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감주영 선생님 정 리: 하승우(운영위원)
“학교종이 땡땡땡 어서 모이자. 선생님이 우리를 기다리신다.” 초등학교 때 많이 들었고 불렀던 노래다. 그렇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누군가가 종을 치는 권위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종을 치면 기계적으로 모여야 한다는 점에서도 권위적인 느낌을 준다. 초등학교에 자녀를 입학시키는 부모들은 누구나 한번쯤 웬지 모를 불안감을 느낄지 모르겠다. 아마도 공동육아를 경험했던 부모들이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그래서 공동육아협동조합을 중심으로 ‘방과후’ 모임이 구성되기도 하고 제도권을 넘어서 대안학교를 만들려는 움직임도 벌어지고 있다. 현재 한국에는 여러가지 대안학교들이 있다. 잘 알려진 간디학교같은 대안학교도 있고 하자센터같은 도시형 대안학교도 있다. 그런데 대안의 바람은 주로 고등교육을 중심으로 이루어지지 의무교육의 영역으로 지정되어 있는 초등교육으로까지 불고 있는 것 같지 않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대안초등학교를 만들어가려는 노력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대안초등학교로는 광명YMCA의 '볍씨학교', 부천의 '산어린이학교', 일산의 '자유반디학교'가 있다. 그리고 2002년 3월 7일 안양의 성공회교회에서 ‘벼리학교’가 개교했다. 안양YMCA 생협 내의 ‘열린 사랑’이라는 소모임을 중심으로 논의가 시작되었고 현재 8가구 9명의 아이들이 다니고 있다. 한 학부모는 대안학교를 준비하게 된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참여하는 사람들이 돈이 남아돌아서? 아닙니다. 참여하는 사람들이 영재교육을 위해 내 아이를 잘 키우겠다고? 아닙니다. 참여하는 사람들이 엄청 욕심이 많고 까다로워서? 아닙니다. 초등 2년을 보내보니 아이와 나의 앞길이 막막해졌습니다. 앞으로 갈 길이 더 끔찍해졌습니다. 지금의 학교도 맛보았으니 이렇게 꿈꾸는데로 이룰 수 있고 살고 싶은 대로 살 수 있는 곳도 경험하게 해 주고 싶습니다(나름대로의 어려움도 극복해 가며). 세상의 잣대가 살면서 그리 중요하던가요? 세상의 주류는 무엇입니까? 또 하나의 무리들의 문화가 형성되고 있지 않습니까? 욕심을 비워가며 느리고 평화롭게...지금의 교육은 아이를 뺑뺑이를 돌리고, 나아가선 줄서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선배들의 경험담을 들었습니다.”
'벼리'는 그물의 위쪽 코를 꿰어 잡아당기게 된 줄로서, 세상의 중심인 아이로 성장하며, 더불어 함께 가는 모습을 의미한다고 한다. 벼리학교는 기본적으로 YMCA의 교육이념인 영(Spirit), 지(Mind), 체(Body)의 균형있는 전인교육을 지향하고, 교육이념은 ●자연과 함께 하는 자연친화교육, ●다름과 함께 사는 공동체정신 지향, ●지역 사회와 함께 하는 생활중심교육, ●과정중심․학습자 우선의 통합교육이라고 한다. 그리고 경쟁하지 않고 공동체 속에서 함께 생활할 수 있는 어린이를 육성한다는 방침에 따라 학생들이 하고 싶어하는 활동을 개별적 흥미에 맞게 교육한다. 또 교과를 정신․표현․지혜․삶 등으로 통합, 월별 주제를 중심으로 교육하고 농사짓기, 동물기르기, 바느질하기, 요리하기, 집짓기 등 생명과 생활에 필요한 다양한 현장체험 학습을 병행하고 있다. 벼리학교의 교과내용은 총 5개로 구분된다. 첫 번째 교과인 정신교과는 명상과 나눔(생활, 마음나누기)을, 두 번째 교과인 지혜교과는 수(수학), 문화(역사), 생명과학, 외국어, 민주시민(사회)을, 세 번째 교과인 표현교과는 국어와 표현(듣기, 읽기, 감상, 말하기, 쓰기, 그리기, 토론), 마음표현(연극, 음악, 미술), 도예와 풍물(음률과 공동체 정신을 배우기), 몸표현(전래놀이, 몸기르기, 춤)을, 네 번째 교과인 삶 교과는 생활노작(요리하기, 바느질하기, 집짓기, 목공)과 생명노작(농사짓기, 동물기르기)을, 다섯 번째 교과인 특별활동은 벼리운동회, 공동체나들이, 가족나들이로 진행된다.
