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조남식 사무처장 정리 : 김현(시민자치정책센터 상근 운영위원)
인터넷 검색엔진에서 ‘광진정보도서관(이하 정보도서관)’을 검색하면, 광진구 정보도서관 홈페이지가 뜬다. 여기 저기 서핑을 즐겨보자. 한 눈에 도서관을 확인할 수 없는가? 그렇다면, 홈페이지 첫 화면에 떠 있는 “도서관 안내 동영상 보기”를 클릭하자. 정보도서관으로 발걸음을 옮기지 않더라도 도서관의 세부적인 정보를 짧은 시간에 안내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2000년 11월에 개관한 정보도서관은 우리나라에서 규모나 시설이 가장 훌륭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보도서관은 한강을 배경으로 종합자료실, 어린이열람실, 장애인 코너 등이 자리한 본관과 일반 열람실, 영화 및 음악 감상실 등을 보유한 별관으로 나뉜다. 한강 옆에 자리한 야외공연장은 시민들의 눈길을 끌만하다. 동영상에 비친 정보도서관은 광진구 시민들을 위한 '지식의 눈과 귀'가 될 만큼 훌륭한 시설을 보유하고 있음에 틀림없었다. 그런데, 최근 1년 동안 이 도서관을 둘러싸고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무슨 일이 있었을까?
작년 12월 초, 187억 원의 예산이 투입된 정보도서관이 서울시로부터 감사를 받았다. 이유는 1,270여명의 주민들이 정보도서관 ‘부적격 인선’에 대한 감사를 신청한 것이다. ‘부적격 인선’이란 도서관장과 사서과장을 지칭하는 것인데, 광진구청 퇴직관료가 도서관장을, 약사출신의 비전문가가 사서과장을 역임하게 된 것에서부터 문제의 발단이 시작된다. 현행 ‘도서관 및 독서진흥법’ 제24조 1항에 의하면 공공도서관 관장은 사서직에 보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이런 법률의 근거를 무시하고 광진도서관의 위탁관리기관인 문화원 측에서는 낙하산식 인사로 퇴직공무원을 도서관장에 앉힌 것이다. 또한 문화원의 이사 경력을 지닌 한 약사출신 비전문가가 가장 전문적이어야 할 사서과장 자리에 역임되었던 것이다. 이런 비민주적 인선관행을 문제제기하며 광진주민연대를 비롯해, 도서관운동연구회, 민주노동당, 전교조 등의 단체와 심범섭 대표 등이 “광진정보도서관 부적격 인선 철회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를 꾸리게 되었고, 2001년 7월부터 주민청구인서명운동을 시작, 10월초에 서울시에 주민감사청구를 접수하게 된다.
“저희가 주요하게 봤던 관점은, 몇몇 소수의 기득권자, 또는 토호세력들이 지역의 알토란같은 자리들을 돌아가면서 차지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이런 기득권세력들은 권력을 가진 사람을 중심으로 주요 보직을 차지하며, 계속 기득권을 유지하고 있는데, 정보도서관의 도서관장과 사서과장의 사례가 대표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시민의 부름으로 행정을 펼쳐야 할 구청장이 측근 세력들을 주요 자리에 앉히는 관행이 없어지지 않는 한, 주요 시민편의시설이 제 기능을 하기가 어렵다는 판단을 했습니다.”
조남식 광진주민연대 사무처장은 이렇게 서두를 꺼냈다. 구청장 측근으로 알려진 비전문 인사가 주요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은 상식 밖의 일이 아니냐고 반문한다. 이 문제가 지역사회에 불거지자 공대위 측에서는 인선의 문제이므로 구청과 문화원과 충분한 대화로 풀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초기에는 위탁관리기관인 문화원과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듯도 보였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문화원 측은 이 사안을 덮는데 급급했고, 구청 측도 책임 회피를 통해 발을 빼려 했다. 결국 공대위는 지방자치법이 보장하고 있는 “주민감사청구”를 활용, 3개월간의 서명을 통해 1,200여명의 청구인을 모으게 된다.
