니 세밀하게 공부방을 운영하는데는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더욱이 김동영 부장은 성인부 파트도 겸하고 있어 청소년에만 집중할 여건이 안 되고 있다. 그 나마 다행인 것은 시민대학 전체 자원교사 40여 명 중 공부방에만 10여 명이 활동하고 있어, 상근자의 고충을 덜어주고 있다. 자원교사의 활용면에서는 다른 지역의 공부방과 비교하면 풍성한 편이다. 그러나 이 또한 안정적이지 않다. 자원교사로 활동하는 계층은 대부분 대학생이다. 처음에는 투철한 의지로 참여하지만, 중간에 그만 두는 자원교사가 있다보니 지속성이 떨어진다. 지속성이 떨어진다는 것은 아이들의 선생님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말과 같다. 공부방 입장에서는 자원교사들의 기여도는 이루 말할 수 없지만, 지속적인 참여를 이끌어내는 것이 과제이기도 하다.

공부방 학생들은 입학금 10,000원을 제외하고 모든 것을 무료로 받는다. 가난한 아이들에게 그런 부담을 지을 수 없기 때문이다. 물어보나 마나 시민대학의 재정은 그리 넉넉하지 않다. 어려운 상황에도 후원을 해주는 많은 사람들과(이런 사람들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1년에 두 차례 실시하는 바자회, 자체 운영하는 녹색가게와 벼룩시장, 그리고 경기도와 안양시 공모사업을 통해 사업이 진행된다. 그래도 상근비는 밀리지 않고 꼬박 나온다며 김동영 부장은 애써 웃음 짓는다. 최근에는 재정의 문제나 공동의 과제를 위해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안양 지역 공부방연합회가 만들어져 연대의 장을 마련하였다. 개별 공부방의 역사와 철학이 다소 다르지만, 서로의 고민을 나눌 수 있다는 점에서 김동영 부장도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당장, 안양여성회에서 위탁받아 실시하는 공공근로 교사의 문제가 걸려 있다. 안양시가 공부방 교사의 공공근로 대상자를 다른 형태로 대체하려는 움직임이 있는데다, 안양여성회를 통해 개벌 공부방의 의견을 접수하다 보니,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 그래서 공부방연합회의 대응이 분주하다.

시민대학 공부방 교육프로그램은 크게 네 가지가 있다. 공동체 교육, 미술 교육, 풍물 교육, 영어 논술 교육이 그것이다. 각각의 프로그램은 전문 지식을 가진 자원교사들의 활동으로 이루어진다. 공부방 운영은 많은 어려움도 있고 부족한 것도 많지만, 그들이 가지고 있는 교육 철학을 포기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래서 일주일에 한번씩 자원교사들과 교육철학이나 방식에 대한 토론을 해나가고 있다. 공부방의 핵심은 가르치는 사람의 철학과 태도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저희 단체 교육프로그램의 특징은 아이들이 가정 환경이 열악하다보니 정서적으로 안정화할 수 있게끔 지도하는 것이 가장 큰 주안점입니다. 그리고 비록 아이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살고 있지만, 사회의 일원으로서 당당하게 역할을 담당할 수 있게끔 다양한 소스들을 제공해주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학습지도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정서 안정 프로그램, 외부 활동 프로그램 등을 위주로 합니다 ‘공동체 프로그램’은 정서적으로 안정화되도록 돕고, 또 사회적응 할 수 있도록 교육시키는 프로그램입니다. ‘풍물 프로그램’의 경우는 안양대 풍물동아리가 돕고 있는데, 아이들은 이 두 가지를 가장 재미있어 합니다.”

가난한 것은 죄가 아니다. 그들이 당당하게 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고 배려해 주는 것이 우리 사회의 역할이라고 한다면, 지금의 우리 사회의 수준이 어떤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일이다. 많이 가진 자가 부끄러워 할 줄 아는 사회, 소외된 사람들에게 희망을 보여줄 수 있는 사회, 그런 사회가 우리가 꿈꾸는 세상이 아닌가 싶다. 끝으로, 아래 글은 시민대학에서 발행하는 소식지 ‘늘배움 늘사랑’에서 발췌한 글이다. 그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조금 엿볼 수 있을 것이다.

“......시민대학에 계신 분들의 얼굴은 모두 웃는 얼굴입니다. 선생님, 어른 학생들, 우리 아이들 모두 웃는 얼굴입니다. 저는 속으로 좋은 사람들, 열정이 넘치는 사람들, 그리고 순수한 사람들은 저런 얼굴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런 사람과 함께 한 시간동안 저의 얼굴 역시 미소 가득한 얼굴이 되었다면, 아마 그것이 시민대학이 제게 준 가장 큰 선물일 것입니다.”
- 2002년 6월 43호 중/박언진(시민대학 청소년 공부방 자원봉사 교사)

통일이 되면은
유진주(4학년)

통일이 되면은
친구를 사귀어야지
갈라져 있는 동안에
많이 궁금했거든.
통일이 되면은
갈라져 있는 동안
바뀐 말을 배워야지
그래야 친구도 사귀지.
통일이 되면은
악수를 해야지
말을 못 배워도
웃는 미소와
악수를 건네면
친구와 친해질테니!
- 2002년 6월 43호 중
(2003년 시민자치정책센터 김현 운영위원 작성)
Posted by '녹색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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