“일반 초등학교에서 하는 수학이나 국어를 하기는 하지만 교과서 없이 주제에 맞춰서 수업하고 있어요. 일방적인 수업은 아니고 아이들이 아는 내용을 들려주기도 하면서 아이들이 많이 참여하고 저는 별로 말을 많이 하지 않아요. 수학같은 경우도 덧셈, 뺄셈 그렇게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다달이 주제가 있어요. 4월은 ‘자연과의 만남’, 5월은 ‘가족과의 사랑’ 등으로. 주제에 맞는 글을 찾아서 아이들이랑 같이 글도 써보고 수학도 그런 방식으로 풀어가고 있어요. 일반적으로 학교에서 하는 수업을 다 하되 풀어내는 방식에서 차이가 나죠. 전문적인 지식을 가르치는 수업은 아니지만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서 진행하고 있어요…저희는 ‘삶이 바로 교육이다’라는 생각을 하고 일반 가정에서 하는 것, 즉 바느질이나 요리 등도 교과내용에 담고 있어요. 예를 들어 이번 달에는 요리를 하고 있어요. 다음달에 어버이날이 있기 때문에 아이들이 요리를 스스로 준비해서 부모님들에게 대접하려 해요. 재료는 제가 준비하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아이들이 진행하죠.”
교재가 없는 수업, 주제에 따른 교과과정은 강한 인상을 심어줬다. 우리 머리 속에 뿌리내려 있는 고정관념을 제대로 지적하고 있다. 아이들의 자율성과 창의력, 상상력이 전체에 대한 고려와 잘 호흡하고 있다는 느낌을 줬다. 그리고 특이하게도 벼리학교에는 학교종이 없다. 정해진 수업시간이나 강제적인 체벌이 없다. 발칙하게도(?) 아이들은 교과과정에까지 개입한다.
“물론 학교 의사과정에는 아이들이 회의를 해서 하기 싫은 수업, 과반수 이상이 수업을 하기 싫다고 하면 그 수업을 하지 않죠. 그 수업을 안한다고 해서 당장 학교가 문을 닫는 것도 아니고. 정해진 수업 시간 없이 한시간이든, 두시간이든 아이들의 반응을 보죠.”
흔히들 많은 자유가 주어지면 방종이 나타나지 않을까 우려한다. 하지만 그건 사람의 삶을 경쟁과 이기심으로 바라보게끔 길들여진 우리의 편견일지 모른다. 오히려 자율과 함께 적절한 책임성이, 스스로 부여한 책임성이 함께 등장하곤 한다.
“처음에 왔을 때는 고자질하던가, 학교에서 하듯이 서로 치고받고 싸우든지 왕따를 시키곤 했어요. 지금은 인원이 적다는 것을 자신들도 알고 친구가 더 많았으면 느끼고 한 명도 빼놓고 놀면 안된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 싸우게 되면 그 자리에서 화가 풀릴 때까지 얘기를 하고 해결을 하죠. 그 날 문제는 그 날 해결하고 집으로 가요. 숫자나 글 하나 더 쓰는 것이 아니라 그런 것을 느끼는 것이 교육인 것 같아요…정말 답답할 때 약간의 조율을 하고 대부분은 아이들이 스스로 해결하게끔 해요. 아이들이 스스로 체벌도 정해요. 예를 들어, 수업 시간 늦으면 손을 들자, 혹은 누가 왕따를 시키면 어떻게 하라든 둥. 스스로 알아서 정하고 해결하고 있어요. 제가 개입하지 않는 것이 아이들의 마음에 상처를 주지 않죠. 그리고 제가 개입하는 것을 원하지도 않아요. 처음에는 개입했지만 시간이 지나니깐 그건 아니다 생각해서 기다리고 있어요. 기다리는 만큼 작은 것 하나에서부터 아이들은 많이 바뀌죠. 자율을 원하는 만큼 그것에 맞는 뭔가를 해야 한다는 것을 알아요. 쉬는 시간에 자유롭게 놀기 위해서는 공부시간에도 누군가의 시간이니깐 함께 해야 한다는 것을 알죠.”