현행 지방자치법 13조 4는 주민감사청구를 규정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와 그 장의 권한에 속하는 사무의 처리가 법령에 위반되거나 공익을 현저히 해한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상위 기관에 감사를 청구할 수 있다. 지난 뉴스레터(11호)에 소개된 바 있는 송파구청장 외유사건의 경우도 이 법에 근거하고 있다. 그 절차나 내용은 13조 3 조례 제․개․폐 청구권과 유사하지만(‘뉴스레터 18호’에 자세히 소개) 청구인 수는 좀 더 완화된 수준이다. 그러나 이 법에도 문제점이 있다.
“......이 과정에서 공대위는 서울시 감사를 답답하게 생각했습니다. 왜냐하면 주민들을 대표해서 주민감사청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감사 과정에는 주민들의 참석이 불가능했다는 것입니다. 참석뿐만 아니라 참관조차도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감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제도적인 문제점을 많이 느꼈습니다.”
공대위 측에서는 서울시의 ‘주민감사청구심의회’가 주민들이 제출한 청구서의 내용만으로 감사를 진행할 경우, 진실이 묻힐 수 있다는 판단을 했다. 그래서 여러 차례 서울시 감사관실에 연락해 주민들의 참석을 요구하였지만 받아들이지 않았다. 송파구와 마찬가지로 위원회 명단조차 구경할 수 없었다. 상급 행정기관에서 감사하도록 되어 있는 주민감사청구제도는 그 취지의 정당성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개선해야 할 사항이 많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있어 왔다. "주민 없는 주민감사청구"라는 말이 주민감사청구제도의 허점을 꼬집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의 감사결과(2001년 12월 공표)는 "도서관장은 민간위탁 사무의 근본취지에 부합하는 전문가 임용에 대한 대책을 강구할 것“과 사서과장에 대해서는 ”사서직 경험자 또는 자격증소유자 교체 임용“할 것을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광진구청은 서울시 감사결과를 이행할 의지가 없어 보인다. 지금까지 이렇다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정보도서관은 '서울특별시광진구립정보도서관설치및운영조례'의 근거에 의해 설치, 운영된다. 그러나 조문 어디에도 위탁의 선정기준이나 선정과정에 대한 언급은 없다. 또한 도서관장은 시장이 임명하며, 위탁인 경우에는 수탁자가 구청장과 협의하여 관장을 임명하도록 되어 있다. 물론 선정기준이나 절차가 생략되어 있다.
“무엇보다 현행 조례에는 도서관 운영에 대한 책임성이 애매하다는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이번 인사 문제만 하더라도 광진구청은 위탁업체에 책임으로 떠넘기고, 수탁자는 이렇다할 책임을 지려하지 않습니다. 운영 상 책임의 소재가 명확치 않아 제도적인 개선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공공시설의 사회적 책임성을 확보하기 위한 장치는 지방자치 시대의 기본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이를 견지하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참여가 뒤따라야 한다. 조남식 사무처장이 제기한 책임성의 모호성도 결국 시민들의 참여 공간이 부족하다는 것을 뜻한다. 유일하게 시민의 참여를 보장하는 제20조 위원회 설치 조항만 하더라도 위원회 구성에 대한 짤막한 언급 이외에는 위원회의 기능, 선정기준 및 절차, 회의 등에 대한 언급은 전무하다. 제도의 보완이 시급한 실정이다.
광진구에서 벌어진 주민감사청구 운동은 공공시설의 인선문제와 관련해서 주민들이 감사청구를 제기한 첫 사례다. 지금까지 관행적으로 이루어진 인선의 문제가 얼마나 뿌리 깊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조남식 사무처장이 밝힌 대로, 지역사회에서 도서관의 역할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들이 생략되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았다. 시민참여의 확보, 접근성의 용이함, 프로그램의 질적 수준 강화, 기타 운영시간의 문제 등 보다 폭넓은 접근을 통해 도서관과 같은 공공시설이 지방자치가 뿌리내릴 수 있는 밑거름의 산실로 거듭나는 데에는 좀 더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지금도 정보도서관 건물에는 "전국 최우수 도서관 선정“이라는 커다란 플랜카드가 걸려 있다. 이 글귀가 부끄럽지 않기 위해서는 정보도서관의 인선문제가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수준에서 시급히 해결되어야 할 것이다. 그래서 머지않아 정보도서관 건물에 시설뿐만 아니라 내용에서도 ”전국 최우수 도서관 선정“이라는 플랜카드가 걸려지길 희망해 본다. | |