그런 의문이 들 수 있다. 대안학교에 보내는 것은 부모들의 욕심일 뿐 실제로 그 속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이 즐거워할까, 행복해 할까? 대안학교 속에서 아이들이 실질적으로 변화를 경험할까? 이런 질문들에 대한 답은 매우 긍정적이다.
“애들이 이 학교 자체를 다니는 것에 행복해해요. 일단은 이전 학교보다 자유롭고 구속도 없고. 집에서도 엄마들이 잔소리를 하지 않죠. 공부하라든지, 학원 가라, 숙제했니, 준비물은 준비했니라는 잔소리가 없어졌죠. 교사도 가급적이면 잔소리를 하지 않으려 해요. 아주 크게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는 해라, 하지 말아라는 얘기를 안 해요. 그리고 수업내용도 전과 많이 다르고. 전에는 자기 얘기를 말할 시간이 없었는데 저희는 무슨 수업을 하던 학생들이 자유롭게 돌아가면서 자기 얘기를 하고 마치죠. 글을 하나 써도 짧은 한마디라도 9명의 아이들이 생각을 다 얘기하게끔 해요. 그러다보니 표현이 많아졌고 전에는 말도 안하던 애가 지금은 시시콜콜한 것도 다 얘기하고 자기 주장도 많아졌어요. 부모님들도 그런 것이 좋다고 하시죠.”
학교의 운영형태는 생협이나 공동육아와 비슷하다. 터전을 마련하기 위한 출자금 300만원에, 캐비넷이나 기자재같은 소모성 용품구입을 위한 가입비 30만원, 매달 내는 교육비 30만원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리고 모든 학부모들은 대안교육에 대한 학부모 모임에 참여하고 매월 1회 학교운영회 회의에 참가할 의무가 있다.
“YMCA대안학교이기는 하지만 YMCA와는 별개로 진행되고 있죠. 모든 결정은 학교운영위원회에서 결정돼요. 특별하게는 엄마들이 일주일에 한번씩 모여서 엄마들 공부모임 하시고 계시고 아빠들은 한 달에 한번 정도 공부나 얘기를 하던가 가족 전체가 모여서 전체모임을 진행하고 있어요.”
대안초등학교를 얘기할 때 가장 궁금한 점은 6~12세 아동에 대해 의무교육을 실시하도록 하고 있는 현행 초․중등교육법이다. 현행 초중등교육법에서 초등과 중등은 의무교육으로 되어 있어 이를 위반할 경우 1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물게 된다. 물론 과태료 처분은 행정처분이므로 형사상, 민사상의 법적문제는 없다. 다행히도 아직 법적으로 처벌된 사람은 없다고 한다.
“아직 과태료를 물은 사람이나 법적인 제재를 당한 사람은 없어요. 사실 학교도 잘 몰라요. 사례가 없기 때문에 어떻게 처리해야 할 지를 잘 모르죠. 그래서 아이를 제적시킨 것도 아니고, 학교는 여기 나오지만 학적은 원래 다니던 학교에 있어요.”
문제는 아이들의 학적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이다. 현행 초․중등교육법시행령 제96조 (초등학교 졸업자와 동등의 학력인정)는 ‘중학교입학자격검정고시에 합격한 자에게 초등학교 졸업자와 동등한 학력을 부여하고 이 검정고시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시․도 교육규칙으로 정한다’고 규정한다. 경기도 규칙을 보면 ‘중학교입학자격검정고시는 초등학교(특수학교 포함) 재학생(학칙에 의하여 정원외로 관리되는자 제외)은 응시할 수 없다’고 되어 있다. 그런데 대안학교의 아이들 대부분은 아직 이전에 다니던 학교로 학적이 남아 있다. 그렇다면 정원외로 관리되어야 검정고시를 칠 수 있다. 현행 초․중등교육법시행령 제29조 제1항에 따르면, ‘초등학교 및 중학교의 장은 취학의무를 유예받은 자 중 입학이후 유예받은 자나 정당한 사유없이 3월이상의 장기결석을 한 자에 대하여 학칙이 정하는 바에 따라 정원외로 학적을 관리할 수 있다’. 그리고 제66조 중학교 입학 등의 허가에 따르면, ‘학생의 입학․재입학․퇴학․전학․편입학 및 휴학은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학칙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학교의 장이 행한다고 되어 있다.’ 아마도 이 규정이 대안학교가 활용할 수 있는 규정인 것 같다. 그리고 세부적인 사항은 시․도의 교육규칙으로 정하게 되어 있는데, 2002년 2월 14일 시행된 경기도 전․편입학 시행지침(중등81212-315)에 따르면 유급대상자 전원을 정원외 학생으로 인정하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경기도 교육청이 2001년 12월 22일에 발표한 ‘2002학년도 초․중등교육 주요업무 계획’에 따르면, ‘의무교육 대상자가 취학유예․면제 또는 출석일수의 부족 등으로 인하여 정상적으로 진급 또는 졸업하지 못한 경우에는 그 해당 년수를 의무취학연령에 더함’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의무교육법 시행으로 퇴학이 불가능한 것이다. 그런데 사유에 따라 의무교육을 면제받을 수 있다. ‘의무교육대상자의 경우 퇴학(자퇴 포함)시킬 수 없으므로 사유에 따라 유예 또는 면제 처리해야 함. 유예 또는 면제는 교육감이 정하는 질병 등 부득이한 사유가 있는 경우 보호자의 신청으로 학교의 장이 최종 결정(행방불명 등으로 보호자가 신청할 수 없을 때에는 학교장이 사유를 확인한 후 보호자 신청 없이 결정 가능). 초등학교의 장이 아동의 질병 외에 행방불명, 성장부진 등의 사유로 학부모가 신청한 취학유예를 결정할 때, 의사진단서 외에 교육감이 정하는 바에 따라 읍․면․동장이나 학부모 소견서 등도 증빙서류로 사용할 수 있음’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리고 ‘정당한 사유없이 3개월 이상 장기결석한 자에 대해서는 정원외로 학적을 관리할 수 있음’이라고 밝히고 있다. 아직 구체적인 사례가 없기 때문에 당분간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 다만 세부적인 것은 해당 시․도에서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중앙의 법률이 아니라 교육규칙 개정을 통해 근거를 마련할 수 있다. 교육자치라는 화두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 된 것이다.
대안교육을 바라보는 시선은 항상 고운 것만은 아니다. 앞에서 얘기했듯이 처음의 출자금과 교육비가 부담이 되기도 하고(그런데 교육비는 엄청난 사교육비와 비교할 때 그리 비싼 것 같지는 않다) 마치 영재교육을 바라보듯이 자기 자식들을 특수한 아이들로 키우려는 부모들의 욕심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이런 시선은 당사자들도 충분히 느끼고 있었다. 폐쇄된 공동체가 아니라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
“그 얘기[중산층의 운동이 아니냐는] 굉장히 많이 나왔어요. 그거는 모여서 생각하는 사람들이 어떤 마음이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그게 벽이라면 그 벽을 허물 수 있는 방법을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당장의 대안은 없지만 그 고민을 항상 하고 있어요. 교육 이전에 지역 안에서 지역운동을 하는 사람이라면 그것을 당연하게 생각해야 하죠. 모금이나 기부 등 어떤 형태로든 그것에 맞게끔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해요…그러기 위해서는 YMCA만이 아니라 같이 더 많이 고민하고 노력해야 할 것 같아요…처음에 준비할 때도 그렇고 지금도 고민하는데 지역 안에서 어떻게 같이 갈 것이냐. 다른 시민단체, 다른 지역과 어떻게 같이 갈 것이냐. 여기 안에서만 머무르는 학교가 아니라 함께 갈려면 많이 열고 받아야 하잖아요. 끊임없이 더 많은 사람들이 알 수 있게끔 교육하고 홍보도 할 생각이예요. 군포YMCA나 다른 곳과 연계해서 더 많은 지역을 포함하면서 갈려고 하고 있어요. 저희도 우려하는 것 중의 하나가 특수한 학교가 되는 것이죠. 특별한 사람, 특별한 아이들이 아니라, 우리는 특별하지 않고 아이들도 특별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밖에서 보는 우리의 모습이 특별하다면 그것은 우리의 문제점이죠. 그렇기 때문에 YMCA 대안학교의 학부모들이지만 그 이전에 YMCA의 회원이고 생협의 촛불이기 때문에 대안학교가 더 중요하지 않고 YMCA의 회원이자 생협운동을 하는 사람으로서의 길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그 일을 먼저 하시라고 얘기드리죠. 특별하지 않지만 그래서 많은 사람들의 힘을 받고 갈 수 있는 학교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 사람들 스스로가 인정해주고 힘들지만 작고 소박하게, 아름답게 열심히 가는 학교가 되어야 해요. 우리가 보여주는 모습도 중요하지만 외부에서 스스로 느낄 수 있게끔 겸손하게, 특별하지 않게끔, 다른 일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시며 가시라고 얘기드리죠.”
이 말은 대안학교운동이 단순히 교육의 차원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사회를 변화시키는, 자치를 실현하려는 노력의 일부분임을 보여준다.
“대안교육이 그런 것이잖아요. 울타리 안에 있는 아이들만 잘 지내고 잘 살기 위해서 대안교육을 하는 것은 아니잖아요. 대안교육은 말 그대로 작게는 학교에서 출발하지만 지역과 사회, 국가와 같이 가는, 점점 더 넓어지는 것이잖아요. 아이들도 그런 것 같아요. 아이들도 교육을 통해서 기본적으로 자기를 알아가는 것과 더불어 다른 사람과 함께 삶을 살아가는 것을 스스로 느끼는 것 같아요. 물론 더 많은 아이들이 있는 곳에서 사회성을 배우지 못해 문제가 있지 않을까라는 걱정을 하지만, 저는 6년이라는 시간을 통해 느끼면 사회에 나가서 적응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런 것까지 다 생각하면서 대안교육에 담아내야 한다고 봐요.”
마지막으로 대안학교가 안고 있는 가장 큰 부담은 무엇일까?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열악한 재정인 것 같다. 하지만 실무자의 생각은 달랐다. 재정이 어렵긴 하지만 어짜피 대안학교가 넉넉한 재정, 풍요로움을 가르치기보다는 절제와 자연을 생각하도록 하기 때문에 재정이 큰 문제는 아니라고 한다. 오히려 더 큰 고민은 어떻게 아이들, 지역과 함께 하고 어떤 내용을 담아낼 것인가라는 내용적인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대안학교는 더 대안다운 것 같다.
“아이들한테 넉넉함, 풍요로움 속에서 절제하는 법을 가르치는 것처럼 예산 부분에서도 그렇게 하고 있어요. 많이 여기저기서 도와주세요. 그래서 솔직히 예산 부분에서 이것이 문제다, 힘들다는 모르겠고. 저의 개인적인 고민은 아이들과 함께 하는 삶 속에서 무엇을 담아낼 것인가라는 내용적인 고민인 것 같아요. 그거 외에는 특별히 힘들다라고 느낀 거 없어요.”
물론 사회가 바뀌지 않는 이상 그 공동체는 제도권이라는 큰 바다에 떠 있는 조그마한 섬에 불과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 작은 섬들이 뭉쳐, 아이들의 성장과 더불어 부모들도 성장해서 하나의 대륙을 만들 날을 꿈꾸게 된다. | (2001년 시민자치정책센터 하승우 운영위원 작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